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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기자단 기사

아동·청소년 배우와 샤프롱, 이들을 향한 모호한 법적 울타리

by 함께걷는아이들 2022. 11. 25.

 

 위 사진 자료는 2019년 개봉한 우리집이라는 영화의 촬영 수칙이다. 한 문장씩 읽어보면 어린이 배우들을 어린이로서, 동시에 한 영화의 배역을 맡은 배우로서 존중하고 배려한 내용들이다. 모든 촬영장이 위에 제시한 우리집의 경우처럼 어린이를 존중하는 촬영 수칙을 세우는 등 어린이들을 충분히 이해하고 배려한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안타깝게도 아직 한국 공연예술계의 촬영장에서는 아역배우들을 위한 촬영 현장을 제대로 만들지 못하고 있다.

 

 K-문화 열풍으로 미디어 플랫폼이 점차 다양해지는 세상인 현재. 대중문화예술계에 속한 어린이들은 더더욱 늘어나는 상황이다. 하지만, 우리는 아동·청소년 연기자를 향한 국내법 적용 여부를 여전히 제작자의 윤리나 인격에 의존하고 있다.

 

(뮤지컬 “마틸다” 준비 과정 속 샤프롱의 모습) 출처 : https://www.dailian.co.kr/news/view/1173097/?sc=Naver 데일리안 박정선 기자

 

 현재 대성 디큐브아트센터에서 공연 중인 뮤지컬 <마틸다>에는 우리가 매우 주의 깊게 봐야 할 샤프롱이 존재한다. “샤프롱이란, ‘chaperon’ 프랑스어로 과거 젊은 여성이 사교장에 나갈 때 보살펴 주는 사람을 의미하는데 현재는 공연계에서 주로 활용하는 용어로 촬영 및 공연장에서 아역배우를 보호하는 전담 직원을 말한다.

 

 지난 2021년 공연을 진행한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에서도 도입한 샤프롱 제도는 아역배우가 연습장이나 공연장에 도착하는 순간부터 부모로부터 어린이들을 인계받아 안전하고 프로답게 연습과 공연을 수행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책임진다. 이들은 멘탈케어를 비롯하여 식사, 휴식, 대기 시간에 개인 학습을 도와주고 숙제를 챙겨줄 뿐 아니라 제작진과 부모, 아동·청소년 배우들 간의 소통 창구 또한 되어준다.

 

 이처럼 현재 공연예술계 속에 존재하는 여러 어린이를 위한 제도 중 하나인 샤프롱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는데, 이에 비해 아직 보완해야 할 점이 많다.

 

영 국, 미국, 캐나다, 뉴질랜드 등지에서도 샤프롱은 도입되고 있다. 특히 영국의 경우 3년마다 지역 행정당국의 인증 및 허가를 받은 사람만이 샤프롱으로 활동할 수 있을 정도로 공연예술계의 중요한 직책으로서 그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의 경우 샤프롱의 큰 중요성에 비해, 제작사 측에서 자체적으로 샤프롱을 채용하고 있어 철저한 관리가 힘들다. 또한, 국내에서 샤프롱 제도를 시행하고 있는 경우는 아직까지 어린이들이 주인공으로 많이 출연하는 공연계 정도로 한정적이며, 이 또한 일부 제작사들의 선의에만 기대고 있다.

 

 현행 대중문화예술산업발전법은 지난 2014년 아동·청소년 배우 보호를 위해 도입된 이후 수정 및 새로운 규정 등을 통해 존재하고 있다. 하지만, 이 현행법의 경우 용역 제공 시간을 15세 미만과 15세 이상으로만 구분하고 있어 유아 및 아동을 향한 세부적인 배려가 부족하다. 또한, 용역 제공 이후 정신적인 심리 상담, 치료 지원 및 재산권 보장에 대한 현실적인 규정이 없어 아동·청소년 대중문화예술인의 인권 보호가 그저 선언적인 성격에 그쳐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 많다.

 

 이에 지난 2020년 영화진흥위원회는 영화 제작 과정에 참여하는 19세 미만의 아동·청소년의 존엄성을 존중하기 위한 아동·청소년 영화인 권리 존중 원칙을 제작하여 발표했다. 이 권리 존중 원칙의 세부 내용으로는 아동·청소년 영화인의 교육받을 권리 보장, 신체적, 정신적 건강 보호, 안전하고 적절한 교통수단·숙소·식단 제공 등의 내용이 담겨있다. 더불어, 이 권리 존중 원칙의 발표와 수립을 통해 권리증진을 위한 구체적 추진 방향과 교육을 노력하겠다고 이야기했다.

 

 이외에도 국가인권위원회가 지난 20225아동·청소년 대중문화예술인의 인권 증진을 위한 제도 개선 권고를 발표하는 등 점차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여주고 있다. 이 개선 권고 사항을 세부적으로 보면 위에서 언급한 아동보호 책임자, 샤프롱과 같은 전문인들을 공연계 외에도 확대해야 함을 포함하고 있다.

 

 여러 촬영장 속에서 발생하는 어린이 인권침해 문제는 아직까지도 발생하고 있으며, 그 심각성이 아주 크다. 하지만, 이에 비해 여전히 그들을 보호할 법적 울타리는 탄탄히 만들어져 있지 않다.

 

 물론, 2014년 대중문화예술산업발전법의 도입 이후 공연예술계 종사 어린이들을 위한 법안이 많은 이들의 관심 속에 조금씩 점차 발전해온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아직 많이 부족한 점이 많다.

 

 독일의 경우 아동·청소년 배우가 장기 휴학을 할 경우, 학교가 학습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가정에서는 가정교사를 두게 규정하고 있으며, 미국은 국제 극장 무대 종사자 연맹(IATSE)’의 아동 노동자위원회를 통해 체계적으로 아동·청소년 배우를 케어하고 있다. 한국 외의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등의 나라에서는 아동·청소년 배우의 노동 가능 연령과 범위부터 노동 시간, 휴식, 학업성취, 계약 조건등을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다루고 있다는 것을 보면, 착잡한 생각이 든다.

 

 2020년 국회에서 아동·청소년 대중문화예술인 노동인권 개선을 위한 네트워크 '팝업'”의 주최로 '아동·청소년 대중문화예술인 노동인권 개선 토론회'가 진행됐다. 2018년부터 아동·청소년 배우 인권 지킴이로서 활동해온 배우 허정도는 이 토론회에서 “아역배우들은 참는 게 덕목이고, 이 바닥에서 살아남기 위한 조건이라는 교육을 받아왔다. 어린이들에게 어떤 권리가 있고, 어른들은 이들을 보호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현장에서 요구할 수 있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 독립적이면서도 이 일을 전담하는 보호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허정도 배우의 말처럼 우리는 이제 그저 앞서나가는 공연예술계를 바라보기만 하는 것이 아닌 그 속에 속한 어린이의 인권을 지키기 위한 실질적인 행동을 지시하는 든든하고 튼튼한 법적 울타리를 새롭게 만들어야 할 것이다.

 
 

▷함께기자단 6기 민희원

 

 

 

[참고 자료]

[아동·청소년 배우의 노동인권 실태는? 에이전시의 갈취·살인적인 노동 시간 심각…관련 법은 유명무실] 미디어스 윤수현 기자

http://www.mediaus.co.kr/news/articleView.html?idxno=141636

[성인과 똑같이 일하는 아동·청소년 배우들] 미디어 오늘 박서연 기자

http://www.media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146049

[아동·청소년 배우 권리존중…"학습권·휴식권·수면권 보장"] 연합뉴스 강애란 기자

https://www.yna.co.kr/view/AKR20201210153100005

[무대 뒤 아동 인권 지키는 보모…제작자 ‘선의’ 아닌 법 울타리가 필요해]

경향신문 임지선 기자

https://www.khan.co.kr/culture/culture-general/article/202210052035005

["아동‧청소년 연기자 인권 위해 샤프롱 제도 반드시 필요"] PD 저널 엄재희 기자

http://www.pdjournal.com/news/articleView.html?idxno=74175

[잠도 제대로 못 자는 아역배우 인권 문제, 달라질까] 미디어 오늘 금준경 기자

http://www.media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303972

[방통위, 방송 출연 아동·청소년 권익 보호 이어가] 방송통신위원회

https://blog.naver.com/kcc1335/222210993840

[[인터뷰] “드라마 현장서 아이들 이름 법 나오기 전에…” 아역 배우 인권침해 알린 배우 허정도] 민중의 소리 강석영 기자

https://www.vop.co.kr/A00001462078.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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