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겨울호] 온라인 세상에도 어린이 청소년이 존재해요!

2021년 아동권리위원회(CRC)는 일반논평 25호로 <디지털 환경과 관련한 아동의 권리>를 포함했습니다. 디지털 환경은 아동의 권리 실현에 있어 새로운 기회를 제공하기도 하지만 그 권리를 침해하거나 유린할 위험 또한 그 안에 도사리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어린이 청소년에게 온라인 세상은 어떤 의미이고 어떤 경험을 하며 성장할까요? 디지털 미디어 리터러시 연구자로서 어린이 청소년 미디어 연구와 정책 자문에 힘쓰는 김아미 연구자에게 물었습니다. 

 

청소년에게 온라인은 어떤 의미인가요?

 

온라인, 오프라인이라는 용어가 무의미하다고 느껴질 정도로 온라인은 청소년의 일상에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들어와 있어요. 학교 다니는 청소년이 등교해서 스마트폰을 제출해도 그들이 향유하는 디지털 공간은 진행 중인 거죠. 나에게 기기가 없어도 내가 디지털 안에 있는 심리적 영향력은 유효한 상황이기 때문에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가르는 것 자체가 무의미한, 온라인과 엄청나게 밀착된 세대라는 생각이 들어요. 어떤 청소년은 온라인에서의 자신이 오프라인에서의 자신보다 더 의미 있고 중요한 경우도 있고요. 온라인의 중요도나 일상에 침투한 정도가 성인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강하고 청소년에게 미치는 영향력이 크다고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가르는 게 무의미하다는 의미를 구체적으로 설명해 주세요.

 

최근 학교폭력 이슈에 사이버폭력이 정책적으로 포함되었어요. 예전에는 온라인에서 일어난 일이니까 학교에서는 건드리지 않는 게 당연하게 여겨졌다면 이제는 온라인에만 끝나지 않고 온·오프가 같이 가는 상황이기 때문에 학교폭력을 보는 정책안에도 사이버폭력이 들어가게 되었어요. 특히 코로나19 이후로 그 변화는 극명하게 나눠집니다. 코로나19를 경험하기 이전에는 부모나 보호자가 스마트폰을 사주는 시기를 최대한 늦추고 아이들을 온라인에서 멀리 떨어트릴 수 있다고 믿던 때였어요. 코로나19를 계기로 어린 아이들도 스마트폰을 가지게 되고 학교에는 스마트 기기가 들어와서 더 이상 어린이와 청소년을 온라인에서 분리할 수 없게 되었어요. 

 

온라인 생태계는 어떤가요? 

 

너무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건 아닌가 경계하기도 하지만, 현재 온라인 생태계의 가장 큰 문제점은 이용자의 권리와 건강, 안전한 성장보다는 이윤추구에 확실하게 방점을 맞추고 있는 환경이라는 거예요. 많은 사람이 플랫폼을 이용하고 콘텐츠를 봐야 기업의 이익이에요. 플랫폼만의 기준을 가지고 잘 가꾸려는 노력 대신 자율 규제로 풀어놓아 많은 유해 콘텐츠가 있을 수 있는 환경이 되었어요. 또 어린이 청소년의 개인정보나 데이터가 수집이 돼서 맞춤형 광고에 사용되고 있는데 어린이 청소년의 권리나 성장을 고려하지 않는 경우도 많고요.

유해 콘텐츠나 허위 정보 만들고 사기를 치는 사람들의 문제도 있어요. 이런 사람들은 이게 돈이 되고 나에게 이익이 되니까 타인의 권리나 인권보다 이익을 최우선 하는 상황이에요. 온라인 문화 자체가 옳고 그름보다는 개인의 이익에 치중하고 있어요. 별점 테러나 댓글로 악플 쏟아놓는 사람들 있는데 이 사람들의 논리는 소비자로서 정당한 권리라고 믿는 문화 자체도 문제가 있죠.

하지만 좋은 점도 있어요. 관심사나 가치를 공유하는 다양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고요. 경제적 대가를 바라지 않고 정보를 공유해준다거나 콘텐츠를 추천해 주기도 하고요. 친절을 경험하기도 하고 다른 사람을 도와줄 수도 있어요. 좋은 점이 있으니까, 위험이 도사리고 있어도 온라인에 어린이 청소년이 계속 공존하는 것 같아요.

 

어린이 청소년이 온라인에서 긍정적으로 성장하는 이야기가 궁금합니다.

 

적극적으로 자기 생각을 만들어 가고 표현하고 소통하는 경험을 온라인에서 해요. 예를 들어 초등학생이 사회문제에 발언했을 때 오프라인에서는 의견이 받아들여지지 않는 경험이 많지만, 온라인에서는 다른 사람과 의견을 나누는 경험을 해요.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들과 모이고 사회 변화까지 경험하며, 적극적으로 사회참여 발언을 하는 시민으로서의 경험을 합니다. 남을 돕는다든지, 챌린지에 참여하거나 사회적 행동을 하는 일원이 될 수 있다는 부분도 좋고요.

또 한편으로는 나 자신을 시험해 볼 수 있는 환경이기도 해요. 어린이 청소년은 정체성을 찾아가는 시기인데요, 오프라인에서는 인종, 나이, 환경, 생김새를 가리고 뭔가를 추구하기 어려운 복합적인 ‘나’인데 온라인에서는 쪼개서 존재할 수 있는 거예요. 성별을 드러내고 나이를 드러내지 않는다든지 한국인임을 드러내지만, 나이나 사는 지역을 드러내지 않는다든지 그런 식의 내가 어떤 사람인지를 다각적으로 경험할 수 있는 공간이 좋은 점 중 하나인 거죠. 사회적 편견에서 벗어날 수 있는 환경인 것이 온라인의 강점이에요. 내가 좋아하는 걸 주도적으로 찾아볼 수 있는 환경이기도 해요. 나만의 세상을 찾아갈 수 있는 좋은 도구를 주기도 해요.

 

어린이 청소년의 온라인 생활에 대한 기성세대의 부정적인 시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요.

 

모든 아이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 만나서 이야기해 보면, 오랜 시간 동안 스마트폰이나 디지털 기기 사용하는 모습을 본인도 경각심을 가지고 어떻게 조절해야 할까를 중요하게 생각해요. 자기조절 능력을 중요한 역량으로 여기는 거죠. 과의존이 없다고 할 수 없지만 어린이 청소년도 조절하고 싶어 한다는 걸 말씀드릴 수 있어요.

과의존이 개인의 자기조절 능력 문제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 온라인 플랫폼 성격상 눈을 못 떼게 만들거나 시간을 계속 보내게 하는 행위 유도성이라는 구조 문제도 있어요. 추천 알고리즘이나 알림이 오면 친구들에게 반응을 바로 해야 하는 디지털 속성을 우리가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생각해 봐야 합니다.

유해 콘텐츠도 마찬가지예요. 어린이 청소년 스스로 유해 콘텐츠를 접하는 것에 거부감을 가지고 있어요. 피하고자 노력도 하는데 쉽지 않죠. “보지 마!.”, “하지 마!.”는 이제 더 이상 영향력이 없다고 생각해요. 이제는 어떻게 잘 볼 것인지의 문제에요. 그리고 유해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들에게 사회적 제재를 어떻게 할 것인가 두 축으로 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온라인을 대하는 어린이 청소년에 대한 우리 생각에 편견이 있는 것 같아요.

 

어린이 청소년이 디지털 미디어 환경에 대해서 본인이 의식을 가지고 말하기까지 단계들이 있어요. 아이들이 만나자마자 바로 답할 수 있는 게 아니고 자신들이 디지털, 온라인에 대해 생각하고 대화하는 과정에서 그 능력이 밖으로 나오게 돼요. 하지만 기성세대들이 어린이 청소년과 깊이 이야기하는 경우는 거의 없어요. 주로 지시한다거나 ‘너 왜 그러니’ 하죠. 표면만 스쳤을 때는 깊이 있는 성찰이 안 나오거든요. 분명히 모든 아이 안에 경험과 생각이 있지만 그걸 끌어내는 교육이 중요한 거고, 계속 사고하도록 도와주는 어른들도 중요한 것 같아요.

어려운 점은 어른도 잘 모른다는 거예요. 우리도 디지털, 미디어에 대해 생각해 버릇하지 않잖아요. 관성적으로 사용하고. 어린이나 청소년에게 생각하면서 쓰라고 말하는 게 어른들도 어색하죠. 어떻게 써야 하는지를 말할 수 없기 때문에. 디지털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을 성인도 같이 경험해야 하는 부분이에요.

 

흔히 어린이 청소년이 날 때부터 디지털 세상에 익숙하니 모두 비슷한 온라인 경험을 하고 있을 것이라 짐작해요. 하지만 여러 요인으로 격차가 발생할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어떤가요?

 

처음 출발할 때는 차이가 있을 거예요. 주변에서 어떻게 신경 써주느냐에 따라 첫 경험이나 성장 정도의 차이는 분명히 있을 거예요. 흥미로운 건 그 안에서 자신이 누구와 경험하느냐에 따라 같이 성장하기도 하죠. 그때부터는 기질과 이용 환경 차이가 분명히 드러나는 것 같아요. 디지털 격차라고 생각할 때 기기가 있냐 없냐 정도로만 생각했는데요, 디지털 환경 안에서 얼마큼 자기 조절 능력을 가지고 위기에 대응할 수 있고 원하는 것을 만들 수 있느냐는 능력에 따라 경험의 격차가 점점 발생해요. 그렇기 때문에 기질에 맞게 적재적소 교육을 하고 같이 지원해 주는 지원체계는 필요해요. 그래야 디지털 환경을 온전히 향유할 수 있어요.

또 하나 주목해 줬으면 하는 부분은 경제적 자원에 따라 어떤 경험을 하고 영향을 받는지 많이 보게 돼요. 예를 들면 무료 게임과 유료 게임을 하는 아이들은 다른 경험을 하게 되는데요. 무료 게임은 실질적인 돈은 안 내지만 광고에 노출된다든지 원치 않은 콘텐츠에 노출이 된다든지 하는 마치 황무지를 알아서 헤쳐 나가야 하는 게 무료 공간의 특성이거든요. 처음부터 돈을 투자할 수 있고 어떤 곳에 양질의 콘텐츠가 있는지 안내를 받을 수 있는 어린이 청소년은 훨씬 안전하고 많은 성장을 할 수 있어요. 똑같이 디지털을 경험한다고 해서 다 같은 경험하는 게 아니고 경제적 요인도 영향을 주는 걸 보게 돼요. 어떤 집에서는 게임을 구독하게 하고 프리미엄을 사용하여 광고를 안 보게 해요. 이윤 창출을 하는 기업의 생태계와 연관이 있는데 돈을 내면 양질의 서비스 경험하게 돼요. 이게 과연 공정한 것인지 사회적 논의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요즘 어린이 청소년이 메타버스에서 노는 걸 좋아하는데 아바타를 꾸미잖아요. 내가 여기에 얼마큼 돈을 사용할 수 있는지 없는지가 겉모습에서 티가 나기 시작하는 거예요. 또 게임에서 내가 어떤 능력을 갖출 수 있는지 어떤 게임에 들어갈 수 있는지도 돈에 따라 달라져요. 경제적인 힘 때문에 드러나는 격차를 오프라인에서도 경험하지만 적나라하게 경험하는 아이들이 완전 대다수라고 저는 생각하지 않거든요. 그런데 온라인에서는 오히려 적나라하게 경험하게 되고 그런 것 때문에 돈을 벌기 위해서 그림을 그려 판다던지 기부해달라는 부스를 만드는 환경을 경험하면서 일면으로는 경제관념 생긴다는 장점도 있지만, 돈이 있고 없고 차이를 계속 실감하게 되는 거예요. 엄청나게 어렸을 때부터. 우리가 이걸 계속 방치해도 될지 생각하게 되었어요.

 

어린이 청소년이 안전하고 즐겁게 온라인 공간을 이용하기 위해 무엇이 필요할까요?

 

어린이 청소년 대부분이 온라인이나 디지털 세상을 경험할 때 자기 혼자 경험하는 게 많아요. 스마트폰이나 SNS를 처음 사용할 때 주변으로부터 조언을 받은 게 있는지 물어보면 있다는 어린이를 한 명도 만나지 못했어요. 온라인 세상도 새로운 동네거든요. 오프라인에서 새로운 동네로 탐방을 가면, 어른들은 이런 거 조심하고 이렇게 해야 한다는 기본적인 조언을 주기 마련인데 온라인은 그렇지 않아요. ‘몇분 이상 사용하지 마!’ 또는 조금 신경 쓰는 집에서는 ‘계정은 이렇게 운영하자’, ‘몇분만 하자’, ‘이 게임은 하지 말자’ 이야기해요. 하지만 그 안에서 어떻게 행동하고 성장하라고는 이야기하지 않거든요.

최근 어린이 게임문화 연구에 참여하고 있는데 부모를 만나서 이런 질문을 했어요. ‘여러분의 자녀는 그 세상에서 어떤 사람이었으면 좋겠습니까’라는 질문을 드린 적이 있어요. 처음 생각해 본다고 하는 반응이 대부분이었어요. ‘아이들이 온라인에서 어떤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어떻게 성장했으면 좋겠다.’ 보다는 적당히 썼으면 좋겠고 덜 썼으면 좋겠고, 위험한 건 피하면 좋겠다고 이렇게만 생각해요. 건강하게 온라인을 경험하기 위해서는 접할 때부터 어떻게 경험하고 어떤 사람이었으면 좋겠는지 계속 말해주는 사람이 필요하고 위험에 대해 말할 수 있는 믿을 수 있는 사람도 필요해요. 이건 첫 단계 이야기이고요.

성장할 때는 온라인에서 성인인 나는 주변을 얼마나 배려하는가 돌아볼 필요가 있어요. 이렇게 말하는 저도 상대방이 어린이일 거라는 생각을 안 하고 소통할 때가 많거든요. 그런데 어린이 청소년일 수 있어요. 그런 것들을 고려하고 타인을 배려하는 방식으로 소통해야 하는 게 이후 우리들의 노력이에요. 한 축으로는 환경을 건강하게 가꾸기 위해서 정책적 노력이 계속 필요해요. 여러 축이 같이 가야 어린이 청소년이 온라인에서 건강하게 살 수 있다고 봐요. 총체적으로 봐주면 좋지 않을까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