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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걷는아이들/소식지_함께걸어ON

[2022 가을호] 기후위기의 현실과 ‘시민’의 행동

by 함께걷는아이들 2022. 10. 31.

2022년 여름, 모두 안녕하신가요? 얼마 전 역대급 태풍이라는 힌남노가 한반도 남쪽을 휩쓸고 갔습니다. 8월에는 중부지방에 갑작스러운 폭우가 내렸고, 초여름에는 긴 가뭄이 있었습니다. 봄철에 울진, 삼척, 밀양 등 전국 곳곳에서 발생한 산불도 기억하실 겁니다. 이상기후, 기상이변이라는 말이 일상이 되어버렸습니다. 지구온도가 상승하면서 생기는 일, 바로 기후재난입니다. 기후재난은 왜 생기는 걸까요? 일차적으로는 산업화 이후 석유, 석탄, 가스와 같은 많은 화석연료를 사용하면서 발생한 온실가스 때문입니다. 이것이 지구를 점점 더 뜨겁게 합니다.


하지만 이게 전부일까요? 더 근본적인 이유는 바로 우리가 현재 살아가는 사회경제시스템입니다. 전기 생산에서부터 자동차 운행, 플라스틱 생산까지 화석연료는 우리의 사회, 경제, 일상생활 곳곳에 스며 있습니다. 이렇게 화석연료를 끊임없이 소비하는 것은, 바로 경제성장 때문입니다. 우리 사회는 경제성장을 최우선의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자본주의란 계속해서 성장해야만 유지되는 경제시스템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유한한 지구에서 무한한 경제성장이 가능할까요? 매년 경제가 3%씩 성장한다면 대략 24년마다 경제 규모는 두배로 증가합니다. 그에 따른 에너지와 자원 소비, 쓰레기 배출도 대략 두배로 늘어납니다. 이것이 가능하게 하려면, 사람과 자연을 쥐어짜야 합니다. 그 결과가 지금의 기후위기입니다. 경제성장을 위해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해, 기후와 환경이 망가지건 말건, 온실가스를 쏟아냈던 겁니다. 그리고 경제성장의 이익은 소수의 기업과 부자가 가져가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가난한 나라들, 사회적 약자에게 전가됩니다.


올해 파키스탄은 전 국토의 1/3이 물에 잠겼습니다. 1,300명에 달하는 사람들이 희생되었고, 셋 중 하나가 어린이였습니다. 기후위기로 평년보다 500~700% 많은 비가 내린 막대한 홍수 때문입니다. 기후위기는 불평등합니다. 온실가스는 선진국들이 가장 많이 배출하지만, 그 피해는 아시아, 아프리카의 작은 나라, 태평양의 섬나라가 가장 크게 받습니다. 파키스탄의 온실가스는 전 세계 배출량의 1%도 되지 않습니다. 계층으로 보아도, 전 세계 10%의 부유층이 절반에 가까운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반면, 전 세계 인구 50%의 가난한 이들이 배출하는 양은 10%도 채 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기후재난은 낮은 곳부터 닥칩니다. 갑작스러운 폭우로 반지하방에서 살아가던 주민들이 희생된 것도 이러한 기후재난의 불평등을 말해줍니다.


대부분 사람이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인정합니다. 정부와 기업도 ‘탄소중립’, ‘기후위기 대응’을 이야기합니다. 하지만 기후위기를 해결하기 위한 진정한 변화의 길은 아직 요원합니다. 석유의 생산과 소비를 줄이는 것이 아니라 ‘탄소중립 휘발유’라는 이름의 상품이 출시됩니다. 온실가스 배출 1위 기업은 ‘2050 탄소중립’을 말하면서 다른 한편에서는 석탄발전소를 건설 중입니다. 현 정부의 에너지정책은 ‘기후위기’를 이유로 위험한 핵발전소 산업의 확대로 귀결되고 있습니다. 해외의 억만장자들은 최근 기후위기로 녹아내리는 그린란드에 막대한 자금을 투자하고 있다고 합니다. 값비싼 광물 채굴을 위해서입니다. 누군가에게 ‘재난’이 되는 기후위기가, 다른 누군가에겐 돈벌이의 ‘기회’가 되고 있습니다. 근본적 전환의 길은 외면한 채, ‘녹색성장’의 이름으로 기후위기를 또 다른 경제성장의 기회로만 여길 때, 기후위기는 결코 멈출 수 없습니다.

 

그렇다면 기후위기 앞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요? 흔히 전기를 절약하고, 일회용 플라스틱을 덜 사용하고, 텀블러와 에코백을 사용하는 것을 떠올립니다. 물론 의미 있는 실천입니다. 하지만 여기에만 머물러서는 안 됩니다. 개개인이 열심히 에너지절약으로 이산화탄소를 줄인다고 해도, 새로운 지어진 석탄발전소 한 곳에서 내뿜는 온실가스가 우리의 노력을 허사로 만들기 때문입니다. 기후위기를 낳는 사회구조의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합니다. 한 개인은 ‘소비자’로서의 정체성만 있는 것이 아니라, 한 사회의 정치적 주체인 ‘시민’이기도 합니다. 개인이 할 수 있는 것은 소비자로서의 실천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기후위기 시대, 이 사회의 근본적인 전환을 위해서는 정치 사회적 주체인 ‘시민’으로서의 실천이 더욱 중요합니다. 다른 세상을 꿈꾸고 만들어가는 것이 필요합니다. 경제성장과 이윤이 아닌, 모든 생명의 존엄과 안전이 우선인 사회, 더욱 평등하고 정의로운 사회로의 전환이, 곧 기후위기를 넘어서는 길입니다. 

 

 

9월 24일, 수만 명의 시민이 서울 광화문 일대에 모였습니다. 헌법이 보장하는 집회 시위의 권리를 통해, 기후위기를 넘어 기후정의를 외치기 위해서입니다. 기후재난 앞에서 함께 위로와 힘을 나누며, 다른 세상을 만들자고 다짐하는 시간입니다. 이러한 실천들이 쌓일 때, 기후위기를 넘어서는 길이 비로소 우리 앞에 만들어질 것입니다.

 

황인철 (녹색연합 기후에너지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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