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체육관에서 배우들의 공연을 보고, 동네 도서관에서 친구들과 이야기를 만들 수 있다면 어떨까요? 특별한 날 멀리 떠나지 않아도, 평소 지내는 곳에서 새로운 예술을 만날 수 있을 것입니다.
지난 글에서는 사는 지역과 가정의 형편, 장애 여부와 돌봄환경에 따라 문화예술 경험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살펴보았습니다. 그렇다면 다른 나라에서는 이 거리를 어떻게 좁히고 있을까요? 이번에는 노르웨이와 독일의 사례에서 어린이·청소년의 문화예술 권리를 일상으로 이어 줄 힌트를 찾아보겠습니다.
노르웨이에서는 학교로 ‘문화 배낭’이 찾아옵니다
노르웨이의 ‘문화 배낭’(Den kulturelle skolesekken, DKS)은 초·중·고 학생들이 학교생활 중에 전문 예술가와 문화예술을 만날 수 있도록 하는 국가 사업입니다. 음악과 공연예술, 문학, 영화, 시각예술, 문화유산 등 다양한 분야를 다룹니다. 예술가가 학교를 찾아오기도 하고, 학생들이 박물관이나 공연장으로 나가기도 합니다.
중요한 것은 일부 학생만 따로 신청하는 특별활동이 아니라, 모든 학생에게 예술을 만날 기회를 열어 주는 데 목적이 있다는 점입니다. 아직 무엇을 좋아하는지 모르는 어린이도 학교에서 새로운 예술을 만나 관심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트론헤임에서는 모든 6학년 학생에게 민속 박물관인 스베레스보르그 박물관 방문 기회를 제공합니다. 아이들은 참여형 연극과 전통 팔찌 만들기를 통해 그들의 조상으로 알려진 사미의 역사와 문화를 직접 몸으로 느껴봅니다. 설명을 듣는 데서 그치지 않고, 몸을 움직이고 직접 만들어 보며 문화를 만나는 것입니다.

이 경험을 준비하는 어른들의 역할도 구체적입니다. 학교의 문화활동 담당자는 일정을 조율하고 예술가와 학교를 연결합니다. 교사는 학생들이 무엇을 경험할지 미리 알려 주고 활동에 동행합니다. 프로그램을 마련한 뒤 알아서 참여하라고 하기보다, 학교가 만남의 과정을 함께 챙기는 것입니다.
어린이·청소년의 의견도 듣습니다. 2025년에는 5~10학년 학생들이 활동을 돌아보고 생각을 전할 수 있는 온라인 의견 수렴 도구를 도입했습니다. 어린이·청소년을 단순한 관객이 아니라, 더 나은 프로그램을 함께 만들어 가는 사람으로 바라보는 방식입니다.
독일에서는 동네 기관들이 함께 기회를 만듭니다
독일의 ‘문화가 강하게 만든다’(Kultur macht stark. Bündnisse für Bildung)는 가정의 경제적·사회적 여건 등으로 교육 기회가 제한되기 쉬운 3~18세 어린이·청소년에게 학교 정규수업 밖의 문화예술활동을 지원합니다. 2013년에 시작해 현재는 2023~2027년 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연극과 음악, 그림, 문학, 디지털 매체를 활용한 창작 등 다양한 활동에 자발적으로 참여하도록 합니다.

이 사업의 특징은 지역에서 최소 세 곳의 기관·단체가 협력한다는 점입니다. 예를 들어 도서관이 공간을 마련하고, 예술단체가 수업을 이끌며, 청소년기관이 참여자를 만나 안내하는 식으로 역할을 나눌 수 있습니다. 예술을 잘 아는 사람과 어린이·청소년의 생활을 잘 아는 사람이 함께 프로그램을 준비하는 것입니다.
비용을 지원하는 범위도 눈여겨볼 만합니다. 강사비뿐 아니라 재료비와 식비, 교통비 등 활동에 필요한 비용을 지원할 수 있습니다. 장애가 있거나 농촌에 사는 어린이·청소년이 참여하는 데 필요한 추가 비용도 지원 대상으로 삼습니다. 지난 글에서 살펴본 것처럼 참가비가 없어도 버스비나 재료비가 부담되면 참여하기 어렵습니다. 이 사업은 ‘무료 프로그램’을 마련하는 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그 안에 들어오고 머물기 위해 필요한 조건을 함께 살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지역기관들이 함께 책임을 나누는 만큼, 어린이·청소년이 기회를 찾는 일을 가족에게만 맡기지 않을 수 있습니다. 다만 참여는 자발적으로 이루어집니다. 학교의 성적이나 평가에서 벗어나 새로운 활동을 경험하고, 스스로 표현하고 만들어 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사업의 중요한 방향이기 때문입니다.
우리의 일상에 가져올 힌트는 무엇일까요?
두 사례에서 참고할 것은 기회를 어린이·청소년에게 전달하는 방법입니다.
먼저, 어린이·청소년이 늘 지내는 학교와 동네에서 예술을 만날 기회를 꾸준히 마련하는 것입니다. 정기적인 공연과 창작 활동을 학교 및 지역기관의 일정에 담고, 누가 안내하고 동행할지도 정해 둔다면 참여가 여건이나 보호자의 시간에만 달려 있지 않을 것입니다.
또한 소개된 사례와 같이 각 기관이 맡을 일을 구체적으로 나눌 필요가 있습니다. 수업을 이끌 사람, 공간을 마련할 곳, 참여를 안내할 사람을 연결하고, 이동과 재료처럼 수업 밖에서 드는 비용도 함께 살피는 것입니다. 각자 맡을 일을 정하면 보호자 한 사람에게 모든 준비를 맡기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 과정에서 어린이·청소년에게 직접 묻는 일도 빠져서는 안 됩니다. “어떤 활동을 해 보고 싶니?”, “무엇이 즐거웠고, 무엇이 어려웠니?”라는 질문이 다음 프로그램에 반영될 때, 문화예술 경험이 스스로 선택하고 만들어 가는 경험으로 넓어질 수 있습니다.
기회를 열고, 자신의 목소리를 펼치도록
이러한 고민은 함께걷는아이들의 활동과도 이어집니다. 올키즈기프트는 기증받은 악기를 수리해 필요한 어린이·청소년과 기관에 전합니다. 악기를 나누는 후원자와 수리하는 사람, 이를 배움으로 연결하는 기관이 함께 문화예술의 문턱을 낮추는 것입니다.
올키즈스트라에서는 어린이·청소년이 악기를 배우고 친구들과 합주하며 무대에 섭니다. 창작동시대회는 자신의 생각과 마음을 자기 언어로 표현할 기회를 엽니다. 악기와 수업을 제공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어린이·청소년이 직접 연주하고 쓰며 자신의 목소리를 펼치도록 돕는 것입니다.
문화예술은 언제나 모두의 권리입니다
네 편의 글을 통해 문화예술이 어린이·청소년의 권리라는 점에서 출발해, 국내 지원제도와 참여를 가로막는 장벽, 해외의 실천까지 살펴보았습니다. 서로 다른 이야기처럼 보여도 결론은 같습니다. 어린이·청소년 누구나 문화예술을 경험하고, 자신의 세상을 그릴 수 있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어린이·청소년이 “나도 해 보고 싶어요”라고 말했을 때, 형편과 조건부터 따지기보다 함께 시작할 방법을 찾는 사회를 바랍니다. 모든 어린이·청소년이 기회의 격차를 넘어 저마다의 가능성을 펼치고, 자신의 속도로 성장할 수 있는 사회를 함께 만들고자 합니다.
어린이·청소년이 함께 걷는 세상이 되도록, 함께걷는아이들은 언제나 그들 곁에 있겠습니다.
참고 문헌 및 자료
[법으로 바라본 어린이·청소년 문화예술 ④] 해외에서는 어린이·청소년의 문화예술을 어떻게 지원할까요?
노르웨이의 문화예술 지원
- 「Om DKS」(문화 배낭 사업 소개), 노르웨이 문화예술교육 전담기관 Kulturtanken, ‘DKS kommer’
사업 대상과 운영방식, 학교·교사·예술가의 역할 확인하기 - 「Faste DKS-tilbud er viktig」(정기적인 DKS 프로그램이 중요한 이유), Kulturtanken, ‘DKS kommer’, 2024. 7. 10.
트론헤임의 박물관 방문과 체험활동 사례 확인하기 - 「Tilbakemeldinger i DKS」(DKS의 의견 수렴), Kulturtanken
어린이·청소년의 의견을 프로그램에 반영하는 방식 확인하기
독일의 문화예술 지원
- 「Inhalt und Ziele」(사업 내용과 목표), 독일 연방교육·가족·노인·여성·청소년부(BMBFSFJ), ‘Kultur macht stark’ 공식 누리집
문화예술교육 지원의 목적과 대상 확인하기 - 「Häufig gestellte Fragen」(자주 묻는 질문), 독일 연방교육·가족·노인·여성·청소년부(BMBFSFJ), ‘Kultur macht stark’ 공식 누리집
지역기관의 협력 방식과 지원 내용, 자발적 참여 원칙 확인하기 - 「Förderrichtlinie (2023–2027)」(2023~2027년 사업 지원지침), 독일 연방교육연구부(BMBF), 2021. 7. 22. 공고
※ 현재 사업은 연방교육·가족·노인·여성·청소년부(BMBFSFJ)가 담당합니다.
재료비·식비·교통비와 장애·농촌지역 관련 추가 비용의 지원 근거 확인하기
이미지 출처
- 「Faste DKS-tilbud er viktig」(정기적인 DKS 프로그램의 중요성), Kulturtanken, ‘DKS kommer’, 2024. 7. 10. 게시, 2024. 10. 2. 수정.
기사 및 이미지 확인하기 - 「Kultur macht stark」(문화가 힘이 된다), DLR Projektträger, 게시일 미표기.
사진: Adobe Stock / sushytska.
사업 소개 및 이미지 확인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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