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고등학교를 졸업했으니 학교를 떠난 지 어언 10년이 흘렀다.


일반적인 공교육 제도권에서 초·중·고를 보낸 나의 청소년 시기. 부모와 학교, 사회가 이미 정해놓은 목표(=좋은 대학에 들어가서 높은 연봉의 직장에 들어가는 것)를 내 목표인 양 열심히 달려가야 하는 과정들이었다. 그 방향이 맞는지 점검할 겨를은 없었고, 오히려 남들보다 속도가 느린건 아닌가 하는 비교와 염려들로 가득했다.


나를 비롯한 학교 안의 대다수 친구들도 이와 비슷한 환경 속에 있었다. 부모나 학교는 우리 각자 개인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물어봐주지 않았고, 그저 속도를 내어 열심히 따라가는 것이 도리라고 여겼다. 어느 누구 하나 여유있게 기다려주지 않았고, 그게 정답이라고 생각했다.


그로부터 10년이 지난 2018년, 요즘 우리 아이들은 어떠한 삶을 살아가고 있을까?


보건복지부가 실시한 아동종합실태조사(2013)에서 주 양육자들이 가장 희망하는 자녀의 방과후 활동은 1순위(49.5%)가 학원이나 과외 등의 사교육 학습 활동을 하는 것이었고, 2순위(39.8%)는 집에서 숙제하기였다. 반면에 아이들이 가장 희망하는 방과후 활동 1순위는 집에서 쉬는 것(61.2%)이었고, 2순위는 친구들과 노는 것(48.7%)이라는 결과가 나왔다. 부모의 희망사항은 부모의 것일 뿐, 아이들의 생각은 달랐다.


아이들의 실제 일상생활은 어땠을까. 서울시의 어린이·청소년 인권실태조사(2017)에 따르면 어린이·청소년의 평일 수면 시간은 평균 6.94시간, 학교 수업 시간이 6.76시간이다. 학교 이동 및 식사 시간을 어림잡아 4시간이라고 치면 하루 24시간 중 남는 시간은 약 6시간 정도. 그 중 절반에 해당하는 2.5시간을 학원, 과외 등의 사교육으로 하루를 보낸다고 한다.


방과 후 희망하는 활동에 대한 의견은 부모와 아이가 각각 달랐지만, 아이들은 결국 부모가 원하는 방향대로 일상생활을 보내고 있었다. 우리 아이들, 행복할까?


현재 우리나라 아동·청소년들 삶의 만족도는 OECD 회원국 중 최하위에 속한다. 긴 학업 시간은 아이들의 스트레스를 증가시키고, 동시에 삶의 질을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우울과 불안을 느끼는 수준도 높아져 아동·청소년의 27.8%는 심각하게 자살을 생각한 적도 있다고 답변했는데, 가장 높은 이유는 '학업문제'였다. (2017 서울시 어린이·청소년 인권실태조사)


좋은 성적으로 명문대에 입학하여 높은 연봉을 받고 경제적인 부를 거머쥐는 것. 우리 사회가 추구하는 멋진 '성공'의 반열에 오른 소수 엘리트의 모습이 우리에게 정답의 기준이 되어버린 것은 아닐까. 


# 혼자 뛰는 어른들 세상


학업 중심의 입시제도, 경쟁 사회 속에서 소외된 아이들의 권리.


방과 후에 학원을 다녀오고, 숙제하는 것을 가장 희망하는 부모 밑에서 우리 아이들이 자유로운 경험을 하며 삶을 배워갈 수 있을까? 아니다. 우리 아이들은 상당히 많은 제한 속에 살고 있다. 학업 중심의 교육 제도 안에서 (전공을 준비하는 케이스가 아닌 이상) 음악을 비롯한 예체능 교육의 비중은 점차 축소되어 간다. 별도의 비용을 들여 참여하지 않는 이상 아이들이 문화·예술 분야를 경험할 수 있는 기회는 점점 더 멀어진다.


학업이 아닌 예체능을 택한 쪽의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좋은 대학에 진학하기 위해, 더 높은 실력을 가지기 위해 피나는 연습에 몰입한다. 아침부터 밤늦게까지 연습실에 갇혀 악기를 연습하고, 그림을 그리고...


치열한 경쟁 구도 안에서 이 아이들은 과연 누구를 위해, 무엇을 위해 이렇게 열심히 앞만 보고 달려가야 하는 건지 의구심이 든다.


우리 사회는 여전히 공평하지 않다.


2017 수능을 마친 전국 고3 수험생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한국사회는 누구에게나 공평한 기회가 보장돼 있다고 생각합니까?'라는 문항에 91.5%가 그렇지 않다고 응답했다. 부의 대물림이 만연한 사회를 비판하는 인터뷰 내용도 함께 확인할 수 있었다. 



"정OO는 나라에서 말도 사주는데, 나는 집에 돈이 없어서 미술 공부를 못한다."

"누구나 공평한 기회가 보장된다면 헬조선이라는 단어는 없었을 것이다."



헬조선에서 가장 문턱이 높은 구조는 예체능 분야이다. 집에 돈이 없으면 배움의 기회조차 얻기 힘들다.


음악전공자 A를 예로 든다. 초·중·고등학교 시절부터 예고, 음대를 목적으로 개인 레슨을 꾸준히 받으며 다양한 콩쿨, 연주회 등에 참여했다. 이 때 드는 레슨, 학원비만 약 1500~2000만원 가량을 지출, 예고에 진학하고 나니 연간 약 600만원의 학비가 소요된다. 고3이 되어 전공 지도를 받게 되니 그 비용은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어느 유명 교수 레슨은 시간당 100만원을 훌쩍 넘는 경우도 있다). 게다가 악기 전공자의 경우는 악기 구입까지 더해져 그 총액은 억 단위로 넘는다고 한다.


출처가 불분명한 데이터라고 해도, 그 오차가 얼마나 되랴. 예체능계는 저소득 가정에서는 함부로 발을 들이기 힘든 구조가 분명하다. 아이들의 사회 활동 참여 실태를 조사한 결과에서도 소득 수준에 따라 그 참여율에 차이가 있었고, 문화·예술 활동 참여율은 일반 가구 아동들이 빈곤 가구 아동들보다 9% 가량 참여율이 더 높았다. (2013 복지부 아동종합실태조사)


# 함께 걷는 아이들 세상


올키즈스트라의 슬로건 "모든 아이들이 신나는 올키즈스트라"


올키즈스트라는 모든 아이들이 음악을 통해 인생에서 잊지 못할 신나고 즐거운 경험을 할 수 있도록 관악단 활동을 지원하고 있다. 올키즈스트라의 아이들은 청소년기에 쉽게 경험하기 힘든 관악기를 배우고, 연주 무대에 서보는 경험들을 하며 자존감 향상과 미래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는 등의 긍정적인 변화들을 보여주고 있다.


올키즈스트라는 연주자를 양성하는 사업이 아니다. 소수 엘리트가 보여준 멋진 '성공'을 꿈꾸며 뛰어난 실력을 함양한 예술가, 연주자로 성장하도록 요구하지 않는다. 단지, 억압된 구조 속에서 삶을 즐길 여유가 없는 아이들이 음악을 통해 스스로를 긍정적으로 인식하고 건강하게 성장하기를 바랄 뿐이다. 올키즈스트라는 아이들이 즐겁고 신날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주고, 그 속에서 아이들은 누가 시키지 않아도 자발적으로 악기를 꺼내어 연습하고 스스로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경쟁과 비교 대신 함께 하는 법을 배운다.


올키즈스트라 안에는 다양한 관악기가 있다. 그 생김새와 소리는 천차만별이다. 트럼펫은 쨍하고 밝다. 튜바는 무척 낮은 음색을 가지고 있다. 플룻은 맑고 온화하다. 클라리넷은 우아하고 중후하다. 타악기는 경쾌하고 때론 요란하다. 이렇게 모든 악기들이 저마다의 개성을 가지고 있지만, 올키즈스트라 안에서 우리는 서로가 부는 악기의 소리가 다르다고 지적하지 않는다. 그건 악기가 가진 고유의 소리니까. 다양한 악기의 음색이 함께 어우러졌을 때, 혼자 연주할 때는 경험하지 못한 놀라운 하모니가 만들어진다.


올키즈스트라는 관악단의 악기들처럼 우리 아이들이 서로의 다양한 성향과 모습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며 성장하길 바란다. 잘못된 사회가 세운 획일화된 목표를 기준삼아서 따라오지 못하면 틀렸다고 비교·경쟁하는 구조가 아니라, 서로의 다양함을 인정하고 존중하며 함께 어울리는 법을 배워가도록 돕고 있다. 실력 향상을 위해 개인 연습실에서 개인 레슨을 받으며 혼자 치열하게 연습하는 삶이 아니라, 옆 친구들과 함께 신나고 즐겁게 다 같이 악기를 배우고, 서로의 소리에 귀 기울이고 함께 걸어가는 삶을 배우도록, 그룹 레슨과 합주 활동을 지향하고 있다. 


올키즈스트라가 꿈꾸는 함께 걷는 아이들 세상이 지역사회로 이어지길


올키즈스트라는 모든 아이들이 음악을 통해 인생에 잊지 못할 즐거운 경험들을 얻도록 노력하고 있다. 그러기 위해 지역 사회와 국가 차원에서도 입시 위주의 지나친 경쟁 구조에서 벗어나 우리 아이들이 문화예술을 향유하고 누릴 수 있도록 많은 관심과 지지를 보내주길 바란다.


[올키즈스트라의 임팩트: 아동·청소년 문화예술에 대한 지지적인 지역사회로의 변화]


'아동·청소년 문화예술에 대한 지지적인 지역사회로의 변화'를 장기적인 목표로 삼고 있는 올키즈스트라는 현재 지역사회 복지기관, 지휘자, 음악 강사, 단원들의 보호자, 후원자, 자원봉사자 등 다양한 구성원들과 함께 걸어가고 있다. 


음악을 통해 아이들이 건강하게 성장하는 것을 넘어 지역사회의 건강한 변화로 나아가기 위해 올키즈스트라는 함께 하고 있는 많은 어른들과 우리의 꿈을 나누고 있다. 

올키즈스트라 관악단을 운영하는 지역사회 운영주체, 음악가가 함께하는 올키즈스트라 설명회와 간담회 등을 연 2회 이상 진행한다. 아이들에게 음악을 지도하는 지휘자, 강사진을 대상으로 강사교육을 연 1회 이상 진행한다.

아이들의 멋진 연주와 건강한 변화를 함께 공유하기 위해 지역사회 내에서 다양한 연주 활동에 참여한다.




올키즈스트라와 함께하는 전국 9개 지역의 10개 관악단 44개 복지기관의 선생님들, 70여명의 음악 강사들은 더 이상 혼자 뛰는 어른들이 아니다. 이제는 함께 걷는 어른이 되어 아이들과 함께 걸어가고 있다. 그리고 그들의 변화는 지역사회로 이어져 가고 있다. 어쩌면 공교육을 개혁하고 입시 제도를 변화시키는 것보다 우리 아이들의 건강한 웃음을 지키는 더 빠른 길이 아닐까?



올키즈스트라와 함께 혼자 뛰는 어른들 세상에서 함께 걷는 아이들 세상으로~!


올키즈스트라(Allkidstra)는 모든 아이들에게 음악을 통한 즐겁고 신나는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사회복지법인 함께걷는아이들에서 2009년도부터 운영하고 있는 음악교육사업이다. 지난 8년 간 총 2,004명의 아이들에게 관악기 레슨, 합주, 악기 등을 무상 지원하고 있으며, 2018년 현재 전국 9개 지역 450여 명의 아이들이 클라리넷, 트럼본, 색소폰을 들고 놀라운 음악의 힘을 경험하며 건강한 변화로 응답하고 있다. 


올키즈스트라 활동이 더 궁금하다면? ⇒ http://blog.naver.com/allkidstra1



<참고 자료>

- 서울시 2017년 어린이·청소년 인권실태조사 결과

- 보건복지부 2013 아동종합실태조사 정책보고서


<기사 자료>

- "미대·음대 입시, '학생 끼' 아닌 '부모 재력'이 판가름", 『굿모닝충청』, 2015.12.07.

- "예중 입시가 뭐길래 1년에 3천만 원?", 『KBS뉴스』, 2017.04.25.

- "교육복지 사각지대 '예체능'", 『뉴스핌』, 2017.03.17.

- "내가 대학을 가려는 이유 1위는 '취업'", 『대나무(대학신문)』, 2016.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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