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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키즈 자료실/비영리공익단체 NGO

비영리단체의 투명성 강화는 비영리단체의 빈익빈 부익부를 가져오나?

by 함께걷는아이들 2019. 1. 16.

몇 년 전부터 비영리단체들 사이에서는 투명성 강화가 이슈다. 기부금 사용에 대한 일반 시민들의 신뢰도가 바닥에 떨어졌고, 이에 대한 자체적인 자정작업 및 신뢰회복을 위한 노력이 이루어지는 한편, 외부의 규제도 강화되고 있다.

 

#자체적인 자정작업

함께걷는아이들 역시 2015년부터 본격적으로 투명성 강화를 위한 교육, 규정마련, 홈페이지 재정비, 공시 등의 노력을 기울였다.(관련 블로그 글 http://walkingwithus.tistory.com/459?category=222378) 그러면서 고민을 함께하는 몇몇의 단체들과 비영리의 투명성, 신뢰도 회복을 위한 공익네트워크 우리는이라는 모임에 참여하게 되었다. 자체적인 자정작업을 어떻게 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외부의 규제는 어떠한지를 함께 리뷰 하는 자리였다. 그 과정을 통해 비영리단체들이 재정투명성이라는 이슈 자체에 대한 인식 자체가 너무 낮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것은 나조차도 마찬가지였으니, 비영리단체 특성상 미션을 추구하는 공익적인 사업에 집중하면서 우리가 영리기업도 아닌데 세금이나 재정, 법적 규제에 크게 신경 쓰지 않는 것이 전반적인 상황이다. 그러다보니 이를 담당하는 담당자는 조직 안에서 이를 함께 고민하거나 해결하기 어렵고 혼자서 모든 규제의 변화, 공시, 재정운영 등을 담당해야 한다. 그렇다고해서 외부에 정보가 많은 것도 아니다. 회계사도 비영리부분은 잘 모르는 경우가 많아서 비영리를 잘 이해하는 회계사를 만나야 자문을 받을 수 있다. 지자체 담당자들 역시 자주 바뀌면서 담당자마다 말이 다르기 일수이다. 상황이 이러다보니 비영리단체의 재정, 세무 등을 맡고 있는 담당자들이 모이면 토로회가 벌어지는데 대부분 모르는 것이 있어도 어디에 누구에게 물어봐야 할지 모르겠다는 것이다.

비영리단체를 맡고 있는 책임자들은 지금보다 좀 더 경영자 마인드를 가져야 할 것 같다.(나부터도) 담당자에게만 맡겨두는 것이 아니라 조직전반의 운영을 위한 인사, 재정, 지배구조 등을 더 공부하고 전문화해야 한다. 수익을 창출하는 것은 아니지만 비영리단체의 활동기반이 되는 기부금은 영리에서의 수익보다 더욱 잘 다루어야 하는 비용이라는 인식, 그것을 잘 신고하고 공시하고 알려야 한다는 리더의 인식이 투명성 강화의 시작일 것 같다.

 

#외부의 규제

어금니아빠사건, 새희망씨앗재단 비리사건 등이 연이어 터져 비영리 투명성이 문제가 되면서 정부도 공익법인 회계기준을 마련하였다. 비영리단체의 회계기준이 모두 다르거나 없는 문제에 대한 대책을 내놓은 것이다.

더불어 [가이드스타]라는 단체에서 국세청에 공시된 비영리단체의 재정 정보를 분석하여 별표를 매기기 시작했다. 형식적이고 아무도 보지 않았던 국세청 공시가 주요 데이터로 떠오르게 된 것이다.

천만원 이상의 대중모금은 사전 신청하고 보고하게 되어있는 [기부금품모집법]도 더욱 강화되어 기부금품 모집법에 의해 신청하고 보고한 내용은 1365 사이트에 의무적으로 게시하도록 하고 있다.

 

#그래서 비영리단체의 신뢰도는 회복될 수 있을까?

공익법인 회계기준, 재정투명성의 기준 준수, 기부금품모집법 이 모든 과정을 우리 단체가 직접 해나가면서 든 생각은, 결국은 이 규제 강화의 흐름 속에 대안이 없이 규제만 강화된다면 큰 단체들만이 살아남겠구나. 하는 답답함이다.

 

우선적으로 모든 기준과 공시자체는 재정 규모가 큰 단체를 그 대상으로 하고 있다. 이것은 매우 합리적인 배려인 것 같지만 사실은 그러지 않다. 2014-2016년까지 모 신문에서 연재했던 비영리기부금 어디로 가는가?” 기획기사에서 100억 이상 규모의 비영리단체들은 외부회계감사를 의무사항으로 하고 있는데 이들만을 조사 대상으로 하면서 결과적으로는 마치 결국 큰 단체가 그래도 투명성 강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논지의 기사를 썼던 것을 기억한다.

공시라는 것이 무엇인가? 일반 시민들이 이 단체가 후원금을 잘 쓰고 잘 보고하는 곳인가 알아보고 싶을 때 찾아보라는 의도가 아닌가?(지금 그런 용도가 얼마나 되는지 의문이긴 하지만) 그렇다면 공시대상이 대규모 단체만을 대상으로 한다는 것은 시민들에게 어떤 메시지를 줄 것인가? 정보가 없지만 기부하고 싶은 시민들이 접근 할 수 있는 곳은 대규모 단체들로 제한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소규모 작은 단체들은 어느 루트의 어떤 방법으로 그들의 투명성을 알리고 시민들과 소통해야 하는가???

 

복식부기와 외부 회계 감사의 함정. 국세청 공시, 공익법인 회계기준 모두 복식부기를 기본으로 하고 있다. 단식부기에 익숙해져있는 비영리단체들에서는 복식부기 자체가 접근하기 어려운 장벽이다. 그러다 보니 보통 단체 내부에서는 단식부기를 하고, 복식부기는 외부 전문 단체에 비용을 주고 맡기는 경우가 많다. (우리 단체도 그렇게 하고 있다.) 거기에 더불어 모든 재정투명성의 중요 지표로 외부회계감사가 기본으로 깔리고 있다. 외부 회계 감사는 회계사에게 의뢰해야 하는데 가장 중요한 요인은 아무래도 비용이다. 단체 규모에 따라 다르겠지만 비용이 최소 2-300만원에서부터 출발한다. 그것이 의무사항이 아닌데(100억 규모인 공익법인 의무사항) 이러한 비용을 들인다는 것은 큰 결정이 아닐 수 없다. 결국 단체입장에서 재정의 투명성을 강화한다는 것비용이 드는 일이다. 비영리단체의 수입이라는 것이 정부나 외부 기업·재단의 지원금이거나 민간 기부금으로 이루어지는데 정부나 기업이 이러한 비용을 써도 좋다고 허용하는가? 아니면 개인 기부자가 본인 후원금으로 이러한 비용을 써도 좋다고 허용하는가? 비영리 단체는 어떤 수입으로 이러한 지출을 감당해야 하는걸까?

그런데 더욱이 아이러니한 것은 복식부기를 쓰고 외부회계감사를 한 자료들이 일반 시민들에게 보기 편하고 쉬운 자료인가 하는 것이다. 일반 시민들에게 이해하기 어려운 복식부기를 재정 투명성 강화를 위해 추가 비용을 쓰면서 도입해야 한다는 것은 서로에게 참 어려운 일인 것 같다.

 

규제+규제 사이의 큰 구멍. 이 정도 하고 나면, ... 이건 국세청 공시이든 공익법인 회계기준이든, 이것은 시민과의 소통과 신뢰회복을 위한 것이라기보다 정부가 규제하기 위한 것이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면 그동안은 규제가 부족해서 비리가 발생한 걸까?

1. 정부지원금을 받으면 그 지원금에 대한 모든 서류제출과 재정 집행에 대한 보고와 감사를 진행한다. 정부 지원금이 없어도 공익법인의 경우 기부금 내역을 국세청에 보고하여 민간에서 보고한 내용과 단체가 보고한 내용을 서로 확인한다. 거기에 담당 지자체로부터 매년(시설) 혹은 3년에 한번(법인) 지도점검을 받는다. 매년 내부 회계감사를 하여 이사회에 승인을 받는다.

2. 이러한 프로세스와 별도로 천만원이 넘는 모금은 [기부금품 모집법]에 의해 별도의 사전 신청과 보고를 한다.

3. 이것과 또 별도로 년간 3억이 넘는 자산을 가진 단체들은 매년 국세청에 일정 양식에 맞춰 재정 공시를 한다.

규제가 부족한가? 과한가?

나는 1의 과정만 제대로 했다면 2,3이 필요도 없거니와 비리가 발생하지도 않았다고 생각한다. 기부금 영수증을 끊어주어 개인이 그것으로 세금공제를 받고, 단체에서는 이를 국세청에 신고하여 서로 맞춰보고 맞게 진행되고 있고, 이사회를 통해 내부 회계 감사가 진행되고, 지자체의 지도점검이 이루어지는데도 비리가 걸러지지 않았다면 이 중 어딘가에서 문제가 발생한 것이다.

규제에 규제를 더할 것이 아니라 기본적인 신고, 공시, 규제를 제대로 작동하게 해야할 것이다.

 

#비영리단체의 존재의 이유가 무엇일까?

정부가 할 수 없는 일, 소수의 사람들의 목소리를 찾아서 내는 일, 실험적인 실천이 시작될 수 있는 일, 창의적인 도전들이 이루어질 수 있는 일, 재미있는 시도가 이루어지는 일, 보이지 않는 열악한 곳을 찾아가는 일. 이러한 것이 비영리단체들이 해야 하는 일이 아닌가?

그렇다면 작은 단체, 다양한 단체, 신생 단체들이 많은 것이 비영리 생태계의 필수적인 요소일 것이다.

어느 비영리단체 실무자가 재정투명성 강화 교육에 갔다가 이러한 것들(복식부기, 외부회계감사, 각종 공시 등)을 다 감당할 자신이 없는 단체들은 문을 닫든지 큰 단체에 흡수될 것이라고 했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한다. 정신이 번쩍 든다.

비영리단체들의 재정 투명성 강화, 시민의 신뢰도 향상의 방향과 흐름이 작은 단체들은 넘어설 수 없는 장벽을 만들어 도태되도록 하고, 대형 단체들만 살아남게 되는 결과를 낳지 않으려면 어떠한 노력들이 필요할지 머리를 모아야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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