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 이슈는 문재인 정부 정책의 한 가운데 있다. 특히, 공공 일자리 확대는 대선 기간부터 정부 출범 100일이 지난 지금도 논란이 여전한 뜨거운 감자다. 공공 일자리 확대에 찬성하는 논리적 근거는 한결 같다. OECD 평균(약21%)과 견줘 형편없는 국내 공공 일자리(약 7.6%) 비중을 늘리면 공공서비스의 질도 높아지고, 임금 소득자 증가로 인한 이른바, 소득 주도 성장도 꾀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반대하는 목소리도 수그러들 줄 모른다. 면밀한 조사와 분석 없이 단순히 공공 일자리를 확대하는 것은 긍정적인 효과보다 향후 도래할 공적 연금 폭증 등 오히려 국가 부담 확대로 이어질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주장이다.

진실은 뭘까? 문재인 정부가 최우선적으로 늘리겠다고 공언한 소방 일자리를 미국과 견줘 살펴보자.



소방청이 매년 발표하는 소방행정자료 및 통계에 따르면, 2014년 12월 기준 소방 공무원 수는 40,406명(국가직 : 483명, 지방직 : 39.923명) 이다. 국내 인구수에 견주면 소방 공무원 1인이 관할해야 하는 인구는 약 1200명이다. OECD 기준으로 따지면, 독일(1432명), 영국(1298명)보다는 적고, 프랑스(1029명), 일본(820명)보다는 많은 숫자다. 소방 선진국이라는 미국 소방본부(U.S Fire Department)가 밝힌 2014년 기준 미국 전역의 소방관 수는 모두 116만 450명이다. 지역 소방서만 2만 9722개에 달한다. 인구 3억 명이 넘는 미국 현실을 감안하더라도 인구 300명당 1명의 소방관을 두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미국의 독특한 소방관 제도를 보다 자세히 뜯어보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100만이 넘는 미국 소방관 가운데 급여를 받는 유급 소방관은 약 30%인 34만 5600명에 불과하다. 나머지 81만여 명이 넘는 소방관은 자원봉사 즉, 우리로 따지면 의용 소방관들이다. 한국도 다르지 않다. 같은 기간 한국의 소방청은 약 3,628곳에 9만 4967명의 의용 소방대원을 운영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화재 발생 시 출동 수당을 포함해 600여억 원의 예산이 사용되고 있다.


<표1. 한미 소방 인력 현황>

 

정규 소방 공무원 

의용 소방대원 

 기관

인력 

 기관

인력 

 한국

 200

 40,406

 3,628

 94,967 

 미국

 9,965

 345,600

 19,762

 814,850

※ 한국은 2015년 12월 기준, 미국은 2014년 12월 기준


차이점은 의용 소방대원의 활용 방식이다. 한국의 의용 소방관은 어디까지나 소방 공무원을 보완하는 비상 대기 인력에 그치는 반면, 미국은 의용 소방대원을 소방과 방재 체계의 핵심 축으로 운영하고 있다. 미국 소방본부가 매년 발표하는 연례 보고서에 따르면, '인구 2만 5000명 이하 지역 소방서의 경우 대부분 의용 소방대원으로 구성한다.'고 설명한다.

실제 미국의 지역 소방서 3곳 가운데 2곳(19,762)이 의용 소방대원만으로 구성돼 운영되고 있다. 한국에 빗대면 강원도나 전라남도 지역의 군(郡)단위 소방서의 경우 미국에서는 의용 소방대원만으로 운영되는 셈이다.


미국의 약 35만 유급 소방 공무원은 업무의 강도가 심한 지역에 집중 배치된다. 미국 소방본부 자료에 따르면, 유급 소방 공무원으로만 이루어진 지역 소방서는 미국 전체 소방서의 9%를 차지하고 있는데, 이들이 담당하는 인구수는 전체 미국인의 약 49%에 이른다. 단순 계산하면 약 10만여 명의 소방관이 미국 인구의 절반인 1억 6000명을 관할한다는 이야기다. 이는 소방 공무원 1인당 1600여명의 인구를 관할하고 있다는 것으로 서울의 소방 공무원 1인당 관할 인구수(약 1500명)와 견줘도 오히려 많은 숫자다.
요컨대 미국의 소방체계는 사건 사고가 잦아 발 빠른 대응이 필요한 도심엔 유급 소방 공무원이 근무하고 상대적으로 출동 빈도가 낮은 외곽 지역은 자원봉사 즉 의용 소방대원이 근무하는 식이다.

<표2. 미국 소방 인력 활용 현황>

 

 모두 정규직

일부 정규직 

 일부 의용소방

모두 의용소방 

 소방서 비중 

 9%

6% 

18% 

67% 

 관할 인구 비중

 49%

16% 

16% 

19% 


그렇다면, 미국 의용 소방대원이 정규 소방 공무원과 마찬가지로 소방.방재 체계의 핵심 축이 될 수 있었던 배경은 뭘까?

크게 세 가지 이유로 설명할 수 있다. 첫째, 다양한 경험과 실전 중심의 소방관 채용 방식을 들 수 있다. 미국의 유급 소방관 '입직 경로'(채용 방식)는 필기시험 위주인 한국과 달리 매우 까다롭다. 모두 8단계에 이르는 복잡한 시험이 치러지는데, 특히 실제 화재 진압 경험과 관련 자격을 매우 면밀하게 살핀다. 사실 상 유급 소방관이 되기 위해선 의용 소방대원 경험이 필수라는 얘기다.

둘째, 소방과 방재에 대한 사회적 인식도 의용 소방관 확대에 한몫 하고 있다. 미국의 소방 전문가들은 한결같이 '미국 사회에서 재난에 대응하는 소방과 방재는 정부 혼자가 아니라 지역과 공동체가 함께 해결해야 한다는 인식을 강하게 갖고 있다.'고 말한다. 지역에서 이뤄지는 공공서비스에 대한 협력과 협업에 민간의 참여가 활발한 원인이다. 실제 미국 의용 소방관 가운데 경력 10년 이상의 베테랑만 10명 가운데 4명이 넘는 35만여명에 달한다.

셋째, 소방 공무원이라는 직업에 대한 처우와 사회적 존경도 주목해야 한다. 높은 연봉과 사회적 신망 등 미국에서의 소방 공무원은 누구나 선망하는 직업이지만 한국에선 그야말로 '위로의 대상'으로 낙인찍힌 지 오래다. 열악한 지원체계 탓에 피복을 비롯한 보호 장구까지 개인 사비로 구입해야 하는 근무 여건부터 개선이 시급하다.

이처럼 소방공무원의 채용절차와 처우 같은 근본적인 운영체계와 소방 및 방재에 대한 대국민 인식 자체를 변화시키지 않고, 단순히 소방 공무원 일자리 늘리기만 외치는 것은 보다 위험하고 열악한 일자리만 양산하는 악수(惡手)에 그칠 공산이 크다. 예산이 부족해 화재 진압을 위한 필수 보호 장구조차 소방 공무원 사비로 해결하는 현실을 외면해선 안된다. 소방 공무원 늘리기에 앞서 소방 공무원 채용 절차와 처우부터 개선하고, 보다 지역과 밀착된 소방 시스템 구축이 우선이다. 무턱대고 숫자만 늘린다고 화마(火魔)에 희생되는 소방관들이 살아 돌아오는 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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