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성매매가 아니라 성착취일까?

  

'유엔아동권리협약'은 아동의 나이를 구분하지 않고 18세 미만의 모든 아동에 대한 성매매는 성착취라고 규정하였다. 아동 성착취를 성매매라고 규정할 경우에는 여러 문제점이 따른다. 가장 큰 문제는, 인터넷 사이트나 스마트폰 앱을 통한 조건만남 성매매를 자발적 성매매로 보게 된다는 것이다. 성인 성매매의 경우, 많은 경우가 업소에 고용된 형태로 성매매를 한다. 그러나 아동, 청소년의 성매수 범죄 피해의 경우 90% 이상이 인터넷 사이트나 스마트폰 앱을 통해 이루어지므로 업주에 의한 강요, 강제가 없다고 전제한다. 이런 경우 피해 아동에게 자발, 강제의 프레임을 씌워 책임 소재를 돌리려는 움직임도 보이기에 큰 문제가 된다. 2019년 6월 11일 레이첼카슨홀에서 ‘성착취 피해 아동, 청소년 실태와 대책’을 주제로 다섯 번째 ‘주간화만나’가 진행되었다. 성착취 실제 사례 하나를 보며 그 날의 논의들을 살펴보자.

 

“201*년 만 14살 B아동이 채팅 사이트에서 30대 가해 남성과 연락을 하게 됐다. 엄마가 야간근무를 하여 부재중인 늦은 밤, 30대 가해 남성은 아이에게 드라이브시켜주겠다고 꼬여 B를 모텔로 데리고 가 성폭행하였다. 그리고 후에 B가 가해남성을 성폭력, 협박, 폭행 등으로 고소하였다. 그러나 B가 만 14세의 아동임에도 불구하고, 왜 인제 와서 신고하려 하는지, 2만 원은 왜 받았는지, 돈을 받았으면 성매매를 한 거 아닌지 등으로 증거불충분 무혐의 처리되었다.”

 

 

아동·청소년 대상 성매수 범죄의 특징

 

아동·청소년이 보통 어떤 범죄적 상황에 연루되었을 때,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부모에게 알려지는 것이다. 이를 피하고자 아동·청소년들은 자신에게 해를 끼쳤다 하더라도 알선업자나 성매수자에게 의존하는 경향이 크며 협박에 취약하다. 또한, 최근 그루밍 수법도 큰 문제가 되고 있다. 그루밍 수법이란 성매수 범죄자가 아동·청소년에게 칭찬하기, 선물 사주기 등의 방법으로 접근하고 길들여서 심리적, 정서적으로 장악한 후 범죄에 이용하는 것을 말한다. 이 경우 아동·청소년은 대부분 가해자와의 관계를 연인관계로 착각하거나 정서적으로 의존하며 이들이 시키는 대로 다 하는 경향이 있다. 또한, 아동·청소년은 미성숙한 상태에 있기 때문에, 피해 상황 후 심각한 우울증, 성병, 대인기피증, 잦은 자살시도, 알코올중독, 정신분열 등의 증세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스마트폰: 아동 성매매의 현주소

 

요즘 아동·청소년들은 스마트폰을 통해 채팅 애플리케이션에 쉽게 접근할 수 있다. 특히 채팅 애플리케이션은 익명성이 보장되고 성인인증절차가 없으며 대화 내용을 따로 저장할 수 없다는 것이 큰 특징이다. 그리고 이는 아동·청소년 성착취 범죄를 조장한다. 애플리케이션 운영자는 단속을 피하고자 애플리케이션의 이름을 자주 바꾸고, google play에서 검색되지 않게 탈바꿈한다. 어플 내에서 금지어를 설정해 제재하고 있기는 하지만, 애플리케이션 상에서 성매매 관련 용어는 대부분 줄임말, 신조어이고 이러한 용어는 계속 변화한다(ㅈㄱㅁㄴ=조건만남, ㄱㅊ녀=가출녀, 텔=모텔 등). 이용자들도 계속 변화 중이다. 어플 사용자의 연령대는 계속 낮아지고 있으며 최근 초등학생이 채팅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하는 모습도 발견된다. 또한, 최근 혼혈여성을 찾는 남성 성매수자도 늘어간다. 외국인들은 언어의 한계로 인해 채팅 애플리케이션을 직접 활용하진 않지만, 혼혈여성을 원하는 남성들의 행태는 좀 더 새로운 자극을 원하는 현상임을 확인할 수 있다.

 

 

성매매와 SNS: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트위터

 

아동·청소년이 쉽게 접할 수 있는 오늘날의 SNS가 성착취 범죄의 주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대표적인 SNS인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트위터 각각에서 청소년들이 어떻게 범죄에 노출되고 있는지 살펴보자.

⓵ 페이스북
- 페이스북 메시지를 통해 스폰, 조건만남 등을 제안
- 청소년들은 페이스북을 통한 채팅 애플리케이션 홍보를 보고 성매수범죄에 이용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보임
- ‘조건만남’ 등 성매매를 암시하는 글로 계정 이름을 설정하여 사용 중이고, 실제 성매매 업소 업주들도 페이스북 계정을 만들어 업소 홍보를 하고 있음

⓶ 인스타그램
- ‘섹스타그램’, ‘오프’등의 해시태그를 통해 음란물 혹은 성매매를 암시하는 내용 게시
- 보통 자위 영상이나 사진을 게시하는 사람들은 개인 이용자인 것으로 추측됨
- 성매매 업소 업주 또한 조건만남 등 직접적으로 성매매를 암시하는 글을 게시

⓷ 트위터
- ‘조건만남’ 및 유사성행위(자위 영상 및 사진 판매 등)에 대한 내용으로 성매매 유인 글이 많이 게시됨
- ‘조건만남’ 검색 시 업소 홍보가 많이 검색 됨

 

 

‘하은이 사건’을 기억하시나요?

 

만 13세 지적장애 아동이었던 하은이, 이 아동을 성매수한 가해자를 아동에 대한 침해가 없어 배상할 필요가 없다는 서울서부지방법원의 판결이 내려졌던 사건이다. 더 경악스러운 일은, 사건 이후 심각한 우울 증상으로 정신병원에 입원한 하은이가 남성 보호사에게 2차 성폭행을 당했다는 사실이다. 지적장애 아동을 상대로 강제성과 대가를 따지는 판결과 피해자를 충분히 보호하지 못했던 사건은, 현재 우리나라의 아동 청소년 성매수 범죄피해 지원시스템 및 법률에 심각한 문제점이 있음을 보여준다.
하은이 사건의 사건처리는 우선 1차와 2차 성폭행으로 분류되어 진행되었다. 1차 성폭행 사건은 아동이 가출 후 핸드폰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방을 개설했던 점, 음식을 얻어먹었던 점을 빌미로 성폭력이 아닌 성매매 사건으로 수사 방향이 바뀌었다. 이에 따라 하은이는 본래 지원받았던 아동센터의 지원을 더 받지 못해 십대여성인권센터로 연계되었다. 총 6명의 가해자들은 성폭력범죄가 아닌 성매매 사건으로 조사를 받았다. 이마저도 3명의 가해자 중 한 명만이 아동·청소년성매매로 기소되었으며 나머지 두 가해자는 대가성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증거불충분으로 불기소 처리되었다. 결과적으로 총 6명의 가해자는 항고를 통해 판결이 바뀌었지만, 이마저도 가해자들에게 내려진 판결은 솜방망이 처벌이었다.

 

 

여과 없이 드러나는 성매수 범죄피해 지원시스템 및 법률의 문제점

 

하은이 사건을 통해 아동·청소년 성매수 범죄피해 지원시스템 및 법률의 문제점이 여과 없이 드러난다. 먼저 편의적 수사, 성의 없는 수사, 전문성이 없는 수사의 문제점이다. 연령 및 장애의 특수성에 대한 고려가 없이 강제성이 없었다는 단순한 적용, 음식을 얻어먹고 숙박비를 지원받았다는 점에서 대가를 받았다고 판단된 점, 심지어 가해자가 돈을 빼앗아 숙박비에 보탰다는 점을 미루어 대가성이 없다고 기소를 하지 않았던 점 등 이해할 수 없는 갖가지 이유로 아이는 보호받지 못했다.
문제는 또 있다. 성폭력 피해 아동·청소년에게만 적용되는 국선변호인제도와,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성매수 범죄에 전문 지원시스템이 부재한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무엇보다 너무나도 약한 처벌 수위, 벌금과 집행유예로만 그치는 솜방망이 처벌도 큰 문제다. 아이는 이미 상처 입었다. 그런데 상처를 보듬어주어야 할 곳에서 아이는 한 번 더 희망을 잃었다.

 

 

 

아동 성착취, 우리는 어떤 태도를 보여야 할까?

 

급속도로 확산하는 사이버 성매매 유입방지 및 차단을 위해 어떤 대책이 필요할까. 먼저 사이버 성매매 환경을 처벌할 수 있는 관련 법령이 제정되어야 한다. 법령이 실행되고 장기적으로 정책을 수립되어 지속적인 감시 및 신고가 이루어져야 한다. 강력한 법령과 제재수단이 병행되어야만 위험에 빠진 아이들을 지킬 수 있다.
사이버 성매매 범죄는 빠르게 변화한다. 계속해서 변하는 사이버 성매매 환경을 광범위하게 규제하고 처벌할 수 있는 관련 법령제정이 필요하다. 애플리케이션 운영자가 성매매 정보의 알선과 성매매 조장의 실질적인 역할을 하고 있으므로 성매매 알선세력이라는 전제가 분명하여야 하며, 실질적인 처벌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는 조치가 반드시 포함되어야 한다. 또한, 성매매 환경의 폐쇄와 동시에 반드시 경찰의 단속과 수사가 함께 이루어져 성구매자, 알선업자에 이르기까지 처벌될 수 있도록 하는 법률이 제정되어야 한다. 그뿐만 아니라 사이버상의 성매매 환경을 규제할 수 있는 법령을 실행하고 중장기적인 정책수립 및 정책을 시행할 수 있는 전문 영역을 포함한 전담 기구가 설치되어야 한다. 지속해서 감시하고 신고할 수 있는 민간영역의 모니터링 활동을 지원하고 발전시키는 것도 중요하다. 마지막으로 채팅 및 앱 운영자와 사업자들의 사회적 책임을 강화하여 성매매 예방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 필요하다.

 

 

아동 성매매에 대한 잘못된 상식과 강력한 법률 제정, 우리의 관심에서부터

 

십대여성인권센터 대표의 강의가 끝난 후 자유로운 질의응답 시간을 가졌다. ‘장애아동에 대한 더 특별한 법으로 사건이 다루어지지 못하는가’에 대한 질문이었다. 이에 대표는 고려해달라고 건의했으나 아직 관련 법률이 미흡한 실정이라고 답하며 피해자 보호를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법률 개정이 잘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인권센터에서 일했던 20년의 세월, 기막힌 사건·사고를 하나의 강의로 축약하기 힘들다는 십대아동인권센터 대표님의 말씀이 깊이 박힌다. 지금 이 순간에도 친밀감을 원하는 아동들이 성매수자에게 희생되고 착취당한다. 하지만 사회는 아이에게 자발성과 대가성을 따지며 성매수자와 같은 가해자로 몰고 간다.
‘자발이냐 강제냐’, 믿기 어렵겠지만 성을 착취당한 아동에게 주어지는 가혹한 질문 프레임이다. 왜 성매매가 아니라 성착취라고 부르는가에 대한 의문을 품진 않았는지, 자신도 모르는 새 자발성을 운운하진 않았는지 돌이켜보자. 아이의 고통이 방치되지 않기 위해 아동 성매매와 성착취의 잘못된 경계에 대해 우리의 지속적인 관심과 경각심이 필요하다.

 

 

 

 

‘하은이 사건’에 대한 추가 자료 링크 클릭

 

동영상 자료

닷페이스와 십대여성인권센터가 만든 아동청소년성매매 이용자 동영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