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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칼럼/함걷아가 만난 사람들

[함께걷는아이들] “친구라면 할 수 있는 거잖아요?”-EXIT 버스 김상윤 활동가 인터뷰

by 함께걷는아이들 2016. 11. 3.

거리에 있는 청소년들이 편하게 쉬어갈 수 있는 공간, EXIT 버스! 그곳에는 청소년들의 친구가 되어주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목요일과 금요일, 저녁 8시부터 다음날 새벽까지, 청소년을 만나는 일이 쉽지는 않을 텐데요. 그런데도 계속 참여할 힘은 무엇일까요? 5년 넘게 EXIT 버스에서 활동한 김상윤 활동가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너와 나는 친구야!’ 이렇게 동등한 관계로 만나고 있어요.”

 

“저는 대학교에서 청소년학과를 공부하는 김상윤입니다. 원래 사회복지학을 전공했다가 청소년에 대해 더 많이 배우고 싶어서 청소년학과로 편입했어요.
2학년 때 편입을 결심하고 준비하고 있었는데 학과 과대가 EXIT 버스를 소개해줬어요. 거리에서 청소년을 만나 이야기하고 밥 먹고 노는 곳이라고 ‘너라면 잘할 수 있을 거야!’라고 했죠. 그때 청소년학과 편입을 같이 준비하던 친구와 지원했어요. 2011년 7월부터 했으니까 벌써 5년이 됐네요!“

 

“EXIT 버스에서 하는 일은 딱 정해져 있지 않아요. 친구들(주: 김상윤 활동가는 EXIT 버스 청소년을 친구라고 표현했어요.)과 놀다가 일 생기면 일하다가 또 친구들과 같이 있는 것, 이게 EXIT 버스에서 하는 일이에요. 무언가를 해결하는 게 주가 아니에요. 친구들과 같이 있으면서 힘이 되어 주려고 해요. 선생님과 학생이라는 상하 관계에 얽매이지 않는 공간이죠. ‘너와 나는 친구야!’ 이렇게 동등한 관계로 만나고 있고 또 그렇게 만나려고 노력해요.”

 

“EXIT 버스에 오면 밥과 간식 먹기, 수다 떨기, 휴대폰 충전, 영화 보기, 매니큐어 바르기, 생리대나 팬티 등 생활용품 받기처럼 다양한 걸 할 수 있어요. 친구들 만나면 하는 일들을 버스에서 해요. 그중에서 제가 제일 좋아하는 활동은 떠드는 거예요. 아이들과 이야기 하는 게 큰 즐거움이에요.“

 

“친구를 만나면 즐거운 것처럼 활동 끝나면 또 하고 싶고 생각나고 그래요.”

 

“흔히 청소년 문화를 하위문화, 성인보다 못한 문화, 미성숙 문화라고 생각하고 ‘청소년은 청소년답게 행동해야지’라며 규정을 짓죠. 그런데 제가 배우는 책에는 청소년을 인정하고 성인과 같은 문화로 인식해야 한다고 명시되어 있어요. 현실적이지 않은 이 문구를 EXIT 버스 활동하면서 경험할 수 있어요. ‘우리는 친구니까.’ 이렇게요. 서로 구분되는 문화가 아니고 동등한 문화임을 공유해요. EXIT 버스에서는 누구나 제 이름을 편하게 불러요. 가끔 청소년들이 물 떠달라거나 뭐, 여러 가지를 저한테 시킬 때도 있고요. 그런데 그게 기분 나쁘지 않아요. 친구라면 할 수 있는 거잖아요? 상하 관계로 만나는 게 아니라 하나의 인격으로 서로 만나고 있어요.”

 

“이 안에서 많은 것을 배워요. ‘이런 생각은 해봤어?’, ‘저런 생각은 해봤어?’라고…. 뭔가 더 생각해야 할 포인트를 던져줘요. 망치로 얻어맞은 것처럼 ‘뎅~’하는 점이 있어요. 내가 편협한 생각을 가지지 않았는지 돌아보게 돼요.”

 

“버스 활동이 즐겁지만 사실 육체적으로는 힘들어요. 아이들 만날 때 더 밝게 만나야 하고 회의도 늦게 끝나니까요. 하지만 새벽에 집에 들어갈 때쯤이면 ‘다음 주에 뭐하지?’, ‘이번 주에는 뭐가 부족했으니 다음 주에는 이걸 할까?’라고 고민하게 되더라고요. 다른 활동가와 실무자를 만나는 것도 즐거워요. 공적으로도 사적으로도 즐겁게 만날 수 있지요. 친구를 만나면 즐거운 것처럼 활동 끝나면 또 하고 싶고 생각나고 그래요. 그래서 군대에 있을 때 휴가 나오면 짬짬이 버스에 가서 활동했어요.”

 

“EXIT 버스를 열심히 하는 특별한 이유는 없어요. 어떤 이유가 있어서 ‘열심히 해야지!’라고 생각하지도 않았고요. 활동 자체가 나에게 즐거워서 의미 부여할 생각을 못 했어요.”

 

 

“‘이렇게 청소년을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죠.”

 

“EXIT에서 만난 청소년들은 매우 다양해서 딱 한 마디로 규정할 수 없어요. EXIT 버스의 주인 같아요. 오랫동안 EXIT 버스를 이용한 청소년들이 있는데 새로운 활동가가 뻘쭘해 하면 ‘어 왔어?’ 하며 여러 가지 조언을 해주죠.”

 

“EXIT 버스 청소년들은 자발적으로 뭔가를 하려고 해요. 개인적으로 그 친구들이 대단하다고 생각해요. 그들의 삶을 아는데 (어떨 때는 힘들고 평범하지 않은데) 그런데도 버스에서 무언가를 하려고 하고 밝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점이 엄청난 것 같아요. 나라면 못 할 것 같은데, 다른 사람들 앞에서는 못할 것 같은데 그들은 하거든요. 대단하다는 생각에 손뼉 쳐주고 싶어요.”

 

“실무자 선생님도 대단하세요. 티를 많이 안 내는데 개인적으로 만나서 이야기를 들어보면 일에 치여 살고 있어요. 아이들이 연락하면 새벽에 경찰서 가서 경찰관과 이야기하고 친구들과 같이 밥을 먹어요. 재판도 따라다녀요. 엄청난 에너지를 갖고 계시는데 어떻게 하면 에너지가 보충될 수 있을까 고민이 되죠. EXIT 버스가 오랫동안 할 수 있는 활동이 되면 좋겠는데 일이 많고 힘드니까. ‘이 사람들 어떡하지?’ 걱정돼요.”

 

“그런데도 EXIT 버스를 여러분에게 추천해요. 청소년에 대해 새벽 5시까지 회의하는 걸 보면 ‘이렇게 청소년을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죠. 청소년을 좀 더 알고 싶으면 EXIT 버스 활동에 참여 해보는 게 좋을 것 같아요. 매력이 많은 활동이고 본인이 얻는 게 더 많다는 걸 알 수 있어요. 제가 보장합니다.”

 

밝은 에너지로 인터뷰에 참여해준 김상윤 활동가처럼 EXIT 버스에는 활기와 매력이 넘칩니다. 김상윤 활동가의 보장을 믿고 EXIT 버스에 참여해보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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