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과 삶의 균형”이라고 얘기하면 우리는 흔히 회사 일에 매몰되어 집안에서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경우를 생각한다. 그러나 삶은 일을 포함하기 때문에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직장과 가정의 균형” 정도가 되지 않을까? =>장원섭 교수는 “일인 삶과 일이 아닌 삶”이라고 얘기했다. http://v.media.daum.net/v/20180301044727061
올해 워라밸(work and life balance)이라는 신조어가 유행했는데, 나에게도 이것이 삶의 이슈였다. 나 역시 처음에는 내가 너무 직장 일에만 매몰되어 다른 것은 아무것도 돌아보지 않고 있나? 하는 문제의식에서 시작되었다. 약 5개월간 지속된 나의 고민의 아주 개인적인 소결을 여기에 풀어보고자 한다.
#나의 "직장과 가정의 (불)균형" 히스토리
25세에 대학을 졸업하고 처음 직장인이 되었다. 사회복지를 전공한 나는 복지관과 연구소 등에서 일했었는데, 나의 퇴근 이후 시간은 주로 친구들이나 동료들과 술마시는 시간이나 연애 등으로 채워졌으며 그닥 건강한 취미를 갖지도 못했고, 집에 돌아와 엄마를 돕는다는 식의 일은 물론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30세에 결혼을 했고 애를 낳았으며, 계속 직장을 다녔고 (경력이 쌓였으니 자연히) 좀 더 책임 있는 일을 맡았다. 30대는 나에게 있어 일을 놓지 않기 위한 쟁취의 시간들이었다. 출퇴근 시간에 전전긍긍, 아이가 아프면 누구에게 맡기나, 이번주 남편과의 스케줄은 어떻게 맞추나, 하원차량 시간에 늦어서 발을 동동 구르는 것이 일상이었다. 남편과는 니가 더 힘드네, 내가 더 힘드네, 니가 더 했네, 내가 더했네 하며 싸우기 일수였다.
40대가 되어 육아를 조금 벗어나고 보니 점점 일상 중 아이들과 집 생각보다는 일 생각을 하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된 것이다. 아침에 눈을 뜨며 오늘의 스케줄을 생각하기 시작하여 퇴근하여 집 문을 닫을 때까지 혹은 집에서도 일과 관련된 생각을 한다. 그러다, 아 이러다가 내가 나이 들어 퇴직하고 나면 취미 하나 없는 바보가 되어 있거나, 아이들과의 추억은 조각조각 난 상태가 되는건가? 하는 생각이 든 것이다.
그런데 문득 그런 생각이 든다. 20대, 30대의 나는 일과 가정의 균형을 갖고 살았던 것일까?
애시당초 나의 삶에 "직장과 가정의 균형"이라는 것은 없었던 것 같다. 아니, 사람에게 균형이라는 것 자체가 갖추어지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결국은 어느쪽에 치우치게 되는 것이니 말이다. 가장 힘들고 불편했던 30대가 물리적 균형은 가장 맞추어졌던 시기인 것 같으니, 균형이라는 것 자체는 나에게 어려운 일인라는 깨달음이다.
나는 [사회복지]라는 나의 일을 참 좋아한다. 20대에 일이 많으면 아무 걱정 안하고 맘껏 야근하던 그 시간을 30대에 무척이나 그리워했다. 30대에 아이 둘을 키우며 일을 지속할 수 있었던 이유에 많은 도움들이 있었지만 내가 내 일을 참 좋아했던 것이 가장 크게 작용했을 것이다. 그러다 보니, 어쩌면 육아에서 다소 벗어난 지금 일에 푹 빠져들고 있는 나의 모습은 어쩜 당연한 것인지도 모른다. 이제 좀 제대로 일할 수 있게 됐는데, 일 좀 실컷 좀 해보자!
갑자기 얼토당토치도 않은 결론이 나서 황당한가? 하지만 스티븐 호킹도 “자신이 좋아하는 일에 흠뻑 빠져 일하는 것은 삶의 의미와 목표를 준다.”고 하셨다. 즉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는 사람은 행복하다는 거다. https://www.bbc.com/korean/news-43395537?ocid=wskorean..social.sponsored-post.facebook.SMP(AEP)-HAWKINGADVICE.nneed3.competitors.statementad.mktg
워라밸은 단순히 근로시간을 줄이고 가정에서의 시간을 물리적으로 늘리도록 하는 것이 답이 아니다. 나처럼 일하고 싶은 사람은 일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고 일보다 가정에서 시간을 더 보내고 싶은 사람은 그것이 가능하도록 하는 것이 삶의 행복에 중요한 것 아닐까?
#취미는 어디에
그렇다면 몰아치던 육아가 한풀 지나간 이 시점, 좀 여유있게 취미도 만들고 친구도 만나고 여행도 다니고 하면 좋지 않은가? 물론 요즘 전보다 책읽는 시간도 늘어났고, 여행도 훨씬 자주 다니고 친구들 만나는 것도 전처럼 어렵지 않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모든 것 보다 나는 일이 재밌다는 것이다. 책도 일과 연관되어 적용할 만한 것이 있는 책이 재밌다. 친구들보다 직장 동료들과 일얘기를 메인 주제로 깔고 소소한 일상을 곁다리로 나누는 얘기가 재밌다.
내가 직장 일 외에 젤 열심히 하는 일이 있다면 바로 종교생활인데, 이것도 이쯤 되면 알겠지만 나의 기도 제목의 가장 큰 부분은 일과 연관되서이다.
#쉼의 중요성
워라밸 고민을 지속해오면서 느낀 것은 일과 삶의 균형보다 사실은 “쉼의 중요성”이다.
나는 일을 좋아하기는 하지만 원래 장시간 일하거나 오래 무리해서 일하는 스타일은 아니다. 우리 사무실은 출퇴근 시간도 유연하고 몸을 잡아놓는 문화는 아닌지라 크게 무리했다고 생각하지 않았는데 올해 안식월을 한달 받았다. 사실 그간 일을 계속하긴 했지만 짧게 여러직장을 오갔고, 그 이직 사이에 짬짬히 쉬고 리프레쉬 했었는데 어느새 우리 재단에 들어온지 7년차가 되고 나니 뭔가 예민하고 지친 느낌이 들었다.(갱년기 탓인지도 모른다)
일단 쉬는 기간은 나의 뾰족해진 부분을 들여다보기 좋은 시간이었다. 지난 시간도 되돌아보고 앞으로의 시간도 계획해보았지만 그보다 “지금의 나”는 어떤 모습인지 점검하게 되었다.
쉬는 중에 청소년참정권을 위해 함께 활동하던 30대후반 활동가가 출장다녀오는 기차에서 갑자기 심장마비로 다른 세상 사람이 되었다는 소식을 들으니 더욱이 쉼의 중요성이 느껴진다. 우리 직원들도 다들 안식월을 꼭 챙겨줘야지. 열심히 일하고 또 쉴 수 있는 문화를 만드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안식월. 혼자 제주 여행 중>
요지는 이렇다.
일과 삶의 균형이라는 것은 사람마다 다르다. 우리사회가 직장에 너무 치우쳐져 있는 문화, 무엇보다 일을 우선하도록 "강요" 받는 문제가 문제가 되어 그렇지만, 사실은 수많은 여성들은 육아와 가정을 지켜야 한다는 이유로 일을 포기했고 이제 육아의 시기가 끝나도 일이라는 장으로 발을 들여놓을 수 없게된다.
중요한 것은 나의 마음이 가있는 곳에 그것을 할 수 있는 여건이 나의 행복을 만들어 가는게 아닌가 싶다. 내가 가정에 좀 더 충실하고 싶을때 그렇게 일을 조정할 수 있는 여건, 내가 좀 더 일에 충실하고 싶을 때 일에 집중할 수 있는 여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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