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장 먹을 것이 없어 굶고 있는 아이, 쓰러질 것 같은 집, 재난에 갈 곳을 잃은 폐허에 울고 있는 아이…전통적인 기부는 긴급한 의식주를 돕기 위해 시작했으며, 여전히 구호와 자선을 위한 기부가 가장 보편적인 기부 형태이다. 이런 열악한 상황을 마주한 사람들에게 당장의 먹을 것과 입을 것을 제공하는 일에 사람들은 가장 쉽게 설득된다. 한국 사회가 경제적으로 성장하면서 자선단체들은 극도로 어려운 상황을 찾아 해외 후원 사업으로 눈을 돌렸고 해외 구호단체들도 한국 기부자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그리하여 우리는 후원을 요청하는 아프리카 아이들의 모습을 많이 보게 되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단순히 당면한 어려움을 현금, 물품으로 해결하기보다 우리가 처한 사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환경, 여성, 인권, 빈곤, 정치감시 등의 활동을 하는 시민단체를 지지하고 그곳에 기부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당장 필요한 빵을 주는 것에 그치지 않고 왜 이 아이는 계속해서 굶어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을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2018년 기부문화연구소에서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기부 이유 1위가 2015년 “불쌍한 사람들을 위해서”(30.8%)에서 2017년 “시민으로서의 해야 할 책임이라고 생각해서”(31.3%)로 변화되었다. 기부에 대한 기부자들의 한층 성숙한 인식을 엿볼수 있다.
또 다른 측면에서의 변화도 있다. 금전과 물품을 단순히 전달하는 기부에서 기부와 [ ]의 결합으로 확장한 것이다. 기부와 재미, 기부와 스타, 기부와 취미, 기부와 소비 등이 그 예이다. 신생아 모자 뜨기나 아이스버킷 챌린지처럼 재미있는 활동에 참여하면서 기부를 한다거나 걷기나 등산에 참여하며 기부를 한다거나 친환경 상품과 캠페인 굿즈를 소비함으로써 기부에 참여하는 방식이다. 젊은 세대에게 기부란 더는 가슴 아픈 사연을 본 후 ARS 전화를 하고 정기후원신청서를 작성하는 방법이 아니다. SNS에서 관심 있는 활동을 공유하고, 참여하고 주변인에게 알리는 방식으로 기부 형태가 다변화된 것이다.
신생아 살리기 모자 뜨기는 기부자에게 내가 직접 뜬 모자가 의미 있게 사용되는 보람을 느끼게 해주는데 모금단체 입장에서는 이러한 이슈를 많은 사람에게 알리고 모자를 뜨는 동안 이 이슈를 계속해서 생각하게 함으로써 더 적극적인 후속 기부로 이어지도록 하는 효과가 있다. 아이스버킷 챌린지 역시 왜 얼음물을 뒤집어쓰는지 의아하지만, 이 캠페인으로 우리는 생소하던 루게릭병에 대해 알게 되었고 캠페인 참여와 이에 대한 후속 기부가 이어지는 성과를 보게 되었다. 이러한 챌린지가 활성화되는 데는 유명인들의 역할도 크다. 특정 사회 이슈를 지지하는 활동에 참여하고 이를 알림으로써 사회적인 파장을 극대화하고 팬들도 이 활동에 참여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러한 온라인에서의 기부 활동이 지나치게 가볍고 보여주기식이라는 비판도 존재한다. 그러한 활동이 사회 변화를 가져오는데 한정적이고 참여자의 위안 정도에 그친다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살고자 하는 더 나은 세상에 대한 고민을 좀 더 많은 사람이 접하고 공감하게 할 수 있다면 분명히 재미로, 혹은 팬심으로 시작한 기부가 진지한 고민과 충성기부자로 성장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보이지 않던 것이 보이기 시작하면 더 자꾸 보이게 되는 법이니까 말이다.
글. 유원선 함께걷는아이들 사무국장
함께걷는아이들 기념일 기부, 팬덤 기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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