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일자리가 화두인 시대다.

지난 8월 기재부가 내놓은 2018년 예산안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대목도 일자리 예산이었다. 정부가 내년 일자리 관련 지출로 약속한 금액만 19조 2000억 원이다. 올해 관련 예산 17조 1000억 원과 견줘도 2조 1000억 원 늘어난 수치(12.2%)다.

전년 대비 증가율로 따졌을 때 내년부터 전액 국가가 책임지기로 약속한 무상 보육 관련 예 산으로 인해 약 15.4% 늘어난 지방교육재정교부금(15.4% 증가)을 제외하고 가장 높 은 수준에 속한다. 게다가 지난 8월 국회를 통과한 11조원 규모의 추경도 사실상 일 자리 11만개 창출과 관련한 예산으로 사용될 예정이다. 일자리 관련 예산의 가파른 증가는 이전 정부부터 계속됐다.

박근혜 정부 초기였던 2013년 처음으로 일자리 예산 10조원 돌파 이후, 2014년 13조 2천여억 원, 2015년 14조 2천여억 원,2016년 15조 8천여억 원을 기록하더니 2017년부터는 두 자릿수 상승률을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가파른 예산 증가 속도에 견줘 실제 일자리 창출 결과는 신통치 않다. 지난 2016년 기준 OECD가 발표한 한국의 고용률은 66.1%로 OECD 36개국 가운데 21위에 그쳤다. 성별로 보면 남성 고용률은 75.8%를 기록해 OECD 평균(74.8%)을 상회했지만 여성 고용률은 56.2%에 OECD 평균(59.4%)에도 미치지 못했다.

 

<표 1> 2016 OECD 고용률 현황

낮은 여성 고용률은 특히 30~39세 사이에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30~34세, 35~39세 여성 교용률은 각각 60.2%, 56.5%에 그쳤는데, 이

는 OECD 36개국 가운데 32위, 34 위에 해당하는 것이었다. 이 시기 여성들의 고용률이 낮은 대표적인 원인으로는 결혼과 출산이 꼽혔다. 2016년 여성가족부가 조사한 경력단절여성 등의 경제활동실태 조사에서 30대 여성들이 회사를 관두는 원인으로 가장 많이 꼽은 것은

출산(47.3%)이었다. 실제 이 시기는 한국 여성의 초산 연령(2014년 기준 30.7세)과 겹치는 시기다.  요컨대 한국 사회의 낮은 고용률은

결혼과 육아 등 여성들의 경력 단절이 큰 영향을 끼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표 2> 2016 OECD 연령별 여성 고용률 현황

여성의 경력 단절로 인한 1차적 손실은 여성 자신과 이들을 고용한 기업의 손실로 귀결된다.

2014년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은 '여성 경력 단절의 사회적 비용 조사' 보고서 를 통해 2000년 이후 여성의 경력 단절을 막지 못해

195조 원(연 15조 원)의 손실이 발생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정부가 감당해야 할 손실도 만만치 않다. 2016년 통계청이 출산, 육아 등으로 경력이 단절된 여성이 재취업하는 데까지 걸린 시간을 조사한 결과 평균 8.4년이 걸린 것으로 나타났다.

2014년 여성가족부가 밝힌 연간 경력단절 여성을 위한 재취업 예산이 약 410억 원임을 감안하면 재취업에 드는 기간까지 수천 억 원의 예산이 투입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앞서 2013년 LG경제연구원은 경력 단절로 인해 한국이 입는 잠재 소득 손실은 GDP 대비 4.9%로 추정된다고 발표했다. 미국의 0.1%와 대비되는 결과다.

 

그렇다면, 이처럼 여성들의 경력단절 이슈가 해결되지 않는 보다 근본적인 이유는 뭘까?

여성들의 경력단절 문제가 여전히 중앙 정부 일자리 관련 정책에서 소외돼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소속 송희경(당시 새누리당)의원이 여성가족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6년 여성가족부의 ‘경력단절여성’ 관련 사업 예산은 460억 원에 불과한 것으로 밝혀졌다. 같은 해 여성가족부가 시행한 저출산 대책 예산 21조 4,173억 원, 고령화 대책 예산 13조 8,232억 원과 견주면 극히 미미한 수준이다. 여성들의 재취업 시기를 앞당길 수 있는 제도 보완도 해결해야할 과제다.

예컨대 출산 이후 육아와 직장 생활을 병행해야 하는 여성들이 선호하는 시간제 일자리를 찾기 어렵다. 2014년 OECD가 발표한 한국의 시간제 일자리 비중은 10.2%(2012년 기준) 였다. 북유럽을 포함한 선진국의 시간제 일자리 비중 25%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할 뿐만 아니라, OECD 평균(16.9%)에도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다. 연공서열과 전일제 일자리 위주인 한국 노동시장의 경직성을 돌파할 수 있는 사회적 합의가 절실하다. 경력을 지속할 수 있는 경력개발지원 프로그램도 다양화되어야 한다.

통계청이 경력 단절 여성의 재취업이 가장 활발하게 발생하는 시점인 40대 경력단절여성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재취업 시 첫 일자리로 선택한 업종은 교육 및 서비스업 (18.4%)이라는 응답자가 가장 많았지만 현재 일터는 도매 및 소매업(18.3%)이라는 응답이 가장 높았다. 40대 경력단절여성들은 취업 시 연령 제한 완화와 함께 지속적인 역량 강화를 위한 경력개발 프로그램의 지원 미흡의 아쉬움을 꼽았다. 요컨대 오늘날 여성들의 경력 단절은 더 이상 개인 차원의 이슈가 아니다. 기업의 부 담은 물론이고 정부의 비용까지 고려해야 한다. 예컨대 수조원의 예산과 제도를 동원 해 청년 일자리를 늘린들 결혼과 출산 그리고 육아로 인한 경력 단절을 막지 못한다 면 이는 고스란히 매몰비용으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 지금이라도 전 생애주기에 걸친 일자리 관련 정책 마련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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