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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칼럼/미래세대싱크탱크

20세기 석유왕이 21세기 임팩트 투자자가 된 사연

by 함께걷는아이들 2017. 4. 12.

아담이 낙원에서 추방된 이후, 매일 500달러씩 저축을 했어도 그의 재산엔 미치지 못했을 것이다.’ 미국 역사상 가장 큰 재산을 모은 것으로 평가받는 록펠러를 빗대 하는 이야기다. 하지만 그를 보는 세간의 시선은 과거에도 지금도 곱지 않다. 숱한 경쟁사 죽이기를 통한 시장 독점 방식으로 재산을 불려 나간 그는 악덕 기업가’, 심지어는 시대의 범죄자라는 오명에 시달려야했다.

독실한 기독교 신자였던 록펠러가 평소 다니던 침례교회에 낸 10만 달러, 현재 가치로 약 1억 달러에 달하는 십일조에 대해서도 기독교 목사들조차 더러운 돈이라는 꼬리표를 붙여 비아냥대기 바빴다. 물론, 수천만 달러의 재산을 출연해 재단을 만들어 자선가로 나섰던 은퇴 후 삶에 대해선 긍정적인 평가가 없지 않지만, 여전히 시장경제가 발달한 미국에서조차 역사상 최고의 부자로 꼽히는 그를 경영학 교과서에 만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런데, 경영학 교과서 한편에서 록펠러의 이름을 볼 수도 있는 날이 조만간 올지도 모르겠다. 계기를 마련한 이는 록펠러 가문의 창시자 존 록펠러의 5세손(世孫) 저스틴 록펠러다. 평소 사회·환경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며 돈을 버는 기업에 투자하는 임팩트 투자’(Impact Investment)에 관심이 컸던 그는 지난 20149, 록펠러 후손들이 보유하고 있던 미국 최대 석유 기업 엑슨 모빌의 지분 처분에 동참하는 한편, 임팩트 투자에 적극 나설 것을 천명했다. 이로써 록펠러 가문은 지난 2007년 임팩트 투자가 글로벌 사회로 확산되는데 가장 큰 계기가 됐던 라스베가스 벨라지오’(Bellagio) 회담을 개최한데 이어, 실제 투자에도 본격적으로 나서게 됐다. 저스틴 록펠러는 임팩트 투자는 단순한 자선이 아니다. 새로운 시대에 필요한 유력한 투자 기법이라고 말했다20세기 화석연료 시대를 상징하는 낡은 이미지에서 탈피해 더불어 사는 시대를 열어젖히는 임팩트 투자의 아이콘으로 거듭나고 있는 셈이다.




지난해 JP모건과 글로벌임팩트투자네트워크’(GIIN) 분석 결과에 따르면, 전 세계 금융기관과 재단, 펀드매니저들이 운용 중인 임팩트 투자 자금은 2014460억 달러(53)에서 2015600억 달러(70)140억 달러(17조원) 늘었다. 수익률도 시장 평균 수익률을 훨씬 상회한다. 시장 활성화 초기라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1998~2001년 설정된 미국 내 임팩트 펀드의 연평균 수익률 15.6%는 놀라운 성적표다. 같은 기간 설정된 일반 펀드가 거둔 수익률(5.5%)과 견주면 그 진가를 알 수 있다. 사례도 다양해지고 있다. 가톨릭 바티칸(Vatican)이 대표적인 예다. 바티칸에선 2014년부터 매년 임팩트 투자 콘퍼런스를 개최하고 있다. 이 자리에선 바티칸 은행, 가톨릭 투자 펀드 등도 임팩트 투자에 참여해 수녀들을 위한 연금 펀드를 임팩트 투자 방식으로 운영해 온 사례가 발표되기도 했다.


시장 확장 가능성도 무궁무진하다. 현재 임팩트 투자 시장의 2/3는 미국과 캐나다 등 북미에 집중돼 있다. 아시아는 5%에 불과하다하지만 글로벌 금융기관 JP모건의 향후 시장 눈길은 아시아를 향해 있다. 2020년까지 우리나라를 포함한 아시아 지역의 임팩트 투자 시장이 괄목할만한 수준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아시아 지역에서만 약 740억 달러(82조원) 규모의 임팩트 투자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했다. 아시아 지역의 급격한 산업 성장이 야기하는 심각한 대기오염 등 사회 및 환경 이슈가 임팩트 투자 시장의 성장을 부채질 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국내 임팩트 투자 시장도 작지만 강한 날개 짓이 한창이다. 지난 2008년 다음 커뮤니케이션 설립자 이재웅 대표가 문을 연 소풍’(soppong)을 필두로 2011‘D3쥬빌리’, ‘미스크’(MYSC) 등 민간 투자 기관 10여 곳이 활동 중에 있다. 최근 들어선 민간 재단의 움직임도 활발하다. 2011년 임팩트 투자를 시작한 아산나눔재단 엔젤투자기금은 2015년까지 304개 스타트업을 지원했고, 2012년 설립된 동그라미재단은 지역 기반의 사회적기업을 중심으로 투자와 지원을 병행하고 있다. 특히, 이들 재단은 직접 투자 외에도 창업에 필요한 각종 교육과 공간 제공 등 다양한 창업 관련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그렇다면, 임팩트 투자 시 고려해야 할 사항은 없을까?

먼저, 투자 기관의 사명과 투자 대상 즉 스타트업의 지향점이 서로 부합하는지 살펴야 한다. 임팩트 투자의 특성 상 단기성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만큼 중장기 투자 마인드를 갖고 접근하기 위해선 투자 기관과 스타트업의 궁합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전쟁에 나서는 유능한 장수라면 정당한 명분(사명)으로 병사들의 사기를 진작시킨 후, 날카로운 창과 견고한 방패를 준비해야 한다. 임팩트 투자도 마찬가지다. 투자 대상이 창출한 사회 및 경제적 가치를 측정할 수 있는 측정방법 즉 비기’(祕器)를 갖고 있어야 한다. 물론 쉬운 문제는 아니다. 임팩트 투자 시장에서 잔뼈가 굵은 이들에게도 이것만큼은 예외가 아니다. 2000‘KL 펠리시타스 재단’(KL Felicitas Foundation)을 설립하고, 15년 넘게 임팩트 투자자로 활동해 온 리사 클라이스너’(Lisa Kleissner) & ‘찰리 클라이스너’(Charly Kleissner) 부부 역시 한 인터뷰에서 스타트업의 임팩트를 측정하는 일은 여전히 어려운 문제고 아직 정답은 없다고 생각 한다, “각기 다른 자산 형태를 단 하나의 기준으로 측정할 수는 없기 때문이라고 말할 정도다.


다행스러운 점은 이처럼 어려움을 겪는 임팩트 투자자들을 돕는 단체도 있다는 사실이다. 대표적인 예가 케이스 파운데이션’(Case Foundation)이다. ‘아메리칸온라인’(AOL: American Online) 창업자인 스티브 케이스와 그의 부인 진(Jean)이 함께 설립한 케이스 파운데이션(Case Foundation)은 직접 투자 외에도 임팩트 투자 가이드북을 개발해 투자 기관들을 돕고 있다.

20세기 초 록펠러는 시장의 독점이 가장 효율적인 자본주의 시장경제 운영방식이라는 신념으로 미국 역사상 가장 큰 부를 얻었지만 그 기간은 오래가지 못했다. 어쩌면 경쟁과 독점이 아닌 신뢰를 비롯한 사회적 자본이 매개가 된 협력과 연대의 투자 생태계가 오히려 보다 큰 경제 및 사회적 부를 창출할 수 있다. 그것이 바로, 임팩트 투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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