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함께기자단 기사

보이지 않는 마음의 질병, 청소년의 정신건강에 대하여

by 함께걷는아이들 2018. 12. 7.

 

우울증은 ‘현대인의 감기’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전세계적으로 흔하면서도 심각한 질환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인류에게 가장 큰 부담을 초래하는 10가지 질환 중 3위로 우울증을 꼽았고, 2030년에는 1위가 될 것이라고 예측하였다.[각주:1] 현대인의 좋지 못한 정신건강은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것이다.

 

출처: 보건복지부, 교육부, 질병관리본부, <청소년 건강행태 온라인조사>, 통계청, 2018

 

청소년도 예외는 아니다. 2017년 청소년 통계[각주:2]에서는 청소년 중 평상시에 심각한 정도의 스트레스를 인지하는 비율은 37.2%로 나타났다. 한편 우울감을 경험하는 청소년의 비율은 25.1%였다. 이는 청소년 4명 중 1명은 2주 내내 일상생활을 중단할 정도로 슬프거나 절망감을 느낀 적이 있음을 의미한다. 스트레스와 우울감과 같은 병리적인 상태가 심화되어 우울증 진단을 받은 청소년은 2만 5천여 명이었다. 통계적 지표가 말해주듯이, 대한민국 청소년들의 정신건강이 위협받고 있는 상황이다. 이렇듯 청소년의 정신건강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는 현 시점에서 청소년의 취약한 정신건강의 다양한 원인을 살펴보고, 더 나아가 그에 대한 해결방안을 제언해보고자 한다.

 

원인① ‘청소년기’라는 발달과정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청소년은 아동기에서 성인기로 옮겨가는 전환기적 위치에서 주변인(marginal man)으로 머물며 정체성의 혼란과 다양한 도전을 직면하게 된다. 주변인이란 둘 이상의 갈등적인 상황에서 다양한 가치를 내면화함으로써 어느 하나의 가치에도 통합되지 않는 사람[각주:3]을 의미한다. 각별한 보호를 받는 아동기와 독립적인 삶을 살아가는 성인기의 중간 어딘가에 존재하는 청소년들은 정체성 혼란과 같은 정신적 어려움을 겪게 되는 것이다. 이는 정신의학 이론과도 맞닿아있다. 심리사회발달이론을 주창한 학자 에릭슨(Erikson, 1902~1994)은 청소년기는 ‘자아정체감 형성’이라는 심리사회적 위기를 경험하는 격동의 시기라고 말했다. “나는 이 사회 속에 어떠한 위치에 있는가”, “내게 어떠한 역할이 주어졌는가” 등 자신을 향한 끊임없는 질문에 답을 스스로 찾아가야 하는 시기라는 것이다. 수많은 과제가 주어진 청소년들에게 스트레스나 우울감이란, 어찌 보면 필연적인 발달기상의 성장과정이라고 볼 수도 있다.

 

원인② 학생의 신분

 

개인적 측면에서 청소년의 가장 큰 불안요소 출처: 이상영, <한국사회의 사회심리적 불안의 원인과 대응방안>, 한국보건사회연구원, 2016

 

 

청소년은 부정적 정서를 유발하는 많은 스트레스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가장 큰 이유는 학업과 진로스트레스이다. 이는 곧 교육열이 높은 대한민국의 ‘학생’으로서 요구되는 두 가지 어려운 숙제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서 중고등학생의 불안요소를 조사한 결과, 절반 이상이 학업(32.9%)과 진로(28%)문제를 불안의 원인으로 꼽았다. 빈번한 교육입시제도 변경이라고 답한 청소년도 17.6%에 달했다.[각주:4] 청소년 본인의 진로에 대한 의사와는 상관없이 대학교 진학을 정상(正常)적인 것이라고 보고, 그 중에서도 좋은 대학에 입학하는 것을 최상의 가치로 강요하는 한국 사회에서 청소년의 정신건강은 위협받을 수밖에 없다. 수많은 시험과 각종 외부활동에 휩싸여 있는 청소년들은 스트레스와 우울감을 경험하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정신건강을 돌보기에는 학생 신분인 그들이 너무나도 바쁘다.

 

원인③ 정신건강서비스의 실효성

 

정부 차원에서는 청소년을 위한 정신건강서비스를 시행하고 있다. 그러나 그 실효성의 한계로 청소년의 전체적인 정신건강 수준은 호전되기 어렵다. 첫째, 학교에서 정기적으로 시행하는 설문지를 통한 심리검사를 생각해보자. 학교에서는 검사를 통해 부정적 심리상태를 지녔다고 판단되는 학생들을 선별하는 조취를 취한다. 그러나 설문지 항목 체크를 통한 ‘간단한’ 심리검사가 진정 효과적인 수단인지는 재고해 봐야 한다. 정신건강이란 다소 추상적인 경험이다. 그런 만큼 본인이 자신의 상태를 명확하게 파악하기란 매우 어렵다. 스스로의 주관적 느낌에 의존한 판단은 진정으로 정신과적 도움을 필요로 하는 몇몇 청소년들을 누락시킬 위험성이 있다. 둘째, 최근에는 학교별 심리상담사를 두기도 하고 Wee센터와 같은 고민상담을 할 수 있는 공간이 활성화 되는 등 긍정적인 동향을 보인다. 다만, 청소년이 이런 정신건강서비스에 실질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가는 서비스의 양적 확대와는 구별해야 할 문제이다. 아직까지도 정신건강 치료나 상담은 신체건강 진료에 비해 상당한 편견을 불러오기에 조심스럽다. 또래 아이들의 시선에 민감한 청소년들에게는 특히나 학교 안팎에서 심리상담을 받기란 쉽지 않다.

 

해결방안에 대한 제언


청소년 정신건강 문제 해결방안은 1) 사회구조적 2) 개인적 측면에서 나누어 생각해볼 수 있다. 먼저 사회구조적 측면에서 정신건강 상담 및 치료의 편견을 제거해야 한다. 정신건강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이 숨겨야할 일로 생각되지 않을 때, 비로소 청소년들은 필요한 조취를 받아들여 자신의 정신건강을 돌볼 수 있다. 다음으로 개인적 측면에서는 여러 방법이 있으나, 그 중에 자신을 ‘즐겁게 만드는 활동’에 참여하는 것을 추천한다. 정서적으로 위협이 되는 상황에 노출되더라도, 청소년 개인이 위험요소를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다면 이는 문제로 이어지지 않는다. 가벼운 운동, 영화보기, 봉사 등 개인이 긍정적인 감정을 느낄 수 있는 활동을 찾아 이를 대처방안으로 삼기 위한 연습을 한다면, 부정적인 정서를 능동적으로 해소하는 데에 도움이 될 것이다.

 

 

  1. 1. Park JH, Kim KW. A review of the epidemiology of depression in Korea. J Korean Med Association, 2011 [본문으로]
  2. 2. 보건복지부, 교육부, 질병관리본부, <청소년 건강행태 온라인조사>, 통계청, 2018 [본문으로]
  3. 3. 네이버 지식백과 [본문으로]
  4. 4. 이상영, <한국사회의 사회심리적 불안의 원인과 대응방안>, 한국보건사회연구원, 2016 [본문으로]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