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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기자단 기사

제대로 배워야 아는 만큼 보인다 -우리나라 학교 성교육의 현시점

by 함께걷는아이들 2018. 12. 19.

“모든 학급은 자리에 앉아 주변을 정돈하고 교실 TV를 켜주시기 바랍니다. 잠시 뒤 교내 성교육을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내가 학창시절 들었던 성교육의 서두였다. 방송실의 중앙관할아래 촬영실에서 강사님의 설명만을 듣는 것을 우리는 성교육이라고 칭했었다. 아기가 생기는 과정을 보여주고 임신을 통한 출산 영상을 보여주고, 콘돔을 내보이며 모형 성기에 끼우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전부였다. 이마저도 나와 내 친구들은 듣지 않았다. 재미가 없었고, 사실 큰 도움이 되는지도 몰랐기 때문이다. 대학생이 된 지금의 시점에서 돌이켜 생각해보면 우리나라의 교내 성교육은 매우 부실한 실정이다. 성 지식이라고는 친구들끼리 핸드폰으로 SNS로 전해 듣는 것들이 전부였고, 정확한 피임방법에 대해서도 성교육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전혀 인지하지 못했었다. 그렇다면 교내 성교육은 어떤 실정일까, 몇 년이 지난 지금은 개선된 점이 있을까. 교내 성교육의 문제점과 개선방안에 관해 이야기를 나눠보고자 한다.

 

출처: 국민일보 http://news.kmib.co.kr/article/view.asp?arcid=0923754592

 


성교육은 성에 대한 과학적 지식과 바람직한 태도에 근거하여 책임 있는 성행동을 할 수 있도록 가정, 학교, 사회가 협력하여 인간완성을 지향하는 인간교육인 동시에 인격 교육이다. 학교 성교육은 인간교육으로서의 성교육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각 학교에서 다루어지고 있는 인간발달과 사회생활에서 인간관계에 관한 교육을 말한다. 그런데 현재 공교육 틀 안에 있는 성교육은 몇 가지 문제점을 지니고 있다. 관련 교과 수업 외에 연 1~2회 정도 비디오 상영이나 초청 강연 등의 특별프로그램에 의지하여 성교육을 운영하고 있는데 이러한 낮은 빈도는 학생들이 성에 관한 충분한 지식을 습득하기에는 턱없이 적은 숫자이다. 교사들은 입을 모아 ‘수업자료나 관련 보조자료를 구하기 어렵다’, ‘질의응답이나 내용설명 등에 있어서 표현상의 제약을 느낀다’라고 이야기한다. 실상 효율적인 성교육을 위해서는 시청각 교재의 활용이 효과적이라고 알려졌지만 성 정보의 홍수 속에서 사는 오늘날 역시도 성교육을 위한 교수학습자료의 확보가 쉽지 않다는 한계점을 지님을 알 수 있었다. 더불어 교사들은 ‘학생들의 성 문제에 뾰족한 대처방안이 없으면서도 수습을 해야 하는 처지에 놓여있다’라는 어려움을 토로했고 ‘의욕은 있으나 활용할 수 있는 자료가 부족하다’는 반응 역시 높게 나타났다.

특히 성교육 시 교사들은 주로 근무지 학교에 비치되어있는 자료를 이용하여 수업을 진행하거나 특별한 보조자료를 사용하지 않고 강의 중심으로 진행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개인 소유와 학교자료를 포함해서 현재 활용할 수 있는 성교육 자료는 평균적으로 자료집이나 관련 서적이 2.21권, 슬라이드 0.17편, 비디오 필름 2.53편 등으로 나타나 일선 학교에서의 성교육 관련 교수학습자료가 상당히 부족한 실정임을 잘 드러내 보여주고 있다.


그렇다면 학교 내 성교육은 어떻게 바람직한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을까? 우리나라 교육 현실에 비추어 볼 때 가장 바람직한 성교육의 시행 방법으로는 가장 관련 깊은 한 교과에서 체계 있게 가르치고 필요에 따라 특별 강의를 병행하는 방법이 적당한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 초등학교 진학 이후부터 공식적인 성교육에만 의존할 것이 아니라 유치원에서부터 성교육을 시행하여야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아동의 성적 성숙과 더불어 성적 동기유발 요인이 범람하는 사회현실을 고려할 때, 인간교육의 관점에서 유치원에서부터 체계적인 성교육이 필요하다. 발달 단계상 인간은 연속 선상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더불어 학교에 성교육을 위한 전담교사를 배치하는 것도 바람직하다. 학교 성교육이 대체로 관련 교과를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현실을 고려한다면 성교육 관련 교과의 교사 중에서 체계적, 주기적인 연수교육을 통하여 학교별로 성교육 전담교사를 확보하는 방안이 좋을 수도 있다. 학교에서 배우는 교과목 이외에도 아이들은 전인격적인 교육과 더불어 건강한 인간으로 성장할 권리가 있기 때문이다. 인간으로서의 본능을 생각해 본다면 성교육은 학교 내에서 굉장히 중요하고 섬세하게 다루어 져야 할 부분이다.

 

성교육에 있어서 가장 중요하면서도 기초적인 것은 성에 대한 올바른 개념의 형성과 본질적인 이해이다. 성에 대한 바른 이해가 우선시되어야 인간교육으로서의 성교육 목표 달성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서는 학생들에 대한 교육에 선행하여 교사들의 성 가치관과 성교육관이 바르게 정립되어야 함을 전제로 한다. 성의 본질에 대한 바른 이해를 바탕으로 확립된 건전한 성 가치관과 과학적 지식 습득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를 통해 성 문제에 대한 자기조절 능력을 키워주는 것이 구체적인 처치방법을 지도하는 것 보다 성교육의 목적에 더 부합되며 보다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있다.


성교육은 단순히 지식을 습득하는 다른 교과목들과는 다르게 인간으로서의 바른 가치관을 정립하고 건강한 자아상을 가지게 하는 데 큰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우리나라 공교육 현실에서 가장 실현 가능하고 바람직한 방법을 연구하여 아이들에게 효과적인 성교육을 제공해야 한다. 이를 위해 관련 교사 간의 협의체 구성이나 학교장의 관심 있는 배려 등에 더불어 학생들이 가진 다양한 문제와 그에 따른 상세한 지도지침의 확보를 통해 성교육 담당교사들을 확보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청소년들의 성교육 효과를 높이기 위해서 현실적 문제들에 눈을 돌리고, 교사들이 실질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상세한 성교육 지도지침의 마련이 필요할 때다. 보여주기식의 성교육이 아닌 본질적이고 일상적인 내용의 성교육이 우리 학생들의 피부에 와닿아 생활 속에서 쉽게 접하고 실천할 수 있는 근본적인 성교육으로 자리매김하기를 바란다. 건강한 성에 관한 인식은 훗날 우리 아이들이 건강한 성인으로 성장하는데 튼튼한 디딤돌이 되어 줄 것이며 이를 위해 이 사회의 모든 어른과 선생님, 학교 그리고 정부의 협동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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