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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기자단 기사

[기획기사] 사회의 족쇄에 갇힌 근로청소년 – 청소년 근로자를 향한 따가운 시선

by 함께걷는아이들 2018. 9. 11.

근로청소년, 찬성 vs 반대? 

 

청소년 아르바이트, 찬성 vs 반대 - 현대사회에서 청소년 문제와 관련하여 흔히 접할 수 있는 논쟁이다. 찬성하는 쪽과 반대하는 쪽 모두 나름의 합당한 근거를 가지고 있다. 그런데 다시 생각해보면 누군가의 근로에 대해 제 3자가 찬반을 논하는 것이 낯설게 느껴지기도 한다. 타인으로부터의 판단을 합당하게 하는 근거는 노동의 주체가 ‘청소년’임에 기인한다. 어리기 때문에, 보호받을 대상이기 때문에, 사회 경험이 없는 학생이기 때문에 어른들이 청소년 아르바이트에 대해 주도적으로 판단할 수 있고 이슈화 시킬 수 있는 것이다. 청소년 보호라는 명분으로 이루어지는 어른들의 일방적인 판단은 청소년 근로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확신시키기도 한다. 학교 밖 환경에서 학업과 관련 없는 활동을 하는 학생들에게는 어른들의 곱지 않은 시선이 주어지는 것이다. 


일하는 청소년을 나타내는 명칭에는 ‘근로청소년’, ‘연소근로자’ 등이 있다. 공식적인 명칭이 있는 만큼 청소년의 근로는 논쟁의 여지가 없는 합법적인 권리이다. 헌법 제 32조 제 1항 ‘모든 국민은 근로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에서는 국민이라면 남녀노소 불문하고 근로할 수 있음이 명시되어 있다. 동조 제 5항 ‘연소자의 근로는 특별한 보호를 받는다.’에서는 연소자인 청소년은 근로를 보호받을 수 있음이 나타나 있다. 이렇듯 청소년의 근로는 헌법으로 보장되어 있는 공적인 권리이지만, 부정적인 인식이 존재하는 실제 사회에서 청소년이 이를 당당하게 주장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본 기사에서는 두 가지 가상사례를 통해 근로청소년에 대한 사회적 시선에 대해 다루어보고자 한다. 근로청소년에 대한 편견과 부정적 시선은 그들을 인권 사각지대로 내모는 근거가 되기 때문이다.

 

 

‘학생답다’라는 말

 

사례1 고등학생 A는 항상 용돈이 부족하다고 느낀다. 간식을 사 먹고, 친구들과 만나서 놀고, 필요한 물건들을 구매하기에는 현재 받고 있는 용돈이 모자란 것이다. A는 부족한 용돈을 스스로 채우기로 결심하고 주말마다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기로 한다. 그러나 부모님은 A의 결정에 대해 화를 내며 ‘학생이면 학생답게 공부나 해라.’라고 말하며 보호자동의서 작성을 거부한다.

 

[출처: EBS '어린이 드라마-플루토 비밀결사대']

 

 

위 가상사례는 아르바이트를 하기 원하는 청소년이라면 흔히 겪을 수 있는 일이다. 청소년의 용돈은 대개 부모의 가치관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 부모가 자녀에게 충분한 경제적 자율성을 주지 않는다면 청소년은 용돈이 부족할 수밖에 없다. 제한적인 상황 속 부족한 용돈을 채우는 방법은 청소년 스스로 아르바이트를 하는 것이다. 그러나 많은 경우, 가정에서는 자신의 자녀가 부모로부터 주어지는 한정된 용돈 내에서 소비욕구를 해결하기 원한다. 어른들의 기준에서 어린 청소년이 노동을 하는 것은 학생답지 않은 일이기 때문이다. 교육열이 높고 학벌이 중요시되는 한국에서 공부는 학생의 최우선적 의무이며, 다른 부차적인 것들은 학업 집중을 방해하는 요인으로 치부된다. 청소년인 내 아이가 아르바이트를 하는 것은 부모의 기대에서 벗어나는 탈선이 되어버리는 것이다.


청소년이 꼭 필요한 일 외에 소비를 추구하는 것 또한 어른들의 시선에서는 심각한 문제로 비추어진다. 학생이 용돈으로 만족하지 못하고 추가적인 돈을 원하는 것은 사치스러운 일로 생각된다. 친구들과 놀기 위해, 쇼핑하기 위해, 자신을 꾸미기 위해 돈을 버는 것은 어린 나이부터 과소비와 유흥에 빠지게 하는 위험한 일로 판단되는 것이다. 어른들은 ‘나중에 대학교 가면 다 할 수 있는 일이다.’라는 말로 청소년이 당장에 느끼는 욕구와 소비를 제한한다. 이러한 어른들의 시선 때문에 아르바이트를 하는 청소년은 인내심이 부족한 소비지향적인 사람이 되어버린다. 과소비는 분명 경계해야 할 습관인 것은 맞다. 그러나 유독 청소년에게는 소비에 대한 엄격한 잣대가 주어지고 있다. 이러한 편견 속에서 근로청소년은 잘못된 소비 형태를 지닌 학생답지 못한 모습으로 취급될 수밖에 없다.

 

 

청소년 개개인의 사정

 

사례2 학업에 집중하고 싶은 고등학생 B는 아르바이트를 그만둘 수 없다. 어렸을 때 부모님을 여읜 B는 현재 이모의 집에 살고 있다. 이모 집에서 의식주는 해결할 수 있다고 해도 대학 등록금은 스스로 마련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B는 우수한 학업 성적도 유지하고 있다. 주말에는 아르바이트를 하고 평일에는 공부에 집중한다. 열심히 노력해서 낸 성적에 맞는 좋은 대학에 들어가기 위해 아르바이트는 필수이다.

 

[출처: tvn 드라마 '도깨비']

 

 

앞서 언급했듯 많은 어른들은 근로청소년을 정상의 범주에서 벗어난 비행청소년이라고 생각한다. 아르바이트를 하면 학생의 본분인 학업을 소홀히 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그러나 청소년은 미숙한 사람들이 아니다. 청소년은 스스로 무엇이 자신에게 더 급하고 중요한 일인지 판단할 자유와 능력이 있다. 그것이 공부이든, 돈을 버는 것이든 말이다. 또한 어른들에게는 청소년이 스스로 주어진 업무를 조절할 수 있다는 신뢰가 필요하다. 위 가상사례에서는 청소년이 아르바이트를 하는 동시에 학업 활동도 우수하게 해내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물론 이는 개별적인 사례로, 모든 청소년들이 경제활동과 학업을 동시에 잘 해내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다만 청소년이 아르바이트를 하는 것이 곧 공부를 포기하는 것이라는 생각은 어른들의 일방적인 판단이라는 점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청소년 각자에게는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개인의 사정이 있다. 위 가상사례의 고등학생 B는 대학 등록금과 생활비를 벌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했다. 소년소녀 가장 청소년처럼 가족을 부양하기 위하여 학업 대신 아르바이트를 하는 경우도 있다. 몇몇 학생들은 일을 하고 돈을 벌어야만 당장의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것이다. 청소년 개개인의 상황에 대한 충분한 고려 없이 그저 아르바이트를 하는 모습만으로 부정적인 시선을 보내는 것은 경계해야 할 일이다.

 

 

성숙한 인식의 필요성


근로청소년에 대한 부정적 인식은 그들의 권리 보장을 어렵게 만든다. 어른들의 곱지 않은 시선으로 인해 청소년들이 자신의 정당한 노동에 대해 눈치를 보게 되기도 한다. 제대로 된 임금을 받지 못하고, 부당해고를 당하고, 인격적인 모독을 받으면서도 이에 대항하지 못하는 열악한 근로청소년을 만드는 것은 근본적으로 사회의 비우호적인 시선 때문은 아닌지 재고해보아야 한다. 근로청소년은 엄연히 성인과 같은 권리를 가지는 정당한 근로자이다. 청소년의 자율성을 존중해 주는 어른들의 성숙한 시선이 있을 때 근로청소년이 설 자리도 넓어질 수 있다. 부정적 시선과 낙인이 없는 사회 속에서 청소년들은 조금 더 당당히 근로 권리를 주장할 수 있다. 모든 근로청소년들이 우리 사회 속에서 바로 설 수 있을 때까지 근로청소년을 바라보는 사회적 인식의 개선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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