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유튜브의 시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필자 역시도 유튜브를 애용하며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사랑받는 어플리케이션이다. 없는 영상이 없으며, 내가 보고 싶은 것이라면 손쉽게 볼 수 있다는 것이 큰 장점이다. 이러한 장점으로 어린 아이들을 키우는 부모에게 인기다. 아이를 달래거나, 아이를 제대로 돌보기 어려운 상황일 때 유튜브는 최고의 보모가 된다. 하지만 영상을 손쉽게 접할 수 있다 보니,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영상에 아이들이 쉽게 노출되기도 한다.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소재에 노출되는 아이들
(출처 : 게임 ‘왕이되는자’ 광고 중 일부)
다음은 유튜브에서 실제로 광고되고 있는 장면 중 일부다. 여성을 성 상품화하는 장면이나 일부다처제를 경험 해 보라는 등 선정적인 장면이 다수 포함되어 있다. 더 큰 문제는 이러한 광고가 아이들이 보는 만화영상에도 무분별하게 삽입되어 있어 아이들에게 그대로 노출된다.
이뿐만 아니라 아동을 상대로 영상을 만드는 키즈 콘텐츠 유튜버들의 언행도 적절하지 않은 경우가 많았다. 언론개혁시민연대가 어린이를 대상으로 하는 유튜브 채널 상위 11개를 6개월 동안 모니터링 한 결과, 키즈 콘텐츠의 상당수가 암묵적으로 성역할에 대한 고정관념을 드러냈다. 주로 요리와 육아는 여성출연자가, 물건을 고치는 일은 남성출연자가 도맡았으며 여자아이는 분홍색 옷을, 남자아이는 파랑색 옷을 입고 영상에 등장했다. 또한 실제 필자의 6살짜리 사촌동생은 “언니는 여잔데 왜 뉴스 봐? 뉴스는 남자들만 보는 거야.” 라고 말한 적이 있다. 그 말에 너무 놀라 왜 그렇게 생각하냐고 되물어보니, **언니(동생이 보는 유튜버의 이름)가 그랬다고 답했다.
아동뿐만 아니라 청소년도
얼마 전,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요즘 초등학교 교실 금지어’라는 제목의 사진이 올라와 화제가 되었다. 이는 인터넷 상에서 개인방송을 하는 사람들(BJ)이 자주 사용하며 유행처럼 번진 비속어들이다. 실제로 2018 아시안게임 디지털 해설위원을 맡았던 유명 BJ 감스트는 며칠 전 성희롱 발언으로 논란이 된 적 있다. 지난 해, 한국언론진흥재단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청소년 10명 중 7명은 인터넷 방송을 보는 것으로 밝혀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방송에서 욕설이나 혐오발언을 사용하는 개인방송 진행자들을 제대로 제재하기가 어렵다.
따라하는 아이들, 부추기는 부모
시대가 변화함에 따라 아이들의 관심사도 바뀌었다. 초등학생 희망 직업 순위에서 늘 1위를 차지하던 교사가 밀려나고 ‘인터넷 방송 진행자(BJ,유튜버)’가 처음으로 5위를 차지했다. 이젠 성인뿐만 아니라 아이들도 1인 미디어에 뛰어들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아동 유튜버로는 ‘뚜아뚜지’와 ‘띠예’가 있다. 이들은 귀여운 상황극을 하거나 ASMR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ASMR 유튜버 띠예’는 아직 전문장비가 없어 자신의 볼에다 테이프를 붙여 이어폰을 연결하여 촬영하는 등 어딘가 어설픈 모습으로 많은 사람들의 응원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많은 아동 유튜버가 사람들의 응원을 받는 것은 아니다.
(출처 : 좌- 유튜브 검색 / 우-이데일리 뉴스)
다음은 유튜브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아동 유튜버들의 영상이다. 이들은 좋아요와 조회수를 늘리기 위해 모르는 사람의 집 벨을 누르고 도망간다던지, 막대사탕으로 담배 피는 시늉을 하며 자신을 나무라는 어른들에게 막말을 서슴지 않는다. 또는 ‘시키면 한다’라는 제목으로 댓글에 적힌 내용들을 그대로 실행하거나 짧은 옷을 입고 선정적인 춤을 추며 ‘좋아요와 구독’을 눌러달라고 한다. 심지어는 요즘 가장 큰 이슈인 몰카를 찍어 올리기도 한다. 담배나 몰카 등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소재를 아동 유튜버들이 그대로 따라하며 영상을 제작하지만 정작 무엇이 잘못된 건지 모르는 아이들이 많다. 이러한 아동 유튜버들의 행동이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문제가 되자 유튜브는 이달 6월부터 만 14세 미만의 미성년자는 혼자서 유튜브 라이브 스트리밍 방송을 할 수 없게 제재를 가한다고 공식 홈페이지에 고지했다. 만 14세 미만 유튜버가 라이브 스트리밍 방송을 하기 위해서는 보호자를 동반해야 하고 이를 어길 시 스트리밍 방송이 즉시 제한된다. 또한 라이브 스트리밍 방송이 아닌 사전 제작물에는 만 14세 미만 미성년자의 단독 출연이 가능하지만 해당 콘텐츠에는 댓글을 달 수 없다.
유튜브는 아동 유튜버들이 자극적인 소재를 사용하여 영상을 만드는 것을 제재하기 위해 여러 가지 방안을 마련했지만, 오히려 부모가 자극적인 상황을 연출하기도 한다.
(출처 : SBS뉴스)
다음은 지난해 SBS뉴스에 보도된 내용 중 일부다. 유명 키즈 유튜브 채널 운영자인 부모가 아이에게 아빠지갑에서 돈을 훔치는 모습을 연출하거나 도로에서 아이가 장난감 자동차를 타는 장면을 연출하는 등 자극적인 영상을 만들어 논란이 되었다. 아이의 부모는 아이와 놀아주면서 자연스럽게 벌어진 상황이라고 해명했지만, 결국 서울가정법원으로부터 아동학대 판결을 받았다. 얼마 전 미국에서도 유명 키즈채널 운영자가 아동학대로 체포되는 사건이 있었다. 자신이 입양한 아이들의 자연스러운 모습이 아니라 아이들에게 학대를 하며 행복한 모습을 보이도록 연출한 것이었다. 결국 운영자인 계모는 체포되었고 해당 채널은 삭제되었다.
아이는 어른을 보고 배운다.
‘아이들 앞에선 찬물도 마시지 마라’는 옛말이 있다. 아이들은 어른들이 하는 대로 따라하기 때문에 아이들 보는 데에서는 언행을 조심해야한다는 뜻이다. 실제로 미국의 심리학자 ‘알버트 반두라’는 흥미로운 실험을 하나 했다. 보보인형, 즉 오뚝이 인형을 방 한 가운데에 세워놓고 아이들을 A그룹과 B그룹으로 나눠 각각 다른 방에 분리시켰다. A그룹에겐 한 성인이 보보인형을 때리는 장면을 계속해서 보여주고, 다른 B그룹에겐 성인이 보보인형을 소중히 아끼는 모습을 보여줬다. 그 후 방 안에 아이들과 보보인형만을 남겨둔 채 지켜본 결과, A그룹에 속해있던 아이들은 대다수가 보보인형을 때렸고, B그룹에 속해있던 아이들의 대다수는 인형을 소중히 다뤘다. 이를 통해 아이들은 자신에게 끊임없이 노출된 장면을 따라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다시 말해, 어른은 아이의 거울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다양하고 많은 영상에 쉽게 접근할 수 있다는 건 유튜브의 큰 장점이다. 하지만 아직 판단능력이 미숙한 아동과 성숙한 미디어 의식이 자리 잡지 않은 청소년들에겐 큰 단점으로 다가온다. 유튜브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광고가 나오지 않는 ‘유튜브 프리미엄’이나 미취학 아동을 위한 ‘유튜브 키즈’를 출시했지만 한계점이 있다. 부적절한 광고가 나오지 않아도 아이들이 시청하는 영상의 소재가 자극적이면 소용이 없기 때문이다. 결국 이는 어른들의 노력이 필요하다. 아동을 상대로 영상을 만드는 제작자들은 자신이 아이들에게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을 늘 염두하며, 건전한 콘텐츠를 만들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아이들이 자극적이고 부적절한 영상에 노출되지 않도록 보호자의 지도 또한 필요하다. 무조건적으로 아이들의 유튜브 사용을 막는 것이 아니라 왜 이 영상은 보면 안되는 것인지, 왜 이러한 소재로 영상을 만들면 안되는 것인지 알려줘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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