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사람들이 일을 하건, 하지 않건, 재산이 많건, 적건, 정기적으로 현금을 지급받는 세상. 이런 세상은 몽상가들이 머릿속으로만 꿈꾸는 유토피아가 아니다. 이런 세상을 현실로 만들고자 하는 사람들의 움직임이 이미 시작되었다. 모든 사람들에게 조건 없이 정기적으로 지급되는 돈을 기본소득이라고 한다. 아직 정책적으로 실현되기에는 갈 길이 멀지만 국가가 모든 국민들에게 기본소득을 제공한다는 아이디어는 다양한 국가적 실험을 통해 현실의 가면을 쓰기 시작했다. 기본소득에 대한 찬반의 입장은 확연히 갈리고 있는 상황이지만 복지는 모든 사람들이 마땅히 누려야 할 권리라는 기본소득의 강렬한 메시지는 우리 모두가 귀 기울여야 한다.

 

청소년 기본소득팀의 시작

  이런 기본소득 이슈에서 한발 더 나아간 논의가 지난 11월 14일 이루어졌다. 인권교육센터 들과 권미혁 국회의원이 주최하고 사회복지법인 함께걷는아이들에서 후원한 ‘2017 청소년 기본소득팀 연구발표회’가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열렸다. 인권교육센터 들 소속의 청소년 기본소득팀은 [청소년과 기본소득실험의 만남]이란 주제로 모든 청소년에게 조건 없는 현금 직접 지급의 의미와 필요성에 대해 탐구하였다. 기존에 성인 중심으로만 이루어지던 기본소득 논의에서 한발 더 나아가 청소년 집단에 기본소득을 접목시킨 것이다. 연구는 다양한 배경을 가지고 있는 청소년 13명에게 인터뷰를 통해 질적 탐구 하였다. 학교를 다니고 있는 청소년과 이미 사회생활을 하고 있는 청소년, 원가정에서 지내고 있는 청소년과 탈가정 상태인 청소년, 이 밖에도 장애인, 성소수자 등 다양한 배경의 청소년들이 이 기본소득 논의에 참여하였다. 이 밖에도 기본소득 운동을 하고 있는 활동가와 연구자, 위기청소년 자립지원현장 활동가가 초청 간담회에 참여하였고, 청소년자립지원 현장 실무자, 장애아동 부모님, 그리고 찾아가는동주민센터 마을사업 담당자가 기본소득에 대한 다양한 아이디어를 제시해주었다.


  인권교육센터 들에서 청소년 기본소득 실험을 실시하게 된 계기는 자몽사업으로부터 시작된다. 함께걷는아이들은 2015년부터 위기청소년 자립지원사업인 자몽사업을 재정적으로 지원했고 인권교육센터 들이 자몽 참여기관의 모니터링 단체를 맡아 왔다. 이 모니터링 프로젝트는 자몽을 열매 맺을 수 있도록 도와준다는 의미에서 [몽실]이란 이름을 가지고 있다. 들에서는 지난 몽실 프로젝트에서 ‘청소년의 자립을 어떻게 말할 것인가’란 주제 아래 6개의 대안적 자립개념을 제시했는데 청소년 자립 역량 목록 중 경제적 자율성에 주목하게 되었다. 경제적 자율성이 시민으로서의 삶과 연결됨에도 불구하고 청소년은 자율적인 독립체로서 존중받기 보단 어른에게 종속된 존재, 부양 받아야만 하는 존재로 취급받아 왔기 때문이다. 이러한 문제의식 하에 청소년에게 경제적 자율성을 부여하고자 기본소득 아이디어가 나오게 되었다. 청소년 기본소득팀이 14일 연구발표회에서 발표한 내용을 간단하게 소개한다.

 

 

모든 청소년에게? 기본소득을? 조건 없는? 직접 현금 지급?

  청소년에게 기본소득을 제공한다는 전제에는 여러 가지 문제의식이 담겨 있다. 청소년 기본소득팀은 연구 발표회를 통해 ‘모든 청소년에게 조건 없는 현금 직접 지급’이 어떠한 함의를 가지는지 밝혔다. 우선 첫 번째 문제의식은 기존 기본소득 정의에 담긴 모든 개인에 청소년은 포함되어 있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는 청소년을 독자적인 경제적 주체로 존중했다고 볼 수 없다. 또한 모든 청소년이라는 말에는 선별과정에서 가난을 증명해야 하는 기존 지원 방식에 대한 문제의식이 포함되어 있다. 청소년들은 마땅히 누려야 하는 복지 권리에 대해서도 선별과정이 만들어 내는 수직관계 때문에 스스로의 욕구를 검열하게 된다. 자신은 기본소득으로 옷을 사고 싶음에도 불구하고 쌀을 사는 것이 더 바람직해 보여 옷을 사고 싶은 자신의 욕구를 검열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를 방지하고 기본소득의 권리성을 강조하기 위해 대상을 모든 청소년으로 하였다. 또한 조건 없는 지급이라는 말에는 서비스 위주로만 이루어진 지원을 현금 급여로 바꾸자는 제안이 담겨 있다. 기존의 서비스 위주 지원에는 청소년에 대한 불신이 깔려 있다. 현금으로 지급한다면 청소년들은 쓸데없는 곳에 낭비할 것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쓸데없다는 기준도 결국 어른들이 만들어 낸 기준이 아닐까. 권리로서 지급된 돈을 어디에 쓰는지는 청소년 본인의 마음이다. 어른들이 청소년들을 불신하고 통제하려는 마음을 버리지 못한다면 기본소득의 취지는 제대로 발현되지 못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직접이란 말을 넣은 이유는 청소년을 부양 대상자로만 보지 않고 어른의 개입 없이 청소년 스스로 경제활동을 하는게 중요하기 때문이다. 즉, 청소년들이 무엇을 필요로 할지 어른들 마음대로 예상해서 서비스로 제공하기 보단 청소년의 자기결정권을 존중하자는 것이다.

 

청소년은 그 자체로 사회경제적 약자


  청소년은 어떤 사회경제적 배경을 가지고 있는지와 상관없이 그 위치성 자체가 약자이다. 청소년의 약자성은 크게 두 가지 차원에서 나타난다. 첫 번째는 빈곤이다. 청소년의 빈곤은 단지 소득 수준에 국한되는 문제가 아니라 자기결정권을 온전히 존중받지 못하는 사회적 지위와도 관련이 된다. 청소년은 우선 경제적 주체로 존중받지 못하기 때문에 잠재적으로 모두 가난하고 사회적으로 부모에 종속된 존재로만 취급받기 때문에 그 위치가 가난하다. 이런 복합적인 약자성 때문에 청소년들은 부모로부터 받는 돈에 스스로를 위축시키는 미안함을 가지게 되고 일터에서는 부려먹기 쉬운 존재로 취급받게 된다. 인터뷰 참여자 조민정씨는 “일을 구하기도 어렵고 구해도 거기서 무시하는 발언을 많이 듣는다.”고 말하며 일터에서의 어려움을 호소했다. 특히 여성 청소년은 여자라서 겪는 이차 피해들이 겹쳐지면서 소득을 확보하려는 청소년들은 온갖 어려움을 겪게 된다.


  두 번째로는 기존사회복지체계가 야기하는 선별복지의 문제를 청소년들이 고스란히 겪고 있다. 현재의 복지는 가구 단위로 지원되기 때문에 앞서 제기됐던 부모에 대한 종속성 문제가 다시 한 번 나타나고 선별 과정에서 자신의 가난과 가족문제를 드러내고 과장해야 하는 경험이 많은 청소년들을 괴롭히고 있다. 인터뷰 참여자 이다은씨는 “아빠가 지금 알콜에 빠져서 일을 못하는 것도 맞고 할머니가 나이가 있으니까 일을 못하는 것도 맞아서 그렇게 말을 해야 되는데 그렇게 말하기가 싫었다.”라고 말하며 선별과정 자체의 폭력성에 대해 밝혀주었다. 또한 서비스 중심으로만 지원이 한정되어 있어 서비스를 청소년 욕구에 맞추는 것이 아니라 서비스에 청소년 욕구를 맞추는 일이 일어난다. 그 과정에서 자신이 갖는 고유한 욕구는 참는 것에 익숙해지면서 청소년들은 자율적 개인으로서 자라지 못하게 된다.

 

 

기본소득과 청소년의 만남


  청소년의 삶에서 조건 없는 현금이 갖는 의미는 무엇일까. 현재 청소년이 현금을 가질 수 있는 방법은 무거운 마음을 가지고 부모님께 용돈을 타거나 온갖 어려움을 겪으며 아르바이트를 하는 방법뿐인데 두 가지 방법 모두 청소년을 그 자체로 존중하지 못한다. 기본소득이 현금으로 청소년들에게 지급된다면 청소년들은 지금과는 다른 가능성을 가질 수 있게 된다. 현금이 생긴다는 것은 소득이 늘어난다는 의미를 넘어서 시간적 여유를 가질 수 있다는 의미이다. 새롭게 생긴 돈과 시간으로 의무적 공부, 일에서 벗어나 자신이 하고 싶은 공부와 다양한 문화생활을 할 수 있게 되고 자신의 미래를 다르게 그려볼 수 있는 기회를 가지게 될 것이다.


  청소년들이 그리는 미래는 곧 우리 사회의 미래이다. 그런데 지금 청소년들은 다양한 현실의 벽 때문에 꿈을 꾸지 못하고 있다. 청소년들이 꿈꿀 수 없는 사회는 미래도 없다. 더 늦기 전에 우리는 청소년들에게 꿈을 찾아주어야 한다. 인터뷰에 참여했던 한 학생의 말로 글을 마친다. “내일이 아닌 미래를 생각하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