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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칼럼/함걷아가 만난 사람들

[함께걷는아이들 인터뷰] 무궁무진한 가능성이 실현되는 기회_늘푸른자립학교 교사 윤애경, 신선웅

by 함께걷는아이들 2017. 5. 17.
올해 2월, 함께걷는아이들과  같은 곳을 바라보며 걷는 사람들, 기관을 찾아 그들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다양한 이야기 속에 함께걷는아이들을 돌아볼 수 있었는데요. 이번 포스팅에서는 늘푸른자립학교 교사로, 2015년부터 함께걷는아이들의 청소년 자립지원사업 ‘자몽’에 참여하고 있는 윤애경님, 신선웅님 이야기를 같이 나누고자 합니다.

 

 

무궁무진한 가능성이 실현되는 기회

 

늘푸른자립학교 교사 윤애경, 신선웅

 


늘푸른 자립학교에 얼마나 있었나요?
윤애경(이하 윤) 올해로 6년 차예요.
신성웅(이하 신) 저는 실무교사가 된 지 1년이 채 안 됐어요. 그 전에 진로교사로 늘푸른자립학교에서 2010년부터 올해로 8년째 있었고요.

 

늘푸른자립학교는 어떤 곳인가요?
윤) 가정 밖에 있는 친구들, 학교 밖에 있는 친구들이 찾아와서 다양한 재미를 누리면서 내 삶의 주인은 나라는 것을 배울 수 있는 공간입니다.

 

다양한 프로그램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소개해 주세요.
윤)
늘푸른자립학교는 비인가 대안학교로 학교 안에서 세 가지 재미를 누릴 수 있는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어요. 일단 ‘앎재미’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검정고시로 학력을 취득하려는 친구들에게 교과과목을 가르쳐요. 두 번째는 ‘맘재미’ 프로그램인데, 우리 친구들이 그동안 누리지 못했던 삶의 재미를 느낄 수 있도록 캠프도 다니고 다양한 문화예술 체험을 시도해요. 세 번째 누릴 수 있는 프로그램은 ‘일재미’예요. 우리 학교에 오는 친구들은 학력취득 말고도 미래에 대한 여러 가지 고민을 갖고 있거든요. 나는 어떤 사람인지, 무슨 일을 직업으로 삼으면 좋을지 고민하는 친구들에게 진로탐색수업과 인턴십 프로그램을 통해 도움을 주고 있어요.

 

1년 동안의 활동을 박람회나 체험축제로 공유하는 것이 청소년들과 늘푸른자립학교에 어떤 의미가 있나요?
신) 예전에는 예술제와 수료식을 함께 했었는데 1년 동안 어떤 수업을 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보다는 아이들이 스스로를 표현하는 자리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나박람회’라는 공유의 장을 만들었어요. 이 자리는 아이들을 1년 동안 가까이서 지켜본 교사들에게도 우리 아이들이 얼마나 성장했는지 새삼 느낄 기회예요. 아이들에게 새로운 자신을 발견하는 계기가 되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요.
윤) 우리 친구들이 누군가가 부여해 준 이미지 안에 갇혀 살았던 경우가 많거든요. 늘푸른자립학교와 인연을 맺게 되면 타인이 만든 이미지가 아니라 정말 자기 자신이 누구인지 발견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경험해요. 그 과정에서 본인이 발견한 새로운 ‘나’를 친구들과 공유하는 자리가 나박람회예요. 다른 수업발표회와는 차별성이 있는 시간이죠.

 

자몽에 참여하게 된 이유는?
윤) 일선에서 우리 친구들을 만나면서 저마다 가진 끼와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는 걸 알았어요. 이런 걸 발현할 수 있는 자리가 많지 않아서 아쉬웠어요. 자몽에 참여하기 전에는 이미 짜여있는 커리큘럼에 참여하는 형식으로 수업이 진행되다 보니 본인들과 맞지 않는 과목에는 적극성이 떨어지기도 했고요. 어떻게 하면 이 친구들이 좀더 재미있게 학교생활을 할 수 있을까 많은 고민을 했죠. 그중에 ‘나는 뭘 해도 안 돼요. 어차피 달라지지 않을 거니까 이대로 살래요’라는 생각을 하고 있던 친구가 있었어요. 이 친구가 우연한 기회에 클라리넷이라는 악기를 접하게 되면서 달라지는 모습을 봤어요. 본인이 재미를 느낄 수 있는 분야를 찾으니까 누가 시키지 않아도 열심히 연습하면서 자신을 성장시키는 거예요.

다른 친구들도 이렇게 자기가 원하는 것을 주도적으로 선택하도록 이끌어주면 엄청나게 성장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을 때, 마침 자몽에서 ‘자립지원프로젝트’에 관련된 공문이 도착했어요. 이 프로그램과 우리 친구들이 만나면 굉장한 시너지가 생길 것 같은 기대감에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됐죠. 실제로 예전과 비교해보면 수업 참여도가 정말 높아졌어요. 우리 예상이 맞았다는 것에 감사하면서 자몽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2015년부터 자몽에 함께 해왔는데 성과와 바라는 점은?
신) 첫해에는 ‘재미있었으면 좋겠다’, ‘어떻게 하면 아이들이 자발적으로 움직일 수 있을까’가 가장 중요한 문제였던 것 같아요. 2년 차에는 지속 가능성에 대한 고민이 시작되었고요. 학교 밖, 가정 밖 친구들이 무언가에 집중하는 호흡이 짧은 편이거든요. 그런 부분을 자몽을 통해 얻는 즐거움으로 채워주고 싶었어요.
이번에 3년 차 신청하면서는 ‘관계’라는 키워드에 집중하게 되었어요. 아이들에게 이번에 무엇을 하고 싶냐고 물었더니 ‘뭘 하는지가 중요한 게 아니라 어떤 선생님이랑 하는지가 중요해요’라는 대답이 돌아오더라고요. ‘우리랑 잘 통하는 선생님과 함께하면 뭘 해도 재미있다’는 뜻이죠. 아이들이 건강한 관계 안에서 지속해서 집중력을 발휘하면서 성장하는 것이 중요해졌어요. 매년 기대했던 것 이상으로 달라진 모습을 보여준 것이 큰 성과이고, 아이들의 성장에 발맞춰 목표는 매년 달라지고 있어요.

 

늘푸른자립학교에게 자몽은 어떤 의미인가요?
윤) 우리 학교의 철학인 자율성과 주도성을 아이들의 삶 속에 심어주고 싶었지만 쉬운 일이 아니었어요. 예산, 시간 등 여러 가지 제약도 많았고요. 자몽을 만나면서 그동안 우리가 꿈꿔왔던 것을 시도할 기회가 온 거죠. 자몽이 아니었으면 제한 없는 지원, 평가 없는 도전은 불가능했을 것이고 극복할 수 없는 어려움이 있었을 거예요. 자몽 덕분에 과감하게 도전하고 실험해 볼 수 있었던 것이 정말 감사해요.

 

자몽을 통해 얻은 것 한 가지를 꼽자면?
윤)
내일을 꿈꾸게 된 것. 우리 친구들도 내일은 무엇을 해볼까 생각하고, 저희 실무자들도 다음에는 어떤 재미있는 일을 해 볼까 고민하면서 설렐 수 있는 것.
신) 자몽을 만나지 못했더라면 이룰 수 없었던 꿈들이 현실이 되었다는 것.

 

실무자로서 함께걷는아이들과 자몽에 바라는 것이 있다면?
신) 프로젝트를 진행하다 보면 긴 호흡으로 계속하고 싶을 때가 있는데 지원이 1년 단위로 이루어진다는 점 때문에 주춤할 때가 있어요. 이제는 서로를 잘 알고 신뢰도 쌓였으니까 중장기 계획을 함께 해 봤으면 좋겠다는 것이 첫 번째 바람이에요.
또 하나는 우리 학교에서 잘 진행된 프로그램을 다른 기관들과 공유할 수 있게끔 매뉴얼이나 결과보고서를 만들어달라는 숙제를 받았는데, 저희 인력이 부족해서 어려운 점이 있어요. 하지만 이 좋은 프로그램이 보다 많은 친구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최상의 결과물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참여하는 청소년들은 ‘자몽’을 어떻게 생각하나요?
윤) 굉장히 좋아해요. 이 학교를 자기 영역으로 인정하는 이유가 자몽이 되는 것 같아요. 검정고시 과정을 준비해야 하는데도 학교는 다니고 싶어하지 않았던 친구가 있어요. 처음 자몽 프로그램에 와서 기타반 수업에 참여하고 나서 기타를 빌려가더니 원서를 받아갔어요. 낯선 공간에 편안하게 진입할 수 있는 창구가 되어준 거죠.

 

자몽 참여 전과 후 청소년의 자립에 대한 생각이 달라졌나요?
신) 예전에는 아이들의 자립을 생각해보면 안타깝다는 마음이 먼저 들었어요. 우리 아이들 대부분이 쉼터에서 사는데 성인이 되면 그 쉼터에서 나가야 하니까요. 지금은 자립이란 말을 청소년과 함께 사용하면서 뭔가를 규정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인간으로서 삶의 주도성을 갖는 것, 자기 삶의 주인이 되는 것이라는 개념으로 생각하게 된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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