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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기자단 기사

코로나 블루, 청소년 정신 건강에 대한 인식 변화의 계기

by 함께걷는아이들 2020. 12. 23.

 

  연말은 한 해를 되돌아보고 기쁜 마음으로 새해를 맞이하는 시기이지만 올해는 조금 다를 것 같다. 코로나 19는 많은 이들의 일상을 바꿨다. 고등학생 A씨도 예외는 아니다. 달라진 일상에서 A씨는 자주 우울감과 무기력함을 느낀다. 코로나 19로 인한 사회적 거리 두기에 따라 학교와 학원 수업이 온라인으로 전환되었다. 코인 노래방과 PC방에서 친구들과 어울리던 소소한 재미를 잃었고 고대하던 학교 행사도 모두 취소되었다. 외출을 자제하는 기간이 길어질수록 자주 외로움을 느끼게 되고, 활동량이 급격하게 줄다 보니 갈수록 움직이기가 싫어진다. 내년을 생각하면 새 학기, 새 친구에 대한 기대와 설렘보다 걱정과 불안이 앞선다. 

 

  A씨의 이야기는 오늘날 많은 청소년이 공유하는 이야기다. 코로나 19가 장기화되면서 코로나 블루를 겪는 청소년의 수 또한 늘어났기 때문이다. 코로나 블루는 ‘코로나 19’와 우울감을 뜻하는 ‘blue’가 합쳐진 신조 용어다. 코로나 블루의 원인은 감염과 경제적 타격 등에 대한 불안과 외출 자제와 사회 관계망의 축소로 인한 외로움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 4월 초록우산어린이재단에서 아동 청소년 1,000명을 대상으로 시행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코로나 19로 인해 청소년들의 균형적 일상생활이 더 어려워졌고 행복감은 떨어지고 스트레스와 미래에 대한 불안은 늘었다. 

 

 

  하지만 청소년 우울감의 원인을 코로나 블루에서만 찾는다면 청소년 정신 건강에 대한 단편적인 이해로 그칠 수 있다. 코로나 19의 확산 이전에도 청소년의 정신 건강 문제는 심각한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지난 4월 통계청과 여성가족부가 발표한 ‘2020 청소년 통계’에 따르면 2019년 한 해 중고생 중 2주 내내 일상생활을 중단할 정도의 슬픔이나 절망감 등 우울감을 느낀 비율은 28.2%다. 한국 청소년의 사망 원인 1위가 2011년부터 8년째 고의적 자해라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 ‘사춘기’, ‘한 때의 방황’으로 여기기에는 청소년에게 드리운 우울의 빛이 너무 짙다. 

 

  또한 청소년의 정신 건강 문제에 대한 성인들의 미흡한 인식을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그 나이에 힘든 게 뭐 있어, 공부만 하면 되는데” 또는 “정신과 약은 많이 먹으면 안 좋다” 등의 말은 청소년들이 주변에 도움의 손길을 적극적으로 요청하기 어렵게 한다. 또한 일부 청소년들은 홀로 정신과 병의원을 찾았다가 부모의 동의나 동행이 없다는 이유로 진료를 거부당하기도 한다. 보건의료기본법 제 10조에 ‘모든 국민은 나이 등의 이유로 자신의 건강에 관한 권리를 침해받지 아니한다’고 명시되어 있음에도 말이다. 청소년 정신 건강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인식의 변화와 심각성 절감이 필요하다.

 

 

  코로나 19가 청소년의 정신 건강에 큰 충격이 된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코로나 블루를 청소년의 정신 건강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복지를 제고하는 계기로 삼을 수 있다. 코로나 19의 충격과 피해를 함께 극복하자는 사회 분위기가 형성되고 ‘코로나 블루’라는 용어가 널리 사용되면서, 많은 이들이 자신이 우울감을 느끼는 것이 부자연스러운 것이 아님을 인식하고 우울의 책임을 자신에게 묻지 않게 되었다. 한국청소년상담복지개발원에 따르면 지난 3~9월 청소년사이버상담센터에 접수된 ‘우울, 불안, 충동, 분노 조절 문제’ 상담이 전년 동기 대비 85.7% 급증했다. 이러한 결과는 코로나블루의 막강한 영향을 보여주는 동시에 많은 청소년이 더는 혼자 문제를 감당하지 않고 도움을 요청하게 되었다는 반증이다.

 

  코로나 19는 성인뿐 아니라 청소년에게도 큰 위기 상황이다. 우리가 제어할 수 없는 상황은 모두에게 새롭고 두렵다. 다만 이 상황이 어디에나 존재하는 A씨들을 위기로 몰아넣도록 내버려 두어서는 안 된다. 코로나 블루가 청소년 정신 건강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성찰하고, 청소년들의 정신의학과 방문을 비롯한 청소년의 정신 건강 문제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고 제고하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코로나19가 종식된 후 마스크를 벗고 마주한 청소년들의 얼굴이 우울 한 점 없이 밝게 빛나고 있길 바란다. 

 

 

 

[참고 자료]

1) ‘불안한 청소년 정신건강’… 우울증 진료 10대 3만7천여명, 연합뉴스-손상원 기자, 2019.10.15

https://www.yna.co.kr/view/AKR20191015053800054?input=1195m

2) 8년째 청소년 사망원인 1위 자살... 27%는 ‘우울감’ 경험, 중앙일보-황수연 기자, 2020.04.27

https://news.joins.com/article/23763872

3)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코로나19가 바꾼 아동의 일상 변화와 행복 포럼 진행, 복지연합신문-이윤희 기자, 2020.06.26

http://www.bokji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77249

4) 청소년 ‘극단선택’ 사상 최고 기록하나, 서울경제-심기문 기자, 2020.11.12

https://www.sedaily.com/NewsView/1ZADMVEHR9

5) “부모님 데려와라” 청소년에게 높기만 한 정신과 문턱, 뉴시스-홍세희 기자, 2020.11.12

https://newsis.com/view/?id=NISX20201105_0001223376&cID=10201&pID=10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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