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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기자단 기사

SCHOOL ME-TOO, 긍정의 ME TOO!가 되어야한다

by 함께걷는아이들 2018. 12. 11.

“ME TOO”. 세상을 향해 도움을 요청하는 짧지만 강한 한마디


흔히 대화를 나누는 상대의 말에 동의하거나 같은 상황에 놓여있을 때 우리는 “나도 그래”라며 동질감을 나타내는 의사 표현을 한다. 우리 사회의 현시점에서 “미투”는 어떤 의미로 쓰이는가?


미투 운동은 미국에서 할리우드 영화제작자인 하비 와인스타인의 성 추문을 폭로하고 비난하기 위해 소셜미디어에 해시태그를 다는 운동에서 출발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서지현 검사의 검찰 내 성폭력 실상을 고발하며 미투 운동을 촉발한 것이 시작이었다. 영향력 있는 그녀의 폭로를 시작으로 우리 사회 곳곳에 잠재되어있던 실상들이 하나둘 표면으로 올라오기 시작했다. 사회가 마주하기 불편한 진실과 정면 돌파하게 된 것이다.

 

페이스북 '스쿨미투' 페이지 메인화면. 페이지 캡쳐.

 

 

지난 11월 23일 금요일 오후 서울 프레지던트호텔에서 스쿨미투에 관한 아동인권 보고대회가 열렸다. 아동인권 보고대회는 11월 22일부터 24일까지 총 3일에 걸쳐 진행되었으며, 총 8가지 세션으로 구성되어있다. 그 중 스쿨미투 세션은 크게 두 가지 발제로 구성되어 토론이 진행되었다. 발제 1은 ‘우리는 스쿨미투가 필요 없는 세상을 원한다’라는 주제이며 발제 2는 ‘#스쿨미투, 침묵을 깬 그들과 성평등한 학교를 위한 과제’이다.


스쿨미투(SCHOOL ME TOO)라니. 이 두 단어의 양립은 굉장히 이질적으로 느껴진다. 아이들이 조건 없는 지지를 받으며 행복하고 그들의 권리를 보장받아야 할 최소한의 울타리인 학교에서 온갖 성폭력과 성희롱이 난무하는 실정이라고 고발한다. 특히 용화여고성폭력뿌리뽑기위원회 대표 오예진 발제자는 위원회에서 바라는 것은 단 하나, ‘후배들에게는 스쿨미투가 필요 없는 세상’이라고 이야기했다. 학교의 수직적이고 비민주적인 문화, 입시 위주의 교육, 사립학교의 폐쇄성과 교사들의 낮은 젠더감수성 등을 이유로 들며 특히 학교에서 미투 운동이 일어날 수밖에 없는 필연적인 구조의 모순에 관해 설명하였다.


두 번째 발제자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박선영 위원은 ‘여학생을 위한 학교는 없다’라고 지적하며 학교의 특징 중 일상성과 가해자가 복수의 교사라는 점을 들어 스쿨미투의 취약성에 관해 설명했다. 학교 내에서 빈번히 일어나고 있는 범죄가 개인의 일탈적인 행위가 아닌 이른바 학교의 ‘문화’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가위 충격적이라고 이야기하기도 했다. 더불어 박선영 위원은 법제 현황을 제시하며 스쿨미투와 관련된 법으로써 양성평등기본법, 국가인권위원회법, 아동, 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등을 언급했다. 스쿨 미투는 그동안 관련 법과 제도가 강화되었음에도 이러한 법 그리고 제도의 적용이 ‘학교’라는 곳은 교묘히 피해갔다는 점을 한계점으로 짚었다.


이 두 발제에 대한 의견으로 토론 패널 중 여성가족부 범정부성희롱성폭력근절추진점검단사무관 장유남 사무관은 이러한 스쿨미투 상황에 대한 관련 개선방안 검토로서 전수조사 및 신고가 바람직하며 가해 교원에 대한 처벌의 수위를 높여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나아가 학교에 내리는 섬세한 매뉴얼과 예방 교육을 통해 사고의 발생을 줄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하며, 미투 운동은 단순한 가해자와 피해자 사이의 폭력 그 이상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나아가 미투 운동을 계기로 도움을 받고자 호소하면 신뢰하고 공감해주며, 피해자가 계속해서 일상생활을 해나갈 수 있도록 돕는 문화가 정착되길 바란다며 발언을 끝맺었다.


사회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미투 운동의 일환 속에 학교라는 공간이 포함된다는 것은 굉장히 씁쓸한 일이다. 여성이라는 사회적 약자임과 동시에 청소년인 우리 아이들이 학교 내에서 정당한 권리를 보장받고 안전을 보호받을 수 있는 구조가 조성되어야 한다. 더불어 교내 성폭력 및 성희롱을 일으킨 교사에 대해서는 솜방망이 처벌이 아닌 중징계를 통해 다시는 그러한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미투 운동, 그중에서도 스쿨미투는 사회적 약자임과 동시에 피해자가 내는 목소리이다. 우리 사회는 이러한 학생 당사자들의 목소리를 무게감 있게 듣고 피해자의 입장을 중심으로 생각할 필요가 있다. 어쨌든 범죄를 저지른 선생들은 학교에서의 절대적 지위와 더불어 아이들의 입시 관련 열쇠를 쥐고 있는 일종의 ‘권력자’이기 때문이다. 모든 미투 운동이 그러하겠지만 스쿨 미투의 경우 학생과 선생의 관계에서 일어난다는 점에서 그 심각성이 더한 것으로 보인다. 졸업하지 않는 이상 끊어낼 수 없는 연결고리와 더불어 입시 위주의 교육에서 자기소개서 등 교사가 막강한 권한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아는 우리 아이들은 저절로 목소리를 낼 수 없는 상황에 부닥치기 마련이다.


이에 우리 사회는 이러한 위계적인 곳으로서의 학교의 권력 구조의 가장 아래에 자리한 학생(여성, 청소년)에 대한 도움의 손길을 내밀어야 할 것이다. 피해 당사자의 입장을 기반으로 한 학교의 구성원이나 졸업생의 내부고발 및 공익제보 그리고 지역사회의 관심 역시 매우 필요할 것이다.


사랑을 기반으로 온전한 지지만을 주어도 그 자체로 혼란스럽고 인내해야 하는 청소년기 우리 아이들에 대한 보호 대책이 시급하고 필수적이다. 여학생이 웃을 수 있는, 여학생이라는 이유만으로 감당해야 할 것이 많은 사회가 도래해서는 안 된다. 변화는 특정한 누군가에 의해서가 아니라, 시민 한 사람, 한사람이 학생들의 고통에 공감하고 ‘나는 어떻게 응답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 작은 것에부터 시작한다.

 

이 사회의 어른으로서 그리고 내가 당사자가 될지도 모르는 현실 속에서 경각심을 가지고 학교를 잘 살펴보아야 할 것이다. #스쿨미투 라는 문제적 의미의 미투가 아닌 너무도 행복한 학교생활, 그래서 모든 학생이 나도 행복하다고 외칠 수 있는 의미의 #아임파인미투 의 목소리가 더욱 커질 사회가 도래하기를 소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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