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절반이 훌쩍 넘는 학생들이 혜택을 받고 있다. 중위 소득 하위 60%내외(매년 예산을 정해 놓고 지원하기 때문에 범위는 달라짐)에 속하는 저소득층은 물론, 공무원을 비롯한 공공기관 근로자 자녀와 대기업을 비롯한 비교적 견실한 중견기업 근로자 자녀까지 모두 혜택을 받고 있다. 열악한 중소기업 근로자와 중소 자영업자 자녀들만 혜택에서 소외된 고교 무상 교육을 두고 하는 이야기다.

 

[출처: 더팩트/서울신문 제공]

 

지난 18대 대선에서 박근혜 정부가 핵심 공약으로 내건 고교 무상 교육 공약은 결국 빛을 보는데 실패했다. 교육의 공공성 강화에 맞서 연간 2~3조원이 드는 정책치곤 기대 효과가 떨어진다는 반대 여론이 고개를 들면서 마지막 국회 본회의라는 문턱을 넘지 못했다. 고교 무상 교육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는 이들이 주장한 반대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먼저, 중복 지원 이슈가 부각됐다. 2014년 한양대 교육복지정책중점연구소는 국내 고교생 192만여 명 중 입학금, 수업료 등 교육비를 지원받고 있는 학생이 60.7%(1165000여 명)에 달한다고 밝혔다. 기초생활자를 비롯해 차상위계층, 한부모가족 등 중위 소득 하위 50%, 저소득층은 정부가 지원하고, 공무원을 비롯해 공공기관, 대기업, 일부 견실한 중견기업 근로자 자녀까지 이미 지원이 이뤄지고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지원에서 소외된 자영업자에 대해선 의사나 변호사 등 상대적으로 부유한 사람들이란 굴레가 씌워졌다. 국가나 기업이 이미 고교생의 학비를 대고 있는 상황에서 굳이 없는 재원을 끌어다 무상 교육에 쓸 필요가 있냐는 주장이 힘을 얻었다.


신규 재원 문제도 도마 위에 올랐다. 공교육 강화에 매진해야 할 교육 현장에서조차 고교 무상 교육에 드는 연간 2~3조원의 예산이 과하다는 의견을 내놨다. 2013년 교총은 일선 초중고 교사 2,26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 조사에서 응답자 10명 가운데 9명은 시기상조라고 응답한 결과를 발표했다. 오히려, 학교 시설 환경이나 중도탈락 학생 문제 해결에 재원을 투입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정말 그럴까?


현재 고교 무상 교육 혜택에서 소외된 계층은 주로, 재정적으로 열악한 중소기업 근로자 가구거나 자영업자 가구의 자녀들이다. 그런데, 지난해 통계청이 자영업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설문 조사 결과 연 소득이 채 5,000만 원이 안 된다는 응답자가 전체 54.7%였다. 이는 지난해 4인 가구 중위 소득(2016년 기준 약 440만원)에도 못 미치는 금액이다. 이들에게 자녀 두 명이 고등학교에 다닌다고 가정했을 때 발생하는 연간 300여만 원에 이르는 학비(서울 고교생 등록금 기준)는 결코 적은 금액이 아니다.


고교 무상 교육에 드는 재원 2~3조원도 오롯이 신규 재원으로 보기 어렵다는 의견이 많다. 우선 저소득층에 대한 지원금은 이미 세금으로 집행되고 있다. 공무원을 비롯한 공공기관 근로자 자녀에게 지원하는 재원도 마찬가지로 정부 세금이다. 게다가 일부 기업의 근로자가 받는 고교 무상 교육 재원도 정부 세금과 무관하지 않다. 일반적으로 복리후생 즉 인건비의 일부로 손비 처리돼 법인세 등 감면 혜택을 받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해 교육부가 저소득층에게 지원한 예산만 8,435억 원에 이른다. 전문가들 사이에 고교 무상 교육에 투입해야 할 신규 재원은 채 1조원이 안될 것이란 의견이 팽배한 이유다. 요컨대 현재 고등학생들에게 지급되는 지원금 대부분은 직·간접적으로 정부 곳간에서 내 준 돈이다.

 

 

정책이 가져다 줄 효과가 미미하니 다른 곳에 사용하자는 의견에도 반론이 적지 않다. 특히, 고교 무상 교육이 일으킬 경제 창출 효과만 지원 예산의 3~4배에 달할 것이란 전문가 주장도 등장했다. 지난 20155월 서울대학교 교육학과 정동욱 교수가 교육행정학회에 제출한 고교 무상교육의 경제적 효과 추정보고서에 따르면 고교 무상교육 시행에 따른 경제적 파급효과는 118,00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예컨대 가계의 소득 증가가 가계의 저축(또는 지출) 증가, 기업의 투자 확대로 이어지며 85,000억 원의 생산 유발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전망했다. 경기 활성화는 기업의 임대료, 보험료, 광고비 증가로 이어져 33,000억 원의 부가가치가 발생하고, 이에 따른 취업 유발 효과도 614,553명에 달한다고 추산했다. 이 보고서는 한국은행이 소비 증가에 따른 경제적 파급 효과를 추정하는데 사용하는 산업연관분석을 참고했다고 밝혔다.


한국은 경제개발협력기구(이하 OECD) 가입 국가 가운데 높은 사교육비를 쓰는 국가 가운데 하나다. 최근 들어 초중등 사교육비 비중은 점차 낮아지는 추세지만 취업난으로 인해 대학생 이상 사교육비 지출은 GDP2.3%로 여전히 미국, 칠레와 함께 가장 높은 그룹에 속한다. 반면, 공교육은 열악하기 짝이 없다. 2012년 기준 한국의 평균 의무 교육 기간은 초등학교와 중학교, 9년에 불과하다. OECD 34개국 가운데 터키와 함께 가장 짧다(OECD 평균은 11). 질도 좋지 않다. 2013년 기준 한국의 학생 1인당 공교육비 지출은 8658달러로 OECD 46개국 평균(1493달러)보다 크게 낮았을 뿐만 아니라, 공교육비 민간 부담률은 1.9%를 기록해 OECD 평균(0.7%)에 견줘 3배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의무교육은 국가 주도하에 무상으로 이뤄진다.’는 국민의 교육받을 권리를 천명한 헌법 31조가 무색한 대목이다.


사교육 의존성을 낮추기 위해선 무엇보다 교육의 공공성 즉 공교육 강화가 중요하고, 그 첫걸음은 안정적인 의무교육 체계를 확립하고, 수립하는 것에서 시작돼야 한다. 고교 무상 교육 시기상조를 외치는 그들에게 되묻고 싶다. 이미 정부 세금으로 지원 받고 계신건 아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