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조소영 슈퍼바이저

 

# 새로운 시작, 경단 탈출

첫째 아이의 출산과 함께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게 되었다. 요즘 표현으로 경단녀가 된 것이다. 아이를 출산할 때까지만 직장을 다니기로 한 시어머니와의 약속이 있기도 했고, 돌아보면 그 때의 나는 내 일에 대한 애틋함이 그리 많지 않았던 것 같기도 하다.
그러다 둘째 아이가 6학년이 될 무렵, 가정과 아이들을 위해 충실히 살아가고 있다고 믿는 내 모습이 마치 우물 안의 개구리처럼 느껴지기 시작했다. 그러나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을지 또 어떻게 해야 할지,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잘 몰랐다.
아이들을 지도했던 이전 경험을 바탕으로 초등학교 수학지도와 관련된 교육을 받으면서 나에게 적합한 일자리를 알아보았다. 지역아동센터 중앙지원단 홈페이지에서 함께걷는아이들의 기초학습지도 교사모집 공고를 접하게 되었고, 집 근처의 지역아동센터에서 일주일에 세 번씩 기초학습을 1:1로 지도하는 일을 시작하게 되었다.


설렘으로 시작한 아이들 기초학습 지도가 그리 쉽지만은 않았다. 아이들 지도 경력이 있고, 초등생 자녀를 두고 있어서 어느 정도 자신감도 있었는데, 아이를 지도하는 횟수가 늘어갈수록 아이에게 꼭 맞는 지도방법을 고민하게 되었다.

처음 가르쳤던 3학년 아이의 변화가 지금도 가장 기억에 남는다. 사람들에게 예쁨받고 싶어서 토끼가 되는 것이 꿈이라고 했던 아이가 조금씩 배움의 기쁨을 알아가면서 긍정적으로변하는 과정들이 내게는 보람과 감사로 기억되고 있다.

 

‘만약 그 때 혼자서만 고민했더라면 어땠을까?’라는 생각을 해본다. 나와 똑같이 지역아동센터에서 1:1 수업을 하는 30여명의 선생님들이 매달 모여 교육을 받고 조모임을 통해 고민과 노하우를 공유하는 기회들이 없었다면 공부의 주체인 아이들 중심보다, 지도하는 교사의 교수중심 접근이 우선되지 않았을까하는 생각이 든다. 우리가 만난 아이들은 저마다 다른 가정환경이었지만 ‘교육기회’가 상대적으로 많이 부족한 공통분모가 있었고, 1:1 수업을 성실하게 준비하는 동료 교사들의 도움으로 조금씩 적응하며 나 스스로의 발전으로 이어질 수 있었다.

 

 

# 또 다른 도전, 슈퍼바이저

(2018 올키즈스터디 교사연구회 中)

 

3년간의 올키즈스터디 교사 경험을 바탕으로, 기초학습 슈퍼바이저로 일하는 또 다른 기회에 도전했다. 내 역량에 대한 고민의 시간이 있었지만 그 기회를 잘 활용하고 싶었다.

나를 포함한 3명의 슈퍼바이저는 아이들이 맞춤형 교육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돕고, 교사의 역량강화를 위해 교육을 포함한 지원과 슈퍼비전, 기초학습지도 컨텐츠 개발 등의 다양하고 새로운 영역의 역할들을 수행하게 되었다. 어느덧 4년이 되었고, 우리는 102개의 아동복지시설에서 600여명의 아이들을, 그리고 선생님들을 만나왔다.


한 아이가 겪고 있는 어려움은 개인과 가정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모두의 문제라는 것을 슈퍼바이저 활동을 통해 알게 되었다. 혼자 걷는 어른들 세상에서 올키즈스터디와 함께 걷는 것은, 아이들이 삶의 전환점을 맞이하는 의미라고 생각한다
.

 

 

# 함께하며 알아가는 서로의 가치

2012년부터 지금까지, 경력이 단절되었던 내가 나의 영역을 조금씩 넓혀가며 일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서로의 가치를 인정해 주는 환경이 버팀목이 된 것 같다.
아이들이 천천히 걸어도 세상과 함께 갈 수 있도록 지역아동센터 실무자, 올키즈스터디 교사, 슈퍼바이저, 함께걷는아이들 실무자들이 서로를 배려하고 도우면서 함께 걷고 있다.
이러한 수평적 소통의 관계가 서로를 더 크게 꿈꾸게 하고, 더 많이 배우게 하고, 더 많은 의미를 나누게 한다. 다양한 이해와 배려들은 나 혼자만의 가치가 아니라 서로의 가치를 알게 하고 나와 모두를 성장시키고 있는 것이다. 이것이 내가 도전을 이어가는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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