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 사회, 그 길고도 먼 여정

by 함께걷는아이들 2017.07.13 18:06

미국의 유명작가, 데일 카네기(Dale Carnegie)는 20세기 초 그의 저서 자기관리론(How to Stop Worrying and Start Living)을 통해 '행복이야말로 인간이 추구해야 할 최상의 가치'라고 언급한 바 있다. 걱정과 비판, 피로를 줄이고 행복과 성공의 비결을 담고 있다. 10여년이 지난 지금 우리 사회의 가장 큰 화두 역시 행복이다. 고도의 산업화 시기가 야기한 불평등과 양극화 등 사회적 피로가 누적된 것이 주요 원인으로 거론되고 있다. 한국은 글로벌 행복 지수가 만들어질 즈음인 2009년 부산에서 열린 '제 3차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세계포럼'을 통해 '삶의 질 측정' 관련해 기초 연구를 수행하기 시작해 그로부터 8년여가 지난 올해 3월 첫 평가 결과를 내놨다. 주무부처인 통계청은 10년 전인 2006년과 견줘, 교육(23.9%), 안전(22.8%), 소득.소비(16.5%) 순으로 종합지수 증가율이 높아졌다고 발표했지만, 현장 전문가들은 '체감지표'와 다소 괴리감이 있는 결과라며 의문을 나타냈다.

 

 

그렇다면, 글로벌 사회에서 한국 사회의 행복 수준은 어떠까?

지난 3월 유엔 자문기구, 유엔 지속가능발전해법네트워크(SDSN)가 발표한 '2016 세계 행복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행복지수는 지난해 47위에서 11계단 하락한 58위에 머물렀다. 지난 2012년부터 매년 시행하고 있는 이 평가는 기대수명, 자유, 소득, 사회적 지원 등의 자체조사와 유엔 인권지수 등을 토대로 순위를 매긴다. 노르웨이, 덴마트 등

북유럽 국가들이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고, 아시아 국가로는 싱가포르(22위)가 가장 높았다. 한국은 태국(33위), 대만(35위), 말레이시아(47위), 일본(53위), 카자흐스탄(54위) 보다 낮은 평가를 받았다.

보고서가 지적한 조사 대상 국가들의 주요 불행 원인은 불평등이었다. 불평등 심화를 대가로 성장한 경제가 결국 삶의 질을 떨어뜨리고 행복을 저해한다고 설명했다. 경제개발협력기구(OECD)가 2011년 부터 매년 발표하고 있는 행복지수. '더 나은 삶 지수'(Better Life Index) 평가에서도 한국은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올해는 OECD 가입 국가 35개국(비(非)OECD 가입 국가는 제외) 가운데 27위를 기록했다. 2011년 이후 지속적으로 하락세다. 더 나은 삶 지표는 인간의 행복을 모두 11가지 부문, 23개 지표로 구분해 개별 국가가 제공하는 자료와 직접 설문을 병행해 평가한다. '더 나은 삶 지표'(Better Life Index)를 통해 '한국인이 느끼는 불행'의 원인을 짚어보면, 대체로 '지역 공동체 와해', '심각한 대기 오염', '불안한 개인 건강', '일과 삶의 불균형' 등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드러났다.

한국인이 느끼는 불행의 원인을 보다 자세히 살펴보면, '필요 시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이웃이 있느냐'는 공동체 분야 질문에 '그렇다.'고 답한 응답자는 4명 가운데 3명(75.8%)에 불과했다. OECD 평균 88%에 훨씬 못 미치는 결과다.

 

초미세먼지가 원인이 된 대기오염도 삶의 질 하락의 주요 원인으로 조사됐다. 미세먼지 보다 약 1/4 작은 초미세먼지(PM2.5) 농도 조사에서 한국은 조사 대상 국가 가운데 가장 높은 29.1 마이크로그램을 기록했다. 2015년 발표 때와 견줘 한국보다 초미세먼지 농도가 높았던 칠레(18.5마이크로그램), 터키(17.2마이크로그램)를 가뿐이 뛰어넘었다.

건강과 관련해 한국인들은 기대수명은 높은 반면, 스스로가 생각하는 현재 건강 상태에 대해선 걱정이 큰 것으로 조사됐다. 현재, 자신의 건강 상태가 '매우 건강하다' 또는 '건강하다'고 답한 한국인은 전체 10명 가운데 3명(35.1%) 정도에 그쳤는데, 이는 OECD 가입 국가 가운데 가장 낮은 수치였다.(OECD 평균 69%). 하지만, 기대수명(OECD 평균 80세)은 81.8세로 OECD 가입 국가 가운데 12번째로 비교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재밌는 사실은 이웃나라 일본도 한국과 비슷하다는 사실이다. 일본 국민의 기대 수명은 83.4세로 가장 높았지만 현재 자신의 건강 상태에 낙관적인 응답자 비율은 35.4%로 한국에 이어 뒤에서 두번째를 나타냈다.

 

 

 2016년 점수(한국순위 / 대상국가)

 평가지표

 주거

6.1(17/35) 

 -1인당 방(Room)수

 -실내 수세식 화장실을 갖추고 있는 주택비율

 -가처분 소득 대비 주거비용

 소득

2.5(24/35) 

 -가처분소득

 -가구 금융 자산

 일자리

 7.7(17/35)

 -고용률

 -고용 안정

 -장기 실업률

 공동체

 0.2(34/35)

 -가족을 제외한 유사시에 의지할 수 있는 친구나 이웃 유무

 교육

 8.0(6/35)

 -만 24~65세 국민 가운데 고등학교 이상 학력을 가진 사람의 비율

 -Programme for International Student Assessment (PISA)점수 수준

 -만 5세부터 기대할 수 있는 평균 교육 기간

 환경

 2.9(34/35)

 -초미세먼지(PM 2.5) 농도

 -수질 만족도

 시민 참여

 6.1(10/35)

 -가장 최근 선거 투표율

 -제도 수립 시 이해관계자 참여 수준

 건강

 4.7(34/35)

 -기대수명

 -스스로 '매우 건강하다' 또는 '건강하다'고 생각하는 응답자 비율

 삶 만족도

 3.3(31/35)

 -삶에 대해 얼마나 만족하는지 설문(0~10)

 안전

 7.6(20/35)

 -밤에 혼자 걸을 때 안전하다고 느끼는 응답자 비율

 -인구 10만명 당 살인범 수

일과 삶의 균형

 5.0(33/35)

 -주 50시간 이상 일하는 근로자 비율

 -매일 자신을 위해 사용하는 시간(먹고, 자고, 즐기는 시간)

 

장시간 근로와 개인 여가 시간 지표를 통해 살펴본 일과 삶의 균형 부문에서도 한국은 조사 대상 국가 가운데 가장 낮은 수준의 평가를 받았다. 특히, 한국 보다 장시간 근로 비중이 높은 국가는 멕시코와 터키 두 나라에 불과했다.

심각한 대기오염과 믿고 의지할 이웃의 부재, 그리고 개인의 삶이 없는 일상은 자연스레 낮은 삶의 만족도로 귀결됐다.

삶의 만족도 부문에서 한국은 OECD 가입 국가 35곳 가운데 31위에 그쳤다.

그런데, 또 하나 주목할 만한 조사결과가 있다. 바로, 한국 여성들의 낮은 삶의 만족도다. 한국은 OECD 가입 국가 가운데 남녀 간 불평등이 가장 심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외에도 삶 균형, 일자리, 교육 등의 분야에도 한국의 남녀가 느끼는 격차는 유독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OECD는 보고서에서 한국의 낮은 출산율과 출산 후 높은 경력 단절도 결국 이러한 성차별에서 비롯됐다고 해석했다.

일각에선 이처럼 개인의 행복을 숫자로 정량화해 평가하는 일에 의문부호를 다는 이들도 있다.

개인의 행복은 지극히 주관적인 기준에서 다뤄져야 한다는 논리다. 하지만 행복 사회를 위한 정량 평가에 소홀해서는 안 되는 이유는 분명하다. 개인이는 사회든 행복을 위해선 무너진 지역사회를 복원하고, 더럽혀진 공기를 새롭게 채우기에 앞서 지극히 당연한 상식이 일정 수준 이상 사회 내부에 필요하기 때문이다. 각종 차별과 이해관계자 간 상호 불신은 도덕, 규범과 같은 보편적 상식을 우리 사회 곳곳에 내재화하는 것만으로도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압축 성장기에 도외시한 사회 전반의 기초 체력부터 다시 길러야 한다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