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5월 29일 팜플로나 ---> 푸엔타 레 레이나 (25Km)

출발: 7:40AM  도착: 2:15PM

날씨: 오전중에 비오다 개임

 

아침에 눈을 뜨니 또 비가 온다. 망했다. ㅠㅠ

이 알베르게는 배낭을 침실에 놓지 않고 세면실 앞에 보관해 두는 장소가 따로 있다.

아침에 늦게 일어나는 사람들을 배려해서 그러는 듯.

 

세수하고 어제 꾸려놓은 배낭 찾아서

식당으로 가니 순례자들이 벌써 아침식사 중.

이 알베르게는 가격이 쎄서 그런지 숙박하는 사람들 중 대부분이 한국사람들.

(외국 순례자들은 한국사람들 보다 가격에 더 민감한 듯 싶다.)

 

빵과 커피로 간단히 제공되는 아침식사를 하고

출발~

 

팜플로나 시내를 벗어나니 이렇게 양옆으로 밀밭이 펼쳐져 있는데

인터넷에 떠있는 프랑스길 사진들을 보면 이러한 광경을 흔히 볼수 있다.

저 앞에 판초입고 잔뜩 웅크리고 걷고있는 한국에서 온 처자들.

 

분홍 판초 입은 처자는 DSLR 을 가지고 왔다.

나는 똑딱이도 무거워서 포기하고 왔는데 정말 대단함.

근데 나중에 저 처자가 찍은 사진들을 보니 정말 멋있게 나왔더군. 부럽~

하지만 도중에 발목에 무리가 가서 며칠 못 걷고 버스를 타야했다는 이야기를 나중에 들었다.

인생에 정말 공짜는 없다.

 

오늘 걷는 길은 주로 오르막길이다. 망했다. ㅠㅠ

가쁜 숨을 고르며 뒤돌아보니 떠나온 팜플로나 시내가 내려다 보인다.

오늘 목적지는 도대체 어떤 모습으로 나를 기다리고 있을까나?

 

황량한 밀밭을 사이에 두고 외롭게 걸어가는 순례자 한사람의 모습이 보인다.

 

잔뜩 흐리고 비가 오다 개다 하는 날씨.

순례길에선 아주 맑은 날 보다 이런 날이 더 걷기 좋다.

밀밭을 지나니 이젠 노란 유채꽃밭이 나온다.

 

 

할머니를 따라 산책나온 듯한 스페인 검둥개

구부정한 모습이 주인을 닮았다.

 

오늘 걸은 코스는 프랑스길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히는 난코스.

업다운이 심한데다

진흙탕과 자갈돌밭이 번갈아 나옴.

ㅠㅠ

그래도 길은 요렇게 이쁘다.

정말 세상에 공짜는 없다.

 

 이제까지 올라온 길이 까마득하기만 하다.

 

 한참을 올라오니 풍력발전기가 보이는데

카미노 카페에서 많이 본듯한 풍경이다.

 

경사가 심하고 진흙탕에 발이 쑥쑥 빠져서 도대체 속도가 나질 않는다.

에너지소모가 심해서 정말 죽을 맛.

 

도중에 지나친 작은 마을 수퍼에서 콜라와 물, 바게트 빵을 사서

우걱우걱 씹어먹으면서 경치구경.

가슴이 탁 트이는데

앞으로 얼마나 더 가야하는건지 생각하면 막막하기만 하다.

ㅠㅠ

 

숨이 턱에 차고 등에 맨 배낭이 천근만근으로 느껴지기 시작하는데

이젠 1킬로만 더 걸으라고 해도 죽을 것 같다.

ㅠㅠ

평소에 운동 좀 하고 근력을 좀 길러 놓을 것을...

하지만 이런 후회가 이 곳에선 아무 도움이 안되고

그런 생각하는 시간에 한걸음이라도 더 떼야 한다.

 

아... 이젠 정말 못 가겠다는 생각이 들때 겨우 산 정상에 도착.

 

 

산정상에는 카미노 관광책자에도 나오는 유명한 철제 구조물이 있다.

산정상에서 앞서간 한국 여대생 듀오를 만나 콜라 한병 나눠 마시고

서로 사진 찍어주기.

 

 

  

 

 

 팜플로나 알베르게에서 만났던 그 충직한 녀석을 여기에서도 또 만났네.

 

 

 빨간 망또 두르고 사진찍는 저 여자가 이 견공의 주인이다.

이름은 베아뜨리체.

카미노 여정에서 자주 만나게 되는 순례자 중 하나.

 

 

한국여대생들과 바위에 잠시 걸터 앉아서 담소 나누고

서로 망봐주면서 생리현상 해결하고
(카미노 길에선 화장실을 찾기 매우 힘들다.
특히 오늘처럼 지나치는 마을 별로 없이 산길이 계속되는 경우
그냥 자연에서 해결하는 수 밖에...)

다시 출발.

 

(2부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