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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칼럼/함걷아가 만난 사람들

[함께걷는아이들 인터뷰] 들꽃청소년세상 김현수 대표님을 만나다.

by 함께걷는아이들 2018. 11. 29.
“청소년이 주인인 청소년 세상에 사회가 함께하는게 목표입니다.”

들꽃청소년세상 김현수 대표 

 

 

 

초등학교 옆 주택단지 골목길에 마주한 들꽃청소년센터 간판. ‘이런 곳에 사무실이 있을까’ 의심할 때 쯤 주택을 개조한 사무실 전경이 방문객을 맞이했다.

 

2층 계단으로 올라가 문을 여니 들꽃청소년세상 김현수, 조순실 공동대표가 손님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들꽃청소년세상에서 운영하는 자립팸의 기존 실무자와 작별하고 새로운 실무자와 인사하는 자리였다. 떠나는 사람도, 남는 사람도, 새로 오는 사람도 화기애애한 모습에 들꽃청소년세상의 차별점이 눈에 보이는 듯 했다.

 

“저는 청소년에게 관심이 없던 사람이었어요. 안산노동교회에서 목회하며, 노동자 분들을 지원하는 일을 했었습니다. 사회 정의와 평등에 관심이 있었지만, 청소년에 대해서는 전혀 관심이 없었어요. 잘 몰랐고요. 그러다가 94년도에 청소년들을 직접 만날 일이 생겼지요. 교회에 아이들이 몇 차례 와서 자고 가기도 하고, 여러 사건도 일으키고. 그해 10월 9일, 청소년들과 이야기를 하면서 처음으로 마음이 움직였어요. 그래서 일주일 동안 이 청소년들을 위해 시간을 내야겠다 하던 것이 지금, 25년간 청소년들과 함께하게 되었어요.”

 

일주일만 청소년을 이해해보고 함께 살자고 했던 다짐이 어느덧 25년의 세월이 되었다. 그 세월 동안 아이들과 함께 울고 웃었다.

 

“청소년이 행복한 세상이 이 사회가 밝아지고 발랄해지는 길이라는 신념을 갖고 살아가고 있는 사람입니다.”

 

이렇듯 김현수 대표의 정체성에는 청소년이 강렬하게 자리 잡고 있다. 들꽃청소년세상 조순실 공동대표도 김현수 대표와 같은 마음으로 이 길을 걷게 되었다고 한다.

 

“처음에는 전혀 모르니 아이들에게 물어보고 어떻게 해결할까 궁리하는 연속이었습니다. 청소년들로부터 묻고 배우고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알아가는 과정이었어요.”

 

처음 아이들과의 만남은 ‘곤혹’이었다. 잘 모르기 때문에 아이들을 이해하는 과정이 필요했다. 매일 일어나는 사건사고로 동네 주민들은 ‘감당하지 못하는 일을 왜 해서 동네를 시끄럽게 하냐’고 말하기 일쑤였다.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이 깊어지던 어느날, 청소년의 나라가 눈에 들어왔다.

 

“그 전에는 청소년들이 개별적으로만 보였어요. 얘는 철수, 쟤는 영희, 가스하는 길동, 소년원 갔다온 애, 누구의 여자친구 이런식으로요. 그 당시 우리 사회가 바라보던 시선이었지요. 그런데요, 표현하기 쉽지는 않은데 개인으로 보이던 청소년들이 어느 순간 그들을 중심으로 한 생태계로 제 마음에 들어왔습니다. ‘청소년의 나라가 있고 그 나라의 주인은 청소년이다.’, ‘내가 무언가를 해주는 게 아니다. 청소년이 주인공이고 당사자이며, 해결자다.’ 그러면서 힘이 확 생겼어요. 그동안의 고민과 혼란도 싹 사라졌습니다.”

 

청소년의 세계, 청소년 나라를 알게 된 후 에너지를 받게 된 김현수 대표. 그 이후로 청소년 주도성을 외치기 시작했다. 그렇게 들꽃청소년세상이 서서히 꽃피기 시작했다. 

 

 

“청소년은 동정의 대상이나 단순히 교육의 대상이 아닙니다. 청소년이 자기 세계의 문제를 연구하고 조사하고 해결책을 찾아가고 실천하는 진정한 주인공이죠. 들꽃에서 청소년들을 만나보면 청소년은 능력이 있다는 걸 계속 알게 돼요.”

 

들꽃청소년세상은 10년동안 안산 지역에 대안 가정과 대안 학교를 만들며, 청소년의 생존, 보호, 발달을 위한 기반을 쌓았다. 두 번째 10년에는 이를 국내와 해외에 확산했다. 세 번째 10년에는 들꽃의 본래 가치인 청소년 주도성을 비전으로 내걸었다.

 

“쉼터 만들고, 대안학교 만들고, 그룹홈 만드는 것과 비교하면 결코 쉽지 않은 과제에요. 청소년이 중심이 되도록 청소년 중심 활동을 펼치는데는 굉장한 어려움이 있지요. 사회 인식의 간극을 느끼게 되죠. 청소년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각은 크게 진전되지 않은 것 같아요. 청소년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이 잠재되어 있다고 사회는 인정하지 않습니다. 정치, 사회적 상황도 있지만, 청소년 주체적 활동에 들어가는 비용이 시설이나 센터에서 보호하는 비용보다 더 많이 들기 때문이기도 하지요. 사회 구조가 전문가 중심으로 되어있다보니 청소년들이 정치, 사회 문제 해결의 주체가 되어 연구하고 토론하고 조직하는 그런 지원을 해주지 않아요.”

 

이런 어려움 속에서도 청소년 주도성을 알리고 그것이 이 사회에 뿌리내리도록 달려왔다. 우리 사회가 보호하며 껴안을 수 있는 아이들을 위한 대안 가정을 만들었다. 그것이 어려운 청소년들은 그들이 머무는 청소년 세상에 직접 들어가서 청소년들이 목소리를 내고 활동하는데 곁에 있기로 했다. 뜻있는 사람들을 만나게 되었고 그러던 중 함께걷는아이들도 만났다.

 

“어떤 사업을 같이 할 수 있을까 고민했습니다. 청소년을 보호하는 사업은 정부차원에서도 많이 하고 모금도 잘되는 편이고 제도적으로 보강되고 있다고 봤어요. 하지만 청소년 세계가 있다는 걸 인정하고 청소년 곁에 같이 있으려는 사람은 많지 않지요. 그런데 함께걷는아이들에서는 동의하고 함께하려 했습니다. 청소년들이 자기 세상 주인공으로 자리매김 하고 그 역할과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방안을 함께 모색할 수 있었어요. 그렇게 움직이는청소년센터 EXIT(이하 EXIT)가 시작됐어요.”

 

EXIT의 모태는 들꽃청소년센터에서 진행했던 거리학교이다. 거리학교에서 진행했던 상담, 성교육, 캠프와 같은 다양한 활동들이 현재 EXIT에서도 진행된다. EXIT의 특별함은 무엇일까?

 

“거리학교와 EXIT같은 버스가 들꽃에만 있는 건 아니에요. 여러 버스팀이 있는데 엑시트가 특별한 점은 사람에 있습니다. 이 사회 운동은 결국 사람의 문제거든요. 늦은 밤 시간에 청소년을 만나야 하고 또 사건사고가 많이 발생해요. 그럼에도 진정성을 갖고 버티며 청소년 곁에 있는거에요. 바위처럼, 나무처럼. 그렇게 곁에 있으면서 청소년들이 청소년 세상을 인식하고 내가 주인임을 자각하게 하는 것이지요. 진정성을 잃지 않고 유지하기 위해 애써왔다는 생각이 들어요. 이런게 없으면 사업이 되는거에요.”

 

청소년 세상은 청소년 혼자 할 수 없다. 중심은 분명히 청소년에게 있어야하지만 여러 주체들이 함께 해야 한다고 김현수 대표는 강조했다. 

 

“청소년 세상에서는 청소년이 중심이 되고 길잡이가 되어야 하지만 함께 해야 해요. 함께가 없이는 여성, 노동 운동 다 힘들어요. 청소년 세상도 사회의 일부거든요. 사회 운동은 결국 과정이에요. 낮은 수준의 것이라도 사회 안에서 어떤 역할과 권리를 행사하느냐가 중요합니다. 청소년 세상에서 청소년들이 중심이고 길잡이 역할을 하는데 그걸 사회가 함께하는게 궁극적인 목표입니다.”

 

청소년들이 자기 위치와 권리로 자리잡는 실험이 EXIT를 중심으로 수행된다. 물질화, 사업화 되는 사회에서 사람이 중심인 EXIT는 그래서 특별하다.

 

“청소년이 모든 영역에서 중심이 되어야 한다는 말은 아니에요. 여성운동에는 여성이, 노동운동에는 노동자가 중심이지요. 청소년들이 자신의 세상에서 주인공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 역동적인 관계들이 형성된다고 봐요. 사회안에서 청소년이 다른 영역과 연대하고 함께하는 겁니다. 그게 사회운동이고 그거면 된거지요.”

 

 

 

이제 함께걷는아이들과 들꽃청소년세상이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은 무엇일까. 김현수 대표는 EXIT를 단순한 하나의 사업으로만 머물지 않았으면 하는 뜻을 밝혔다.

 

“함께 EXIT를 실험하고 성과를 만들어 내었다고 해요. 하지만 하나의 사업으로 머물면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청소년 세계, 나라가 있다는 인식 개선을 사회에 어떻게 해갈것인지를 고민해야 해요. 결국 우리가 바꿔가야 합니다. 한 기관에서 할 수 있을까 의문이 들수도 있지만 함께걷는아이들에서 하는 청소년 자립지원사업 ‘자몽’도 그런 노력의 연장선상이라고 보거든요. 청소년 곁에 있는 사업들을 계속 힘차게 수행해주기를 바랍니다.”

 

그 길에 들꽃청소년세상도 함께 할 것이라고 덧붙이는 말도 잊지 않았다. 청소년 곁에 있겠다는 기관과 사람들이 협력해서 나아간다면, 청소년 세상이 사회의 구성원으로 온전히 세워지는 그날이 곧 올 것이다. 두 대표님의 미소에는 그런 확신이 가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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