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의 자립"이 어떤 상태를 의미하는걸까?

더욱이 위기 상황에 있는 청소년들의 자립이란것은 가능하기나 한걸까?

이러한 질문을 가지고 기존의 "자립"이 아닌 위기상황에 놓인 청소년들에게 "자립"이란 어떤것인지 고민했던 자몽 프로젝트의 연구결과물을 나누고자 한다. 본 글은 인권교육센터 "들"의 활동가들이 함께걷는아이들과 함께 진행한 "자몽"프로젝트 참여기관과 청소년들을 만나면서 나눈 이야기들을 정리하여 발표한 연구보고서의 내용을 발췌 정리한 것이다. 

청소년의 자립을 어떻게 말할 것인가? 

1. 유동하는 자립   2. 조건없는 자립  3. 지금 현재의 자립  4. 지속가능한 자립  5. 관계적 자립  6. 주체적 자립

각각의 자립이 어떤것을 의미하는지 하나씩 만나보자. 



우리가 만난 청소년(이하 '청')은 집을 나온 후 일자리를 구하고 싶었지만 쉽지 않았다. 낮 시간에 일이 가능하고 거주지(본가)가 일터의 위치와 달랐기 때문에 그녀는 가출 청소년이라는 혐의를 샀다. 그녀가 집을 나온 상태인 것은 맞지만, 그것 자체가 고용주들에게는 불안정/불성실의 표식이자 위험 부담을 감수하는 일이기에 누구도 그녀를 고용하려 하지 않았을 것이다. ‘미성년자이기 때문에 부모 동의서가 필요했지만, 거짓으로 작성하거나 나이를 속이지 않는 이상 일자리를 구할 수 없었다. 집을 나온 상태이기 때문에 돈을 버는 것이 더욱 절실한 상황이었지만 청소년이기 때문에, 더 정확히 말하자면 청소년의 주체성을 모두 봉쇄한 제도들 때문에 그녀는 조건 만남을 하거나 일용직 근로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지금 현재 자립을 원하거나, 자립의 문턱에 돌입한 상태여도 청소년은 자립을 준비해야 하는 시기로 묶여있기 때문에 발생하는 어려움들이 많다. 이는 김인숙(2007)의 연구에 참여한 성매매 여성들의 목소리를 통해서도 확인해볼 수 있다. 그녀들은 자활을 위한 준비진짜 자활간의 간극을 예민하게 인식하고 있었다. 그녀들이 강조하는 것은 일자리를 준비하는 것과 실질적으로 일자리를 갖는 것과는 다르다는 것이다. 그녀들에게 필요한 것은 규정된 일자리 준비보다 일자리 그 자체이다.생계 자체가 안 되는 사람한테 가치를 찾으라고 할 때 그걸 받아들일 수 있을까? 솔직히 힘들었어. 돈을 벌지 못하니까 떨어져 나가는 사람들도 있고.” 성매매 여성들은 자격증을 준비하는 것과 그것을 가지고 일자리를 얻는 것은 별개라는 것, 따라서 자활의 준비가 안됐다고 자활이 안됐다는 등식이 성립하지 않음을 토로한다.

 

자활지원센터 등에서 기관 연계를 통해 소개받는 일터의 경우, 청소년과 실무자/활동가 사이에 극명한 입장차가 벌어지기도 한다. 이는 커피동물원*이 청소년들이 고용된 일터이자 수익을 내야 하는 상업적 공간이자 자립을 훈련하는 교육장이라는 복합적 정체성 때문에 여러 가지 고민과 긴장이 있을 수밖에 없다는 맥락과 통해있다. 이러한 공간적 특성은 실무자와 청소년의 관계 맺기에서부터 급여를 둘러싼 문제에 이르기까지 종합적인 영향을 미친다. 모든 이야기를 이 지면에서 다룰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교육/훈련을 위해 어쩔 수없이 노동자로서의 권리는 유예할 수밖에 없다는 식의 귀결은 문제적이라고 생각한다


(쉼터에서 도움이 됐던 게 있었어요?) 뭔가 취업이나 인턴십 연계해준 거? 자리 잡는 기회를 연결해준 거? 취업성공패키지? 근데 (상담, 학원, 취업의 3단계 중에서) 상담만 받고 끝났어요. 그때 (헤어졌던) 애인이랑 다시 만나게 됐는데 쉼터 나와서 방 잡고 걔를 먹여 살리느라고.

 

(자리를 잡고 싶어서라고 얘기하셨는데, 자리를 잡는 게 어떤 거예요?) 그때 당시엔 학교를 포기했으니까 사회 시선을 많이 느꼈던 것 같아요. 집을 나왔고 학교도 나왔지만 검정고시도 준비해야 하고. 뭔가를 배우고, 하고 싶은 걸 시도해 보기도 해야 하고. 근데 그때는 이성적인 판단보다는 감정에 치우쳐서. 나중에 배우면 되지, 검정고시 나중에 따면 되지 그렇게 자꾸 미뤘던 거 같아요. 해야 되는 시간이 왔는데도 무서운 거죠. 내가 해보질 않았으니까, 지금까지 공부도 안했으니까 내가 할 수 있을까? 이런 생각도 들고.

 

(자리를 잡는다는 게 배워야 한다가 아니라 배우고 싶다, 하고 싶다고 생각하는 걸 해보는 거?) 그때는 하고 싶은 것(운동)도 중요한데 그때는 돈을 벌어야 했어요. 돈이 더 중요했어요. 학교 그만두고 쉼터에서 생계유지하기도 힘들었으니까. 계속 돈한테 쫓겼던 것 같아요. 돈이 된다고 해서 한 일도 있고. 내가 뭘 해야겠다는 생각보다는. (배운다기보다 지금 당장 경제적으로 생활할 수 있는, 돈을 벌 수 있는 일자리가 많이 필요했던 시기였네요?) 애들하고 있고 싶은데 방을 못 구하니까. 돈을 벌어 방을 잡으면 애들이랑 있을 수 있으니까 그런 생각.

 

(보통 집에서 독립한다고 하면 나 혼자 돈을 모으든 집에서 지원을 받든 해서 방을 얻고 나만의 공간을 만든다는 경향이 많은데, 반대로 빨리 돈을 모아서 방을 구해서 친구들이랑 같이 살 생각을 많이 했었군요?) 그때는 혼자 있는 게 너무 그 시간이 자신이 없었어요. 혼자 있는 게 너무 싫었고. 시간이 지나다 보니까 혼자 있어도 괜찮고 혼자 있는 시간을 이용도 하고 그러는데... 그게 자연스러운 게 아니라 엄청 노력하고 참아서 된 거예요.



사람마다 그 순간 가장 필요한 자립의 과제는 다를 수 있다. 위의 청소년은 쉼터에서 생활하는 동안 취업성공패키지 프로그램에 들어갔으나, 당장 애인과 함께 살 공간을 마련하기 위해 돈을 버는 쪽을 택했다. 하고 싶은 것보다는 돈을 벌 수 있는 것을 택해야만 했던 시간이었다. 그때는 배우고 싶은 걸 배우는 것보다 혼자 있지 않아도 되는 것이 더 중요했기 때문이다. 서원의 선택에는 이유가 있고, 맥락이 있었다. 그것을 이해하려는 주변인들의 시도가 있을 때, 청소년 본인도 그 시간을 자립을 멈추고, 잘못된 선택을 한 순간이 아닌 자립의 시간의 일부분으로 서사를 만들어갈 수 있다. 교육공동체 나다활동가 변은 10년 전 네 명의 탈가정 청소년들과 살았을 때의 일화를 전하며 이렇게 말한다. “처음에는 그들에게 좋은 아빠나 교사 노릇을 하려고 했던 것 같다. 그러나 내가 아무리 애써도 그들에게 아빠나 교사는 그들을 통제하고 관리하는 시선이었기에 그들은 눈치를 보며 자신을 숨기려고 했고 나도 똥폼을 잡느라 솔직할 수가 없었다. 잘못을 깨닫고 그들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받아들이려 했을 때 무언가 변하기 시작했다. 그들 중 누군가는 불안에 떨지 않고 살아보기는 처음이라고 고백했다.” 미래를 준비하기 위해 현재를 옥죄고, 자신에게 채찍질하는 것보다는 지금 있는 그대로의 모습과 선택에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힘이 자립임을 생각해보게 된다.

 

더불어 만약 위의 청소년에게 애인이나 친구와 함께 지낼 수 있는 안정적인 주거가 제공되었다면, 그녀는 해보고 싶은 것, 배우고 싶은 것에 도전할 기회를 찾았을 것이다. 시설로 수렴되지 않는 다양한 주거 지원, 앞으로의 정착을 예비하는 저축 형식의 지원금뿐만 아니라 최저 생계비를 직접 지원할 수 있는 길을 여는 것 등이 지금 현재의 자립을 든든하게 받혀줄 수 있을 것이다.


* 커피동물원 http://walkingwithus.tistory.com/218 글 참고
* 참고문헌  : 김인숙(2007)성매매 여성의 자활 진단척도 개발의 필요성 및 내용,성매매방지법 시행 3주년 기념 심포지엄 :성매매 여성의 지속가능한 자활을 위한 대안 모색자료집.

* 연구보고서 전체가 보고싶다면? http://walkingwithus.tistory.com/163 요 글 참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