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출처: 네이버 책 https://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14652396
자립: 남에게 예속되거나 의지하지 아니하고 스스로 섬. 사전적 정의는 이렇다. 책은 9가지의 각기 다른 활동 이야기가 나열된다. 술술 읽히면서도 다양한 공간에서 외치는 메시지가 콕콕 달리 꽂힌다. 비슷한 활동을 찾아 묶어서 평을 써보고자 한 계획을 무른 이유이기도 하다. 자립을 위한 움직임은 마치 서로 다른 모양의 대륙처럼 분리되어 있다. 하지만 대륙이 모여 지구가 되듯 자립 이란 이름으로 묶여 청소년이 더 나은 사회에 적응하도록 움직인다. 저자들은 각기 다른 방법으로 사각지대에 놓인 청소년을 위해 힘쓴다. 이들이 모일 수 있는 데에는 함께걷는아이들의 ‘자몽(自夢)’사업 역할이 컸다. 아이디어와 활동가, 제안, 그리고 지원이 모여 더 나은 세상을 만들 수 있게 되었다. 『그런 자립은 없다』에는 그 세상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첫 장에서는 ‘자몽’과 ‘몽실’의 만남은 어떻게 시작되었는가와 그 후의 시간을 알 수 있다. 두 번째 장에서는 본격적으로 청소년의 홀로서기를 위해 활동하는 현장들이 소개되는데, 청소년의 인권보호와 특성을 고려하는 것을 전제로 움직이고 있다. 큰 틀로 활동을 설명하자면 이렇다. 먼저 첫 번째 현장 ‘늘푸른자립학교’는 몸이 아닌 마음이 있는 곳에 스스로 서는 것이 자립임을 몸소 보여준다. 교사는 학생을 진심으로 걱정하고, 그들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려 노력하며 관계를 구축해나간다. ‘움직이는청소년센터 EXIT’는 말 그대로 찾아가는 센터다. 어두운 거리에서 이 공간은 정말 탈출구로 작용되기도 한다. 누군가에겐 허기를 달래려 혹은 추위를 피하려 찾는 공간일 수도 있겠으나, 이미 많은 청소년이 내가 주인공인 공간에 스스로 서 있는 것이 자립이라는 것을 이곳을 통해 배웠다. ‘공릉청소년문화정보센터’는 경험을 통해 앞으로 살아갈 자신의 삶을 그려내는 작업이 자립의 연습이라고 말한다. ‘플랜비’ 활동이야기는 혼자 벅찬 싸움을 감당하는 것이 아닌 삶에서 소속감을 느끼는 것을 자립이라고 이야기한다. 9가지 활동 중에서도 청소년이 가장 현실적으로 경제적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도록 돕는 ‘커피동물원’은 진짜 세상에서 청소년들이 자립할 수 있도록 돕는다. 어른들의 못된 함정에 빠진 청소년이 자립을 하기까지의 과정을 돕는 ‘아띠아또’, 청소년 성소수자를 위한 ‘띵동’, 발달장애를 가진 청소년에게 진짜 필요한 자립 활동을 돕는 ‘키움학교’, 신선한 ‘청소년 자립팸 이상한 나라’까지. 모두 청소년의 자립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뜨거운 현장들이다.
올해 청소년 권장도서로 『그런 자립은 없다』가 선정되었다. 사회가 왜 책을 주목했으며 우리는 책에서 무엇을 읽어낼 수 있을까. 일단, 소개된 아홉 현장을 처음 보았을 때는 연결고리가 보이지 않는다. 활동사업의 색이 뚜렷하게 구분되어있기 때문이지만, 사실 꽤 많은 공통점이 있다. 먼저 선행된 공통점에는 근본적 원동력인 ‘자몽’사업이 있다. 그리고 청소년의 진짜 필요를 궁금해 하는 사람들이 있다. 즉 자립의 다른 의미를 찾고자 했던 사람들이 있고 그들과 청소년 사이에 관계가 형성된다. 그 관계는 세상을 조금씩 변화시켰다. 누구와 어떻게 만날 것인가에 주목하는 것, 사회가 은연중에도 요구하는 비청소년의 사회적 역할을 내려놓고 필요에 따른 역할을 만들어 내려는 자세. 그리고 그 세상을 진심으로 꿈꾸는 소수의 사람들. ‘쓸모 있는’ 자립에 대한 날갯짓이 아홉 개의 나비효과를 만들어 냈음을 확인한다.
앞선 본문요약에서 이미 확인했다시피 책에서 소개하는 현장은 청소년들에게 장소적 의미의 쉼터가 아니다. 진짜 숨을 고를 수 있는 곳, 그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존중의 공간, 때로는 온기 있는 언어나 그들을 위한 하나의 활동까지도 쉼터의 의미를 지닌다. 위기에 처한 청소년이 쉼터에(장소적 의미)가는 것을 죽는 것보다 싫어한다는 청소년활동가의 말을 떠올린다. 그곳엔 존중과 이해의 관계보단 간섭의 공간이 있다. 청소년을 바라보는 눈빛은 아이들이 머물 곳을 오염시켰을 것이 뻔하다. 『그런 자립은 없다』에는 몸이 아닌 마음이 머물 수 있는 공간과 청소년을 진심으로 위하는 사람들이 있다. 아래 본문내용에 주목해보자.
이 같은 삶의 조건에서 자립은 특정 시기에만 해당하는 문제가 아니고 경제적 독립만을 의미하지도 않는다. 자립은 인간의 전 생애에서 “계속적으로 시도하고 힘을 키워 나가는 과정”일 수밖에 없다. 완결로서의 자립상태가 아닌 지속적인 과정으로 자립하는 삶은 홀로 실천하는 것이 아닌 서로 돌보며 함께 살아가면서 이루는 과정이기도 하다.(인권교육센터 들, 2019, pp.110-111)
자립이란 무엇일까. 우린 생각해보지 않았고 그렇게 청소년기를 지나왔다. 그 시기를 거친 우리는 아직도 생각해본 적이 없다. 마침내 우리의 자립에도 선행되는 것이 있었음을 깨닫는다. 소속감, 책임감, 성취감, 안정감, 함정에서 빠져나올 수 있는 힘, 이것을 가능하게 하는 좋은 관계와 이해. 홀로서기지만 홀로 설 수 있도록 돕는 그 어떠한 준비 혹은 조력 등등. 내가 그랬듯, 앞으로의 성인이 될 모든 청소년이 그렇듯, 자립의 의미가 성립되기 위해서는 ‘함께’라는 키워드가 필요하다.
자립: 남에게 예속되거나 의지하지 아니하고 스스로 섬. 이 타이밍에서 다시 한번 사전적 정의를 짚고 넘어가는 것은 불가결하다. ‘세상이 말하는 자립을 고쳐 쓰다.’ 책의 서두에 저자는 이처럼 말한다. 이것이 궁극적인 목표임이 분명하다. 자립이라는 사전적 의미가 무색할 만큼 역설적이게도 책의 갈무리에서 우린 찾아내고 만다. 자립의 진짜 의미는 홀로서기가 아닌 함께 서기임을. 책은 해냈다. 아홉 개의 활동이 자립의 새로운 의미를, 아니 숨겨진 의미를 증명하듯 보여주었으니 말이다. 의미의 의미, 정의되어있는 의미와 뜻 안에 숨어 있는 진짜 의미를 부딪쳐 찾아내는 것. 『그런 자립은 없다』 에서는 자립의 두 의미를 찾아내어 독자에게 제시한다. 그들이 설정한 궁극적인 목표에 완벽하게 달성했다. 저자가 느낀 위기의식이 읽힌다. 자립, 이제 정의를 바꿀 시기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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