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균 20년에 육박하는 근속연수(100대 상장사 평균 근속 연수 11.2년)와 8000만 원(100대 상장사 평균 7300만 원)에 이르는 연봉이 보장되는 곳이 있다. ‘신의 직장’으로 불리는 공기업을 두고 하는 이야기다. 그런데, 대국민 공공서비스를 안정적으로 제공하기 위해 설립된 공기업 일자리에 대한 우리 사회의 부러운 시선 이면엔 불편한 진실도 적잖다.

 

 


먼저 간접 고용 근로자 문제다. 올해 3월 말 기준, 국내 35개 공기업이 고용하고 있는 간접 고용 근로자(파견, 하도급 등의 근로자)는 즉 소속 외 인력 규모는 5만 명이 넘는다. 전체 공기업 근로자 10명 가운데 3명(28%)에 육박하는 숫자다. 2015년 26%에서 2%포인트 늘어난 수치다.

 

 

20154분기

20164분기

20171분기

공기업 35곳 간접 고용 근로자 비율

26.9%

28.4%

28.8%

 

간접 고용 근로자 비중이 가장 높은 공기업은 단연 인천국제공항공사였다. 무려 85%가 넘는다. 전체 근로자 8,098명 가운데 간접 고용 근로자만 6,903명에 달한다. 이 외에도 한국마사회, 한국공항공사, 한국남부발전도 본사가 직접 고용한 근로자보다 간접 고용 근로자가 많은 공기업으로 집계됐다. 올해 3월 말 기준, 35개 공기업 가운데 간접 고용 근로자가 없는 곳은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가 유일했다.


사회 공익을 위해 일해야 할 공기업이 비정규직 가운데서도 가장 나쁜 일자리로 통하는 간접 고용을 늘린 가장 큰 이유는 공공기관 경영평가 때문이다.


기재부 산하 공공기관운영위원회는 매년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에 근거해 ‘공기업·준정부기관 예산편성지침'을 마련한다. 여기에는 다음연도 공공기관의 인건비 상승률을 고려한 총인건비도 포함된다. 공공기관의 당해 연도 실적과 임금 인상률, 그리고 산업 평균 임금 등을 고루 따져 다음 해 인건비를 정하는데, 규정을 지키지 않는 공공기관의 경우 이듬해 경영평가에서 나쁜 등급을 받게 된다. 지난해 12월 기재부는 2017년 공공기관 인건비 상승률을 3.5%로 정했다고 발표했다. 2010년 이후, 공공기관 인건비 상승률은 대략 3~5% 내외에서 결정됐다.


그런데 인건비 산정 대상에서 용역, 파견, 하도급 등 간접 고용 근로자 인건비는 제외된다. 간접고용 근로자의 인건비는 외주 용역비 즉 사업비로 분류되기 때문이다. 같은 비정규직을 뽑더라도 직접고용이 아니라 간접고용 근로자를 채용하는 편법이 반복되는 이유다.


공공기관 내 일자리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해 기재부가 2015년부터 공공기관 경영평가에 반영하고 있는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이 오히려 간접고용 근로자 양산을 부추겼다는 비판도 있다. 기재부는 공공기관 내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촉진하기 위해 2015년부터 공공기관 경영평가에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실적을 공공기관 경영평가에 반영하고 있다.


하지만 간접 고용 근로자는 인건비 산정 때와 마찬가지로 정규직 전환 대상 비정규직 근로자에서도 제외된다. 공기업 소속 비정규직 근로자와 달리 간접고용 비정규직 근로자는 아무리 숫자를 늘리더라도 공공기관 경영평가 시 불이익을 받지 않는다. 평가의 부담은 줄고, 관리 및 감독의 책임에서도 자유로운 탓에 비용 감소 효과도 누릴 수 있는 이른바 일석이조였던 셈이다. 실제 지난해 간접고용 근로자 숫자가 많았던 공기업 5곳의 지난해 공공기관 경영평가 결과를 살펴본 결과, 한국전력공사, 인천국제공항공사, 한국마사회는 가장 높은 ‘A’등급을 받았고, 한국수력원자력과 한국공항공사는 그 아래 등급인 ‘B’를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일자리 불평등에 이어 성별 불평등도 공기업이 해결해야 할 과제다.


현재 공기업의 여성 인력은 15,000여 명으로 전체 인력 17만여 명과 견줬을 때 10%가 채 되지 않는다. 하지만 이마저도 3급 이하의 실무직에 치중돼 있고, 임원 및 관리자급으로 올라갈수록 여성 임직원을 찾아보기란 하늘의 별 따기다. 특히, 공기업 여성 임원은 전체 169명 가운데 2명(1.2%)에 불과하다. 그랜드코리아레저와 한전KDN에 각각 1명씩 일하고 있다. 관리자급(1~2급, 일부 공기업의 경우 수석급)으로 확대해도 사정은 비슷하다. 6,885명 가운데 156명으로 2.3%에 그쳤다. 공기업 여성 임원 비중을 높이기 위해 지난 2007년 비상근임원에 대한 여성 임원 비율을 30% 이상으로 확대하도록 '공공기관 인사 운용지침'을 개정했음에도 불구하고 여건은 나아지지 않고 있다.

전체 여성 근로자 비율

여성 임원 비율

여성 관리자 비율

15,786/174,669(9.0%)

2/169(1.2%)

156/6885(2.3%)

 

연공서열과 직급에 따른 호봉제를 채택하고 있는 공기업의 특성상 승진에서의 소외는 곧 급여 불평등으로 이어진다. 국내 공기업과 비슷한 수준의 급여를 지급하는 상장사 100대 기업(2015년 기준 7300만 원)과 견줬을 때, 공기업 여성 임원 비율(100대 기업 2%)이 더욱 적은 공기업의 여성 급여 수준은 남성 직원과 견줘 100대 기업(평균 70% 내외)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요컨대 신의 직장 공기업에서 일하는 ‘신(神)’의 정체는 바로, 약 10만여 명의 정규직 남성인 셈이다. 높은 울타리와 견고한 유리천장을 세우고, 내부 지침과 규정에도 아랑곳없이 신계와 인간계의 경계를 철저히 지켜가고 있다. 문제는 공기업의 이러한 행태가 더욱 낮은 곳에서 대국민 공공서비스가 사각지대 없이 안정적으로 제공되는데 힘써야 할 본연의 정체성과 배치된다는 점이다. 국민 가장 가까운 곳에서 함께 성장하고 발전해야 할 공기업에 신의 직장이라는 꼬리표는 공기업의 지속가능성에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 조직 내부에 쳐진 울타리 즉 기득권을 버리고 사람 냄새 가득하고 국민이 지지하는 열린 일터로 돌아가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