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서 연극 수업을 하고, 동네 문화공간에서 그림을 그리며, 친구들과 악기를 연주하는 어린이·청소년이 있습니다. 우리는 이런 모습을 자연스럽게 지나치곤 하지만, 그 기회는 저절로 만들어진 것만은 아닙니다. 법이 기본 방향을 세우고,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정책을 마련하며, 학교와 지역의 여러 기관이 프로그램을 운영한 결과이기도 합니다.
지난 글에서는 문화예술을 누리는 일이 어린이·청소년의 권리라는 점을 살펴보았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그 권리를 실제 경험으로 이어 주기 위해 어떤 제도를 마련하고 있을까요?
문화예술교육 제도의 뿌리, 「문화기본법」과 「문화예술교육 지원법」
지난 글에서 살펴본 「문화기본법」은 모든 국민에게 자유롭게 문화를 만들고, 문화활동에 참여하고, 문화를 누릴 ‘문화권’이 있다고 정합니다.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에는 지역이나 경제적·사회적 여건 등에 따라 생기는 문화 격차를 줄이고, 문화예술을 누릴 기회를 넓혀야 할 책임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러한 문화권을 현장에서는 어떻게 실현할까요? 보다 구체적인 틀은「문화예술교육 지원법」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문화기본법」이 문화권의 큰 방향을 보여 주는 나침반이라면, 「문화예술교육 지원법」은 문화예술교육을 실제로 지원하기 위한 안내도와 같습니다. 이 법은 문화예술교육을 크게 ‘학교문화예술교육’과 ‘사회문화예술교육’으로 나눕니다. 학교문화예술교육은 어린이집과 유치원, 초·중·고등학교의 교육과정에서 이루어지는 문화예술교육이고, 사회문화예술교육은 문화시설과 복지시설, 문화예술단체 등 학교 밖에서 이루어지는 여러 형태의 문화예술교육을 말합니다.
국가는 5년마다 문화예술교육의 큰 방향을 담은 종합계획을 세우고, 시·도 역시 이에 맞추어 지역의 특성을 반영한 계획을 세우도록 되어 있습니다. 학교와 지역사회 곳곳에서 이루어지는 문화예술교육이 하나의 제도 안에서 연결될 수 있도록 한 것입니다.
중앙정부가 방향을 세우고, 지역이 생활 가까이에서 채웁니다
현재 문화체육관광부는 「제2차 문화예술교육 종합계획(2023~2027)」에 따라 문화예술교육 정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 계획은 ‘누구나, 더 가까이, 더 깊게 누리는 문화예술교육’을 방향으로 삼아, 사는 곳이나 형편에 관계없이 문화예술을 만날 기회를 넓히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어린이·청소년과 관련해서는 늘봄학교와 연계한 방과 후 문화예술교육, 디지털아트와 뮤지컬 등 새로운 수요를 반영한 프로그램, AI와 메타버스 같은 기술을 활용한 맞춤형 콘텐츠 등이 제시되었습니다. 지역에 따라 문화예술을 경험할 기회가 달라지는 문제를 줄이기 위해 생활권 가까이에 문화예술교육 거점을 마련하는 방향도 담겼습니다.
이러한 종합계획을 바탕으로 문화체육관광부는 해마다 시행계획을 마련하며, 2026년에도 별도의 「문화예술교육 시행계획」을 발표했습니다.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은 학교와 지역의 문화예술교육 사업을 지원하고 전문인력을 양성하는 등 정책이 현장에서 이어지도록 돕습니다.
지역의 역할도 중요합니다. 농어촌과 대도시의 환경이 다르고 어린이·청소년이 이용할 수 있는 시설도 다르기 때문입니다. 전국 17개 시·도에는 지역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가 있어 각 지역의 여건에 맞는 문화예술교육을 지원하고 연결합니다.
학교에서는 어떻게 문화예술을 만날까요?
어린이·청소년이 일상적으로 많은 시간을 보내는 학교는 문화예술을 만나는 중요한 공간입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교육부는 ‘학교예술강사 지원 사업’을 통해 학교와 예술 현장을 연결하고 있습니다. 예술 현장에서 활동하는 전문인력이 학교를 찾아가 어린이·청소년이 다양한 문화예술교육을 경험할 수 있도록 돕는 사업입니다.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이 공개한 추진성과에 따르면 전국 17개 시·도 7,737개 학교에 8개 분야의 예술강사 4,613명이 파견되었습니다. 어린이·청소년이 가정에서 별도의 문화예술교육을 찾아 나서지 않더라도 학교생활 속에서 예술을 접하고 직접 표현해 볼 기회를 넓힌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학교 밖에서도 문화예술을 만날 수 있습니다
문화예술교육은 학교가 끝나면 함께 끝나는 것이 아닙니다.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은 지역의 문화기관과 복지기관 등과 협력하여 어린이·청소년이 생활 가까이에서 예술을 배우고 창작할 수 있도록 ‘꿈의 예술단’과 여러 시민·사회 문화예술교육 사업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그중 어린이·청소년을 직접 대상으로 하는 대표 사업이 ‘꿈의 예술단’입니다. 2010년 시작한 ‘꿈의 오케스트라’를 바탕으로 ‘꿈의 무용단’, ‘꿈의 극단’, ‘꿈의 스튜디오’까지 음악과 무용, 연극, 시각예술로 분야를 넓혀 왔습니다. 어린이·청소년은 지역 거점기관에서 악기를 배우고 합주하거나, 자신의 이야기를 담아 무용·연극·시각예술 작품을 함께 만듭니다. 거점기관을 5~6년간 지원한 뒤 지역에서 자립하도록 하여, 한 번의 체험이 아니라 꾸준히 예술활동을 이어 갈 기반을 마련하는 것도 특징입니다. 2011년부터 2025년까지 34,170명의 어린이·청소년 단원이 참여했으며, 2026년에는 전국 150여 개 거점에서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할 예정입니다.

생애주기에 맞추어 다양한 문화예술 경험을 제공하는 사업도 있습니다. ‘꿈다락 문화예술학교’에서는 나이와 생활환경, 관심사 등을 고려해 음악·미술·무용·연극·영화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여 지역의 문화시설과 기관을 활용하여 학교 밖에서도 문화예술을 만날 수 있도록 합니다. 2025년에는 전국 83개 운영기관에서 223개 프로그램이 진행되어 5,646명이 참여했습니다.
문화예술을 접하기 어려운 어린이·청소년에게 먼저 다가가는 ‘예술누림’도 있습니다. 아동양육시설과 지역아동센터, 학교밖청소년지원센터, 장애인복지관 등을 통해 문화예술교육을 지원합니다. ‘가가호호(家家好好), 촌촌락락(村村樂樂)’은 가족이 함께 참여하거나 문화예술시설이 부족한 지역의 주민들이 생활 가까운 공간에서 문화예술을 경험하도록 돕습니다.
이 밖에도 지방자치단체와 지역 문화재단, 청소년수련시설, 도서관, 복지관, 가족센터 등에서는 지역의 환경과 어린이·청소년의 관심을 반영한 여러 프로그램을 운영합니다.
이처럼 학교 밖 문화예술교육은 모두에게 같은 프로그램을 제공하기보다 나이와 관심사, 생활환경과 사는 지역에 따라 문화예술을 만날 수 있는 여러 길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주변의 프로그램은 지역 문화재단과 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 도서관·청소년시설,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누리집 등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그 길을 더 촘촘하게 만드는 함께걷는아이들
공공의 지원제도가 문화예술을 만날 수 있는 여러 길을 마련한다면, 민간단체도 그 길이 어린이·청소년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실제로 닿도록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함께걷는아이들의 올키즈스트라(Allkidstra)는 어린이·청소년이 악기를 배우고 합주하며 무대에 설 기회를 마련합니다. 올키즈기프트는 사용하지 않는 악기를 기증받아 필요한 어린이·청소년과 기관에 연결합니다. 창작동시대회와 창작동요 챌린지는 어린이가 자신의 생각과 마음을 글과 노래로 표현하고 세상과 나눌 수 있는 자리를 만듭니다.
공공제도와 이러한 민간의 노력이 서로 이어질수록 문화예술교육의 길은 더욱 촘촘해집니다.
여러 조각이 모여 만들어지는 문화예술의 권리
우리나라의 문화예술 지원제도는 하나의 사업으로 이루어져 있지 않습니다. 법이 권리와 책임을 정하고,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계획을 세우며, 학교와 지역기관, 예술가와 민간단체가 각자의 자리에서 기회를 만듭니다. 이 연결이 잘 이어질 때 법에 적힌 문화권은 어린이·청소년의 일상 속 연주와 그림, 시와 춤으로 살아납니다.
다만 제도가 마련되어 있다고 해서 모든 어린이·청소년이 같은 기회를 누리는 것은 아닙니다. 사는 지역과 가정의 형편, 장애 여부와 돌봄환경 등에 따라 참여하기 어려운 경우도 있습니다.
다음 글에서는 같은 권리가 있어도 문화예술 경험이 달라지는 이유와 그 차이를 줄이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살펴보겠습니다.
참고 문헌 및 자료
법률 및 정책
- 「문화기본법」 제4조 및 제5조, 법제처 국가법령정보센터
현행 「문화기본법」 확인하기 - 「문화예술교육 지원법」 제2조, 제5조의2, 제6조 및 제15조의2, 법제처 국가법령정보센터
현행 「문화예술교육 지원법」 확인하기 - 「제2차 문화예술교육 종합계획(2023~2027)」, 문화체육관광부, 2023. 2. 28.
제2차 문화예술교육 종합계획 확인하기 - 「2026 문화예술교육 시행계획」, 문화체육관광부, 2026. 2. 27.
2026 문화예술교육 시행계획 확인하기 - 「미래사회 변화에 대응하는 문화예술교육 패러다임 전환–제2차 문화예술교육 종합계획(2023~2027)」,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아르떼365, 2023. 4. 10.
아르떼365 정책리포트 확인하기
문화예술교육 사업
- 「학교예술강사 지원 사업」,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학교예술강사 지원 사업 확인하기 - 「꿈의 예술단 소개」,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꿈의 예술단 확인하기 - 「2025년 아동·청소년 꿈의 예술단 지원 사업 현황」, 문화체육관광부, 2025. 8. 28.
2025년 꿈의 예술단 지원 사업 현황 확인하기 - 「지역 아이들의 예술 무대 넓힌다…‘꿈의 예술단’ 확대」,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2026. 5. 12.
2026년 꿈의 예술단 확대 내용 확인하기 - 「생애주기별 문화예술교육 사업–꿈다락 문화예술학교」,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꿈다락 문화예술학교 확인하기 - 「문화예술교육 지원사업 예술누림」,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예술누림 확인하기 - 「생활밀착형 문화예술교육 사업–가가호호(家家好好), 촌촌락락(村村樂樂)」,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생활밀착형 문화예술교육 사업 확인하기
이미지 출처
- 「2023 전북 학교예술강사 지원사업, ‘오늘부터 …’」, 투데이안, 2023. 3. 2.
기사 및 이미지 확인하기 - 「전주문화재단, 문체부 '꿈의 예술단' 선정…무용단 이어 극단도, 국비 총 8억 확보」, 전민일보, 2025. 3. 15.
기사 및 이미지 확인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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