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가을호] 이들의 활동을 긍정적인 시선으로 바라봐 주세요

새로운 기부 문화의 하나로 팬덤 기부가 많은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함께걷는아이들도 다양한 팬덤으로부터 기부를 받으며, 감사한 마음과 더불어 팬덤 기부를 주목하고 있기도 합니다. 팬덤 활동과 기부가 만나 건강한 파장을 일으키고 있는 요즘, 이를 주목하여 최근 팬덤 기부에 관한 연구를 발표한 대중문화 연구자 이수현 님과 팬덤 기부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인터뷰이. 이수현(연세대학교 사회학과 박사 수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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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덤 기부를 어떻게 정의할 수 있을까요?

주로 대중문화 장르의 팬덤(fandom)이 지지하는 아티스트를 응원하는 목적으로 기부하는 활동이라고 말할 수 있어요. 주로 아이돌, 트로트, 배우 등 한국형 팬덤 문화의 여러 장르에서 기부문화가 집중적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여기서 팬덤은 기획사가 기획하고 관리하는 공식 팬클럽과 동일한 개념이 아니에요. 사실상 팬덤은 팬(fan)이라는 정체성을 공유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 일원이 될 수 있는 무형의 집단 전체를 의미하는 광범위한 개념입니다. 팬덤을 구획화하고 관리하기 위해 아티스트 소속사에서는 유/무료로 가입하고 함께 소통하는 공식 팬클럽을 운영합니다. 팬들도 온라인 공간을 기반으로 공신력을 가지는 각 팬덤의 대표집단을 자체적으로 형성합니다. 팬덤 기부 활동은 주로 자체적으로 형성된 팬덤에서 진행하는 기부라고 이해를 해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팬덤 기부 경향과 특징은 무엇인가요?

팬덤 기부 역사는 생각보다 길어요. 2000년대 중반부터 쌀 화환 기부나 대중문화 행사와 연계된 이벤트 모금이 있었습니다. 요즘 팬덤 기부가 주목받을 만큼 활발해진 이유는 온라인을 통해 익명으로 기부가 가능한 시스템이 갖추어지기 시작한 기부문화 변화 시점과 맞닿아 있어요. 팬덤은 온라인 기반의 공론장을 형성한 문화집단으로 기부처를 결정하고 진행하는 과정에서 익명성과 투명성이 중요시되거든요.
팬덤 기부의 가장 큰 특징은 아티스트 중심이라는 거에요. 기부 의도나 목적이 아티스트를 응원하는 데에 기반하다 보니 한편에서는 보여주기식 기부가 아니냐는 문제 제기가 팬덤 안에서 있기도 합니다. 그런데도 다양한 형태의 기부에 참여하고 있으며, 이를 지향하고 있다는 점이 팬덤 기부의 최근 특징인 것 같습니다.

팬덤에서 진행하는 서포트와 기부의연관성이 궁금해요.

한국형 팬덤에 서포트라는 문화가 있는데 이 서포트라는 건 아티스트를 응원하기 위해서 진행되는 모든 지지 활동을 통칭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아티스트에게 서포트하는 이유는 “우리가 널 좋아하고 있다.”는 걸 표현하고 또 “이렇게 좋은 아티스트가 있어요.”를 홍보하고 싶은 마음 때문에 진행이 됩니다. 지지 활동의 일환이 서포트인데 아티스트에게 선물을 전달하는 조공 방식이있고 지하철이라든지 버스라든지 팬들이 돈을 모아서 광고를 거는 형태가 큰 축을 이루고 있어요. 보통은 이 두 개가 가장 큰 축이었던 것 같은데요. 최근에는 기부라는 활동이 서포트의 큰 한 축으로 등장을 해서 계속해서 커지는 추세입니다.

 

팬덤 기부 진행 방식이 궁금해요.

 

팬덤이라는 집단이 어떻게 보면 굉장히 민주적인 집단인데 이 부분이 정말 알려지지 않았다는 생각을 많이 했던 것 같습니다. 기부를 진행할 때도 후원금액부터 후원처 발굴 및 선정, 후원 내용 등 이 모든 것을 팬덤 내에서 논의와 투표를 거쳐 결정해요. 그리고 기부의 경우 참여하고 나서 의미가 있어야 하고, 기부를 받은 곳도 좋아야 하고. 그래서 팬덤 기부를 이끌고 가는 서포트 담당자의 입장에서는 다른 서포트보다 배로 에너지가 들 수도 있어요.

 

이런 기부 과정을 거치면 기부를 대하는 마음도 특별할 것 같아요.

 

네. 팬들이 결정 과정에 직접 참여했기 때문에 후원금이 어떻게 쓰였느냐까지도 관심을 두게 돼요. 제가 인터뷰했던 분 중에는 다른 기부보다 팬덤에서 하는 기부를 더 하게 되는 경향이 있다고 말한 분들도 있었습니다. 개인적으로 기부를 하고 기관으로부터 보고서를 받는데 다양한 사업을 하니까 “그 돈이 어떤 사업에 쓰였는지에 대해서 잘 모르겠다.”라고 말하기도 해요. 또 지정하여 후원하더라도 “내가 낸 돈이 얼마큼 쓰였는지를 잘 모르겠다.”라는 막연함이 느껴진다고 해요. 반면에 팬덤 기부는 어떤 목적으로 기부할지와 목표금액을 정하고 진행을 합니다. 팬덤 기부에 참여하면, 목표액 대비 내가 보탠 비율을 알게 되고 명확성이 높아지니 만족도가 높아진다고 이야기하는 사례들이 있었어요.

 

팬덤 기부의 긍정적인 역할은 무엇인가요?

 

연구 결과에 따르면 팬덤의 순기능은 팬덤을 통해 기부를 경험하고 이를 통해 기부에 관해 관심을 가지게 되는 사람들이 늘어난다는 점이에요. 설문했던 분 중에 팬덤을 통해 기부를 시작한 후 다른 기관이나 팬덤에서 기부했던 그 기관에 계속해서 기부하고 있다는 케이스가 반수 이상이었어요. 팬덤이라는 경계를 넘어서서 기부 문화를 형성하고 더 많은 사람이 함께하게 되는 하나의 방식이 팬덤 기부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팬덤 기부를 바라보는 대중과 팬덤 기부 참여자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팬덤이 스스로 선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방향으로 집단의 정체성을 형성해나간다는 것은 사회적인 차원에서도 매우 고무적인 일이라고 생각해요. 대중문화에 대한 일종의 편견들을 개선해나가는 데 큰 역할을 해나가고 있고, 또 이런 한국형 K-팬덤 문화가 글로벌하게 영향을 미칠 수 있어서 앞으로가 기대되기도 합니다. 누군가에게는 굉장히 새로울 수 있지만, 캠페인 참여와 인증 문화는 팬들 사이에서 이미 익숙해요. 오히려 이런 문화와 기부가 만나니 더 쉽게 참여할 가능성을 가지게 되었어요. 이들이 하는 활동을 긍정적인 시선으로 바라봐 주셨으면 하는 마음이에요. 팬덤을 통해 기부를 경험하게 된 모든 팬분도 이 기회를 통해 팬으로서의 긍정적인 정체성, 기부에 대한 보다 많은 관심을 부탁드립니다.

 

 

함께걷는아이들 기념일 기부, 팬덤 기부

함께걷는아이들 - 마이샤이닝스타 (My Shining Sta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