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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기자단 기사

‘어린이부터 어르신까지 병원비백만원연대’ 출범식 및 토론회 - 병원비 걱정 없이, 아픈 만큼 치료받을 수 있는 사회를 위한 걸음

by 함께걷는아이들 2021. 7. 14.

국민 건강권 보장을 위한 전 국민 병원비 백만 원 상한제

 

  198971, 의료보험이 모든 국민을 대상으로 확대되었다(전국민 의료보험). 200071, 직장의료보험과 지역의료보험이 통합되어 현재의 국민건강보험이 출범하였다. 그로부터 21년이 흐른 지난 630, ‘어린이부터 어르신까지 병원비백만원 연대’(이하 병원비백만원연대)가 출범하였다. 병원비백만원연대는 국민건강보험이 있음에도 대부분의 국민이 사보험에 가입하는 것이 정상인가?”라는 질문을 던지며 병원비 백만 원 상한제를 제안한다. 모든 국민이 자신의 병원비를 1년에 백만 원까지만 부담하고, 그 이상은 국민건강보험으로 해결하자는 것이다. 국민건강보험에 가입하고도 민간의료보험에 가입하여 연간 약 50조 원의 추가적인 가계지출이 발생하는 이중고의 문제해결이 상한제 제안의 핵심이다.

 

‘함께걷는아이들’ 유원선 사무국장이 1부 사회를 맡아 행사의 시작을 열고 있다

  병원비백만원연대는 20162월 출범한 어린이병원비국가보장추진연대의 정신을 이어받고 있다. 아이들의 생명을 모금이나 사적보험에 의존하지 말고, 어린이병원비를 국가와 사회가 실질적으로 책임져야 한다는 주장이 어린이부터 어르신까지 의료비 백만 원 상한제를 시행하자는 취지로 확장되었다. 어린이병원비국가보장추진연대 이명묵 집행위원장은 의료비 보장의 적용 범위를 전 국민으로 확장하고자 하는 연대가 출범한 배경을 국민의 당연한 권리인 건강권, 더 나아가 생명권의 문제와도 직결된 병원비가 민간 사보험에 의존하고 있는 현실에서 찾는다. 오로지 국민건강보험 하나만 갖고도 안정된 생활을 꾸릴 수 있는 세상을 지향점으로 제시하며 출범을 선언한 뒤, 전 국민 백만 원 상한제에 대한 토론회가 진행되었다.

 

 

 

 

단순한 건강보험 평균 보장률 확대보다, 고액 의료비로 인한 가계 부담의 완전 해소

 

내가만드는복지국가 김종명 공동대표가 백만 원 상한제 추진을 위한 정책방안을 발제하고 있다

 

  병원비백만원연대 오건호 집행위원장이 사회를 맡은 토론회는 내가만드는복지국가 김종명 공동대표의 발제로 시작되었다. 김종명 대표는 현행 의료보장체계의 한계를 지적하며 전 국민 백만 원 상한제의 필요성 및 구체적인 정책 설계 모형과 실행 방안에 관해 설명했다. 현행 의료보장체계의 핵심은 문재인케어로 불리는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정책이다. 이 정책은 시행 기간 아동의 의료보장률이 증가했고(10%) 병원비가 고액일수록 보장률이 증가했다는 점에서 성과가 있었다. 하지만 보장 확대가 이뤄지더라도 건강보험의 적용을 받지 않는 비급여부문1)이 급속도로 팽창하고 있으며, 건강보험의 지속적 강화에도 민간의료보험 지출이 꾸준히 증가하는 현상이 방증하듯 현행 건강보험의 역할이 충분치 않다는 문제가 있다.

 

1) 병원의 진료와 치료는 크게 급여와 비급여 항목으로 나뉜다. 구분 기준은 국가의 의료보험인 건강보험 혜택이 적용되는지의 여부이다. 혜택을 받을 수 있으면 급여, 그렇지 않으면 비급여이며, 비급여는 라식 수술 등 생명과 직결되지 않은 치료가 대부분이다. (출처 : NEWNEEK 2021.07.05.)

 

  실질적인 의료비 부담 해소는 보장률의 단순한 확대가 아닌 고액 의료비 보장으로 가능하다는 데서 백만 원 상한제 정책의 필요성을 확인할 수 있다. 의료비 부담은 소액이 아닌 고액에서 발생하며, 경증질환보다는 중증질환에서 발생한다. 백만 원 상한제는 소액의 의료비에 대해서는 보장 혜택이 추가로 주어지지 않지만, 고액의 의료비에 대해서는 완벽한 보장이 가능한 제도다. 현행 60% 의료보장률에서 진료비가 100만 원일 경우 본인이 부담해야 할 금액은 40만 원, 백만 원 상한제에서는 100만 원이다. 그런데 진료비가 1,000만 원일 경우 현행 보장률로는 본인이 400만 원을 부담해야 하지만, 백만 원 상한제에서는 100만 원만을 부담하면 된다. 이처럼 백만 원 상한제는 단순히 평균 보장률을 확대하는 것보다 일정 수준 이상의 의료비 부담을 완벽히 해결하는 정책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담고 있다.

 

자료제공 : 어린이부터어르신까지병원비백만원연대

  현행 건강보험 제도에도 본인부담상한제가 존재하긴 하나, 의료비 부담 해소라는 제 기능을 해내고 있지 못하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현행 제도의 한계를 기반으로 백만 원 상한제 정책의 설계 모형이 제시되었다. 위의 그림 왼쪽에 표로 제시된 현행 상한제는 오로지 급여 항목에만 상한제를 적용하며, 선별급여2)와 비급여는 적용 대상에서 제외된다. 상한 자체도 소득의 10% 이상의 의료비 지출을 막는다는 취지로 설정되었으나 고비용 치료의 경우 10% 자체도 매우 큰 금액이 될 수 있다. 이에 백만 원 상한제는 의료비 부담을 실질적으로 완전히 해소하고자 새로운 정책 모형을 제안한다. 비급여 항목의 가격은 현재 의료기관이 자율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구조이므로, 비급여 항목 중 환자의 치료에 필수적이라고 여겨지는 비급여는 건강보험의 급여 항목(급여 혹은 예비급여3) 형태로)으로 편입시킨다. 그리고 기존에 급여 항목으로 제한되었던 상한제를 선별급여에까지 확대 적용한다. 비필수 비급여 항목은 1인실 및 특실, 영양제 주사, 로봇 치료 등으로, 일반적으로 질병 치료에 필수적이지 않으므로 환자가 전액 부담한다.

  병원비백만원연대는 백만 원 상한제에 소요될 재원을 8조 원으로 추산한다. 이는 300~400만 원 이상의 진료비를 부담하는 인구부터 적용하기 시작한다는 전제하에 총 의료비 중 7.6%를 차지하는 필수 비급여 비중을 반영한 금액이다. 또한 진료비의 종류를 크게 입원, 외래, 약재로 보았을 때 입원 항목부터 상한제를 적용하는 식의 단계적 접근 방식을 취한다면 소요 재정이 훨씬 적게 들어가므로 아동, 4대 중증질환자, 장애인은 초기 단계부터 상한제 적용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한다. 재원을 마련하는 방안으로는 국고지원액 확충, 건강보험료 부과기반 확대, 보험료 인상의 크게 세 가지 방안이 제안되었다. 현재 국고지원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으며 국고지원 20%라는 현행법의 취지대로만 진행되어도 연간 약 4조 원의 재원이 확충될 것이라는 점, 건강보험료가 소득 중심의 부과체계로 개편되어야 한다는 주장을 제기했다. 또 부족한 재원에 대해서는 건강보험료 인상이 불가피하지만, 백만 원 상한제가 제대로 작동한다면 국민의 의료비 걱정이 해소될 것이며 민간의료보험 지출도 줄어들 것이므로 국민적 설득이 어렵지 않으리라고 봤다. 사회자인 오건호 집행위원장은 전 국민 백만 원 상한제의 현실화 가능성에 대한 기대를 표명하며 발제를 마무리 지었다.

 

2) 경제성 또는 치료효과성 등이 불확실하여 그 검증을 위해 추가적 근거가 필요하거나 경제성이 낮아도 건강회복에 잠재적 이득이 있는 경우, 사회적 요구가 있거나 국민건강증진의 강화를 위하여 보건복지부장관이 특히 필요하다고 인정하면 선별급여가 된다. (국민건강보험법 시행령 제18조의4 (선별급여))

3) 비급여에 가까워 보이는 항목도 우선 급여의 틀 안에 두고 데이터를 축적해서 검증해보자는 취지에서 신설된 항목. 문재인정부하에서 진행되고 있는 비급여의 건강보험 편입정책의 일환이다.

 

 

 

전 국민 백만 원 상한제 시행까지 거쳐야 할 여러 관문들

 

 

  발제 이후에는 관계자 네 명의 토론이 진행되었다. 첫 번째 주자로 나선 한국환자단체연합회 안기종 대표는 우리나라 건강보험의 현실을 잘 반영한 영화로 설국열차를 들었다. 효과가 좋은 고가의 신약, 신의료기기, 신의료기술은 건강보험 적용 전까지 설국열차 앞칸에 탄 부자와 민간보험 가입자의 전유물이 되고, 가난하거나 민간보험이 없는 말기 암 환자는 열차 끝 칸에도 올라타지 못한 채 죽어가야 한다는 비유다. 그러면서 백만 원 상한제는 현재처럼 건강보험료 인상을 주저함 없이 이야기하는 적극성에 더해 의료기관의 비급여 개발 및 확대또한 적극적으로 막아야 한다는 의견을 덧붙였다.

  다음 토론자인 울산의대 예방의학과 조민우 교수는 돈 많은 사람이 좋은 치료를 받는 것이 아니라 아픈 사람이 제대로 된 치료를 받아야 한다는 상식적 취지에 동의한다며 말문을 열었다. 이어서 의료계 종사자의 관점에서 본, 백만 원 상한제의 시행에 있어 현실적으로 더 고민해야 할 네 가지 지점들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백만 원 상한제에서 기본 원칙으로 지정한 선별급여, 필수적 비급여의 급여 전환 문제는 각 항목을 세부적으로 검토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점. 상한제의 전 국민 확대 적용으로 발생할 의료 이용의 증가가 소요 재정에 미칠 영향을 미리 고려해야 한다는 점. 베이비붐 세대의 노령 시기 진입에 따라 나타날 의료비의 급속한 증가세 또한 재정설계에 참고해야 한다는 점. 실손보험과 상호 간 정책 영향을 검토해야 한다는 점이다.

  “백만 원 상한제가 의료비의 안전망을 더 포근하고 촘촘하게, 보편적으로 확대하자는 방향성에 충분히 공감한다.” 보건복지부 의료보장관리과 공인식 과장은 백만 원 상한제의 취지에 동감한 뒤, 상한제의 정책적 틀 설계에 필요한, 현행 의료보장제도에 대한 이해를 강조하며 말을 이었다. 문재인케어는 비급여의 급여화를 추진하고 있지만, 의료기술의 발전 및 공급자의 적극적 치료 의지와 노력으로 발생하는 비급여는 불가피하다. 이에 현 정부는 본인부담금을 경감하기 위해 재난 의료비를 지원하며, 불필요한 잔여적 비급여의 생성을 막기 위해 비급여 고지 제도를 시행한다. 공인식 과장은 본인부담 상한제에 대해 합리적인 기준 설정이라는 과제를 제시했다. 모두에게 지급되는 보편적인 방식이기에 지불 능력이 있는데도 혜택을 최대한 이용하려는 고소득층같이 소득재분배에 역행하는 대상자가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표명되었다. 그리고 병원비백만원연대가 강조하는 즉각적인 의료안전망의 보강을 위해서는 특정 대상자를 지정하는 것이 합리적인 방향일 수 있다고 이야기하며 아동의 희귀난치병, 중증질환 등에 있어서의 선제적 본인부담금 인하를 제안했다. 끝으로는 공-사보험 간 영향을 정기적으로 검사하고 상호 발전을 위해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견을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한겨례 이창곤 선임기자는 정책의 바람직성, 현실성과 지속 가능성, 이해관계자들의 합의 측면에서 백만 원 상한제의 시행 계획을 검토했다. 우선 비급여의 전면 급여화를 앞세운 문재인케어보다 백만 원 상한제가 국민에게 더 쉽게 다가갈 수 있고 간명하다며 바람직성을 높이 평가했다. 다만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와 백만 원 상한제라는 두 담론 사이에서 상한제를 앞세우면 기존의 보장성 강화 담론은 어떻게 할 것인지 고민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현실성과 지속 가능성에 대해서는 의료공급체계의 혁신, 민간보험과의 연계 부문 등 한국 의료보험체계 내 기존 과제들이 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의 상한제 시행은 큰 부담이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또 폴란드의 사례를 들며 하루 입원비 상한제, 수술비 상한제 등 좀 더 구체적인 내용 및 구성, 조건 등을 같이 고민해봐야 할 대목으로 꼽았다. 이해관계자들과의 합의 측면에서는 연대의 범위 확대, 정책 결정자들과의 논의 심화, 시민 참여 활동 제시를 강조했다.

 

 

 

 

같은 목표를 향한 서로 다른 고민, 의료보장을 위한 사회 각층의 역할 강조

 

 

  토론회는 토론자들의 의견에 대한 발제자의 종합 답변으로 마무리되었다. 발제자인 김종명 공동대표는 현재의 민간중심 의료보험체계에서 백만 원 상한제까지 나아가는 과정에 여러 관문, 난제들이 있다는 것을 알지만, 병원비백만원연대는 개혁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계속해서 내겠다고 다짐했다. 또한, 국민의 건강권 보장이라는 공동의 목표를 위해 각자의 자리에서 서로 다른 고민을 하며 제 역할을 다해달라고 이야기했다. 특히 시민사회단체는 구체적인 정책의 사항들을 고려하기 어려운 면이 있으니, 국민의 건강권 보장을 위한 요구를 정책으로 다듬는 부분은 정부와 정책담당자들이 맡아 해줄 것을 청했다. 토론에서 난관으로 지적된 비급여의 급여 전환 문제에 대해서는 의료계 종사자들과의 활발한 소통을 통해 구체적인 내용을 정립해야 한다며 의견을 보탰다. 시민사회에서는 운동의 물결을 만들어내고, 정책담당자들과 관계자들은 이를 다듬어주는 역할을 해내야 한다는 것이다.

  국민의 건강권, 나아가 생명권과도 직결된 의료비 부담 문제는 분명 사회적으로 긴급히 해결되어야 할 과제 중 하나다. 병원비백만원연대는 실질적인 부담을 가져오는 고액의 의료비 발생을 겨냥하여 백만 원 상한제를 설계했고, 적용 대상을 전 국민으로 확대해야 한다는 큰 방향성을 제시했다. 비급여의 급여 전환 문제, 소요 재정의 충당, 보장성 강화라는 현 담론과의 관계설정 등 상한제 시행 과정에서 예상되는 관문들과 고민이 필요한 지점들이 많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토론자 모두가 공감했듯, 현재 가계에 과부담되는 의료비를 공공의 영역에서 실질적으로 해소하자는 취지는 무척 상식적이다. 상한제의 단계적 시행 및 의료 공급자, 정책담당자, 시민사회와의 의견 교류를 통해 병원비백만원연대가 꿈꾸는 사회에 다가가려는 점진적이고 실제적인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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