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동조합으로 기업하라

by 함께걷는아이들 2016.04.07 15:02

<협동조합으로 기업하라>

스테파노 지마니, 배라 지마니 지음


 


 

이 책은 협동조합의 원리가 무엇이고, 전 세계 (특히 이탈리아)의 다양한 협동조합 성공사례와 성공한 협동조합 기업의 운영 지침을 설명한 협동조합의 입문서이다. 비교적 쉽게 썼고, 구체적인 사례들을 많이 들어서 실용적인 내용으로 채어졌지만 부분적으로 경제학이나 경영학, 또는 조직론의 이론들을 설명한 부분들은 사전 지식이 없으면 쉽게 이해가 되기 어려울 수도 있을 듯 하다.

 


먼저 이 책은 시장경제 vs. 자본주의경제 에 대한 오해를 규명하는 것으로부터 시작한다. 시장경제는 자본주의경제 보다 훨씬 이전에 나타난 개념이며 잘 정돈된 규칙하에서 합리적으로 자기 목표를 추구하는 사람들의 자유로운상호작용에 따라 움직이는 경제를 말한다. 이러한 체제에서는 노예나 절대 빈곤 상태에 있는 사람도 선택의 자유를 가져야 하며, 어떠한 강압으로 인해 행동을 제약받아서는 안된다는 전제가 깔려 있다.


 

시장 행위자의 목표는 이기적일 수도 때로는 호혜적일 수도 있다.

시장경제의 참가자들이 추구하는 목표는 공동선 (common good) 또는 전체선 (total good) 으로 나누어진다. 전체선은 덧셈, 공동선은 곱셈의 원리를 따른다. , 전체선은 사회구성원의 이익을 다 더한 것, 공동선은 곱한 것이다. 전체선은 개인 각자의 효용함수가 서로 더해지거나 비교가능 하다는 공리주의를 기반으로 하며, 이때 전체선은 전체 사회구성원 효용의 합이다. 이것은 한사람의 이익이 다른 사람의 이익을 대체할수 있다는 전제로 자본주의 논리에 해당하는데 비하여, 공동선은 한사람이 희생함으로써 다른 사람의 이익을 보태는 trade-off 를 인정하지 않는다. , 사회구성원 중 어느 한사람의 이익이 0이 되면 공동선도 0이 되어버리는데, 이는 누구나 인간으로서의 기본권을 누려야 한다는 전제를 기본으로 하는 개념이다.

 


, 이 책에서 중요하다고 강조하는 기본전제는, 시장경제는 자본주의경제 보다 상위 개념이고 자본주의경제는 자유의 원리에 의해서 정당화 되는 시장경제가 추구하는 다양한 자유의 형태 중 하나를 선택한 시장경제의 하위개념에 불과한 것이라는 사실이다. 시장과 협동조합의 관계에 대해서 역사적으로 사상가들은 서로 다른 평가를 내리고 있는데, 일반적으로 프랑스의 사상가들은 협동조합을 자본주의적 기업에 대한 반시장적인 대안으로 본 반면, 이탈리아 사상가들은 협동조합을 반시장의 주체로 보지 않고 오히려 시장의 잠재력을 증대시키는 보완재로 보았다. 이 책의 저자는 후자의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협동조합은 왜 존재하는가?” 하는 질문에 대한 대답은 먼저 노동에 대한 개념의 재정립으로부터 시작할 수 있다. 자본주의 기업에서는 노동을 단순한 생산요소로 보고 투입 대 산출 비율이라는 효율성의 잣대에서 노동을 평가한다. 하지만 협동조합 기업에서 노동은 상품 생산의 수단이면서 동시에 인간 개성을 생산하는 수단이라는 매우 독특한 성격을 지닌 투입재라고 여긴다. 따라서 자본주의 기업의 일반적 효율성의 비교에서는 이러한 인격 형성의 측면이 전혀 고려되고 있지 않으므로 항상 자본주의 기업이 더 우월하다고 평가받을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시장의 주체들이 단순한 경제적 이익을 추구하는데 그치지 않고 보다 다양한 목적, 무엇을 할 자유 (freedom to)”를 추구하는 사회적 인격체라고 본다면 이러한 다양한 사회적 목적 (공평성, 호혜성, 상호신뢰, 인격존중 등등)을 추구하는 사람들은 자본주의 기업보다 협동조합 기업을 선호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협동조합의 특성은 무엇인가?” 1. 기업 구성원 공동 행동의 공동성이 수단이 아닌 목적이 되어야 한다. 즉 협동조합은 조합원의 공동 목표를 지향하는 기업 형태이다. 2. 상호성(mutuality) 또는 호혜의 원칙: “나는 너를 위해 어떤 것을 주거나 행하고, 그러면 네가 다른 사람을 위해 나누고 행할 수 있다. 어쩌면 나를 위해.” 3. 자본주의 기업의 피고용자들은 작업을 수행’(doing) 하고 주어진 일에 대해서만 책임을 지는 반면, 협동조합의 조합원들은 행동’(acting) 하고 그 일의 목적에 대한 책임을 진다.

 


협동조합이 시장에서 자본주의 기업과 잘 경쟁할 수 있는가?”

기본적으로 자본의 소유권은 한 사람에게서 다른 사람에게로 쉽게 이전될 수 있지만, 노동은 이러한 이전이 불가능하고 (자본의 양도성, 노동의 비양도성), 이러한 차이 때문에 자본주의 기업은 협동조합 보다 상대적으로 더 효율적이라고 간주된다. 하지만 이러한 정태적 효율성으로 이 자본주의 기업과 협동조합의 상대적 성과를 측정하는 유일한 잣대로 삼는 것은 적절하지 못하다. 왜냐면, 이러한 효율성은 공리주의에서 도출되었으므로 가치중립적이지 않고, 주체들의 내적 동기를 적절하게 고려하지 못하고 있으며, 협동조합 기업이 일으키는 긍정적인 사회적 외부성 (즉 생산 현장에서의 민주주의가 정치 제도의 민주화를 강화하고 지지하는 결과를 이끌어 낸다는 사실)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즉 협동조합 기업의 존재 이유는 노동자 자신을 생산 활동을 통제하는 위치에 둠으로써 시장 경제를 활성화하는 평등과 자유의 원칙을 기업 자체에 적용하는 것에 있다. 다만 사람들은 기본적 필요가 충족되고 난 뒤에야 자유라는 재화를 소중하게 여기고, 적극적 자유를 향한 열정이 아직은 많은 사람의 가장 소중한 가치가 아니기 때문에 협동조합이 확산되어 나가는데 아직은 어려움을 겪는 것일 뿐이다.

 


개인적인 소회:

나는 한국에서 칼폴라니 연구소와 우리동생 (동물병원) 협동조합에 가입되어 있는데 우리동생은 반려동물에 관련된 제품과 서비스라는 소비재를 생산하고 교환하는데 비해, 칼폴라니연구소의 경우에는 지식이라는 공공재를 생산하고 교환한다는 차이가 있다. 소비재의 경우 호혜성의 원칙 중에서 "네가 다른 사람을 위해 나누고 행할 수 있다" 에 방점이 있을 수 있겠다. 즉, 내가 조합원으로서 조합의 제품을 구매하는 의무를 다할 때, 다른 조합원들도 나와 같이 행동함으로써 공동의 힘으로 제품과 서비스 제공 비용을 낮출 수 있다는 믿음이 필요한 것. 조합원 할인 혜택을 받는 등 조합원으로서 누리는 혜택이 분명한 편인 우리동생에 비해서 칼폴라니연구소의 경우 지식 이라는 공공재를 생산, 교환하는 연구소의 특성상 여기서 생산되는 많은 컨텐츠가 일반 대중에게도 공개되어 있으므로 조합원의 혜택이 비교적 확실하게 다가오질 않고, 다른 조합원들의 행동 역시 피부로 다가오질 않는다. 이러한 경우 호혜성의 원칙중 방점은 뒷부분, 즉 "어쩌면 나를 위해" 에 있는데, 좀 더 장기적인 미래의 관점이 필요하다고 하겠다. 즉, 당장에 나에게 그 혜택이 돌아오지는 않는다 하더라도 우리 조직이 지향하는 가치와 목적을 꾸준히 실천해 간다면 미래에 반드시 나도 내가 속한 협동조합의 수혜자가 될 것이라는 믿음. 이러한 경우에는 조직의 가치와 공동 목표를 확실하게 하고 조합원들 사이에서 이것들을 공유하는 교육의 기회가 중요할 거 같다.


협동조합은 효율과 경쟁으로 길들여진 우리에게 생소한 기업의 개념이다.
협동조합의 패러다임은 한마디로 1+1>2 가 될수 있다는 것으로, 내가 남을 배려하고 양보하고 협동함으로써 장기적으로는 더 큰 이익으로 나에게 돌아 올것 이라는 확신을 말한다.
하지만, 협동과 양보로 공동체 구성원 전체가 이익을 보는 경험이 별로 없었던 우리 사회가 이러한 새로운 기업 형태를 받아들이려면 교육의 패러다임 부터 이 방향으로 바꿔나가야 하는 거 아닌가 싶다. 무엇보다 효율, 경쟁, 경제의 가치중심에서 인간의 존엄성과 배려, 상생의 가치중심으로 변화하는 교육의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할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미래세대 교육에 대해서 많은 생각을 했고
특히 협동을 강조하는 올키즈스트라가 참 가치있는 교육의 수단이라는 확신이 들어서 참 흐뭇했다.


 

  • 조아하자 2016.04.07 21:54 신고 ADDR EDIT/DEL REPLY

    저는 주식회사보단 협동조합이 진정한 민주주의에 좀 더 가까운 기업형태가 아닌가 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 민주주의가 이모양인 것도 이렇다할 협동조합이 없는 게 크다고 봐요. 많은 사람들이 정치가 문제라고 말하지만, 저는 정치보다 경제가 우리 사회에 더 큰 영향을 준다고 보기 때문에...

    • 그래비티 2016.04.08 11:40 EDIT/DEL

      맞습니다. 기업에서 먼저 민주주의를 실현해 보는 것. 그것이 협동조합의 기본정신이죠. 협동조합을 통해서 경제에서 먼저 민주주의를 실현해 본 경험을 사회의 다른 영역, 특히 정치영역으로 확산해 나가는 것, 그것이 사람들의 삶에 한층 더 깊숙히 다가가는 민주주의의 실현방법이 아닌가 싶어요. (정치에서 먼저 민주주의를 발전시키고 경제의 영역으로 넘어가는 게 통상적인 순서지요) 그래서 저도 협동조합이 우리 사회에 좀더 확산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