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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칼럼/함걷아를 만난 아이들

[올키즈스트라 참여 아동 인터뷰] 음악은 나에게 행복하라고 말한다

by 함께걷는아이들 2016. 6. 15.

올키즈스트라는 모든 아이들의 희망을 연주하는 오케스트라란 뜻으로 문화예술교육의 기회가 적은 어린이 ∙ 청소년에게 악기지원, 악기교육, 합주, 관악단 활동 등으로 건강한 성장을 돕는 함께걷는아이들의 음악 사업입니다. 2009년 '베토벤바이러스를 찾아라' 음악사업으로 시작한 올키즈스트라는 2011년 상위관악단을 창단하고 매년 정기연주회를 열고 있습니다. 


8년의 시간동안 많은 사람들이 올키즈스트라와 소중한 인연을 맺었습니다. 그 중에서 상위관악단에서 활동하는 세 사람을 만나 음악과 함께 살아온 삶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이야기를 들려줄 마지막 사람은 올키즈스트라에서 트럼본을 부는 이십대 청년 연주자입니다. 음악과 올키즈스트라 활동을 이야기하는 그의 얼굴은 시종일관 웃고 있었습니다. 음악이 사람을 저렇게 웃게 할 수도 있다는 걸 처음으로 알았습니다. 그 행복한 표정을 글로는 온전히 전할 수 없어 아쉽습니다. 


-기록자 말-  

 

 

음악은 나에게 행복하라고 말한다

 

 

[일러스트: 김다희]

 

"눈부신 햇살이 오늘도 나를 감싸면 살아있음을 그대에게 난 감사해요. 부족한 내 마음이 누구에게 힘이 될 줄은 그것만으로 그대에게 난 감사해요." 제가 요즘 자주 듣는 김동률의 감사라는 노래에요. 곡을 만든 사람이 제 마음을 알아주는 것처럼 느껴져요. 대신 제 마음을 말해 주는 것 같아요. 음악을 들으면 마음이 편안해져요. 

 

마음이 답답할 때


친구들이 저를 무시하는 게 싫어서 사람들에게 다가가지 않으려고 했었어요. 사람들이랑 어울리려고 하지 않았어요. 초등학교 때 다리가 불편한 저랑 같이 다니는 걸 친구들이 싫어했거든요. 친구 아니라고 그냥 가라고. 기분이 나빴죠. 힘들었어요. 장애인을 사람으로 대하지 않았어요. 장애인도 사람이라고 말해 주고 싶었어요. 고등학교 때부터 아르바이트 자리를 구하러 다녔거든요. 몸이 불편해서 안 된다고 할 때가 많았어요. 한번은 이력서를 가지고 오래요. 이력서를 가져갔는데 저를 보고 “몸이 많이 불편하시네요” 하면서 퇴짜를 놓는 거예요. 삼사년 동안 일자리를 찾아다녔어요. 그때마다 마음이 힘들었어요. 한 번도 채용이 안 되니까. 한번 시켜나 보고 거절을 하지 일을 시켜보지도 않고 장애인이니까 안 된다고 하니까. 몸이 불편하니까 못한다고 생각을 해 버리는 거잖아요. 장애인도 일을 할 수 있다고 말하고 싶었어요.


일을 계속 찾다가 안 돼서 자활센터에 가게 됐어요. 일 년 정도 청소기나 텔레비전에 들어가는 부품을 조립하는 일을 했어요. 아침 9시에 가서 4시 반까지 5일 정도 일을 했어요. 그 다음은 복지관으로 가게 됐어요.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9시부터 4시 반까지 일을 하는데 여기에서도 조립 일을 해요. 물건이 있을 때도 있고 없을 때도 있어서 없는 날엔 프로그램을 하고 물건이 많은 날엔 일을 해요. 3년 정도 하고 있는데 일이라기보다는 훈련 프로그램 같은 거죠. 그래도 돈이 너무 적어요. 한 달에 삼사만원 정도 받거든요.  


살면서 답답할 때가 많았어요. 친구들이랑 얘기가 안 통할 때, 이해받지 못할 때, 일을 구하지 못할 때..... 슬픈 멜로디를 들으면 감정이 부풀어 올라서 눈물이 고여요. 그게 좋은 건지 나쁜 건지는 모르겠는데.... 멜로디를 들으면 울컥할 때가 있어요. 음악에 취해 있으면 제 감정이 나와요. 속이 퍽 터지듯이 그런 후련함... 마음이 후련해져요.

 

생명을 키우듯 


저는 음악을 좋아해요. 초등학교 때부터 피아노를 쳤는데 피아노 소리는 부드러운 음색이라 좋아요. 카푸치노 우유 거품 같아요. 트럼본은 울려서 퍼지는 소리가 좋아요. 중저음대 소리가 매력적이거든요. 다른 사람들보다 제 목소리 톤이 조금 높은 편이라 그런지 중저음을 좋아해요. 사실 맨 처음에는 트럼본 하는 게 싫었어요. 그룹홈 선생님이 권유해서 고등학교 1학년 때 신청을 했는데 저는 보컬이나 피아노를 계속 하고 싶었거든요. 시작하고 4년 정도는 별로 하고 싶지 않았어요. 싫어하는데 어떻게 4년이나 계속 했냐고요? 한번 하면 원래 포기를 못 하는 성격이라서..... 4년이 지나면서 점점 실력도 좋아지고 계속 하고 싶은 마음이 생겼어요.


평소에는 악기 연습을 못해요. 그룹홈에서는 애들이 시끄럽다 하고 밑에 층에서도 시끄럽다고 올라오니까. 어쩔 수 없이 집에서는 발로 박자를 맞추면서 어떻게든 연습을 했어요. 음악을 좋아하니까 곡에서 매력을 찾고 싶은 마음이 있었어요. 지금도 평소엔 발로 박자 연습을 해요. 그 방법이 도움이 돼요. 그렇게 연습은 하지만 음정이 안 풀릴 땐 힘들어요. 어려운 음이 있는데 4옥타브, 5옥타브, 6옥타브..... 저는 3옥타브 미 정도 낼 수 있어요. 쭉 하니까 그렇게 됐어요. 어떻게 소리를 내야 하지? 생각을 하면 풀릴 때도 있고 안 풀릴 때도 있어요. 안 풀릴 땐 한번 쉬었다 해요. 여유가 필요해요. 힘들 때도 있지만 한 번도 그만두고 싶은 마음은 없었어요. 계속 제 자신과 싸우는 과정이죠. 제가 싸우지 않으면 질 수 있으니까.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생길 때도 있지만 포기하기보다 한 번 더 싸워서 이겨보자는 생각을 하곤 해요. 올키즈스트라의 합주는 다른 사람들과 같이 하는 거잖아요. 제 자신을 이겨야 모두 같이 멜로디를 맞출 수 있잖아요. 소리를 함께 내기 위해서는 제 몫을 해야 하는 거죠. 올키즈스트라 공동체에서 함께 하기 위해선 다짐이 필요한 거죠. 음악 활동을 하지 않았다면 이런 다짐 같은 걸 할 일이 없었겠죠. 올해는 4옥타브 도까지 가보고 싶어요.  


음악을 즐기는 과정도 생명을 키우는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제가 대안학교를 다니면서 농작물을 키워 본적이 있거든요. 양배추, 고추, 토마토, 가지.... 배추는 키울 때 잎 속에 있는 벌레를 저녁마다 잡아줘야 돼요. 벌레를 다 잡으면 물을 줘요. 지금은 예전보다 잘 키울 자신이 없어요. 그것도 쭉 계속 해야지 노하우가 생겨서 잘 할 수 있거든요. 꽃으로 말하면 죽어가는 꽃이 있고 살아나는 꽃이 있잖아요. 죽어가는 꽃도 살리는 노력을 하면 살 수 있듯이 음악도 생명력을 기르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주위에 있는 애들이 저한테 악기를 왜 하냐고, 하면 재미있냐고 물어보는데 저는 재밌으니까 하는 거라고 말을 해요. 재미로 하지만 재미에도 노력과 과정이 필요해요.


저에게 십대는 용기가 필요했던 시간이었어요. 용기라는 게 자신감 같은 거잖아요. 자신감을 가꾸는 시간을 보냈어요. 제가 자신감이 없어서 그걸 위해 노력하는 시간이 필요했어요. 트럼본 소리를 잘 내기 위해 제 자신과 싸우고 있어요. 연주를 하면서 친구들도 생겼어요. 자신감을 키우는 게 어떤 건지 음악 활동을 하면서 차차 알아가고 싶어요. 여기에서 언제까지 음악을 계속 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계속 이어지면 좋겠어요. 저는 악기를 연주하는 게 즐거워요. 악기를 점점 더 알아가는 건 행복이에요. 저희 연주를 듣고 중고등학교 학생들이 “나도 저걸 해 보고 싶다”는 꿈을 갖게 되면 좋겠어요. 올키즈스트라가 저에게 즐거움과 행복이었던 것처럼......    


 

기록자 : 이호연

 

10대, 빈곤현장, 재난참사의 피해자를 주로 기록하고 있다. 저서로는 <여기 사람이 있다>, <금요일엔 돌아오렴>, <다시 봄이 올 거예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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