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의 자립"이 어떤 상태를 의미하는걸까?

더욱이 위기 상황에 있는 청소년들의 자립이란 것은 가능하기나 한걸까?

이러한 질문을 가지고 기존의 "자립"이 아닌 위기상황에 놓인 청소년들에게 "자립"이란 어떤것인지 고민했던 자몽 프로젝트의 연구결과물을 나누고자 한다. 본 글은 인권교육센터 ""의 활동가들이 함께걷는아이들과 함께 진행한 "자몽"프로젝트 참여기관과 청소년들을 만나면서 나눈 이야기들을 정리하여 발표한 연구보고서의 내용을 발췌 정리한 것이다.

청소년의 자립을 어떻게 말할 것인가?

1.유동하는 자립 2.조건없는 자립 3.지금 현재의 자립 4.지속가능한 자립 5.관계적 자립 6.주체적 자립

각각의 자립이 어떤것을 의미하는지 하나씩 만나보자.


<관계적 자립 : ‘나홀로 자립이 아니라 함께 자립의 중요성>

오늘 소개할 자립의 개념은 함께 상호 연대할 수 있어야 함을 강조하는 관계적 자립이다.

본격적으로 살펴보기 전에 우리는 관계적 관점에서 자립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먼저 짚고 가보자.

 

홀로서기의 불가능성 : 자립 vs. 의존 이분법 비판

우리사회는 자립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흔히 자립이란 의존하지 않고 홀로 살림을 꾸려나가는 것, 자기 힘으로 살아가는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 이는 기존의 사회적 관계망을 떠나 개인화되는 것을 자립의 과정으로 이해하는 것인데 이는 자립을 어려운 과정으로 만드는 요인 중 하나이다.

쉽게 말해 자립과 반대 되는 개념으로 의존적인 사람을 부정적으로 보는 것에서 출발한다. 몸과 정신이 온전함에도 노동하지 않는 사람은 게으르고 무기력하다는 식의 낙인을 찍고, 이들을 어떻게든 자활시키려는 정책들이 추진된다. 김인숙(2007)은 개인의 태도와 성격을 변화시킴으로써 취업에 필요한 개인적 특성과 기술을 갖도록 준비하는 것을 핵심으로 하는 개인화된 자활이 갖는 문제점으로 자활의 책임을 사회적 능력이 아닌 개인의 능력에 두어 자활 해결책을 개인화하거나 심리학화함으로써 개인과 가족에 대한 비난을 촉발한다는 점, 자활을 누구로부터도 도움을 받지 않는 독립적 상태로 이미지화함으로써 연결상호의존을 배제시킨다는 점을 지적한다.

자립과 의존을 대립적인 관계로 볼 것이 아니라 독립적인 가치로 우리 삶속에 맞물려 있다는 것을 인식하고 홀로서기가 아닌 함께 서기로서의 자립을 관계적 자립으로 개념화 하였다.

 

탈가정 청소년의 관계적 어려움

(인터뷰참여 청소년) : (파트너가 조건만남을 알선하는 등 관계가 가혹했는데 왜 그 관계를 유지했을까?) 가정에서 나에게 관심이 없었어. 혼자 집에 있고 학교생활도 안 좋았고 사람이 너무 고팠어. 내가 관계를 끊을 수 없었던 이유는 아무 연고가 없는 곳으로 가서 그 사람만 있었던 것.

이는 그녀의 파트너가 이용하려고 관계를 유지하는 것 같다고 생각했음 에도 1년여 동안 연애관계를 정리하지 못했다. 가장 외로웠던 시절 어쨌든 자신과 관계 맺은 유일한 사람이었다는 것, 아무 연고도 없는 관계의 황무지에 홀로 있었다는 것이 그녀가 폭력으로 얽힌 관계를 단절하지 못한 이유였다. 다른 선택지가 없는 상황에서 관계의 결핍은 유일한 관계에 대한 일방적인 의존을 심화시킬 수밖에 없었다.

: (20세가 되어서) 시간을 줬는데 난 (그룹홈을)나갈 준비가 안 되어 있는 거예요. 그래서 더 (시간을) 끌고 끌고 이러는거, 계속 압박감은 드는데 나는 아직 나가고 싶지 않고 나가는게 무서운데... 왜냐하면 혼자 살아야 하는데 외롭고 이런 걸 어떻게 이겨내야 할지 모르고. 지금도 그런 감정이 없는 건 아니에요. 여기서 나가면 또 혼자 지내야 하는데 그걸 아직까지는 어떻게 해야 할지 잘 모르겠어요.

자립을 준비한다고 할 때 가장 큰 어려움 가운데 하나가 경제적 문제 외에도 외로움’, ‘혼자 있는 시간을 견디는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나이가 들어 독립하는 경우는 기존의 가족/사회관계가 유지되는 가운데 혼자 독립적 공간을 마련한다는 것에 가깝다면, 탈가정 청소년의 자립은 원 가족과의 관계는 단절되고 탈가정 이후 만들어졌던 일시적 관계(쉼터, 그룹홈 등)들도 끊어진 채, 혼자만의 외로운 섬으로 밀려나는 일이 되기 싶다.

 

청소년자립을 위해 필요한 관계망 만들기

쉼터 청소년 자립에 대한 질적 연구물들을 보면, 등장한 사례의 인물들이 공통적으로 함께 살 사람, 대화할 사람, 정서적 관계를 맺을 사람을 필요로 하며 자립에 있어서도 고립되는 것이나 물어보고 상의할 사람이 없는 것을 가장 걱정하는 것, 힘든 것으로 꼽는다.

안정적인 관계망 속에서 타인과 교류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질수록 자립에 대한 두려움은 줄어들 수 있다. 무엇이 우리의 삶을 힘들게 하는지, 어려움을 나누기 위해 서로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지를 생각하고, 말하고, 실천할 수 있는 튼실한 관계망을 조직해야함을 말해주고 있다.

: 그때는 되게 세상에 대한 미움이 많았어요. 반항하는 행동도 많이 하고, 누가 걱정하고 조언을 해도 안들렸어요. (···) 사람들이 가식적으로 대하는 건 아닌가. 어차피 그 사람들은 가버릴 사람들인데 내가 마음을 열어도 되나, 어차피 갈 텐데 실망도 많이 하게 될 텐데.. 평생을 자기방어만 하면서 산 것 같아요 (···) 동정하거나 그런 건 정말 싫었어요. 내가 쉼터에 있으니까 잘해줘야 되겠다. 그런 마음이 느껴지는 샘들도 있었고 그래서 더 벗어나려고 했었어요.

(앨리스를 자립을 준비할 수 있는 곳이라고 얘기했는데, 뭘 도와주나요?) 같이 고민해주고 생활 해준다는게 제일 도움이 돼요. “원래 이런 거 관심 있지 않았어?” “이런 거 한번 해볼래?” 그러면 한번 해볼까? 내가 언제 이런 걸 해보겠어? 이렇게 생각하게 되고 새로운 사람도 만나고 새로운 경험도 하게 되고 그런게 많아지니까..

- [이상한나라앨리스]는 들꽃청소년세상에서 운영하는 자립팸으로 보호의 사각지대에 놓인 청소년을 위한 공동체이며, Exit버스 활동과 연계되어 운영되고 있음

탈가정, 탈학교의 경험은 주어진 가족관계’, ‘주어진 학교사회 내 관계에서 벗어나 내가 만들어가는 관계를 전면적으로 실험하는 계기가 된다. 반면, 쉼터나 기관의 실무자들이 청소년들과 맺는 관계는 떠나온 관계를 연상시키거나 동정의 대상이라는 기분을 들게 만들기도 한다. 그러다보니 청소년들이 그들에게 마음을 열기란 쉽지 않다. 대신에 친구나 애인에게 많이 의존하지만, 그 관계 역시 불안정하기 때문에 또 상처를 받게 된다. ‘은 자기를 바꾸려는 선생님이 아니라, 친구로서 다가온 활동가의 오랜 설득과 기다림 끝에 함께하게 되었고 함께 고민하고 제안함으로써 자립을 준비하는 시간을 덜 외롭게 보내고 있다. 자립지원에서 사회적인 관계성을 강조하는 경우에 대인관계능력 사회성발달을 고려하자는 제안으로 그칠 것이 아니라 관계망을 만들 기회를 제공하고 주변 환경과 관계의 변화를 스스로 만들어 볼 수 있도록 실천의 폭이 확장될 필요가 있다.

 

끝으로 인터뷰에 참여한 청소년이 바라는 이상적인 관계는 서로 얘기를 할 때 굳이 해결이 안 되어도 털어놓을 수 있는 관계이며, 자신은 누군가에게 좋은 얘기를 해주고 응원해주는 사람이 되고싶다고 이야기 한다. 당장의 해결책이나 도움이 필요해서 곁에 사람이 있길 기대하는 것이 아니라 말을 주고받을 수 있는 관계. 서로 응원하고, 보듬을 수 있는 관계들이 쌓여나가면서 무너질 것 같은, 흔들릴 것 같은 상황에서도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힘이 생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