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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기자단 기사

당신의 기부,‘빈곤 포르노’때문은 아닐까요?

by 함께걷는아이들 2021. 7. 20.

기부 독려와 기부금 모으기 위해 사용되는 폭력적인 광고 기법 빈곤포르노’..

실제 사회적 문제 되면서 보완되고 있지만, 여전히 행하고 있는 자선단체 많아,

무조건적인 동정 유발 아닌 사회 구성원으로 받아들이는 풍토 되어야..

 

 

2017, 유명 팝가수 에드 시런(Ed Sheeran)은 아프리카의 빈곤국으로 분류되는 라이베리아에 방문하여 집이 없는 아이들을 돕자는 취지의 영상에 출연했다. 하지만 이 영상은 수 많은 대중들의 질타를 받았다. 그 이유는 바로 영상의 초점이 라이베리아 아이들이 처한 빈곤의 원인에 있는 것이 아니라 에드 시런과 같은 백인의 눈으로 바라본 가난에 대한 감정에 있었기 때문이다. 에드 시런이 출연한 영상을 제작한 코믹 릴리프(Comic relief)20173월 기준 18000만 달러 (1964억 원)을 모금하여 기부 독려의 측면에서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그다음 해 진행된 캠페인에서는 백인 배우들을 자신들의 영상에서 제외했다.

 

에드 시런이 출연하여 아프리카를 돕자는 캠페인을 하는 것, 그리고 그것을 보며 안타까워하는 것이 큰 문제가 되는가? 하는 생각이 들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빈곤 포르노(Poverty porno)라고 불리는 자극적인 소재를 통한 마케팅 전략이 숨어 있음을 알 수 있다.

 

 

 

빈곤 포르노란?

 

그렇다면 빈곤 포르노란 무엇일까? 우리 주변에 흔하게 볼 수 있는 다양한 자선 단체의 광고들에서 그 예시를 찾을 수 있다.

집 없이 떠도는 아이들, 끼니를 제때 챙겨먹지 못하는 아이들을 도와주세요

이 아이가 배부름이라는 것을 알고 있을까요?’‘오늘도 라면 한끼로 버티는...’

등등 의 문구들과 뼈만 앙상하게 남아 파리도 쫓지 못하는 아이들의 사진이나 영상들이 대표적안 빈곤 포르노의 예시이다.

 

빈곤 포르노란 어려움이나 가난을 의미하는 Poverty와 자극적인 표현 방법을 대표하는 Pornography가 합쳐진 단어이다. 2008년 개봉한 영화 <슬럼독 밀리어네어>에 대해 타임즈의 엘리스 마일즈 기자가 가난을 재현하는 방식이 매우 폭력적임을 비판한 평론에서 가장 먼저 사용되었다. 이러한 표현 방법은 1980년대 국제적인 자선 단체가 아프리카 아이들의 어려운 모습을 포스터로 사용하면서 구호 기금 모금에서 큰 성공을 거둔 후 , 여러 단체에서도 모금을 위한 자극적인 광고 방법을 양산하면서 지금까지도 계속해서 사용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빈곤, 가난의 모습을 과장하며 기부금 모금을 위해 인권적 측면을 무시한 문구, 사진, 영상들을 빈곤 포르노라고 불리게 되었다. 빈곤 포르노는 자극적으로 묘사된 환경을 노출하며 기부자에게 적극적으로 기부를 독려한다. 이러한 광고는 후원받는 대상이 되는 국가나 아이들에 대해 잘못된 고정관념을 불러온다. 아프리카는 뼈만이 앙상한 모습으로 식수를 구할 수 없는 아이들이 존재하는 곳, 국내의 도움이 필요한 어려운 이웃들은 모두 스스로 자립할 수 없다는 이미지가 우리 머릿속에 그려지는 것이 빈곤 포르노의 학습 결과라고 할 수 있다.

 

 

 

빈곤 포르노는 기부 대상에 대한 인식뿐만 아니라 제작되는 과정에서도 윤리적 문제 있어

 

빈곤 포르노는 기부 대상이 되는 국가 아동들에 대해 편견을 갖게 하지만 어쨌든 기부를 장려하기 때문에 괜찮다는 의견이 존재한다. 그러나 빈곤 포르노를 단순히 바른 목적을 위한 수단으로 여기기에는, 기부 대상자의 상황을 부각하는 과정에서 아동 연기자를 이용하며 실재를 의도적으로 편집하고 왜곡한다는 문제점이 있다.

 

대표적인 자선단체의 빈곤 포르노 광고, 실제로 기부 대상자가 살아가는 환경은 맞지만 배우는 대역을 사용했다.

 

흔히 인터넷 배너를 통해 노출되는 자선단체의 광고는 대부분 실제 기부를 받을 아동 대신 대역 배우들을 출연시킨다. 과거 적나라한 표현을 위해 기부 대상자의 삶을 여과 없이 노출해내는 방법이 유행했다가, 시민 단체와 여론의 큰 비판을 받았기 때문이다. 기부 광고의 대역 아동들은 그 안에서 움추린 모습으로 눈물을 흘리기도 하고, 열악한 현실을 강조하기 위해 해진 옷을 입고 초점 없는 눈빛으로 카메라를 쳐다보기도 한다. 실제 촬영 현장 역시 드라마 촬영 현장처럼 수많은 연기를 통해 진행되며, 후 보정을 통해 자선 단체가 원하는 아동들의 이미지를 만들어 낸다. 기부 광고 역시도 하나의 각본 안에 존재하는 한편의 기획물이라는 것이다.

취약계층에 대한 이미지는 이렇듯 짜여진 대본 안에서 형성되고 자연스럽게 매스컴을 통해 노출된 모습은 우리에게 편견으로 자리 잡힐 수밖에 없다.

 

실제 키즈 모델들을 캐스팅하는 매니지먼트사의 캐스팅 현황에 게시된 이미지, 아동들의 프로필과 관련 영상이 게시되어 있다.

이러한 광고 형식은 비단 취약계층에 대한 편견에 국한되지 않는다. 관련 광고에서 대역을 진행하는 아동들에게도 여러 문제가 일어날 수 있다. 자신이 사는 곳과는 차이가 많이 나는 환경에서 진행되는 광고의 경우 아이들에게는 하나의 트라우마로 남을 수 있다. 자기의 가치관이 제대로 자리 잡혀있지 않은 상태에서 사람이 살기 어려운 환경에서 연기를 해야 하는 아동들은 일종의 정서적 폭력을 경험하는 것과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가정폭력과 같이 사회적 문제 역시도 자선단체의 기부금 모금 내역에 포함되는데, 이를 알리기 위한 광고에서도 대역 아동들은 폭력적인 상황에 노출될 수 있다. 아이들은 가정 폭력의 피해자 역할로 상처 분장을 하고 눈물을 흘리는 등의 연기를 한다. 실제 성인 연기자들도 폭력과 관련된 연기를 한 후에는 심리 안정을 위해 심리치료 등의 후속조치를 하는데 단발적인 연기를 진행하는 아동들에게 이러한 조치가 진행되고 있는지 의문이다. 또한 이러한 감정을 유발하는 것이 아동들의 인권을 다루는 자선단체에서 사용하는 광고 기법에 적합한 것 인지는 생각해볼 필요가 있는 문제이다.

 

 

 

새로운 기부 광고를 통한 해결책 모색하는 자선 단체들..

좋은 기부광고에 수상하는 라디에이드 시상식 통해 모금 광고 선순환 노려

 

foundation에서 진행하고 있는 sick kids ‘vs’시리즈 포스터, 병마와 맞서 싸우는 아이들을 강인하게 표현함으로써 기존의 광고 소구 방법과는 차별화된 모습을 보여준다.

 

한편 빈곤 포르노의 부작용을 지적하는 국제사회의 목소리가 커지면서, 기부 대상을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보고자 하는 시도도 많아지고 있다. 영국의 대표적인 소아 환자 지원 자선단체인 ‘SickKids foundation’은 기존 기부 광고의 틀을 깬 것으로 큰 호평을 받았다. 고초를 겪고 있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며 단순히 위급하거나 불쌍하게만 여겨졌던 이미지를 탈피했기 때문이다. SickKids foundation의 시리즈 광고인‘vs’시리즈의 영상들은 대부분 병마를 겪고 있는 아이들을 능동적이고 활기차게 그려낸다. 그리고 그 뒤를 기부자들과 같은 일반 사람들이 응원하는 모습과 함께 제시하면서 기부자와 기부 대상자 간의 관계를 기부자-수혜자 관계에서 동반자 관계로 새롭게 그려냈다. 수동적으로 도움이 필요하기만 했던 기존의 기부 대상자에 대한 인식에서 벗어나 새로운 시선을 통해 기부를 독려했다는 점에서 찬사를 받고 있다.

 

 

기존의 아프리카를 대상으로 하는 기부 광고를 풍자하는 Radi-aid의 광고, 영상에서 수혜를 받는 국가는 아프리카가 아닌 추위를 겪는 노르웨이로 설정되어 있다.

 

2012년 노르웨이의 교육단체 SAIHAfrica for Norway’라는 이름의 영상을 제작했다. 영상 속 아프리카 사람들은 추위에 떠는 노르웨이 사람들을 도와주기 위해 라디에이터를 모금한다. 아프리카 사람들은 노르웨이를 위해 노래를 제작하고 추위에 빠진 노르웨이를 기부를 통해 구원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 영상은 1980년대 수많은 미국의 팝스타들이 참여 했었던 ‘USA for Africa’ 캠페인을 풍자한 것이다. 당시의 수많은 사람들이 아프리카에 관심을 갖게 되어 많은 기부금을 모았던 프로젝트이지만, 기존의 아프리카를 대하는 서구 국가들의 태도는 분명 문제가 있으며, 아프리카를 부족,기근,가난 등의 이미지로 고착화하게 만든 기부 단체들의 행태를 돌아보도록 영상을 제작한 것이다.

이 영상이 매우 큰 반향을 불러온 이후‘SAIH’는 라디에이드 상을 수상하기 시작했다. 매년 창의적이거나 부적절한 모금 영상을 온라인을 통해 제보를 받으며 인터넷 투표를 통해 가장 비윤리적인 광고에는 러스티(rusty, 녹슨) 라디에이드 상을, 가장 창의적인 광고에는 골든(golden) 라디에이드 상을 수상하고 있다.

SAIH는 관련 상의 수상을 통해 기존의 빈곤 포르노의 문법에서 벗어나지 못한 광고들은 하나의 낙인을 남기며 폭력적인 광고 형태를 비판한다. 또한 새로운 방향성에 주목하는 광고에는 영광을 주면서 기부 광고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며, 창의적이고 도덕적 의미가 함께 동반된 광고 제작을 더욱 독려한다.

 

 

 

빈곤 포르노 제작하는 자선단체 문제가 가장 크지만 약자를 보는 우리의 시선도 분명 바뀌어야

 

빈곤 포르노를 제작하는 많은 자선 단체는 더 많은 기부금을 위해서 자극적인 표현은 불가피한 현상이라고 이야기 한다. 직관적으로 기부 대상자가 도움이 필요한 상황임을 강조하는 것이 모금을 하는 데 유리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빈곤 포르노는 기부 대상인 소외 계층, 취약 계층에 대한 이해가 없는 상황에서 오직 모금만을 위해 광고를 제작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역설적으로 생각해보면 빈곤 포르노와 같은 자극적인 표현이 기부의 이유가 되는 것은 우리 사회가 다양한 취약 계층을 바라보는 시선이 기부자-수혜자 관계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아름다운 재단의 기부문화 연구소에 따르면, 2019년 기준 우리나라 사람들이 기부하는 동기 중 가장 직접적인 이유로 사회적 책임감을 꼽았다. 그리고 2순위로는 동정심이 뽑혔다. 아직 우리 사회에서 기부는 불쌍함이 원천이 되는 경우가 매우 높다는 것이다. 똑같은 기부 대상자라 하더라도 더 안타까운 대상을 찾고, 각자의 어려움을 비교하는 풍토가 여전히 존재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우리 사회에서 기부가 필요한 대상은 비단 이 필요한 대상에 국한되지 않는다. 한명의 사람으로서 사회 앞에서 당당하기 위해서 최소한의 자립이 필요한 대상 역시도 우리 사회의 기부 대상자가 된다. 다양한 사회적 요인, 단지 가난으로 치부할 수 없는 요인들 속에서 기부하는 우리도 단순히 돈을 기부하는 것 자체가 모든 것을 해결해준다는 사고에서 벗어나야 한다. 그리고 모금을 위한 광고에서 나타나는 표현법이 사회적 요인보다는 가난과 돈을 통한 도움으로 기부 대상자의 상황을 바라보고 있지는 않은지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참고 자료

▶김설희,2017.01.13.,노르웨이 넘어 전 세계 건강한 모금 광고 문화 만드는 라디에이드 상’, 더 나은 미래

URL: https://blog.naver.com/future4all/220909891830

▶김민지, 20181129, 편견·인권유린 민낯후원단체 빈곤 포르노그라피’ ,스냅타임

URL: http://snaptime.edaily.co.kr/2018/11/%ED%8E%B8%EA%B2%AC%C2%B7%EC%9D%B8%EA%B6%8C%EC%9C%A0%EB%A6%B0-%EB%AF%BC%EB%82%AF-%ED%9B%84%EC%9B%90%EB%8B%A8%EC%B2%B4-%EB%B9%88%EA%B3%A4-%ED%8F%AC%EB%A5%B4%EB%85%B8/

▶황지예, 2020.05.05. [어린이 날] 자선단체 후원 광고, 어린이 대역 연기 괜찮을까 ,AP신문

URL: http://apnews.kr/View.aspx?No=834816

▶양윤서, 2018. 6. 19. [빈곤포르노] ‘아프리카라는 말을 들을 때 굶주리는 아이가 먼저 떠오르는 이유, 생각해 봤나요?

URL:

https://m.blog.naver.com/PostView.naver?isHttpsRedirect=true&blogId=therighthands&logNo=221301993584

https://research.beautifulfund.org/blog/2019/11/27/%ea%b8%b0%eb%b6%80%eb%8f%99%ea%b8%b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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