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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걷는아이들/소식지_함께걸어ON

[2023 겨울호] 대학 밖에서 손을 잡자!

by 함께걷는아이들 2023. 1. 20.

학교와 입시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 속에서 우리가 주목하지 않았던 또 다른 이야기를 청소년을 통해 들어보고자 합니다. 투명가방끈에서 수능이 있는 한 주를 <대학비진학자 가시화 주간>으로 선포하고 "대학 밖에서 손을 잡자"는 주제로 2022년 11월 17일 오픈마이크 데이를 개최했습니다. 그날 나온 발언문 일부를 소개합니다.

*투명가방끈은 입시경쟁교육과 학력학벌차별사회, 대학중심주의 문화에 맞서 교육과 사회를 바꾸기 위해 활동하는 사회운동 단체입니다.

 

시험이 끝나면 학생들은 성적을 비교하며 더 높은 등급을 받은 학생에게 찾아가 ’내가 네 방석이 될게!’라고 외치며 엎드리는 시늉을 합니다. 본인을 ’방석’이라고 말하며 ’깔리는’ 시늉을 한다는 게 다시 생각해보면 충격적인 모습입니다. ‘누군가를 짓밟고, 행복을 찾는다‘는 게 정말 참된 행복일지 잘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입시 이후에 행복이 보장되어 있지도 않은 것 같습니다. 입시경쟁에서 승리해 명문 학교에 가고, 명문대학을 졸업해 좋은 직장을 얻고, 좋은 직장을 얻어 행복한 삶을 산다는 공식이 있는 건 불평등 세상에서 기득권층에서 만들어낸 대중들에게 조금의 희망을 주기 위한 허상 같다고 느껴졌습니다. (민서연)

 

탈학교를 하기 전 학교에서 만났던 친구가 자신의 인스타 스토리에 한가지 말을 남겨 놓았습니다. 자신이 새벽 6시까지 학원 과제를 하다가 잠이 들었는데 오후까지 깨지 못해 학원을 결석했다. 그래서 학원 강사와 친권자의 눈치가 보여 불편하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도대체 입시가 뭐길래, 충분히 쉴 권리를 가질 한 존엄한 인간이 새벽까지 학원 과제를 하다가 오후가 다 돼서야 일어나야 했을까요. 도대체 이 말도 안 되는 부당함은 어떤 언어로 설명해야 할까요. 우리의 삶을 옥죄는 입시경쟁체제와 싸워야겠다고 생각합니다. (새미래)

 

꿈을 키우라고 하면서, 왜 가로막고 계십니까? 좀 비진학자들을 위한 길을 앞장서서 터보세요. 예를 들면 저는 수어 통역사가 되고 싶은데, 사회복지사 자격증이 있으면 유리하거든요. 그런데 그것을 따려면 대학 졸업장이 필요하고, 대학 졸업장을 따려고 한다면 초중고등학교 내내 입시 준비를 해야 했던 거예요. 근데 결국 이 루트가 말 잘 듣는 사람 길러내는 루트잖아요. 아무 쓸모도 필요도 못 느끼는 입시 경쟁에서 이겨야 사회복지에 관한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거예요. 입시 경쟁에 몸담지 않은 사람에게는 징벌처럼 아무런 전문 교육이 주어지지 않고, 전문성을 인정받을 수 있는 루트가 극히 드물어요. 세상이 아주 괘씸하죠. (일움)

 

그래서 저는 이어지는 맥락으로, 수능 철이 되면 SNS에 접속하는 것이 힘들어집니다. 쏟아지는 수능 대박, 힘내세요 같은 말들이 어이없기도 하고, 그런 말들을, 심지어 정치인들까지도 덕담처럼 보내는 현실에 분노가 솟기도 한데, 요새는 더 힘들게 느껴지는 말이, ‘대학이 인생의 전부가 아니다.’ 라거나, ‘나와봤지만 정말 의미 없다’ 같은 말이에요. 혹은 ‘전 대학을 안 갔지만 잘살고 있어요.’ 같은 말들입니다. 저는 그런 말을 접할 때, 어쩐지 마음이 비뚤어집니다. 정말? 대학이 전부가 아니라고 말할 수 있어? MBTI가 E도 아니고, 자격증도 없고,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튼튼하지 않은 사람에게, 지지해주는 부모가 없는 사람에게도 대학 안 나와도 괜찮다고 말할 수 있어? (피아)

 

사람들이 20대가 능력주의적이다, 학벌주의 옹호한다, 비정규직 차별한다. 이런 말을 하면서 놀라워하는 게 오히려 더 놀라워요. 중고등학교에서, 입시 과정에서 그렇게 열심히 공부하라고, 공부해서 대학 가는 게 중요하다고 채찍질해놓고서 안 그러기를 바란다는 게 말입니다. 그래서 저는 우리가 이 대학서열-학력학벌차별-능력주의 교육을 극복하고 바꾸기 위해 필요한 것 중 하나가 인정하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내가 했던 시험공부, 수능 점수 몇 점 더 올리려고 들인 수십 시간이 별 의미 없는 일이었다는 걸 인정하는 것입니다. 내가 더 훌륭한 사람이 되기 위한 것도 아니었고, 남을 돕기 위해 한 것도 아니었고, 세상을 더 좋게 만들기 위한 것도 아니었죠. 그저 이 제도가, 체제가 잘못되어 있어서 무의미한 고생을 했다는 걸 받아들여야 합니다. (공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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