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해 광장에 촛불 들고 모인 청소년들을 보면서, 이 나라가 잘못 돌아가고 있다고 적극적으로 외치는 청소년들이 이 사회 시민이라는 것을 누구도 부정할 수 없었을 것이다.

청소년들은 세상의 변화에 중심에서 힘썼고, 우리는 함께 그 변화를 이루어냈다.

많은 사람들이 청소년들의 시국선언을 보면서 민주주의 수호자라며 '청소년들의 행동에 부끄럽다'고 하는 시간들이 이어졌다.

그러나 막상 그런 이 나라를 위해 대통령을 다시 뽑아야 하는 순간에 청소년들은 그 순간을 지켜만 봐야했다. 이젠 뭔가 잘 돌아가나 싶었던 그 사회는 여전히 청소년들 앞에서는 무의미했다.

 

혼자 뛰는 어른들 세상

 

# 이 땅에서 청소년들이 겪는 수많은 폭력과 차별

 

한국 사회에서 학교는 일방적인 교육으로 줄세우기에 바쁘고 개인들의 다양한 관심과 흥미에는 아랑곳하지 않는다. 학생은 이 교육의 주체이지만 학교에서 중요한 결정이 이루어지는 순간엔 아무것도 할 수 없고 의견조차 낼 수 없는 환경에 놓여있다.

 

학교폭력은 학생들 사이에서 일어나는 일이라며 가해자와 피해자에 대한 사후 조치에 집중하며 어떤 시스템을 만들지 열심히 하는 모습을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번 촛불청소년인권법제정연대에서 한 실태조사의 결과를 보면 학교 내 폭력 가해자 중 1위는 33% 이상을 차지하는 유형은 '교사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학교는 학생들로 하여금 경쟁하라며 공부가 아니면 지금 이 시기에 그 무엇도 의미없다 가르치고 있다. 이런 환경 속에서 물리적 정신적 폭력은 당연한 것이 되기도 하며 절대적인 권력 앞에서 학생들은 무기력을 경험하게 된다. 학생의 인권을 보장하기 위해 가장 노력해야 하는 주체인 교사들이 학교폭력에서 1위를 차지한다는 것을 불명예스러울 뿐만 아니라 우리 교육이 얼마나 위험하고 아슬아슬한 상황에 놓여있는지가 여실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제도권 밖에서는 더욱 심각하다. 본의든 타의든 학교 밖으로 나오게 되면 다른 배움의 기회란 찾아보기가 어렵고 이들이 처한 거리나 일터에서는 더 많은 폭력과 차별이 기다리고 있기도 하다. 여기서도 역시 청소년들이 겪는 무시무시한 폭력들에 대해 이 사회는 본인들이 선택한 일이라며 책임을 회피한다.

 

# 정부는 각종 청소년대책을 내놓는다.

 

이렇게 열악한 환경에 놓인 청소년들을 위해 정부는 각종 대책을 내놓는다. 청소년들의 주거권을 보장하기 위한 다양한 시설들과 이들의 학습권을 위한 각종 프로그램과 위기지원 활동들이 펼쳐진다.

그러나 거리에서 만난 청소년들은 답답한 청소년 시설'청소년들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거나 존중받지 못하는' 지원 프로그램에 대해 어려움을 호소한다. 그럴 바에야 그냥 돈 벌어 자기 힘으로 살아보겠다고도 한다. 그렇게 제도권의 보호 없이 또는 보호를 거부한 채, 38만명(2015, 여성가족부)의 학교밖 청소년들과 20만명(2016, 여가부 추정)의 가정 밖 청소년들은 각자도생하고 있다.

 

# 청소년 없는 청소년 정책. 학생 없는 교육정책.

 

왜 이렇게 되었을까?

청소년과 관련된 모든 이슈에서 '미성숙 담론'은 빠지지 않는다. '청소년들은 경험이 적어서', '실수를 최소화하기 위해서', '판단력이 없어서' 등의 이유로 청소년들에 대한 사회적 대안이나 정책은 '청소년 당사자 없이' 결정되어 진다. 그 시기를 지나온 '어른'들은 '그 모든 것에 대한 해답을 가지고 있어서 가장 좋은 대책을 만들고 있다'고 한다.

청소년을 위한 정책을 마련하는 데에 어떤 의견도 제시할 수 없으며 그런 중요한 결정을 하는 자리에 청소년을 직접 초대하지 않는다. ‘다듬어진 의견이 아니다’, ‘책임은 지지 않고 원하는 것만 얘기한다등 청소년들은 아무것도 해 보지도 못한 채 비난부터 들어야 한다.

 

교육감을 뽑는 그 날에도 학생들은 투표할 수 없었다. 자신들의 교육 내용과 방식을 결정하는 이를 선정하는 그 자리에 서서 상황을 지켜볼 수 밖에 없었다.

그래서 올해 613일 투표일 당일에 교육감을 뽑을 수도, 후보로 나올 수도 없는 청소년들은 기호 0번 청소년후보를 내놓는다.

 

 

<교육감 후보 기호 0번 청소년의 공약>

1 학생을 위한 진짜 교육? 인권 침해 없는 학교로 이루겠습니다!

1 학생 두발, 복장 규제 전면 폐지, 체벌 완전근절, 폭력교사 반드시 징계!

1 화장실과 조퇴는 허락 대상이 아닙니다. 마려울 때 화장실을! 아플 때 조퇴를!

1 9시 등교 3시 하교! 학생에게 저녁이 있는 삶을 돌려드리겠습니다

1 생활기록부 협박 금지! 교무실 청소는 교사가! 갑질 없는 학교를 만들겠습니다.

 

 

청소년들의 요구는 분명했다. 인권이 보장되는 학교인 것이다. 학교는 청소년들을 위한 그들의 교육권이 실현되는 공간이라는 것을 가장 핵심적으로 설명해 주는 공약이었다.

이건 학교 공간을 포함한 우리 사회에 대한 청소년들의 제안이었다.

 

# OECD 국가 중 꼴찌?!

 

OECD 회원국(34개국) 중 대한민국만 유일하게 선거연령이 19세 이상이다.

OECD 국가 중 대부분의 나라가 18세 이상, 오스트리아는 16세 이상이며 OECD 외 국가 중 브라질, 아르헨티나, 에콰도르, 쿠바 등도 16세 이상 선거권 연령을 둔다. 이미 18세인 국가 중에도 많은 나라가 계속 연령 하향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런 중에도 2018년에는 청소년참정권을 적극적으로 반대하는 자유한국당 때문에 선거권 하향 결정이 결국 무산되었다. 얼마나 미성숙한 사회에 살고 있는지, 누가 이 사회에 대해 책임감이 없는지 의아하기만 하다.

 

 

 

# 청소년기에 경험할 수 있는 다양한 기회가 필요하다.

 

청소년기에 느낄 수 있는 아름다운 시간들을 의미있게 보내는 것, 그 시기의 선택과 기회들을 잘 누리면서 실수도 하고 실패의 경험을 통해 깊은 성장을 경험하는 것들은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사실 모두가 알고 있을 것이다. 청소년에게는 미래만 있는 것처럼 현재의 즐거움과 기쁨을 미래로 유예시켜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사회적 인식이 청소년기에만 느낄 수 있는 아름다운 시간들을 의미없는 시간으로 만들고 있다.

자신의 해답을 찾기 보다는, 경험을 통한 깨달음 보다는 정답만을 가르치는 사회에서 청소년들은 책임을 질 수 있는 기회마저 박탈당해왔다.

 

# 그래서 오늘, 함께걷는아이들은 촛불청소년인권법이다!!

 

청소년 참정권 운동이 뜨거웠던 2018년 봄날이었다.

지난해 촛불에서 시작한(어쩌면 광우병 때의 청소년 촛불이나, 더 나아가 청소년 참정권을 주장하던 오래된 목소리들, 또는 이 사회의 변화의 지점마다 존재했던 청소년들의 목소리) 청소년들의 시민으로서의 행동은 이 사회에 감동과 배움을 주었다.

 

 

이제는 OECD 꼴찌의 불명예에서 벗어나야 한다. 더 이상 개인의 이기심으로 정당의 이기심으로 청소년의 참여를 막아서지 말아야 한다.

 

이제 우리 사회는

학교의 주인으로서 교육의 주체로 존중받고 의견이 개진될 수 있는 학교가 되도록!

청소년들에게 다양한 기회가 제공될 수도 있도록, 청소년의 기본권이 보장되는 사회가 되고 청소년들의 요구와 필요로 청소년 정책과 제도가 만들어 질 수 있도록!

이 사회에서 시민으로 존중받으며 청소년과 함께 만들어 가는 사회가 될 수 있도록!

 

우리는 지금 촛불청소년인권법 제정을 위해 함께 걸어가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