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청소년의 삶을 위한 오케스트라. 베네수엘라에서 시작한 아동청소년오케스트라 운동이 국내에 뿌리를 내린 지 10여 년이 되었다. 누군가의 삶을 바꿀 수 있을 정도의 음악이 지닌 영향은 막연한 기대나 신념, 또는 가끔 일어나는 사건 정도로 인식되었던 이전과 달리 이제는 실천과 경험을 통해 확고한 미션으로 전환되고 있다. 함께 걷는 아이들과 같은 사회복지단체에서부터 민간 앙상블 단체, 세종문화회관과 같은 문화기관과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과 같은 문화정책기관 등 층위와 영역을 넘나드는 단체들이 아동청소년들을 새로운 음악적 과정을 통해 성장시키는 사업들을 이어가고 있다.

 

엘 시스테마형 오케스트라와

음악가의 변화


이러한 사업에 가담하고 있는 음악가들은 음악교육의 중심에 아동청소년들의 삶과 이들이 오케스트라에 참여하는 맥락을 주요하게 둘 것을 요구받는다. 자신안에 견고하게 자리잡은 음악교육에 어떤 부분은 반하는 엘 시스테마의 교육적 접근을 요구받고, 아동들의 즐거움을 경험하게 하되 음악적 수월성을 추구하는 데에도 타협하지 말아 달라고 한다. 때론 개인적 또는 가정적 이슈에 직면한 아동에 대한 이해와 강사로서의 역할을 고민하게 되기도 한다. 오케스트라단의 지속적인 운영을 위해 지역사회에서 아동청소년오케스트라의 역할과 가치를 피력하는 연주활동을 하기도 한다. 자신이 제일 잘 알고 있는 악기주법을 가르치면 되었던 음악교육이 한참 복잡하고 연구해야 하는 활동이 되어버린 셈이다.


그런데, 새로운 음악교육 맥락과 방법을 제시하는 엘 시스테마형 오케스트라 사업에 무척 곤란해하고 힘들어하던 음악가들에게서 큰 변화를 종종 마주하게 되었다. 오히려 교육시간이 자신이 배워가는 장이라는 음악가, 아동들과 함께 지역사회의 문화복지에 기여하는 방식을 고안하는 음악감독, 강사들과 함께 지역사회를 근간으로 활동하는 앙상블을 창단한 음악가, 기업의 후원을 받아 새로운 지역에 청소년 대상 오케스트라프로그램을 시작한 음악가 등 자신의 복합적인 역량을 실천으로 전환하는 음악가들이 탄생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음악가들의 확장된 시야와 리더십은 소속 아동청소년오케스트단의 질적 운영으로 이어졌다.

 

출처: https://www.flickr.com/photos/samsungtomorrow/8975460889

 


엘 시스테마형 오케스트라 사업을 7~10년간 지속해 온 몇 명의 전문가들이 작년부터 종종 모여 머리를 맞대기 시작하면서 이러한 새로운 유형의 음악가들의 탄생에 주목했다. 엘 시스테마에서 비롯되었으나 함께하는 오케스트라를 통해, 음악을 통해, 또 음악가들을 통해 아동청소년들의 변화를 이끌 수 있는 방법과 실행은 결국 자기철학으로 스스로 주도하고 실천하며 진화하는 음악가들에게 답이 있다는 바가 더 명징해진 것이다. 음악가들이 자신의 활동 궤적에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동기를 확인하며, 새로운 시도와 성찰을 이어갈 수 있도록 인식 확장의 계기와 기초 역량을 키웠을 때 엘 시스테마형 오케스트라 사업은 물론 사회의 다양한 구성원들과 각기 다른 맥락과 니즈에 부합하는 음악적 역할을 구체화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모였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예술이 사회에 편재성을 확보하는 데에 있어서 사람들의 삶과의 관련성을 찾을 수 있어야 한다는 이해가 확산되는 추세이다. 예술을 통한 심미적 체험의 중요성을 강조한 교육철학자 듀이는 심미적 체험을 자기 자신과 자신의 세계가 관계를 맺고 상호작용할 수 있는 방식이라고 한 바 있다. 즉, 음악을 통한 교육이 학습자의 미적 체험으로 전환되어 마음과 일상에 닿게 하고 지속하게 해야함을 말하는데, 티칭아티스트의 아버지로 불리는 에릭 부스는 그 방법과 에너지가 결국 음악가로부터 나와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사회참여적 예술의 움직임


이러한 새로운 에너지와 넓은 시야, 실천력으로 사람들이 음악에 접속하고 참여하며 그 활동을 지속하게 하는 음악가를 뭐라고 일컬어야 할까 고민하던 중에 미술분야를 중심으로 확대되고 있는 ‘사회참여적 예술’ 움직임과 맥락이 닿아있다는 점에 착안하여 ‘사회참여적 음악가’라고 부를 수 있지 않을까 했다. ‘사회참여적 예술 socially engaged art’은 1960년대를 기점으로 왕성해진 예술활동의 한 조류로 ‘새로운 장르 공공미술,’ ‘액티비즘으로서의 예술,’ ‘대화기반의 공공예술,’ ‘장소특정적 예술,’ 등 다양한 형태로 나타났다. 학자들은 개념미술가들이 예술과 삶 사이의 구분을 깨고 예술과 관객, 예술과 삶을 섞으려는 시도들로 인해 사회참여적 예술가들이 영감을 받았다고 하며 이를 기점으로 예술이 결과물지향의 실천에서 프로세스 지향으로 관심을 넓히게 되었고, 관객들의 예술을 통한 심미적 체험을 일시적 경험이 아닌 지속되는 경험으로서 제공되는 데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고 한다. 미술사학자 권미원은 사회참여적 작가들은 더 나아가 예술작업의 현장을 넘어 문화적, 사회적, 정치적, 경제적 중요성으로 예술적 활동의 맥락을 확장시키는 데에 관심을 넓혔고 이미 제도화 되어있는 예술을 종종 비판했다고 한다.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는 ‘사회참여적 예술’에 공통적인 핵심 요소로 커뮤니티, 대화와 협력, 참여를 꼽는다. 어떤 특정한 사회적, 문화적 환경에서의 이슈나 그룹과 관련되거나 공동체 기반의 협력을 포함하고, 대화나 대화와 다양한 형태의 상호작용을 중요한 매개체로 하며 그로 인해 예술적 참여로서의 협력적 과정은 참여자들로 인해 소속감과 권한위임을 느끼게 한다. 이러한 작업에서 참여자들은 명목상의 참가에서 간단한 참여, 창의적 참여, 협력적 참여의 다른 층위의 참여를 경험한다고 예술가이자 뉴욕MoMA 교육부서장인 헬게라Helguera는 말한다.   


이렇게 형성해온 예술의 조류는 장르를 불문하고 예술과 예술가들의 사회적 참여의 진화로 이어지는 가운데에 현대 사회의 니즈와도 조응하고 있다. 존재 자체로 충분했던 오케스트라들은 지역사회에서 미칠 수 있는 영향과 역할이 주요해지고 공동체가 필요한 시민적 니즈 지역사회의 다양성과 통합을 위한 활동이 사명에 주요하게 자리하게 되었다. 또한 포스트모던시대는 관객들의 능동성이 주축이 되는 예술, 예술작품보다는 예술적 경험을, 책임있는 참여와 비판, 담론을 요구하고 있다.

 

새로운 예술 양식을 추구하는

예술가 양성


일찍이 이러한 사회적 변화를 감지한 해외 예술대학들은 기업가정신과 리더십 과정을 커리큘럼에 포함시키기 시작했고, 사회적 환경과 맥락에 예술적 활동을 고안해내고 실천을 해내는 음악가들을 키우기 시작했다. 예를 들어 영국의 길드홀은 포트폴리오 예술가 양성을 지향하며 사회내 예술가의 역할과 훈련방식에 대한 통상적인 가정에 의문을 제기하며 스스로 ‘흐름을 창출하는’협업 예술가로, 예술의 형식의 경계를 넘나들며 새로운 예술 양식을 추구하는 예술가를 양성한다. 그러한 예술가 상으로 1)기업가 정신이 있는 예술가, 2) 기대치를 올려주는 예술가 3)비판적 역량이 있는 예술가, 4)커뮤니티의 일원으로서 실행가 5)호기심이 있는 예술가ᅠ6)집중력이 있는 예술가 7)자기 인식 능력이 있는 예술가, 8)홍보 대사로서의 예술가를 꼽고 있다.

 

 

 

‘사회참여적 음악가’에 대한 상은 구체적으로 그려놓을 수 있는 것이라기 보다는 지향을 공감하는 데에서 음악가들이 각기 또 모여서 형성하는 철학과 실천에 의해 형성되기도, 진화하기도 하는게 아닐까 한다. 그리고 그러한 움직임에 몇 발자국 먼저 앞서서 실천 중인 엘시스테마형 오케스트라에서 활약해온 음악가들이 함께 손잡아주고 머리를 맞대어 주면 젊은 음악가들이 그간 연마해온 음악적 역량이 우리 사회의 구성원들의 더 나은 삶을 위한 실천으로 뻗어 나가지 않을까? 지난 주 SEM부트캠프 면접심사를 통해 이미 이러한 사회 환경의 맥락에 음악가로서의 역할을 진지하게 고민하고 탐색중인 젊은 음악가들을 마주했다. 가슴 뛰는 기대와 가능성을 함께 논하고 실천해보는 그런 베이스캠프 같은 장을 만들어보는 첫 걸음으로 7월의 부트캠프가 준비되고 있다.       

 

 

서지혜∥인컬쳐컨설팅대표/한국예술종합학교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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