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사람들의 참여가 보장되는 세상
- <청소년 정치참여, 핀란드로부터 배운다> 초청 강연회를 다녀와서

 

 

2018년 11월 20일 화요일, 전교조 서울지부 7층에서 서현수 박사님의 <청소년 정치참여, 핀란드로부터 배운다> 초청 강연회가 열렸다. 핀란드의 땀뻬레(Tampere) 대학교에서 정치학 연구를 한 박사님의 경험을 바탕으로 이루어진 본 강연은, 핀란드의 모범 사례를 통해 한국 청소년 참정권 운동이 나아갈 방향을 모색하기 위한 것이었다. 현장에는 청소년 유관기관 관계자 및 청소년 권익에 관심이 있는 여러 참석자가 자리하고 있었다.

 

정치적 존재로서의 청소년

광화문에서 촛불 집회가 열리던 때, 서현수 박사님은 응원의 의미로 SNS에 글을 게시했다. ‘Action in concert’라는 어구를 중심으로 자유에 대하여 논하는 글이었다. 이는 정치철학자 한나아렌트(Hannah Arendt, 1906~1975)의 말을 빌린 것이다. 같은 목표를 가지고 자유롭고 평등한 국민들이 공동으로 행위를 하던 대한민국의 모습은 정치적 존재로서 인간 실체를 보여주었다. 그렇다면 정치적 영역에서 청소년의 위치는 어떻게 되는가? 서현수 박사님은 특히 젊은 세대의 정치참여를 비롯해 미래 세대의 관점과 이해관계를 중점으로 두고 말씀하셨다. 이들을 정치적 의사결정에 포함하지 않는 것은 대한민국의 민주주의에서 놓치고 있는 부분이다. 인간의 권리라고 하면 쉽게 떠올릴 수 있는 자유나 평등과 같은 개념이 진정으로 청소년에게도 적용되고 있는지 높여봐야 할 문제이다.

 

 

보편적 복지국가, 핀란드

 

핀란드는 보편적 복지 체제를 수용하고 있다. 특정 대상을 선별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이라면 국가의 복지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을 의미한다. 보편주의에 기반하여 복지를 설계하다 보니 다양한 인구계층이 혜택을 누리며 살아가게 된다. 학생이라면 누구나 받을 수 있는 ‘학생수당’이 이에 해당한다. 이러한 청소년을 위한 제도적 혜택이 어디서부터 파생되었는지 궁금증이 생기게 된다. 익히 알려져 있듯이 핀란드를 비롯한 북유럽국가들은 노동조합 조직률이 굉장히 높다. 특이한 점은, 직업조직마다 학생조직(Student organization)이 들어가 있다. 정치적 의사결정에서 항상 청소년 혹은 청년들과 함께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는 지표이다. 서현수 박사님은 핀란드 정치 과정에서 젊은 세대들은 ‘중요한 파트너’로 인정된다고 말했다. 청소년과 청년이 공식적인 정치 참여자로 인정되기에 핀란드는 세대를 아우르는 복지를 지속할 수 있다. 정치 채널의 건설적인 구성은 더 나은 공공 제도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학교 교과과정의 시민교육


핀란드 교육은 실용적이면서 민주적인 관점을 포함하고 있다. 여러 교과목 속에서 통합적, 실용적인 가치를 기반으로 하는 내용이 들어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어린 나이부터 실질적인 정치 교육을 받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서현수 박사님은 핀란드 학교에 다닌 아들의 교과서에는 교장실 앞에서 학생들이 피케팅을 하는 그림과 설명이 담긴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이것으로 스토리를 시작하여 학생들의 힘과 목소리를 마을, 지방자치단체, 국가, UN으로까지 넓혀날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정치 참여 외에도 결혼과 동거, 유산과 유언, 노동과 권리 등 한국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실용적인 부분이 교과 목차에 포함되어 있었다. 청소년을 그저 어리고 경험이 부족한 사람으로 보고 마는 것이 아니라, 경험이 적기 때문에 공교육 체제에서 간접적으로 체험하고 배울 수 있도록 하는 입장을 견지함을 알 수 있었다.

 

 

청소년 정치 참여의 사례

먼저 핀란드의 ‘어린이의회’는 주요 핀란드 지자체에서 시행되고 있다. 시의회 의사당 같은 공간에 가서 직접 회의를 하고, 어린이 정책과 관련된 예산을 부분적으로 심의하는 것을 주요 활동으로 한다. 이의 연장선으로는 ‘청소년의회’가 있다. 청소년이 민주주의를 더 잘 이해하게 하고 정치에 대한 역량을 기르도록 하기 위한 목적이다. 2년에 한 번 중앙의회에서 본회의를 하는 시기에는 199명의 청소년이 본회의에 모여 토론하는 과정을 거친다고 한다. 실제로 법안을 내는 것은 아니지만 청소년들이 자신의 목소리를 낸다는 것에 큰 의의가 있다. 마지막 사례는 ‘정당의 청년조직(youth organization)’이다. 청년조직은 당의 미래정책의제를 설정할 Think Tank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굉장히 중요하다. 적극적으로 의제를 내고 제안을 한다. 새로운 당원을 모으고 차세대 정당 리더를 배출하는 의제 양성기구의 역할을 하고 있다. 일찍이 전문성을 기를 수 있게 되다 보니, 20~30대부터 국회의원 장관이 나오고 총리도 나오게 된다.

 

 

질의응답


강연이 끝나고 참석자들과의 질의응답 시간이 이어졌다. ‘청소년’과 ‘정치’라는 다소 낯선 단어 조합에 대한 핀란드의 명쾌한 해답에 갖는 관심만큼, 참석자들은 다양한 질문을 던졌다. 한 가지 질문은 핀란드에서 아동, 청소년과 같은 성장기부터 사회적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된 계기가 무엇인지에 대한 것이었다. 서현수 박사님은 유럽인권협약에서 여러 새로운 약속을 정할 당시 기본 주체를 아동까지 확장하게 된 것이 계기가 되었다고 답했다. 기본적인 틀에서 아동 인권이 강화된 것이 ‘정치적 합의’를 거쳐 실제적인 혜택으로 이어지게 된 것이다. 또 다른 질문은 청소년의 참정권, 그중에서도 투표권에 대한 견해를 묻는 것이었다. 박사님은 청소년기에 첫 번째 투표를 하는 것의 의의는 그들이 정치참여 경험을 일찍 하도록 하여 이것이 20~30대 까지 이어지게 함에 있다고 답변했다. 모든 국민이 정치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는 시민적 요구에 있어, 투표 연령의 인하가 한 가지 방법론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약 두 시간에 거친 강연이 마무리되고, 참석자들은 짤막한 글을 작성하는 시간을 가졌다. 세계 인권선언 70년을 맞이하여 [불온한 나, (    ) 세상을 바란다]라는 문장에 빈칸을 채우는 것이었다. 한 참석자는 ‘다양한 존재들이 드러나고 모두의 존엄성을 위해 참여할 수 있는’ 세상을 바란다고 적었다. 그는 “지금 사회는 어떤 특정한 사람들만 참여하고 만들어가잖아요. 그런데 오늘은 청소년이 자신이 살아가는 사회를 만들기 위한 당사자 참여에 대한 방법을 모색하는 자리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청소년을 포함한 모든 존재들이 참여할 수 있는 사회가 이상적인 세상인 것 같아서 이렇게 적었어요.”라고 덧붙였다. 강연 <청소년 정치참여, 핀란드로부터 배운다>는 청소년의 정치적 권익 향상에 대한 귀감을 주는 가치 있는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