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초타운 트라팰리스 801호

by 함께걷는아이들 2014.04.30 13:59

 

사회복지 관련 단체에서 일한지 10년이 훌쩍 넘었다.

그간 나의 직장은 사회복지라는 공통점만 있지 아주 버라이어티 하여 복지관-연구원-자활-NGO-정부출연기관까지 다양한 일터에 몸 담았다.

근무조건이나 환경, 급여도 천차만별 다양했는데, 오늘은 사무공간에 대해서 얘기해볼까 한다.

 

사회복지 기관에서 일하면서 아주 좋은 공간이나 여건을 기대하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 같다.

나의 지난 직장 중 특별히 기억에 남는 사무실이 있었는데 자활지원센터에 근무할 때다.

그 자활센터는 운영법인이 복지관이어서 면접은 아주 멀쩡한(?) 건물인 복지관에서 보고 첫 출근을 하러 자활센터로 간 날

자활센터들이 다 그렇듯이 지자체에서 무상임대한 건물에 위치하고 있었고 내가 일한 자활센터는 파출소 건물에 자리하고 있었다.

예산 부족으로 그랬겠지만 전혀 리모델링 하지 않은 파출소 그대로의 모습을 갖추고 있었고, 지금 생각하면 왜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천장에는

뜯어진 벽지를 대신하는 신문지가 붙어 있었고, 조명은 아주 어두워 낮에도 컴컴했으며, 책장이 부족하여 업무파일들은 책상에 나열하듯 수북이 쌓여 있었다.

그 자활센터 책임자로 첫 출근한 날 나의 첫 번째 질문은 곧 이사해요?”였다. 물론 그 어수선함이 이사 때문은 아니었고, 난 곧 그 공간에 적응했다.

 

이런 다양한 사무공간을 거쳐 현재 나의 일터인 [함께걷는아이들]은, 강남역 7번 출구 서초타운 트라팰리스 801호 오피스텔에 위치하고 있다.

바로 맞은편은 삼성전자, 삼성생명 등 삼성본사 사옥들이 자리잡고 있다.

개인모금으로 운영되는 민간 NGO가 어떻게 이렇게 비싼 빌딩에 사무실을 차리게 되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오피스텔은 [함께걷는아이들] 이사님 중 한분의 소유이고 우리는 이곳에 무상임대 중이다.

(지자체의 파출소 건물 무상임대와는 사뭇 다른 무상임대이다.)

[함께걷는아이들]을 무척 사랑하시는 우리 이사님은, 여자들이 일하는 직장(사회복지는 대부분 여자. 위의 자활센터 때도 모두 여자였음.)이 무엇보다 안전해야 한다면서 경비가 철저한 오피스텔을 마련해주셨다.

 

사무실에 입주하여 첫 출근한 날.

나는 시골에서 막 상경한 사람처럼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삼성본사 건물 사이에 흐르는 이 자본주의의 기운은 무엇인가...

아침 7시부터 삼성본사 주변은 이미 시작된다. 모든 커피집은 다 문을 열고 이미 많은 사람들이 북적인다. 삼성맨들과 함께 출근하는 분들이 또 계시니 시위하는 분들이다. 이 분들의 출근도 삼성맨만큼이나 일러서 9시 이전에 삼성 근무와 함께 시작된다. 시위는 간혹 대규모 집회이지만 일상적으로는 1인 시위다. 마이크를 잡고 계속적으로 삼성을 향해 무언가를 호소하신다. 처음엔 너무 시끄럽다고 생각되었고, 그 다음엔 시위내용에 몰입하여 업무에 집중하기 어려웠고 이제는 일상적인 소음처럼 적응이 돼서 시위가 없는 날은 뭔가 허전한 느낌이 든다.

가끔 그런 생각이 든다. 저 삼성은 마치 여리고성 같고 끊임없는 1인 시위와 다양한 이슈의 한맺힌 호소들로 인해 저 여리고성이 언젠가 무너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

 

자본주의의 노른자위 같은 이 강남에도 여름에 비가 많이 오니 물이 넘쳤다. 아이러니하다. 삼성건물이 들어서면서 뭘 설치를 해서 그렇다는지 설치를 하지 않아서 그렇다면서 서명을 받아간다. 그래도 겨울에는 눈이 아무리 많이 와도 주변에 눈이 쌓여있는걸 본적이 없다. 늘 신기하게 생각했는데 어느 눈이 많이 오는 날 밖에 나갔다가 그 이유를 알았다. 삼성본사 주위를 제설차가 계속 돌고 있는 것이다. 그렇게 이 자본주의 골목은 자연을 이리로 저리로 조정하느라 바쁘다.

 

                                                                                   <사무실에서 찍은 사무실 앞 전경>


처음 사무실을 쓸 때는 알 수 없는 불편함이 있었다.

사회복지기관이, 모금기관이 이렇게 좋은 사무실을 사용한다는 것에 대한 불편함이랄까. 같이 일하는 업체들에게 우리 모금단체에요. 좀 깍아주세요.’ 얘기할 때마다 이 사무실이 부담스러웠다. 현장에 계신 선생님들이 오실 때마다 왠지 낯뜨겁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이 사무실은 일하는 직원들을 생각하는 이사님의, 후원자의 마음이다. 좀 더 안전하고 쾌적하고 교통이 편한 곳에서 일하라고 하는 마음. 우리는 그 마음을 받아 우리 아이들에게도 그런 마음을 그대로 전하면 되는 것이다. 우리가 대접받는 만큼 우리도 대접하고 좋은 것을 나눌 줄 아는 사람들이, 단체가 되면 되는 것이다. 그래서 [함께걷는아이들]은 나에게 사회복지단체라고 어둡고 좁고 외진 곳에서 있어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깨게 해준 곳이다.

 

오늘도 밖에서 시위소리가 들린다.

사무실 안에서는 어린이날에 맞춰 요술램프의 선물을 내보내주려는 손길이 바쁘다. 긴 연휴 전에 아이들에게 후원자의 선물을 보내주려고 어제는 새벽1시까지 일을 한 직원들도 있다사무공간의 안전을 신경써주신 이사님의 마음이 특별히 고마워지는 날이다. <Big Sunny.2014.4.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