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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키즈 자료실/문화소외 ㅣ 음악교육

[법으로 바라본 어린이·청소년 문화예술 ③] 같은 권리가 있어도 경험은 왜 다를까요?

by 함께걷는아이들 2026. 9. 22.

어느 날, 두 어린이가 악기를 배우고 싶다는 마음을 품습니다. 한 어린이의 집 가까이에는 문화센터가 있고, 빌릴 악기도 있으며, 프로그램을 찾아 신청을 도와주고 연주를 응원해 줄 사람도 있습니다. 다른 어린이는 배울 곳이 멀고 수업료와 악기값도 부담스럽습니다. 두 어린이는 똑같이 그 바람을 이룰 수 있을까요?

 

지난 글에서는 어린이·청소년의 문화예술 경험을 지원하는 여러 제도를 살펴보았습니다. 그러나 법에 같은 권리가 적혀 있다고 해서 그 권리에 다다르는 길의 거리와 문턱까지 저절로 같아지는 것은 아닙니다. “프로그램이 있나요?”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누구나 그 프로그램을 알고, 참여하고, 계속할 수 있나요?”라고 물어야 하는 이유입니다.

 

가까이에 문화예술을 만날 곳이 있나요?

사는 지역은 문화예술 경험에 눈에 보이는 차이를 만듭니다. 2024년 문화예술 관람률은 대도시 67.6%, 읍·면지역 52.1%로 15.5%포인트 차이가 났습니다. 어린이·청소년만의 수치는 아니지만, 어디에 사는지가 문화예술을 만나는 조건에 영향을 준다는 사실을 보여 줍니다.

 

농산어촌이나 소규모 지역에서는 원하는 수업을 찾기 어렵고, 한 번 배우기 위해 먼 거리를 오가야 할 수 있습니다. 버스가 자주 다니지 않거나 수업이 늦게 끝나면 어린이·청소년에게는 거리 자체가 포기의 이유가 되기도 합니다.

 

이때 필요한 것은 어린이·청소년에게 멀리 찾아오라고 하는 대신 문화예술교육이 가까이 찾아가는 것입니다. ‘학교예술강사 지원 사업’은 전문 예술강사가 학교를 찾아가 수업을 진행하고, ‘촌촌락락’은 문화예술시설이 부족한 지역의 생활공간에서 프로그램을 운영합니다. 학교·도서관·지역아동센터처럼 익숙한 장소에서 꾸준히 배울 수 있게 하는 방식입니다.


무료 수업이면 정말 ‘무료’일까요?

참가비가 없어도 악기와 재료비, 교통비, 공연 의상비와 식사비가 들 수 있습니다. 처음 한두 번은 참여해도 비용이 쌓이면 계속 다니기 어려워집니다. 하고 싶은 마음보다 가정의 형편이 먼저 선택을 결정하게 되는 것입니다.

 

‘문화누리카드’는 이러한 부담을 덜기 위한 제도입니다. 2026년에는 6세 이상 기초생활수급자와 차상위계층에게 연 15만 원을 지원하고, 13세부터 18세까지의 청소년에게는 1만 원을 더 지원합니다. 공연·전시·영화뿐 아니라 문화누리카드 가맹점으로 등록된 학원이나 교습소에서도 사용할 수 있어 문화예술을 직접 배우는 데 활용할 수도 있습니다.

 

다만 연간 지원금만으로 꾸준한 문화예술 수업료를 감당하기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이용할 수 있는 학원도 문화누리카드 가맹점으로 등록된 곳에 한정됩니다. 그래서 문화누리카드는 실제로 공연이나 전시 관람, 문화체험 등에 활용되는 경우가 많고, 지속적인 예술교육의 비용을 모두 해결해 주는 제도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그래서 비용 지원과 함께 배울 기회도 마련되어야 합니다. ‘예술누림’은 지역아동센터와 아동양육시설, 학교밖청소년지원센터 등 어린이·청소년이 평소 이용하는 시설에서 문화예술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합니다. 별도의 학원을 찾아가거나 새로운 장소에 적응해야 하는 부담을 줄이는 방식입니다. 

이렇게 지원이 수업료에서 끝나지 않고 악기와 재료, 교통까지 이어져야 어린이·청소년의 관심이 꾸준한 경험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장애가 있어도 함께 참여할 수 있나요?

장애가 있는 어린이·청소년에게 장벽은 계단만이 아닙니다. 휠체어가 들어갈 수 없는 연습실, 소리로만 전달되는 설명, 자막과 수어통역이 없는 공연, 이해하기 어려운 안내문도 참여를 가로막습니다. 장소에 도착했더라도 수업 내용을 이해하고 자신의 방식으로 표현할 수 없다면 온전히 참여했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장애인차별금지법」은 문화예술활동에 필요한 ‘정당한 편의’를 제공하도록 정합니다. 경사로와 접근 가능한 시설뿐 아니라 보조인력, 휠체어, 점자안내책자, 보청기 같은 장비도 여기에 포함됩니다. 어린이·청소년의 필요에 따라 자막·수어통역·쉬운 설명·그림 순서표·촉각 교구 등을 마련하는 일도 중요합니다.

 

이를 실현하기 위한 실제 지원사업도 있습니다. 서울시립미술관의 ‘모두를 위한 예술 프로그램’에는 작품을 쉽게 이해하는 ‘쉬운 글쓰기’와 ‘몸으로 만나는 미술관’, 수어·문자 통역 등이 포함됩니다. 신경다양인과 저시력·시각장애인을 위한 디자인 가이드와 긴장을 덜어 주는 물건을 담은 ‘센서리 키트’도 마련하도록 했습니다.

 

서울시립교향악단의 ‘행복한 음악회, 함께!’에서는 장애 청소년·청년 연주자가 서울시향 단원에게 배우고 함께 무대에 섭니다. ‘예술누림’은 장애인복지관과 장애인 주간이용시설에서 문화예술교육을 운영합니다. 서울시의 ‘장애청소년 미술교육 지원사업 Jump aHEAD!’는 발달장애 청소년에게 무료 미술교육을 제공하고, 강사와 미술 전공 멘토 등이 참여자의 특성과 필요를 수업에 반영합니다.

이동이 어려운 경우에는 장애인활동지원사의 외출 동행이나 지방자치단체의 장애인콜택시 등을 이용할 수도 있습니다. 장애가 있는 어린이·청소년에게 필요한 것은 결국 갈 수 있는 공간, 이해할 수 있는 설명, 자신에게 맞는 활동, 그곳까지 갈 수 있는 방법​이 함께 마련되는 것입니다.


시작을 돕고, 계속 응원해 줄 사람이 있나요?

돌봄환경도 문화예술 경험에 영향을 줍니다. 어떤 활동을 좋아하는지 들어 주고, 프로그램을 찾아 신청하며, 준비물을 챙기고, 어려움이 생겼을 때 계속할 수 있도록 격려해 줄 사람이 있는지가 중요합니다.

 

하지만 보호자가 생업이나 건강 문제로 여유를 내기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좋은 프로그램이 있어도 모집 소식을 알지 못하거나 신청과 이동을 혼자 해결하기 어려우면 어린이·청소년에게는 또 하나의 장벽이 됩니다. 이를 가족의 책임으로만 돌려서는 안 됩니다.  학교와 지역아동센터, 가족센터 같은 돌봄기관이 정보를 안내하고 신청을 도우며, 강사와 멘토가 활동 과정에 관심을 기울이는 지원이 함께 필요합니다.

 

2026년 ‘온동네 초등돌봄·교육’은 방과후 프로그램과 귀가 지원을 통해 보호자가 바로 데리러 오기 어려운 어린이의 참여를 돕습니다. 학교별 귀가 지원 인력과 어린이 통학버스도 확대하고 있습니다. ‘가가호호’와 ‘예술누림’도 가족센터나 지역아동센터처럼 익숙한 돌봄공간으로 문화예술교육을 가져옵니다. 어린이·청소년이 새로운 기관을 혼자 찾아가는 대신, 평소 자신을 알고 지켜보는 사람들의 도움을 받으며 활동을 시작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돌봄 프로그램은 어린이·청소년이 원하는 활동을 시작하도록 손을 내밀고, 자신의 속도로 계속할 수 있도록 곁에서 응원합니다.

 

악기와 배움, 삶의 기반까지 잇는 함께걷는아이들

함께걷는아이들은 어린이·청소년이 문화예술을 시작하고 꾸준히 이어 갈 수 있도록 여러 장벽을 낮추고 있습니다. 

올키즈기프트는 기증받은 악기를 수리해 필요한 어린이·청소년과 기관에 전하고, ‘악기대여프로젝트 씨유(see you)’는 복지기관에 목관·금관악기를 무상으로 빌려줍니다. 악기가 없다는 이유로 배움을 포기하지 않도록 돕는 것입니다.

 

‘빛의소리희망기금’은 장애 어린이·청소년의 악기 레슨과 합주, 실로폰 앙상블 등을 지원합니다. 올키즈스트라에서는 악기를 배우고 친구들과 합주하며 무대에 서는 경험을 이어 갑니다. 청년음악가도 지도자로 참여해 곁에서 배움과 성장을 돕습니다.

수업을 마련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그곳까지 오가는 길도 함께 살핍니다. 함께걷는아이들은 올해 김해에서 ‘신한솔하모니 다문화 오케스트라’를 준비하면서, 김해 내 농촌 지역의 어린이·청소년과 보호자, 센터로부터 참여하고 싶어도 이동이 어렵다는 의견을 들었습니다. 이에 셔틀 2대를 지원하기로 했습니다. 배울 기회가 있어도 거리가 멀어 포기하는 일이 없도록 돕는 것입니다. 

 

또한 ‘청소년주거권네트워크 온’의 회원으로 청소년의 안전한 생활과 주거권을 위한 활동에 함께 하고 있습니다. 어린이·청소년이 문화예술을 계속 누리려면 악기와 수업뿐 아니라 안심하고 생활할 수 있는 환경과 곁에서 응원해 줄 사람도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배움과 이동, 관계와 생활의 빈틈을 함께 채울 때 문화예술의 권리는 한 번의 체험을 넘어 오래 이어지는 경험이 됩니다. 


서로 다른 빈틈을 채울 때, 같은 권리에 가까워집니다

같은 권리를 보장한다는 것은 모두에게 똑같은 도움을 주는 일이 아닙니다. 누군가에게는 가까운 수업이, 누군가에게는 악기와 교통비가, 또 누군가에게는 자막이나 이동 보조, 신청을 도와주고 계속 응원해 줄 사람이 필요합니다. 법과 정책, 학교와 지역사회, 민간단체가 서로 다른 빈틈을 함께 메울 때 문화예술을 누릴 ‘권리’는 비로소 일상의 ‘경험’이 됩니다.

다음 글에서는 해외에서는 어린이·청소년의 문화예술 경험을 어떻게 지원하고 있는지 살펴보겠습니다.


참고 문헌 및 자료

법률 및 국제기준

  1. 「아동권리위원회 일반논평 제17호: 휴식, 여가, 놀이, 오락활동, 문화생활 및 예술에 대한 아동의 권리(제31조)」, 유엔아동권리위원회, 2013
    국가인권위원회 국제인권정보시스템 자료
  2. 「문화기본법」 제4조, 법제처 국가법령정보센터
    현행 「문화기본법」 확인하기
  3. 「문화예술교육 지원법」 제3조 및 제5조의2, 법제처 국가법령정보센터
    현행 「문화예술교육 지원법」 확인하기
  4.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 제24조 및 같은 법 시행령 제15조, 법제처 국가법령정보센터
    현행 「장애인차별금지법」 확인하기
    현행 「장애인차별금지법 시행령」 확인하기

지원제도

  1. 「2024년 국민문화예술·여가활동 조사 결과 발표」, 문화체육관광부, 2024. 12. 27.
    조사 결과 확인하기
  2. 「능동적으로 누린 2025년 문화·여가 활동」, 문화체육관광부, 2025. 12. 26.
    2025년 조사 결과 확인하기
  3. 「2023년 아동종합실태조사 결과 발표」, 보건복지부, 2024. 6. 6.
    조사 결과 확인하기
  4. 「문화누리카드란?」, 문화체육관광부·한국문화예술위원회
    2026년 문화누리카드 지원 내용 확인하기
  5. 「문화예술교육 지원사업 예술누림」,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예술누림 사업 확인하기
  6. 「장애인 문화예술 향유 위해…창작·관람·교육 맞춤 지원」, 서울특별시 ‘내 손안에 서울’, 2025. 4. 17.
    서울시 장애인 문화예술 지원사례 확인하기
  7. 「2026 서울시 장애청소년 미술교육 지원사업 교육생 모집」, 서울특별시 서울문화포털, 2026. 2. 13.
    ‘Jump aHEAD!’ 사업 내용 확인하기 
  8. 「장애인활동지원」, 보건복지부
    외출 동행과 이동 보조 등 지원 내용 확인하기 
  9. 「2026년 온동네 초등돌봄·교육 추진 방안 발표」, 교육부, 2026. 2. 3.
    방과후 프로그램 이용권과 귀가 지원 내용 확인하기
  10. 「문화예술―지원사업」, 사회복지법인 함께걷는아이들
    문화예술 지원사업 확인하기
  11. 「청소년위기지원사업」, 사회복지법인 함께걷는아이들
    청소년위기지원사업 확인하기

이미지 출처 

  1. 「문화누리카드, 모두가 누릴 방안 없나…장터·택배 등 고심」, 인천일보, 2023. 1. 16.
    기사 및 이미지 확인하기
  2. 「장애인 문화예술 향유 위해…창작·관람·교육 맞춤 지원」, 서울특별시 ‘내 손안에 서울’, 2025. 4. 17.
    기사 및 이미지 확인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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