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

우리는 어떠한 일을 수행하는 데 있어, 나이를 제약받지 않아야 한다고 주장할 때 이 말을 주로 사용하곤 한다. 가장 대표적인 예로, 지난 3월 KBS 전국노래자랑에 출연한 ‘할담비’ 할아버지가 있다. 70대 할아버지께서 가수 손담비의 ‘미쳤어’라는 노래를 부르며, 춤까지 완벽하게 춰 많은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이는 곧 엄청난 인기를 끌었으며, 이후 예능이나 CF까지 그 인기가 퍼져나갔다. 또 다른 예로는 영화 ‘인턴’이 있다. 보통 ‘인턴’하면 떠오르는 것은 20대 또는 사회 초년생이다. 그런데 이 영화에선 머리가 하얗게 센 할아버지가 인턴으로 회사에 출근한다. 직원들 모두, 심지어는 CEO마저 당황하지만 오히려 할아버지 인턴에게 많이 배우며 같이 성장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최근 우리나라를 대표해서 북한에 방문한 소년 ‘오연준’을 기억하는가. 청아한 목소리로 노래하며 남북 정상 앞에 섰던 인물로, 당시 큰 이슈가 되었고 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주었다. 나라를 위해 온 몸을 바쳤던 우리의 영원한 영웅 ‘유관순’도 있다. 이처럼 나이는 정말 숫자에 불과하다는 것을 잘 보여준다. 오죽하면 ‘내 나이가 어때서’라는 노래도 있겠는가. 지난 5월 21일 레이첼카슨홀에서 ‘청소년참정권과 선거연령하향’에 대한 주제로 두 번째 ‘주간화만나’가 진행되었다. 지금부터 그날 진행된 이야기들을 조목조목 살펴보도록 하자.


고등학생 최우주의 고발

 “저의 학교생활은 동물과 다를 것이 없습니다. 오전 7시 전에 집을 나가, 오후 11시가 넘게 돌아오면 그냥 쓰러지고 맙니다. 매우 건강한 편인데도, 종일 해를 못 보고 지내니 운동장에서 어지러워 쓰러지기도 했습니다. 몸무게는 입학 당시보다 5kg이 줄었습니다. 맞지도 않은 책걸상에 온종일 앉아있으니 허리가 끊어질 듯 아프고 무릎도 시큰거립니다. 친구들도 다 비슷한 고통을 겪고 있습니다.”
1995년, 한 고등학생이 강제 야간 자율학습은 헌법에 명시된 학생의 기본권을 침해한다며 헌법소원을 청구했다. 이는 곧 큰 파장을 불러 일으켰다. 그 결과 많은 청소년 단체들이 생겨났으며, 사람들이 학생의 인권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하지만 정작 이 글을 쓴 최우주군은 미성년자였으므로 법정대리인의 동의가 없어 헌법소원을 내지 못했다.

 


민주주의에서 배제되는 청소년들?

 미성년자에게 ‘법정 대리인의 동의’는 아주 중요한 요소다. 이들은 ‘미성년자’이므로 여론조사에서 배제가 되고, 선거운동 및 후보에 대한 의사표시가 불가하다. 이로 인해 청소년들은 의도치 않게 법을 위반하고 경찰의 조사를 받는 예도 있다.
 작년 지방선거 당시, 한 고등학생이 자신의 SNS에 ‘전라북도 선거관리위원회에게 본인의 선거법 위반을 자수합니다.’라는 글을 게시한 것이 화제가 되었다. 미성년자라는 이유로 후보에 대한 의사표시가 불가한 것에 부당함을 느껴, 자신의 부모에게 특정 후보를 지지한다는 발언을 한 적이 있는데 이 또한 선거법 위반에 해당되는 것이냐며 글을 작성한 것이었다. 이에 선거위원회는 ‘만약 본 게시글이 사실이라면, 미성년자인 귀하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벌금형에 처해질 예정이니 이 점을 유념하라’는 댓글을 남겨 더욱 화제가 되었다.
또한, 2018년,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에서 중고등학생 두발 자유화에 대한 국민 여론조사를 하였는데 찬성 40.4%, 반대 54.8%, 무응답 4.8%의 결과가 나왔다. 그런데 여기서 주목해야 할 점은, 과연 이 조사가 국민의 생각을 대변할 수 있냐는 것이다. 이 조사는 ‘만 19세 이상’을 대상으로 이뤄진 것이었으며, 정작 여론조사의 당사자 격인 청소년들은 배제되었다. 왜 중고등학생의 두발 자유화를 청소년의 의견을 물어보지도 않은 채, ‘만 19세 이상’인 어른들의 의견들로만 결정이 되고 이것이 국민들의 여론을 대표하는 것일까.
청소년의 ‘정치에 관한 관심’은 범죄인가? 또한, 청소년의 의견은 ‘국민의 의견’이 아닌 걸까. 그렇다면 청소년은 우리 사회에서 ‘어떤 존재’란 말인가.


청소년 참정권의 중요성

이렇듯 청소년들은 ‘미성년자’라는 이유로 대한민국 국민이면 누구나 할 수 있는 헌법소원을 내지 못하고, 특정 정치인을 지지할 수도 없으며 여론조사에서도 제외된다. 즉, 법에 ‘누구나’ 누릴 수 있다고 명시된 권리들을 그들은 누리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그들의 기본권, 인권마저 점점 낮아지고 있다. 2016 국가인권위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학교에서 외투규제를 당하고 있는 중고등학생들의 비율은 62.3%였으며, 두발규제를 당하는 비율은 53.4%였다.
그렇다면 청소년들이 그들의 권리를 제대로 누리고 있지 못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가장 큰 이유는 그들에게 ‘투표권’이 없어서다. 갑자기 투표권이라니. 이게 청소년들의 권리와 무슨 상관이 있는 것인가. 먼저 선거권 연령은, 합리적으로 선거권을 행사할 수 있는 ‘정치적 판단 능력’을 갖추었다고 간주하는 연령 기준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만 19세 이상에게 선거권을 준다. 투표권이 있는 ‘만 19세 이상’의 사람들은 선거 후보들의 공약을 보고 자신에게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는 후보에게 표를 준다. 후보들 또한 투표권이 있는 ‘만 19세 이상’의 사람들 입맛에 맞는 공약들을 준비한다. 이렇다 보니 자연스레 투표권이 없는 청소년들은 우선순위에서 밀리게 되는 것이다. 10년 넘게 학생 인권법 제정이 이뤄지지 못한 것이 그 증거다. 또한, 청소년 참여기구는 있지만 정작 실질적인 활동의 자율성이 없다. 임원 선출 과정도 청소년들이 직접 뽑는 것이 아니라, 학교장과 기관장의 추천을 받아 선출되므로 청소년의 민의를 모으는 것과는 거리가 있다.
보통 문제를 해결할 때, 그 문제와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사람들의 의견을 듣고 해결책을 마련한다. 그런데 왜 우린 청소년과 관련된 일을 해결할 때 그들의 의견을 듣지 않는가. 단지 어리다는 이유로, ‘표가 안 되는 애들’이라는 이유로 의견이 묵살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또한, 재작년 대한민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대규모 촛불 집회 당시, 많은 사람이 분노하고 또 분노했다. 그리고 그 속엔 청소년도 있었다. 그들은 오히려 더욱 목소리를 높이며 앞장섰다. 과연 그때 그들의 모습이 ‘정치적 판단 능력’이 부족한 모습이었는지 다시 한번 생각해봐야 할 필요성이 있다.

 

다른 나라의 선거권 연령
다른 나라의 선거권 연령은 어떻게 측정되고 있을까. 일단 알다시피 우리나라의 선거권 연령은 2005년 이후 20세에서 만 19세로 하향되었고 현재까지 유지되고 있다. 이에 비해 일본의 선거권 연령은 현재 만 18세로 2016년 개정되었다. 그리스는 만 17세, 오스트리아와 아르헨티나는 무려 만 16세로 정해져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국가 중 만 19세 선거권 연령은 대한민국이 유일하다. 우리나라를 제외한 모든 나라가 16세 혹은 18세로 규정했으며 대개 2016년 이후 선거연령을 내리는 추세를 보여주었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는 아직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청소년참정권을 바라보는 성인들의 시각
그렇다면 청소년 참정권을 바라보는 성인들의 시각은 어떨까? 대개 청소년참정권을 반대하는 사람들의 의견은 이렇다. ‘공부해야 할 땐데 정치에 관심을 가져선 안 된다.’, ‘학생회나 참여기구 또는 모의투표 등으로도 충분하다.’, ‘투표하고 싶으면 세금 똑같이 내고 형사처분도 똑같이 받아야 한다.’, ‘요즘 애들 버릇도 없는데 무슨 참정권인가.’ 이러한 어른들의 생각들을 보면 우리 사회가 청소년을 어떻게 대우하고 있는지 알 수 있다. 편협한 생각들이 선거연령 하향에 큰 방해물이 되는 것이다. 청소년은 이 사회에 ‘지금’도 ‘함께’ 살아가고 있다. ‘미래’만을 살아가는 것이 아님을 기억해야 한다.
선거연령 하향과 청소년 참정권을 위한 운동은 2002년부터 계속되고 있다. 끝내 청소년참정권은 헌법재판에서 기각되었다. 청소년은 미성숙하여 참정권을 금지하는 것은 타당하다는 사유였다. 하지만 표현의 자유, 집회의 자유, 결사의 자유 등을 위한 목소리는 계속되고 있으며, 참정권 요구는 2016년 이후 다시 활성화되고 있다.
청소년 참정권 운동에는 특별히 청소년들의 삭발식까지 진행되었다. 청소년도 선거에 참여할 수 있어야하며 청소년도 시민이라는 것을 입증하기 위해 이루어졌다. 그중 2명의 학생은 만 15세 이하의 학생들이었다. ‘스쿨미투’, ‘아동학대’ 등의 문제가 선거연령 하향보다 우선시되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하지만 청소년에게 표현의 자유가 있어야 고발도 자유롭게 이루어질 수 있다. 즉 참여가 근본적으로 보장되어야 나중의 것도 원활하게 실현될 수 있을 것이다.


청소년 권리보장을 위한 작은 발걸음
촛불청소년인권법제정연대의 발표가 끝난 뒤 자유로운 질의응답이 이어졌다. 첫 질문은 ‘왜 청소년 연령을 더 낮은 나이가 아닌 ‘만 18세’로 하향하고자 하는가’였다. 촛불청소년인권법제정연대는 ‘일단 우리의 최종적인 목표가 만 18세는 아니다. 하지만 선거연령하향이라는 것이 원하는 만큼 대폭 감소하여 규정하기는 어렵다. 그 때문에 만 18세로 우선 목표를 설정했다’라고 말했다. 작은 발걸음부터 시작해서 점차 선거연령 하향을 위해 목소리를 내야 할 것이다.
다음으로 ‘선거연령과 성인을 기준으로 하는 연령이 나뉘면 혼란은 오지 않을까’에 대한 질문에는 ‘외국의 사례를 보면 선거연령과 졸업연령, 운전면허취득연령, 주민발의 연령이 모두 통일되지 않은 국가가 많다. 이 질문 자체가 어른만이 선거할 수 있다는 고정관념을 말해주는 듯하다.’라는 답변을 내었다.
올 5월 15일 한 기사가 실렸다. ‘수업시간에 자리 바꾼다… 제자 폭행에 대형 망치 든 교사’라는 제목이었다. 더 충격적인 것은 이 기사에 달린 댓글이었다. ‘너무 티 나는 과장이다.’, ‘수업 중 자리를 바꾼 것은 남에게 피해를 준 것이며 선생님을 무시한 행동이다.’ 등 학생이 잘못했다는 글이 다수 달렸다. 모든 성인의 견해를 대변한 것은 아니겠지만 요즘 청소년들을 소위 ‘개념 없다’라는 생각을 하는 사람이 적지 않음을 보여준다. 그런 성인들이 청소년의 참정권을 어떻게 생각할지는 미지수다.
우리는 왜 청소년을 위해 청소년의 의견을 반영하지 않는가. 단지 ‘정치적 판단 능력’이 부족하다는 것은 이유가 되기 어렵다. 주간화만나의 끝 무렵, 유엔아동권리위원에서 ‘한국은 아동을 혐오하는 것 같다.’라는 말을 들었다고 말해준 것이 깊게 남는다. 이 인식을 바꾸기 위해서는 더 많은 사람이 아동협약을 알아야 할 것이다. 우리는 어떤 고정관념에 사로잡혀있는지 돌이켜보고 청소년참정권이 청소년의 권리보장을 위한 한 걸음이라는 것을 알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