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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걷는아이들 소식/청소년 사업

2016 자몽 연구 발표회 : 마음의 관리? 마음의 권리! _ 첫 번째 이야기

by 함께걷는아이들 2017. 4. 18.

안녕하세요~ 오랜만에 인사드리는 이간사 입니다~~

 

오늘은 2016년 한해 동안 자몽 참여기관들과 몽실팀이 함께 고민하고 연구한 결과를 공유하려고 찾아왔습니다.

 

지난 216, 진행된 연구발표회에는 100명이 훌쩍 넘는 분들이 참석하셔서 뜨거운 관심을 보여주셨는데요,

미쳐 소식을 듣지 못했거나, 부득의한 사정으로 참석하지 못해 아쉬워하시는 분들을 위해!!

오늘부터 두 번에 걸쳐 연구내용을 자세히 소개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연구주제

마음의 관리? 마음의 권리! - 청소년 심리정서지원사업, 무엇을 묻고 무엇을 고민할 것인가

 

연구의 시작

2015년부터 인권교육센터 들은 "자몽의 곁에서 동행하는 몽실 프로젝트"를 통해 위기청소년의 자립을 지원하는 기관들을 만나면서 관련된 연구를 진행해왔습니다. 2015년에는 6개의 대안적 자립개념 과 자립역량척도를 개발하였습니다. [2015 자몽 연구발표회 둘러보기]

 

기존의 자립척도를 접한 청소년들이 자립의지나 심리정서 상태, 사회성과 관련된 척도문항에 아주 격렬한 반응을 보인다는 점에 주목하게 되었습니다. “우리를 환자로 보는거야?” 이 한마디로 압축되는 청소년들의 반응에는 삶에서 축적된 맥락이 깔려있을 터였습니다.

위기청소년 자립지원현장을 둘러보니 멘토링, 예술치료, 심리상담 등 다양한 이름과 형식으로 심리정서지원사업이 진행되고 있는 것을 발견하였고, 이런 지원사업의 경험이 청소년들에게 긍정적이지만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연구방법

답을 찾기 위해 관련 문헌들을 살폈고, 청소년 자립지원현장에서 일하는 실무자들을 만나 고민을 듣고, 청소년과 함께 치유작업을 진행한 네 명의 치유작업자(상담자)를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또한 다수의 심리정서치료 경험을 가진 청소년 6인과의 인터뷰를 통해 청소년들의 목소리를 담았습니다.

 

연구내용

청소년은 심리정서치유 과정을 어떻게 경험하는가를 중심으로, 무엇이 저항을 낳는지 / 그리고 의미 있는 치유의 순간은 어떻게 찾아왔는지를 살펴보았습니다. 그리고, “청소년과 함께하는심리치유과정이 되기 위해 무엇을 더 질문하고 고민해야하는지에 대한 내용을 정리하였습니다.


오늘은 무엇이 저항을 낳는가?”에 대한 내용들을 먼저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저는 상담을 받고 점점 이야기하는 게 싫어졌어요. 다 최악이었어요.”

우리가 만난 청소년들은 좋고 기다려지는 시간은 아니었다에서부터 모두가 최악이었다까지 심리상담이나 치료 경험에 대해 크고 작은 거부감을 드러냈다.

 

1. “왜 해야 해요?” - 비자발적 시작

청소년들은 비자발적으로 치료현장에 떠밀려 들어가는 경우가 많다. 납득할만한 설명도 듣지 못한 채 상담치료를 시작한다. 비자발적 시작과 선택가능성이 배제된 환경은 상담치료에 대한 청소년의 부정적인 인식과 비협조를 낳는 주요 원인이 된다.

 

2. “너는 달라. 나쁘게 달라” - 낙인 그리고 진단의 남용

청소년들은 상담 좀 받아봐라는 제안을 개인문제든 가정문제든 문제 있는 애나쁜 사람이라는 낙인이 찍히는 경험으로 받아들였다. 안 그래도 심리상담이나 치료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있는데다 제안 또는 지시하는 이들에게 자신이 상담이 필요한 골치 아픈 애로 분류되고 있다는 메시지를 함께 전달받았기 때문이다.

또한 특정 상황에서 당연히 보일 수 있는 정서적 반응이나 어떤 맥락에서 자기만의 생존방식으로 선택한 정서적 해법이 장애정신병으로 해석된 경험도 청소년들의 저항감을 불러일으키는 중요 원인이다.

 

그때 학교도 그만두고 집도 쫓겨나고 가진 것도 없어서 엄청 힘들었는데 풀 사람이 없었어요. 조금만 건드려도 화가 나는 거예요. 샘한테도 화내고 그랬는데, 다혈질이라고 병원가라고. 그래서 병원 갔어요. 병원에서 ADHD라고 결과가 나왔다고 그걸 저한테 보여줬어요. 혼란스러웠어요. 이게 뭐지? 내가 정신병자가 된 것만 같고, 내가 화내는 게 비정상인 것만 같고 그랬었죠. 그 다음엔 너무 웃겨갖고 친구한테 말했어요. 나 검사 받았는데 ADHD 나왔다 이렇게. (장애가 있다는 말이 어떻게 들려요?) 너는 일반 애들과 좀 달라, 나쁘게 달라 이런느낌. ‘분노조절장애 같애그러면 일반 애들과 다른, 화를 많이 내는 이상한 성격을 가진 애 같게 느껴지는데, ‘너는 이런 행동을 보면 화를 많이 내는 것 같애그러면 일반 애들과 다를 바 없지만 이 행동은 싫어하는 거 같애 이렇게 들려서 더 좋죠. 그렇게 말해준다면 땡큐죠.” - 이의진(가명)

 

3. “저를 어떻게 알아요?” - 엿보기와 관계를 넘어서는 캐묻기

상담치료 과정에서는 매뉴얼마냥 만남의 초기부터 검사지가 등장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청소년들이 원하지도 않는 관찰과 판단의 대상이 되었다고 느끼는 순간이다. 그것도 생전 처음 본 사람얘기도 나눠보지 않고오롯이 하나의 검사지나 짧은 상담으로 평가한다면 저항감을 가지는 게 당연하다.

 

효과적인 청소년 상담에서 청소년에게 말을 걸지 않고 치료하려고만드는 상담자의 태도를 문제라고 꼬집는다. “한 번에 풀 순 업죠.”라는 말은 흔히 강조되는 라포(rapport)라는 말이 단지 상담자에 대한 신뢰만이 아니라 상담자와 내담자의 유대관계도 포함하는 개념임을 상기시킨다.

 

그냥 친해지면 얘기해주겠죠. 뭐 했냐 맨날 물어보고 그러는데, 쪽팔리니까 얘기 안 해야지 이러면서 우연히 얘기가 나왔는데 그 사람이 좋은 반응 보여준다거나 그런 얘길 해주면 이런 고민도 얘기해봐야지 하면서 계속 풀어지는 거죠. 한 번에 풀 순 없죠.” -이민수(가명)

 

4. “어색하고 답답하고 위축되고” - 어색한 이야기 구조

상담치료 시간이 제한돼 있다는 것만이 청소년들이 느낀 답답함의 이유는 아닐 것이다. “맨날 나혼자 주절주절 말했던 시간이라는 표현에는 귀한 통찰이 담겨있다. 이들이 느낀 답답함의 밑바닥에는 대화가 아닌 독백과 관찰로 이루어진 상담치료실의 전형적 구조가 놓여 있다. 누군가는 들어가자마자 이를 직감하고 마음의 문을 닫았고, 또 누군가는 그럼에도 다시 기대감을 갖고 말을 시작했지만 결과는 좌절이었다.

 

5. “나중에 뒤통수를 치셨죠.” - 배반 혹은 외면

청소년들은 원치도 않은 상태에서 일방적인 도움의 자리에 소환되거나 필요한 도움을 외면당한 경험을 갖고 있었다. 한 청소년은 피하고 싶은 화해의 자리에 참여해야만 했던 기억과 상담자에게만 꺼낸 이야기가 타인에게 공개된 기억을 떠올렸다. 자율성 혹은 자기주도적 해결의 기회를 빼앗긴 상담의 경험은 치유를 방해하고 상담치료에 대한 신뢰를 거둬들이는 결과로 이어졌다.

 

6. “해결하고 싶었던 게 있었는데...” - 공감에만 머무르기

상담치료가 개인의 내면에만 집중할 때 그 내면과 연관된 사회구조나 정치적 문제에는 관심을 기울이지 않게 된다. 이 경우, 청소년의 상황을 변화시키는 것이 아니라 청소년의 정신을 치료하여 상황에 적응시키는 것이 치료의 목표가 되어버린다.

 

학교는 정말 숨쉬기가 힘든 곳이에요.”라고 아이가 호소해도, 상담자는 네 학교는 어떤 곳이야?”라고 묻지 않는다. 상담자는 아이가 당면한 학교가 어떠한 상황인가에 관심을 두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상담자의 관심은 아이의 감정에 있다. 학교에 있으면 숨쉬기 어려운 모양이군요.” 라는 식으로, 아이가 느끼는 감정에 초점을 맞추어 아이의 느낌을 명확화한 말로 되돌려 준다. 나카지마는 이것을 상담 기능이 가진 문제설정의 바꿔치기라고 말한다. (...) 즉 그것은 현상을 고정시킨 채 내담자를 거기에 적응시켜 가는 현상긍정을 위한 기법이기 때문이다.” - 오자와 마키코, 심리학은 아이들의 편인가, 125-126

 

7. “결론은 어쨌든!” - 정해진 답이 있는 닫힌 상담

현재 청소년들이 겪고 있는 문제의 원인을 과거의 외상 경험이나 가족환경에서만 찾는 경향이 있고, 문제의 해법을 찾는 과정에서도 공감과 수용이 아닌 훈계와 교정이 목표가 된 닫힌 상담을 경험한 경우도 많았다.

내담자의 위기경험을 이해할 삶의 언어를 가지지 못한 상담자들에게 필요한 것은 자기 판단과 교화하려는 의지가 아니라 청소년의 아픔을 조금이라도 더 이해하려고 하는 노력인 것 같다.

 

인정을 받아야 교정이 되죠. 어떤 고칠 수 없는 습관들 있으시죠? ‘그 습관 나쁜 거야. 고쳐야돼.’ 하면 안 고쳐지거든요. ‘그 습관 이렇게 해서 생긴 거 이해해. 나라도 그렇게 할 거야.’ 그러면 마음을 놓거든요. 이 환경에서 자라난 십대들은 우리랑 결코 다른 사람이 아니라는 거, 우리와 같은 기준으로 이 사람을 이해하는 거, 별 세계에서 살아온 이상한 외계생명체가 아니라 나의 입장에서 이해해도 될 만한 체험들을 하고 있거든요. 동동한 사람으로 보고 지원을 하는지, 아니면 나랑 전혀 다른 사람이야 이런 관점에서 지원하고 있는지 그런 것도 중요하죠.- 최현정, 몽실 초청 워크숍 중에서

 


 

 

이렇게 7가지로 청소년들이 심리정서치유 과정에서 갖게 되는 저항의 이유들을 살펴봤습니다. 다행히도 청소년들이 상담치료의 과정에서 좋은 치유작업자와의 만남을 기억하는 이들이 있고, 이런 경험이 인생의 반환점이 되었다고 이야기하는 친구들도 있었는데요.!

 

이들의 이야기와 함께 다음시간에는 의미 있는 치유의 순간은 어떻게 찾아왔는지 그리고, “청소년과 함께하는심리치유과정이 되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지 함께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몽실-연구결과발표회_자료집_2016.pdf

 

연구보고서 전체 자료를 첨부합니다.

천천히 읽어보면서 예습, 복습 하시면 다음 이야기가 더 잘 이해되실꺼에요~ 다음 주에 다시 찾아 올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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