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소득이란 모든 사람들이 인간다운 삶을 보장받기 위해 조건 없이 정기적으로 지급되는 현금을 뜻한다. 그동안 경제활동의 주체인 성인만을 대상으로 논의가 진행되던 기본소득을 청소년을 위한 제도로 확장시키고자 하는 시도로서 6월 19일 화요일, 민주노총교육원에서 <청소년과 기본소득 실험의 만남> 교육이 진행되었다. 이는 청소년 자립지원사업 자몽(自夢) 사업의 일환으로 인권교육센터 들과 자몽 참여 기관들이 모여 청소년 기본소득 연구 결과를 공유하고 현장에서 겪는 고민을 나누기 위해 열린 장이었다. 교육은 2시간 강연과 2시간 워크숍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본 기사에서는 강연의 내용, 워크숍에서 나눈 이야기들을 중심으로 청소년 기본소득에 대해 그 의미를 전달하고 교육 체험기를 남기고자 한다.

 

 

Part1. 빈곤과 청소년

 

기본소득 실험 인터뷰에서 한 청소년은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부모님이 잘 사는 것이지, 제가 잘 사는 것은 아니잖아요.” 사람들은 청소년이 시민으로서의 삶이 가능하다는 상상을 잘 하지 못한다. 그들은 가족 내에서 경제적으로 종속되어있는 수동적인 존재로 취급되기 때문이다,


부모에게 종속된 청소년들은 사적 욕구를 채우기 위해 용돈을 쓰는 것에 대해 미안한 마음을 가져야 한다. 용돈으로 노래방이나 PC방에 가서 친구들과 어울리는 모습은 질타를 받지만, 문제집을 사거나 인터넷 강의를 등록하는 학생은 칭찬을 받는다. 가정의 소득수준과 관계없이 대부분 청소년은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자유롭게 하는 일에 결핍을 느끼고 실질적으로 빈곤한 상태에 놓여 있다.

 

 

Part2. 기본소득이 묻는다. 무엇을?


이렇듯 사회경제적 약자의 위치에 있는 청소년을 위한 기본소득 제도는 아직 미미한 수준이지만 존재하고 있다. 핀란드 학업수당이 그 예이다. 핀란드에서는 중등, 고등교육을 받는 청소년들에게 학업수당을 지급한다. 나이, 독립여부 등에 따라 금액 차이는 있지만 핀란드에서 공부하는 학생이라면 누구나 무조건적으로 받을 수 있다.


청소년들이 쇼핑이나 유흥 등에 돈을 낭비할 것이라고 우려하는 국민은 학업수당과 같은 기본소득 제도에 대해 반대할 것이다. 그러나 돈의 의미를 시간·관계·존엄을 지키는 최소한의 조건이라고 생각해보자. 가정에서 경제적인 지원이 불가능한 청소년들은 아르바이트를 하느라 원하는 일에 시간을 쓰지 못한다. 누군가는 돈이 부족하여 친구들과 함께 늦게까지 어울리지 못하여 관계의 결핍을 느낀다. 또 다른 청소년은 경제적 약자 입장에서 부모님에게 용돈을 구걸하는 등 돈을 주는 자와 협상을 해야 한다. 이러한 시각으로 돈의 의미를 본다면 일정 정도 수준의 돈은 청소년이라는 한 명의 개인이 정말로 인간다운 삶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수단이라고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참여자 경험 나눔


강연 이후에는 진행자 날맹님은 짤막한 질문을 던졌다. 첫 번째 질문은 ‘~한 순간/장면/인물을 떠올리면 기본소득이 정말 필요했을 것 같다’였다. 이는 타인의 경험, 상황에서 기본소득이 줄 수 있는 효과에 대한 질문이다. 두 번째는 ‘나의 청소년기에서 기본소득이 있었다면 내 인생에서 ~가 달라졌을 것이다.’였으며, 청소년기 자신의 삶에 기본소득이 가져올 수 있었을 변화에 대한 질문이었다. 두 가지 질문에 대해 참여자들은 종이에 글씨를 적어 서로 의견을 활발하게 공유했다.


첫 번째 질문에 대해서 현장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다양한 기관 선생님들의 말씀을 들을 수 있었다. 함께걷는아이들의 이현진님은 ‘치킨 세 마리’라는 글자를 적었다. 기관 이용 청소년들에게 돈이 많이 생기면 무엇이 하고 싶은지 질문을 했을 때 한 학생은 치킨 세 마리를 먹고 싶다고 답했다고 한다. 어찌 보면 시시하고 평범한 일이라고 생각될 수 있지만 빈곤에 놓인 청소년에게는 자신이 좋아하는 음식을 푸짐하게 먹는 기본적인 욕구 보장조차 이루어지지 않는 복지제도의 취약성을 깨닫게 한다. 조건 없이 현금으로 직접 지급되는 기본소득이라면 이러한 결핍을 채워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상상을 하게 하는 대답이었다.


두 번째 질문에 대한 답변으로 청소년 활동가는 종이에 ‘옥탑방’이라는 글자를 크게 적었다. 그는 경제적 지원을 받기 위한 반 강제적인 약속 때문에 나가고 싶지 않은 학교를 다녀야 하는 것이 힘들다고 토로했다. 돈을 위한 협상 없이 정부에서 제공 되는 돈으로 충분히 생활할 수 있다면 집으로부터 독립해 옥탑방을 구해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일을 하고 싶다는 것이다. 학교를 다니는 것보다 아동 청소년의 인권문제, 복지제도에 관심 있는 청소년 활동가에게 기본소득 제도는 자신에게 더 유의미하게 다가오는 활동을 주저 없이 선택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주는 희망과 같이 느껴졌다.

 

 

청소년 지원현장의 파노라마

 

마지막으로 두 팀으로 나누어 기본 소득에 대한 3가지 질문을 이야기해보고 공유하는 시간을 가졌다. 첫 번째 질문은 ‘기본 소득은 ~이다.’였다. 기본소득 정의에 관한 질문에 대해 다양한 기관에서 개성 있는 의견들이 나왔다. 1조에서는 청소년 기본 소득은 맞춤형 소득이자 조건 없는 지급이지만 현실에서 실현가능할지 의문을 갖게 만드는 정책이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상향과 같은 보편복지제도의 한 형태인 기본소득에 대한 기대와 우려를 동시에 포함한 답변이었다.


두 번째 질문은 ‘~이 있는 실험(시도)은 기본소득의 취지를 축소시킬 수 있다.’였다. 이 질문에 대해 1조는 다음과 같이 답했다. ‘기본소득인 척’하는 실험(시도)은 기본소득의 취지를 축소시킬 수 있다. 난다님은 기본소득을 어설프게 표방한 청년수당 제도로 인해 불편함을 겪었다고 토로했다. 조건 없이 시간과 돈을 주겠다는 처음 취지와는 달리 복잡한 선발과정, 소득 사용 증명, 평가, 불신, 숨은 목적 등이 내재되어 있다고 한다. 기존 청년수당과 같은 불완전한 기본소득에 대한 걱정이 담긴 의견이었다.


세 번째 질문 ‘기본 소득 사업을 제대로 평가하고자 한다면 무엇에 주목해야 될까’에 대해서 2조가 답변해 주었다. 평가기준에 집착하기보다는 구성원이 기본소득 제도에 대해 얼마나 만족하는지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본 소득을 잘 썼는가, 기본소득을 받은 후 일을 그만두었는가는 개개인의 자유로운 선택권에 의해 결정되어야 하며 평가기준이 되면 안 된다는 것이다.

 

청소년 기본 소득은 달리 보면 우리 사회에서 가장 힘없는 계층에게 소득을 쥐어주는 것이다. 기본소득을 제공한다면 어른들은 ‘경제‘를 가르치며 청소년이 얼마나 효율적으로 돈을 잘 썼는지 평가하려 할 것이다. 그러나 청소년들이 직접 부딪히며 소비를 통해 그들에게 가장 필요한 선택이 무엇인지 가릴 수 있는 힘을 기르게 하는 것이 더 나은 투자이지 않을까. 청소년 기본 소득과 유사한 사업이 세계 곳곳에서 시행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적극적으로 청소년 기본소득을 논의되기 위해서는 모두의 관심이 촉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