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사이로 음악이 흐른다_ 두 번째 이야기
오르락 내리락
지난번에 제가 올키즈스트라를 그만뒀던 일까지 얘길 했는데요. 어떻게 다시 하게 되었냐고요? 그게 악기 캠프 때문이에요. 지역아동센터 선생님이 초등학생 애들이 캠프에 가는데 챙겨서 도와주고 오라고 해서 같이 갔거든요. 가서 애들이 합주하는 모습을 보고 듣는데 “아 나도 저거 할 수 있는데....” 생각이 들면서 하고 싶은 거예요. 캠프에서 돌아왔는데 선생님이 다시 물어보셨어요. “악기 할 생각 없냐”고. 제가 뭐라고 대답을 했겠어요? 악기 하면서 느끼는 즐거움을 아니까 캠프에서 애들이 연주하는 모습 보고만 있는 게 참을 수 없었던 거죠. 그렇게 다시 시작을 했어요. 무조건 하자 하자 그런 게 아니라 제가 하고 싶게 만들었으니 완전 영리한 선생님이신 거죠.
어느 날 연주하는 곡 첫 음을 부는데 발끝에서부터 소름이 올라오는 거예요. 4년 전인가 5년 전이었을 거예요. 수십 번은 트럼본으로 불었던 곡인데 그때 유난히 합주가 잘 맞아서 그랬나 진짜 어느 날 특별한 게 있던 것도 아닌데 갑자기 소름이 쫙 돋는 거예요. 아~ 선생님이 말하던 때가 이거구나. 재미가 생겼어요. 악기가 재밌는 놀이 도구가 됐어요. 그때부터 악기 실력을 늘려야겠다고 생각해서 열심히 하게 됐죠. 요즘도 가끔 제가 좋아하는 연주 부분이 나오면 기분이 좋아져요. 다른 파트에서 제가 좋아하는 부분을 연주할 때도 감상하고 있으면 기분이 좋고요. 물론 슬럼프도 오죠. 특히 저는 매년 초반에 그래요. 매년 목표가 연말에 정기 연주회인데 일단 너무 멀잖아요. 아직 연습을 열심히 안 해도 될 것 같은 거예요. 매년 중반기가 지나면 곡이 손에 익어서 함께 맞추는 재미가 있어요. 근데 매년 초반에는 재미가 별로 없는 거죠. 특히 작년 초반에는 정말 하기 싫었어요. 매년 같은 방식으로 몇 년을 하다 보니까 너무 지루한 거예요. 그쯤에 지휘자 선생님이 멋진 말을 해 주셨어요. “오래 한 만큼 베테랑이 되고 노련해져야지 절대 나태해져서는 안 된다.”
제가 하기 싫어서 엄청 나태해졌던 때였어요. 같이 하는 애들한테 제가 잘 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애들도 잘 따라오는데 어느 순간 나태해진 거예요. 제가 파트장인데 지각을 하니까 한두 명씩 따라서 지각을 해요. 파트 선생님은 제가 지각해도 “빨리 빨리 다녀”, “또 지각했어?” 장난치면서 얘길 하시거든요. 혼내지 않고 기다려 주시는 편이에요. 지휘자 선생님이 그때 했던 얘기는 깨달음을 주는 말, 느낄 수 있게 해 주는 말. 제 스스로의 상태를 느끼고 볼 수 있게 해 주는 말이었어요. 그때부터 제가 좀 더 잘 하려고 했던 거 같아요. 사실 지금 상위관악단에서 제일 많이 나태하고 불성실 한 거는 저에요. 근대 제가 대빵이거든요. 저보다 어린 애들이 더 잘 해요. 애들도 그렇겠지만 저는 워낙 노는 거 좋아하니까. 애들이 저보다 훨씬 열심히 하고 있으니까 그런 말 하고 싶죠. “나보고 따라 하지마, 나는 너희보다 그렇게 잘 나지 않았어.” 하하~
[일러스트: 김다희]
함께 걷는 길
저는 멋있는 말을 할 줄 아는 사람, 생각 있고 속 깊은 사람이 되고 싶어요. 오랫동안 봐온 동생들이 이제 스무 살이 되었더라고요. 제가 애들을 “너무 애처럼 대하나?” 그런 생각을 할 때가 있어요. 그래서 조심스러워 져요. 너무 어렸을 때부터 봐선지 귀엽고 애 같아서 엄청 장난도 치는데 잊고 있다가 “니가 벌써 스무살이 됐어?” 하고 느껴지는 순간이 있거든요. 너무 애처럼 대하면 안 되지 그런 생각을 해요.
나이 많은 사람 중에 제가 좋아하는 사람은 편하게 대해주는 사람이에요. 올키즈스트라의 후배들과는 지금보다 조금 더 편하게 만나면 좋겠어요. 특히 여자 애들하고는 조금 어색해요. 여자 애들 중에 쑥스러움을 타는 애들이 많은데 좀 더 편한 사람이 되고 싶어요. 더 친해지면 얘기도 많이 하고 싶고요. 사실 친해질 수 있는 기회가 더 많았으면 좋겠어요. 매년 단합여행도 가고 중간 중간에 파트 선생님이랑 밥도 먹지만 친해질 기회가 더 많았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어요. 고등학교 졸업하고 나서는 지역아동센터 애들보다 올키즈스트라 사람들을 더 정기적으로 만나니까요.
올키즈스트라에 어린 애들이 계속 들어오는 건 좋은 것 같아요. 꿈나무 반도 있거든요. 지금 어린 애들도 점점 크니까 계속 올키즈스트라가 이어질 수 있잖아요. 애들이 잘 크면 선순환이 되겠구나. 처음엔 지역관악단만 있다가 상위관악단을 만들었는데 그건 잘 한 거 같아요. 고학년들이 지역관악단에서 버티고 있으면 어린 애들의 자리가 없으니까 선배들한테 묻어가고 어린 애들을 위해서 쉬운 곡을 하게 되죠. 그럼 실력 향상이 서로 안 되거든요. 상위관악단이 생긴 것도 잘 된 일이고 거기서 다시 졸업생이 모인 OB밴드가 생겼다는 것도 좋은 일인 거 같아요. 재단 선생님들이 계속 생각하셔서 이런 단계를 만들고 바뀌는 게 좋아요. 재단 선생님들은 항상 애들한테 물어보세요. 그런 점도 좋은 거 같아요. OB밴드도 선생님이 저희한테 물어보시고 대화하면서 일을 진행하거든요. 근데 아쉬운 건 지금 오비 밴드에 애들이 별로 없다는 거예요.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그런 게 아쉽죠. 친구들이 더 많았을 때가 그리워요.
음악으로 이어진 관계
제가 음악을 좋아하거든요. 근데 올키즈스트라를 안 했으면 클래식 음악은 몰랐을 것 같아요. 클래식 음악을 잘 모르는 사람들은 연주곡에서 어떤 악기가 나오고 구성이 어떻고 이런 거 잘 모르잖아요. 클래식 음악에 대한 지식이 생겨서 좋아요. 사실 저도 클래식 음악 10분짜리 지루해서 다 못 들어요. 저도 아직 듣는 거에서 재미를 많이 느끼지는 못해요. 제가 악기를 연주하면서 듣는 게 확실히 더 재미있어요. 클래식하면서 느낀 건 그거에요. 확실히 듣는 것보다 하는 게 재미있어요.
여기에서 사람들도 많이 만났는데 그런 만남이 없었다고 생각하면 아쉬울 걸 같아요. 저는 인간관계에서 오는 즐거움을 중요하게 생각하니까요. 여기서 배운 게 많으니까 사회생활도 잘 하고 있는 게 아닐까 싶어요. 악기를 하는 게 여기서만 도움이 되는 게 아니고 다른 데서도 도움이 되거든요. 제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회사를 반년 정도 다녔어요, 그곳에 자재를 담당하는 직원분이 계셨는데 그 분이 트럼본을 하신 거예요. 그런 점이 통해서 그분이랑 친해졌어요. 음악에 관심 있는 사람이 있으면 얘기도 같이 할 수 있고 사회생활에 도움이 되는 거 같아요. 저랑 비슷한 관심을 가진 사람들과 공감 할 수 있어서 좋아요. 악기를 안했다면 이런 부분에서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없었겠죠.
올키즈스트라에서 계속 악기를 하면서 남아 있는 가장 큰 이유는 여기 있는 애들 때문이에요. 제가 계속 악기를 하고 싶다고 해도 여기 지금 같이 하는 애들이 없으면 무슨 의미로 남아 있을까 싶어요. 혼자 하는 건 의미가 없으니까.... 물론 새로운 사람들이 와서 새로운 인연이 되면 그것도 좋겠지만 지금 하는 애들과 계속 하면서 앞으로도 긴 시간을 같이 보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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