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사람 더 사랑해서 미안해 -고민정

by 함께걷는아이들 2017. 5. 2. 15:54

김팀장이 휴일을 보내는 방법_ 읽기.

5월의 첫 주는 퐁당퐁당 연휴. 그래서 푸르른 5월이 괜시리 짧게 느껴진다.

한동안 잠자고 있는 함걷아 '책 맛보기' 게시판을 홀홀 흔들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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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사람 더 사랑해서 미안해>

              글, 사진 고민정

 

 

고민정. kbs전 아나운서, 시인의 아내, 지금은 대선후보 문재인 캠프에 있는 대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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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민정 아나운서에 관심을 갖게된 것은 대학생 때였다.

언론정보학과에 입학했던 나에게(물론 이 후 전과로 졸업은 사회복지학) 기자, 아나운서들은 늘 관심대상이었는데_

그녀는 내가 좋아하는 동글동글한 외모에 웃을 때 싱그러웠고, 진행하는 라디오는 평안했으며, 아나운서 특유의(?) 내음이 없었다.

얼마 안가 kbs를 퇴사했고, 나도 한동안 그녀를 잊었다.

며칠 전 그녀의 남편이 문재인 대선캠프에 합류한 그녀에게 보내는 편지를 읽었다.

그 편지와 함께 그녀를 기억했고, 오늘 그녀가 쓴 에세이를 한숨에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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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대선캠프에 합류한 그녀의 행보에 그다지 감흥은 없다.

오늘 소개하는 에세이 '그 사람 더 사랑해서 미안해'도 드라마틱한 감흥은 없다. 

다만_ 돈, 예술, 일, 사랑, 결혼, 가정, 가치관, 여유, 출근 그리고 퇴근, 여행, 시 등등 내 또래 사람들이라면 관심있을 법한 삶의 내용들을 다루고있다.  

아나운서 생활을 청산하고 1년간 남편과 함께 중국, 베트남을 여행하는 동안 쓴 에세이.

여행 중 만나게 되는 장면들과 남편을 처음 만났을 때부터 현재의 삶을 오버랩해서 써낸다.

아내와 엄마로서 남편과 아이를 바라보는 시선, 여자로서 자신의 일을 사회의 긍정적 변화와 연계시키는 자세, 인간으로서 숨가쁘게 달리는 삶에 잠시 멈춰 성찰하는 모습들에 잔잔한 도전이 있다.

시끄럽고 빠른 세상 속에서, 두 세배의 속도로 살아내고있는 한 여자, 일하는 여성, 아내, 엄마들에게 추천한다.

 

- 기억에 남는 page, 기록.     

# 이런 세상 속에서 시인인 그 사람은 가난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오히려 너무 많이 소유하는 것을 경계했다.
자신을 위해서 하는 것은 오직 책 사는 일 뿐이었다.
대신 주위 사람들에게, 특히 자신보다 더 힘들 것이라 여겨지는 이들에게 조금이라도 더 나누어 주려고 노력했다.
내가 회사에서 받는 월급보다 더 많은 돈을 버는 프리랜서들이 부럽다고 말하면 그는 조금의 머뭇거림도 없이 단호하게 말했다.
아나운서로서 방송국이 아닌 다른 곳에서 더 많은 사회적 역할을 할 수 있어 프리랜서로 활동하는 거라면 괜찮지만, 단순히 돈을 더 많이 벌기 위해 프리랜서를 선택하는 건 동의할 수 없다고 했다.

돈에 휘둘리는 삶이 아닌 돈을 이끌 수 있는 삶을 살자고 했던 처음의 마음을 잊었느냐면서 말이다.
이렇듯 세상은 돈을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었고, 그는 돈과는 거리를 두며 살아가고자 했다.

하지만 난 세상과 그 사람 사이에서 균형을 맞춰야 했다. 현실을 무시하고 살아갈 수도 없었고 한 사람의 아내로서 그를 이해하지 않을 수도 없었다.
예술 하는 이들의 순수함을 초라하게 만드는 세상 사람들이 미웠고, 세상과 타협하지 않으려는 그의 꼿꼿함에 숨이 막힐 지경이었다.

모두 다 싫었다. 그 사이에서 외줄을 타는 것도 싫었고 세상과 예술을 서로에게 이해시키는 일도 버거웠다.

그런데 참 신기하게도 여행을 시작한 지 보름이 지나자 굳게 닫혔던 내 마음이 조금씩 열리기 시작했다. 나를 둘러싼 모든 것들이 내게 말을 걸어오는 것 같았다.

거리 곳곳에 자리잡은 아름다운 집들은 예술은 그리 대단한 것이 아니라고 속삭였다.

예술은 그저 돈이 아닌 세상의 아름다움에 눈뜬 사람들의 고귀한 행위일 뿐이라면서 말이다.

그런 아름다운 사람을 곁에 두고 있으면서 무엇이 무섭고 무엇이 그토록 서럽냐며 나를 다독여 주었다.

 

#서로 상대방의 입장이 되어 보면 그리 심각하게 으르렁거릴 일도 아닌데 쓸데없이 감정을 너무 허비하며 살았던 게 아닌가 싶다.

<주역>을 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바로 하늘 위에 땅을 올려놓은 모양의 지천태괘를 보면서였다.

 

태괘는 작은 것이 가고 큰 것이 오기에 길하고 형통하다.
이것은 천지가 만나고 만물이 통하는 것을 의미한다.
상하가 만나고 그 뜻이 같다.

 

지천태괘. 하늘과 땅의 위치가 바뀌어 있는 것은 분명 자연스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공자 이후 시대의 사상가들은 이를 하늘과 땅이 만나 화합을 이루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하늘의 기운은 위로 향하고 땅의 기운은 아래로 향하는 것이기 때문에 서로 뒤바뀌어야 통할 수 있고 만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와 반대의 괘인 천지비괘는 좋지 않은 예로 들고 있다.

땅 위에 하늘을 올려놓은 모양은 가장 자연스럽기는 하지만,

위로 올라가려는 하늘의 기운과 아래로 내려가려는 땅의 기운이 만나지 못해 통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물론 이에 대해 다양한 해석들이 있긴 하지만 내겐 사람과의 관계에 대한 가르침으로 다가왔다.

마땅히 위에 있어야 할 하늘은 밑으로 내려와 땅을 이해하고

반대로 땅은 위로 올라가 하늘을 이해하는 역지사지의 마음 말이다.
선생님들이 학생들의 넘치는 끼를 이해해 그것을 더 키울 수 있도록 돕는다면
학생 또한 선생님의 고단함을 이해하고 더 잘 따를 수 있게 될 것이다.
상사는 부하 직원들의 다양한 의견을 가감 없이 펼칠 수 있도록 장을 마련하고,
부하 직원은 각기 다른 요구를 아울러야 하는 상사를 이해한다.
이렇게 모두가 서로의 입장이 된다면 크게 이해하지 못할 일도 없을 것이고
자연스레 목소리를 높일 일도 줄어들 것이라는 의미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