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함께기자단 기사

지금, 탈가정 청소년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by 함께걷는아이들 2023. 10. 19.

 가정 밖으로 내몰린 청소년에 대한 부정적 시선과 부족한 이해는 이들의 소년범죄에의 노출을 증가시킬 뿐 아니라 안정적인 자립을 방해한다. 따라서 우리 사회는 가정으로의 복귀가 어려운 청소년들의 울타리가 되어줄 필요가 있다. 하지만 여전히 변하지 않는 시선과 청소년에 대한 부족한 담론은 이들을 더욱 아프게만 할 뿐이다.

 

 

가출청소년이 아닌 탈가정 청소년

 청소년주거권네트워크 에 따르면, 탈가정 청소년이란 정해진 거처 없이 거리 생활을 유지하거나, 타인의 임시적 호의에 기대어 잠자리를 해결하거나, 보육원이나 쉼터 등 시설에서 일시적으로 머무르거나, 고시원이나 원룸텔 등 비적정 주거환경에 머무는 상태에 놓인 청소년을 말한다. 이는 부정적인 의미를 내포하는 가출이라는 용어 대신 청소년 인권운동에서 대안적으로 사용하는 용어다. 그러나 가출청소년이라는 단어는 들어봤어도 탈가정 청소년이라는 단어는 쉽게 들어보지 못했을 것이다. 왜 우리는 탈가정 청소년이라는 단어를 사용하게 됐을까?

 

 세상의 변화는 용어의 사용과 단어의 변화로부터 시작된다. 가출청소년이 탈가정 청소년으로 바뀐 데에는 사회적인 인식에 따른 변화가 필요하기 때문이었다. 흔히 가출청소년은 비행 청소년으로 인식되곤 한다. 언론을 통해 다뤄지는 청소년 비행과 각종 소년범죄는 더더욱 가출청소년에 부정적인 이미지를 더하곤 한다. 그러나 이들을 범죄에 연루되는 비행 청소년으로 낙인찍기에 앞서 이들이 탈가정을 하게 된 원인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탈가정 청소년의 문제를 단순한 가출 행위로만 볼 것이 아니라 그들이 집을 떠나 생활할 수밖에 없던 이유를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가출이라는 용어에 박힌 부정적인 인식과 가출청소년이라는 단어가 비행 청소년으로 인식되는 경향에 따라, 2017년 국가인권위원회는 가출이라는 행위에 초점을 두기보다 발생 원인에 따른 예방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판단하여 가정 밖 청소년으로 용어를 바꾸어 사용할 것을 권고하기도 했다. 하지만 가정 밖 청소년이라는 용어 역시 청소년이 가정의 울타리에 있어야만 한다는 인식을 줄 수 있어 청소년의 자립과 주체성을 강조하고자 청소년주거권네트워크 을 비롯한 여러 청소년 단체에서는 가정 밖 청소년보다는 탈가정 청소년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다.

 

 

가정폭력을 피하기 위한 생존형 가출

 국회입법조사처에 따르면, 2020년 기준 가출 경험이 있는 청소년을 115,741명으로 추정하였다. 이는 여성가족부가 발표한 2021 청소년 통계에서 조사대상 학생 총 3991,089명을 대상으로 1년 내 가출 경험이 있는 학생 비율을 2.9%로 집계한 것을 추산한 수치로, 학업 중단 학생이 조사대상에 포함되지 않은 것을 고려하면 실제 탈가정 청소년의 수는 이보다 더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여성가족부에서 발표한 위기 청소년 지원기관 이용자 생활실태조사에 따르면, 탈가정 청소년들 가운데 69.5%가족과의 갈등’, 28.0%가족의 폭력을 피하기 위해를 가출의 원인으로 꼽았다. 또한 지난해 청소년 쉼터 및 자립지원관을 이용한 청소년 중 72.1%는 가정에서 신체 폭력을, 72.9%는 언어폭력을 당했다고 답하는 등 지속적인 가정폭력에 노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청소년들의 탈가정에는 생존형 가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을 것으로 추정되며, 이는 학대 반복 가능성으로 인해 원가정으로의 복귀가 쉽지 않다는 것을 시사한다.

 

▲ 집을 나오게 된 이유 (출처/ 「위기 청소년 지원기관 이용자 생활실태조사」, 여성가족부)

 

탈가정 청소년이 겪는 어려움

 그렇다면 탈가정 청소년들이 겪는 어려움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가장 먼저 주거 문제를 논할 수 있다. 위기 청소년 지원기관 이용자 생활실태조사에 따르면, 탈가정 청소년의 가장 길었던 탈가정 생활 기간은 대부분 1개월 미만이다. 이 기간 동안 아이들은 친구 집(62.0%)에서 생활하는 경우가 가장 많았고, 노숙(29.8%)하기도 하며, 여관모텔달방월세방(27.5%) 등에서도 적지 않게 생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청소년들이 가정 밖으로 나오게 되면 생계 문제 역시 맞닥뜨릴 수밖에 없다. 실제로 탈가정 청소년들의 탈가정 생활 중 가장 힘들었던 점으로 생활비 부족갈 곳 없음이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이러한 어려움 속에서 탈가정 생활이 길어지면 범죄에 연루되기 쉬울 수 있다. 청소년들은 생활비나 주거지를 마련하기 위해 탈가정 청소년들이 모인 가출팸에 합류하거나, 숙식 제공을 빌미로 각종 범죄를 저지르는 일명 헬퍼를 찾아가고, 그 과정에서 성매매나 조건만남 등 범죄에 빠지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이다.

 

 

그럼에도 개선되지 않는 해결책

 하지만 이렇게 반복된 문제 속에서도 사회는 적절한 해결책을 모색하지 못하고 있다. 기본적인 의식주가 해결되지 못하는 탈가정 청소년을 위해 청소년 보호시설 및 쉼터가 운영되고 있지만, 보호시설마저도 아이들을 보호해주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청소년 쉼터는 주로 탈가정 청소년의 가정 복귀에 초점이 맞춰져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청소년의 거주 환경이 제대로 보장되어 있지 않은 상황에서 원가정으로의 복귀는 결코 탈가정 청소년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 가정폭력을 겪는 청소년들이 폭력을 피해 나온 길거리는 많은 이들에게 탈출의 공간이자, 비슷한 어려움을 겪는 사람을 만날 수 있는 공간이기도 했다. 하지만 사회는 이들을 결코 거리에 두게 하지 않으려는 방법으로 오로지 보호시설을 이용하거나 원가정으로 복귀할 것을 강조한다. 이는 탈가정 청소년들이 원가족과 집을 떠나 자립을 모색하는 과정에 대한 구조적 차원의 분석이 부족하고, 청소년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제도적 지원 또한 미비한 것으로부터 야기된 문제라고 볼 수 있다. 청소년은 원가족 내에서 성인의 보호를 받으며 살아야 한다는 대전제가 유지되는 한, 자기 자신의 생존과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집을 나온 이들에 대한 해결책은 여전히 미성숙한 담론 속에서 머무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우리는 탈가정 청소년이 처한 문제의 실질적 해결을 위해서 탈가정 청소년의 ()’의 행위에 더욱 주목해야 한다. 이들에게 가족과 집은 돌봄의 역할을 하지 못하고, 경제적 결핍이나 폭력으로부터 오는 불안과 상처를 줄 뿐이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러한 청소년들에게 보호시설의 이용과 원가정의 복귀가 과연 적절한 해결책인가에 대해서 재검토해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청소년을 보호받아야 할 대상으로 인식하는 것은 청소년이 그들의 삶과 자립의 주체로 인지하기 어렵게 만든다. 따라서 이제 우리는 청소년의 주체성자립에 주목하며 청소년의 보호보다는 청소년의 자립을 보장하기 위한 시도를 해나가야 할 것이다.

 

▷함께기자단 7기 박새롬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