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분.해 - 어바웃레이(2015)

by 함께걷는아이들 2020. 7. 20. 10:52

 

 

안녕하세요. 

함께걷는아이들 인턴들이 ‘함께걷는(차별&공존)’+’아이들(아동청소년)’과 관련된 영화를 보고 이야기를 나누는 [인.수.분.해 _ 인턴들의 수다를 분해하다], 두 번째 영화는 ‘어바웃 레이’입니다. 



 

* 스포일러에 주의하세요! 

 

레이는 생물학적 여성으로 태어났지만 4살 무렵 스스로 남자임을 깨닫습니다. 레이의 소원은 수술을 받고 ‘평범하게’ 사는 것. 하지만 의사는 오래 전 헤어진 아버지로부터의 수술 동의를 요구합니다. 딸 ‘리모나’가 아들 ‘레이’가 된다는 사실은 모두에게 받아들이기 어려운 일인 것처럼 보입니다. 10년 넘게 떨어져 살았던 아버지에게도, 모든 걸 이해해줄 것만 같은 레즈비언 페미니스트 할머니에게도, 그리고 엄마 매기에게도요.

 

영화의 줄거리를 네 문장으로 줄이자니 이미 꾹꾹 눌러담긴 이야기를 더 꾹꾹 누르는 일 같습니다. 영화는 처음부터 많은 이야기를 안고 시작합니다. 레이는 트랜스젠더이자 청소년입니다. 부모님의 동의 없이는 수술을 받을 수 없고, 아버지는 레이의 확신을 두고 ‘나중에 후회하면 어쩌냐’고 이야기하죠. 홀로 레이를 키워온 싱글맘 매기는 어머니 수잔의 간섭으로 힘들어하면서도 독립을 두려워합니다. 레이의 수술을 위해 발 벗고 나서지만 동시에 심한 불안을 겪기도 합니다. 

 

 

이 영화는 참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차별과 공존에 관한 이야기이기도, 청소년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가족도 빼놓을 수 없구요. 영화만큼 다양했던 인턴들의 생각을 공유합니다. 



조아영(조), 이현진(이), 문다솔(문), 구지연(구), 한지연(한)



Q 인상 깊었던 장면 하나씩 이야기하면서 시작할까요?

 

레이가 머리를 미는 장면이 기억 나요. 아빠를 찾아가기 전에 스스로 머리를 밀면서 담담하게 마음을 가다듬는데, 비장함이 느껴졌어요. 한국 영화 아저씨도 생각나고.. 어쩌면 레이가 나다움을 찾는 과정 같기도 했어요.  ( 머리 미는 건 어느 나라나 반항의 상징인가봐요 )

 

 

엄마가 구긴 수술 동의서가 차 뒷자리에서 굴러다니는 장면이 인상 깊었어요. 구겨지고 해진 그 서류를 마지막까지 계속 가지고 있잖아요.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는 엄마의 마음과 상황을 상징적으로 잘 표현한 것 같아요.

 

그러니까요. 빳빳한 새 종이에 받을 법도 한데 그러지 않는다는 게..

 

구겨진 서류처럼 어려운 마음들. 그럼에도 그 안에서 갈등을 견디고 풀어내며 나아가는 모습이 담긴 것 같다고 생각해요.

 

 

저는 (생물학적 성과 사회적 성이 일치하는) 동생들에게 너는 좋겠다라고 이야기하는 장면 인상적이었어요.

 

동생이 레이에게 형이야? 하니 형이야. 하고 씩 웃어주는 것도요.

 

레이가 불링을 당하고 왔을 때 멍든 얼굴에 닭을 얹어주고, 빼앗긴 신발을 함께 찾으러 가는 장면이 좋았어요. 물론 성정체성을 정의하는 것은 스스로의 문제겠지만, 가족과 떨어질 수 없는 사이라면 분명히 가족들도 함께 겪어야 하는 과정이잖아요. 서로 투닥거리고 창피해하면서도 신발을 함께 찾아나서는 그 모험 안에 모든 게  담겨 있다고 생각해요.

 



Q 원래 제목이 3 Generation 인데, 각 세대에서 보이는 특징과 공감되는 부분이 있다면요?

 

같은 시대의 세 세대라도, 우리나라였다면 달랐을 것 같아요. 외국 영화여서 이런 상황과 대화가 가능하구나 생각이 드는 장면이 많았어요.

 

이 영화에서는 세대가 나타내는 특징보다는, 레이의 가족이 너무나 특수하다는 점이 더 큰 것 같아요. 그 세대의 보편적인 인물들이 아니니까요. 미혼모 엄마에 트랜스젠더 딸, 레즈비언 페미니스트 할머니 커플. 미국에서도 한 천만 분의 일 확률로 존재할 것 같아요.

 

한국에서는 없을 법한 이야기라 어바웃 레이 아닐까요. 사실 다솔샘 말처럼 너무 많은 소수자성이 들어있어서 잘못하면 폭발할 수도 있는데 잘 다듬어낸 영화라고 생각해요.

 

 


 

아슬아슬한 장면도 있었어요. ‘레이 그냥 레즈비언 하면 안 돼?’라고 묻는 할머니처럼요. 

 

저도 궁금했어요. 할머니는 트랜스젠더라는 정체성을 이해했을까요? 

 

이해하지 못한 것 같아요. 다만 손녀이기 때문에 받아들인 건 아닐까요 

 

이해를 못해서는 아닐 것 같아요. 그냥 할머니로서 그 거대한 과정을 거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담긴 말 아닐까 생각해요.

 

 

 

저는 할머니가 엄마 매기에게 갑자기 독립하라고 하는 것도 뜬금없이 느껴졌어요. 엄마의 상황을 힘들게 하는 또 하나의 요소일 뿐일까요?

 

미국에서는 다 컸으면 독립하라고 하는 게 당연한 것 같기도요..

 

사실 킹 오브 썸머에서는 집에서 갈등이 일어나고 그 갈등을 피해 집을 나가는데, 이 영화에서는 반대잖아요. 갈등은 주로 밖에서 일어나고, 집에서는 힘들고 지친 주인공들이 위로를 받아요. 어쩌면 집이 이 가족을 나타내는 공간이구나 생각했어요. 사실 이런 주인공이 나오는 가족 영화라면 당연히 아빠 같은 사람들을 떠올리는데 시작부터 모든 걸 이해하고 받아들인 엄마가 나오잖아요. 가족 안에서는 그 이해가 공고하고요. 그게 좋았어요.

 

저도 이 영화에서 엄마가 참 좋았어요.

 

엄마는 처음부터 모든 걸 받아들인 상태로 등장하지만 점점 복잡한 감정들이 드러나고, 그러면서도 애쓰던 모습 같은 게 기억에 남아요. 



Q 영화 속에서 레이가 영상을 만들잖아요. 영상은 무엇을 의미할까요?

 

본인이 원하는 삶, 그리고 솔직한 마음을 담는 것 같아요. 영상을 통해 엄마와 공유하기도 하고요. 후반부에 영상 속 목소리와 현실의 레이가 하는 말이 맞물리는 장면이 있는데, 레이가 원했던 삶이 현실이 되는 걸 표현한 건 아닐까요? 

 

 

이 영화는 담고 있는 내용도 많고 하고 싶은 말도 많잖아요. 인물들이 처한 복잡한 상황과 그 속에서 느끼는 감정들을 관객이 더 잘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 매개였다고 생각해요.

 

보는 사람 입장에서도 그렇겠지만, 만드는 사람 또한 그 장치를 통해 영화를 좀 더 수월하게 풀어갈 수 있었을 것 같아요. 불링 당하는 장면을 레이의 영상을 통해 보여주면서 동시에 그걸 보는 엄마와 레이의 마음도 함께 보여주었던 것처럼요. 

 

 

Q 더 생각나는 장면이나,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나요?

 

레이가 자기는 키가 작아서 농구 못한다고 말하던 장면이 안타까웠어요. 그 장면에서 곁에 친구들이 있지만 전학 가고 싶다는 마음이 와닿았어요.

 

저는 학교 화장실 옆에 붙어있던 포스터가 기억 나요. ‘인간으로 가치 있게 살 것(Conserve humanity)’ 라는 문구가 적힌 포스터가 여자와 남자 화장실의 가운데에 붙어있었어요. 성별과 관계없이 인간으로 가치있게 살고자 하는 메시지를 전달받은 느낌이었어요.

 

레이는 그 화장실을 지나치고, 다음 장면에서 음식점 화장실로 가고요..

 

그렇게 대비되는 장면들이 있었죠. 영화의 따뜻한 색감 또한 주인공이 처한 따뜻하지 않은 상황을 더 대비시키는 듯했어요. ‘나는 평범하게 살고 싶다’는 대사도 마찬가지로요.

 

저는 레이가 화장실 앞에서 망설이는 장면과, 주유소 화장실 앞에 선 할머니를 보던 엄마의 모습이 겹쳐 보였어요. 사실 엄마가 그걸 보고 뭔가 깨닫나 했는데 그건 아니었지만요.

 

 

할머니 커플 좋았어요. 저세상 정서. 저는 트랜스젠더 안에서도 여성이 남성으로 전환하는 건 잘 다뤄지지 않아서 궁금했는데, 영화에서 볼 수 있어 좋았어요.

 

이 영화를 검색했을 때 ftm(female to male)인 사람이 부모님에게 커밍아웃 하기 전에 함께 봤다는 평점이 베스트에 있었어요. 그걸 보면서 이 영화가 누군가에게는 용기가 될 수 있구나 생각했어요. 그리고 정말로 어디에나 있구나, 그냥 사람 사는 이야기였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어요.

 

Q 마지막으로 영화를 보고 느낀 점을 이야기한다면

 

제목이 어바웃 레이지만, 레이의 감정 뿐만 아니라 가족들의 감정 변화도 함께 볼 수 있어서 좋았어요. 함께 나아가는 모습을 본 것 같아요. 

 

어바웃 레이라는 게 사실 레이의 내적 상황 뿐만 아니라 외적 상황까지 포함하는 말이지 않을까요. ‘레이, 그리고 주변 모두에 대하여’

 

 

영화가 아니라 50부작 드라마였으면 더 재밌었을 것 같아요

 

그러니까요. 할머니 캐릭터의 미래도 궁금해요. ‘내가 사랑하는 저 여자는 노이로제 덩어리야.’라는 대사가 기억나는데, 그 커플 이야기도 재밌을 것 같아요. 저는 사실 이 영화를 두 번 봤어요. 처음 볼 때는 레이에 집중해서 봤는데, 두번째로 보면서는 상대적으로 영화 전반적인 부분을 볼 수 있어서 그런지 엄마의 성장 일기 같다고 생각했어요.

 

엄마도 불안을 앓고 있었잖아요. 갱년기가 아니라고 하면서도 갑자기 열이 오르고요. 그런데 마지막 가족 모두 식사를 하는 장면에서 엄마의 표정은 편안해 보였어요. 엄마도 모든 과정을 견디며 성장한 것 아닐까요.

 

저는 처음 설명을 들었을 때만 해도 이 영화 되게 무겁겠다 생각을 했는데, 그냥 가족에 대해서 더 많은 생각을 했어요. 그러면서 레이 가족의 특수성(?)이 보편성으로 치환되는 걸 느꼈어요. 성정체성의 문제가 아니더라도 가족 안에서 서로가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들은 보편적인 문제니까요. 그렇게 레이의 이야기가 평범해진다는 게 이 영화의 좋았던 점이었어요.

 

저는 개인적으로 인권 영화나 소수자성을 다룬 영화들은 보고 나서 편하면 안된다고, 찝찝함이 남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이 영화를 처음 볼 때에도 너무 많은 소수자성을 넣었는데 터지지 않고 잘 진행이 될까 걱정을 했어요. 물론 아슬아슬한 경계선도 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수자성을 평범성으로 굉장히 잘 끌어내지 않았나 생각해요. 그래서 좋았습니다. 

 

맞아요. 불편할 수 있는 장면도 있지만, 그걸 또 영화 안에서 해소해주고요. 아슬아슬하지만 선을 넘지는 않는 영화, 완전한 이해가 아닐지라도 공감의 물꼬를 틀 수 있게 한 영화같아요.

 



어바웃 레이와 인턴들의 수다는 이렇게 마무리하였습니다. 짧은 시간동안 많은 논의를 하려 했지만, 미처 나누지 못한 이야기도 많았어요. 이 영화가 궁금해지셨다면 한번쯤 보시는 것도 추천합니다. 영화를 보신 분들이 이 글을 보고 계시다면, 댓글로 함께 이야기해주셔도 좋을 것 같아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