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력근무

by 함께걷는아이들 2014.06.11 16:29

우리 재단은 탄력근무다.

탄력근무라 하면 9~6시의 8시간을 10~9시로 한다든가, 8~5시로 한다든가의 방법도 탄력근무에 속하겠지만 우리 재단의 탄력근무는 그보다는 조금 자유로워서 한달에 20일 근무이면 20*8시간=160시간을 한달 안에 채우기만 하면 되는 탄력근무다.

내가 지난주에 일이 많아 40시간을 넘게 근무했으면, 이번주에는 덜 근무해도 되는 시스템인 것이다. 근무시간은 한달 단위로 확인하며, 본인의 출퇴근 시간은 각자 본인 스스로 체크한다. 각자의 양심에 맡기는 시스템이랄까.

 

<탄력근무를 하게 된 계기>

탄력근무를 처음 제안한 사람은 우리 재단 이사님, 즉 이 블로그에 글을 연재하고 계신 미국에 거주하시는 올키즈맘이다. 이사님이 탄력근무를 적극 추천하신 이유는 명확했다. 9시와 6시에는 지하철에 사람이 너~~무 많은데 30분만, 1시간만 빗겨가면 지하철이 한가한데 무엇 때문에!! 모든 사람이 다 똑같이 그 시간에 출근해야 하느냐!고 하셨다.



나는 실무책임자다. 탄력근무를 적용한 나의 생각은 이랬다. 나도 직장생활 10년 넘게 9 to 6를 하다보니 어느 날은 일이 너무 잘되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퇴근시간이 오는 날이 있는가 하면, 어느 날은 유독 일도 안되고 퇴근시간이 너무도 오지 않는 날도 있다. 정말 일이 안되는 날 단순히 6시를 기다리며 시간을 죽이는 그 일이 나는 참, 싫었다. 일이 잘되는 날 좀 더 일하고 일이 안되는 날은 집에 빨리 가서 쉬는게 훨씬 더 효율적이라고 늘 생각했었다. 이제까지의 모든 직장에서 그건 불가능했지만.

그래서 우리 재단은 작년부터 탄력근무를 적용했다.

 

<탄력근무 적용후>

탄력근무를 적용해도 9 to 6를 하는 사람은 그대로 계속한다. 9시보다 더 일찍 오긴 힘들고 늦게 오면 6시보다 늦게 퇴근해야 하기 때문이리라. 저녁시간대에 합주나 연주회 등의 일이 많은 음악팀은 주로 늦은 출근을 선호한다. 탄력근무를 했지만 결국 하루 8시간씩 카운트 했던 근무시간이 한달 안에 다 채워지려면 직원들의 출퇴근 시간이 널뛰기보다는 일정한 사이클 안에 들어오게 된다.

 

나의 탄력근무 적용기를 보자면,

경기도권에서 서울로 출퇴근을 하면 정말 지옥이 따로없다. 좌석버스에서 서오다 못해 문에 매달려 오기가 부지기수. 그 시간대는 9시에 서울에 도착하는 시간을 기준으로 하기 때문에 딱 정해져 있다. 수지 우리 집에서 강남 사무실까지 9시 출근을 맞추려면 1시간 40분전에는 나와야 하지만 9시 넘어서 도착해도 된다면 1시간 10분정도면 가능하다. 단순히 시간의 문제를 넘어서 9시에는 차에 매달려 오고 이후에는 앉아서 오는 것이 가능하다는 큰 차이가 있다.

나는 엄마이기 때문에 아이들의 스케쥴이다. 아이를 내가 일찍 픽업해야 하거나 병원을 데려가야 해서 약간의 시간만 내면 될 때 휴가대신 탄력근무를 활용할 수 있다는 사실.

9시까지 꼭 출근을 해야 했던 때, 아침에 일어나기 너무 힘들어 오늘은 쉬어버릴까. 생각안해본 직장인이 있을까... 탄력근무하면 이런 날 그냥 좀 늦게 출근하면 되는데 탄력근무를 시작하고 보니 생각보다 그런날이 별로 없다는 것이다. 아무 때나 출근해도 되다보니 생각보다 규칙적으로 출근하게 된다는 사실.

이제는 탄력근무가 아니라면 너무 싫고 힘들겠지만, 탄력근무는 너무 익숙하고 당연해져 탄력근무가 그렇게 좋다고 매일 느끼지는 못한다.(사람은 정말 간사한 동물이다)

이렇게 일상으로 들어와 버린 탄력근무가 ~ 정말 좋구나생각할 때는 아주 가끔. 특별한 이유도 없이 너무 일찍 눈이 떠진 날 난 삼성맨처럼 7시 출근을 한다. 조용한 사무실에서 커피한잔과 혼자 일하는 맛이란~!! 탄력근무가 없었던 때는 하지 않았던 일이다.



단점도 있다. 외근을 나갔다가 5시경 일이 마쳤을 때. 보통은 사무실에 전화하여 일이 마쳤고, 나는 바로 퇴근하겠다. 하면 퇴근시간은? 탄력근무 전이라면 6. 탄력근무 후라면 5!

눈이 펑펑 내려 교통이 마비되어 평상시라면 9시 도착이었을 출근시간에 10시도 넘어 출근하게 된 날. 탄력근무 이전이라면, ‘죄송합니다. 늦었습니다로 출근시간 9. 탄력근무 후라면 죄송할거 없이 출근시간 10시인 것.

 

우리 사무실에 탄력근무를 도와주는 쿠폰이 하나 있으니, 이름하여 힐링쿠폰

요 쿠폰은 상사한테 혼나거나 상사가 너무 미워 오늘은 저 상사의 얼굴을 더 이상 보고싶지 않거나, 남자친구(혹은 남편)랑 싸워서 도무지 집중할 수 없을 때, 혹은 오늘 날씨가 좋아 무조건 고궁이라도 다녀와야 하는 날. 사용하는 4시간짜리 외출쿠폰이다. 이 쿠폰은 각 직원에게 2매씩 발급되며 1231일 이전에 모두 사용하지 않으면 자동 소멸되며 직원간 양도가능하다. 직원들이 퇴사할 때 다 못쓴 힐링쿠폰을 소중하게 남은 직원에게 나눠주며 정을 나누기도 하고 매정하게 쓰지도 못한 쿠폰을 양도도 안하고 가서 남은 직원들의 안주거리가 되기도 한다.

 

 

탄력근무와 힐링쿠폰.

이 모든 제도의 중요한 전제가 있으니, 그건 바로 직원간의 믿음~!

누가 몇시에 오는지 모르고 누가 몇시에 퇴근하지 모르는 상황 속에서 스스로 작성한 시간을 믿고, 스스로 시간을 잘 조절하여 더 효율적으로 업무를 해낼 것이라는 믿음.

쉬고 오면 쉰만큼 더 열심히 일할거라는 믿음.

좀 더 일하기 편한 환경을 만들어준 만큼 더 좋은 결과물을 만들것이라는 기대.

아침에 일찍 오는 직원이 일 잘하고 성실한 것도 아니고 야근한다고 일이 더 많은 것도 아닌, 순수하게 업무의 결과물로서 본인을 어필해야 하는, 사실은 더 무섭고 책임감 느끼는 근무제인 것이다.

 

나는 비오는 날을 참 좋아한다.

하지만 월요일 아침. 비가 온다면 모든 직장인들은 생각할 것이다. 오늘 또 죽었구나. 차 엄청 막히고 사람 엄청 많겠다. 몇시에 나가야하지???

하지만 나는 여유롭게 생각한다. 우와~~~ 비오네. 저녁에 술한잔 할까..? <Big Sunny. 2014.6.7>



 

  • FKI자유광장 2014.06.12 09:21 신고 ADDR EDIT/DEL REPLY

    탄력근무! 계속해서 좋은 결과를 낳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